한 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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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정
작품등록일 :
2017.10.16 19:25
최근연재일 :
2017.11.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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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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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모습에 - 1

DUMMY

남성이나 여성이 자신의 상대를 찾을 때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본능이 있다. 바로 자신이 갖추지 못한 점. 이 빈 공간을 메꿔 줄 상대를 찾는 것이다.


서로 다른 형태의 성기는 기본이고, 성격이나 능력 또한 마찬가지.


물론 이와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현재 민희가 보이는 강두에 대한 감정은 아마도 이쪽이 아닐까.


상원이 본 건 바로 그 가능성이었다.


더구나 민희는 작은 단서를 통해 평소에도 호감을 전달하려 했다. 굳이 자신의 키를 실제보다 작게 꾸며 얘기한 것.


동물들도 싸움에 임하면 몸을 크게 불리고, 앞발을 들며 허리를 세워 적보다 크고 높게 보이려 애쓴다.


굳이 자신을 작고 약하게 보이려 했다면, 그 의도야말로 명확한 게 아닐까.


- 강두 씨는 키가 몇이죠?

- 187.

- 꽤 크군요.

- 그게 뭐 그리 대단할 건 없고··· 근데 이거 살이 다 빠져가지고 언제 회복할래나 모르겠네.

- 몸무게는 어느 정도 됐는데요?

- 95키로 왔다 갔다 했어. 사고 나기 전에는.


그의 대답에 상원은 잠시 묘한 기분에 빠져야 했다.


몸이 없어 얼굴로 표현할 순 없지만, 아마도 죽기 전 자신이라면 웃음 지었을 것이다. 170에 60킬로였던 자신과는 너무도 먼 차이니까.


참으로 개인적인 감상을 진행할 쯤, 강두가 물었다.


- 그런데 심리학 뭐시기들은 보통 이래?

- 네?

- 물어보는 게 별 거 없는데?


사소한 것, 일상적인 것을 통해 드러나는 게 사람이다.


물론 보다 정교한 분석을 위해 질문지를 따로 마련해 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지금 그걸 하기엔 무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정을 전부 설명하자면 참으로 긴 얘기가 될 것이다.


- 사람이란 보통··· 작은 것을 통해 드러납니다. 상담도 그래요. 아주 거대하고 특별한 걸 묻는 경우는 잘 없어요.


상원의 설명에도 강두의 마음은 후련해지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요 귀신놈이 쓸모가 있는지의 여부를.


이제부터 본격적인 재활에 들어간 강두는 몸을 단련하고, 주변 정보를 모으며 시간을 보냈다. 병실 한쪽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건강식품이 날아들었다.


민희가 보낸 선물이 도착했던 것. 그 선물은 성재와 강두가 사이좋게 나눠 먹었고.


한 달이 지나 둘째 달 셋째 주에 접어들었을 때, 강두는 몸무게를 80kg까지 회복했다. 살이 좀 붙고 나서 거울을 보자 상원은 강두의 외모가 제법 잘 생겼음을 알았다.


요즘 유행하는 곱상하고 훈훈한 얼굴은 아니었으나 각이 진 턱과 선 굵은 눈매가 합쳐져 강한 인상을 뿜어댔다.


여기에 체중이 더 붙었다면 그야말로 마초가 아니었을까.


이와 동시에 병실 한구석에는 작은 책장도 마련되었다. 강두의 요청으로 성재가 책을 사들인 것이다.


형님이 말해서 구비는 했지만 성재는 책의 제목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읽기조차 쉽지 않은 것들이라서.


“갑자기 왜 이런 책들을 읽어요?”


“좀 살아볼라고.”


강두의 답에 성재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에 성재가 본 강두는 그가 익히 아는 형님의 모습과 간간히 나타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한데 뒤엉켜있었다.


이상한 느낌이 없진 않아도 교통사고를 겪었다는 요인이 상상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걸 막았다.


큰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종종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까.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마치고 퇴원해도 좋다는 얘길 들었을 때, 강두는 자신의 회복을 회사에 알렸고 그 소식에 각 계열사의 이사급 혹은 사장이 그의 병실을 찾았다.


모두가 축하의 말을 던졌으나, 그중에서 진정성을 담은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다분히 형식적인 방문이었을 따름이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들에게 강두는 견제 혹은 처단자의 모습이니.


그래도 수확은 있다. 6개의 계열사 가운데 두 곳은 확실히 강두에게 우호적인 모습이었다. 현재 소속된 정남건설과 무역-유통을 담당하는 케이타(KeiTa) 물류.


특히 케이타의 이사인 정지운. 그는 강두와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받았다. 욕과 비속어를 아주 자연스레 교환했고, 서로가 서로를 ‘뽕쟁이, 몽둥이’ 라 부르며 웃어댔다.


거의 확실한 우군이다.


지운은 돌아가기 전에 술자리를 약속했으나 강두는 거절했다.


“술은 됐고, 저녁이나 하자. 할 얘기도 많을 거 아냐.”


“어이구 술자리를 피해? 개가 똥을 끊네, 아주? 이 몽둥이 새끼 이거··· 아무리 큰 사고 났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홱홱 변하지마. 그러다 빨리 뒤져.”


“뽕쟁이가 뭐라는 거야. 너나 조심해. 정권 바뀌어서 세상 분위기가 달라. 짜바리 새끼들 언제 고개 돌릴지 모르고.”


“병실에 있는 새끼가··· 분위기는 무슨 분위기. 이 새끼야 바깥 공기나 좀 맡으면서 그런 소릴 해야지. 아무튼 저녁은 니가 산다. 콜?”


“오케이, 콜.”


그는 돌아가며 괜히 책장의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아유, 이거 제목 멋진 거 봐요. 융의 [원형과 무의식] 이란다. 차-아··· 이런 거 많이 읽으면 오래 못살어요. 너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형님이 요거 하나 가져간다.”


지운의 장난이 내심 반가운 강두다. 상원이 보는 책을 본의 아니게 같이 읽으며 따분했던 건 사실이니까.


“야, 집어갈려면 두 세권씩 막 집어가야지. 한 권이 뭐냐, 한 권이.”


“좆까, 그러다 나 빨리 뒤지면 어쩌고?”


“부조 많이 하께.”


“하이고, 지랄. 몸이나 잘 챙겨라”


저녁이 되자 강두의 물건은 모두 정리 되었고, 집으로 향하는 차는 성재가 직접 핸들을 잡았다. 차는 사고 나기 전보다 한 등급 위의 차량으로 바뀌었고.


“이제 니가 모는 거냐?”


“네, 회장님 부탁도 있고 해서요.”


“이 정도면 사고도 날 만한데? 차도 비싸지고 기사도 붙고. 대우가 완전 좋아.”


운전석에서 앞을 보던 성재의 고개가 뒤를 돌아봤다. 그는 굳은 얼굴로,


“그 말을 해도······”


진심. 두 달간 누워있다 깼을 때도, 재활을 하는 힘겨운 순간에도 보지 못했던 성재의 감정이 강두의 가슴을 쳤다.


“야야, 운전하는데 앞을 봐야지.”


성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며 답했다.


“다신 겪고 싶지 않아요.”


“알았어. 미안하다 미안해. 아이, 씨발 무서워 죽겠네. 다시는 안 그르께.”


뒤늦은 변명으로는 부족했을까. 강두는 거듭 말을 더했다.


“나라고 뭐 그러고 싶어서 그랬냐? 얼른 가자. 집에 갈 생각 하니까 막 가슴이 뛴다.”


차는 유유히 움직여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여의도를 지나 마포로 향했다. 기다란 주상복합 건물이 자리한 곳에 이르자 차가 멈췄다.


강두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서 쉬어라. 나는 바깥 공기 맡으면서 담배 하나 피고 올라갈게.”


성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운전해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건물 상가 편의점에서 담배와 맥주를 산 강두는 1202호로 향했다. 벨을 누르자 성재가 고개를 내밀었고, 강두는 맥주가 담긴 봉투를 건넸다.


“푹 쉬어라, 고맙다.”


성재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강두는 몸을 돌려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이래 봐야 바로 옆인 1201호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동으로 켜지는 현관 조명이 주인의 복귀를 환영했다.


현관에서 일자로 뻗은 동선은 주방과 거실로 연결되었고, 거실 끝에 놓인 미닫이문은 반쯤 열려 침실을 알렸다.


은은히 노란 빛을 내는 조명을 따라 침실로 들어간 강두는 옷을 갈아입었다. 운동복 차림으로 다시 나타난 그는 맥주와 담배를 들고 옥상에 올랐다.


강두가 입에 담배를 물자 상원이 말을 걸고.


- 집이 꽤 좋네요.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 보통이야. 그 리스트는 대충 정리됐어?


대략은 나왔다. 정남건설, 케이타, 고민희, 정지운, 이성재. 이들은 거의 확고한 강두의 편이다.


나머지 회사들은 딱히 좋고 말고 할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다른 회사들은 강두와 접촉 기회 자체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문제다. 애초에 그들이 강두를 견제할 이유가 없는 셈이 되니까.


더구나 강두를 처리할 기획을 꾸미거나 힘을 지닌 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회장 쪽이 가장 많았다. 병문안 왔던 회장은 분명 강두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는데.


상원은 조심스레 물었다.


- 회장은 어떻습니까?

- 뭐가?

- 아주 단순하게 그를 믿을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졌을 때, 1점에서 5점 사이로 점수를 준다면?

- 5점.

- 5점이요?

- 무조건 5점.

- 무슨 계기가 있나요?

- 도움을 받았어. 많이.


너무도 확고한 대답에 상원은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상원이 원하는대로 가기 위해서는 강두의 현재 모습만으로는 곤란했기에.


- 참으로 유치한 질문인데, 회장님이 죽으라고 하면 죽을 겁니까?

- 상황을 보긴 하겠지만, 아마도 예스.

- 예스라구요?

- 예스.

- 남은 가족이나 주변사람. 이런 문제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 내가··· 아버지가 치매야. 언제부턴가는 날 봐도 내가 누군지 몰라. 그나마 요양원에서 그렇게 있을 수 있는 게 회장님 덕분이야. 가족이라고는 아버지뿐인데, 그마저도 이 처지인데 뭘 어쩌겠어.

- 어머니는 돌아가셨나요?

- 아니, 아버지 사업실패하고 알콜 중독될 쯤에 이혼했어. 뭐-어, 원망은 없어. 자기도 살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


질문을 다시 바꿨다.


- 강두 씨 본인이 회장님을 위해서 한 일도 많이 있을 거 같아요.

- 병신 여럿 만들었지.

- 본인이 그간 했던 일의 위험성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는 많이 갚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갚았다라··· 글쎄, 그건······


그제야 바로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강두였다.


작가의말

제 미진한 글솜씨가 독자님들의 오해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한 몸에 산다]는 서로 다른 개성과 사연을 지닌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사는 게 이야기의 출발입니다. 따라서 주인공은 두 명입니다.


염려와 조언을 표현해주셔서 감사드리며, 내일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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