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의 세계에서 눈을 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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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고랜드
작품등록일 :
2017.10.23 21:33
최근연재일 :
2018.03.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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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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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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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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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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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1화.이상한 돌과 이상한 탈출

DUMMY

엘르는 눈을 감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이미지들을 붙잡으려 노력했다.


거대한 불길과 석판..


세 명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


무언가 깨지는 소리들..


짧막한 이미지들이 뒤섞여 하나의 문장을 이루더니 눈 앞에서 서서히 사라졌다.엘프족의 풍부한 지식으로도 알 수 없는 글씨들들이었다.전혀 처음보는 문자에 당황했지만 더 엘르를 놀라게 한건 그의 손바닥을 타고 스며드는 타는 듯한 열감이었다.


그레이는 엘르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그 고고한 엘르가 당황해 몸을 부르르 떨자 엘르에게 달려갔다.


"왜 그러는거야?괜찮아?"


"뭔가를 봤어..알 수 없는 이미지들.."


엘르는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중얼거렸다.그레이는 엘르를 가만히 땅에 내려놓고 조금전 환하게 빛나던 암석 덩어리를 바라봤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얀 돌이 이끼가 낀 어두껌껌한 회색으로 변해버렸다.그레이는 손으로 조심스레 이끼를 걷어냈다.


하얀 바위 사이로 마치 하나의 덩어리인 듯 이어져 있는 회색의 암석이 희미하게 드러났다.그레이가 쓰다듬자 하얀과 회색의 암석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나타났다.


"혹시 칼 있어?엘르?"


그레이가 무의식 중에 엘르에게 묻자 엘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발꿈치쪽을 뒤적였다.


'아차..아까 다 뺏어갔지'


분명히 날렵하게 붙은 엘르의 바지에는 아무 것도 없을터였다.그런데 엘르가 손을 한 번 휙 뿌리치자 은색 단검이 튀어나와 공중으로 날아오르는게 아닌가.


"엥?어디서 난거야?아까 교도관들이 가져가는걸 봤는데.."


"다크엘프들은 최소 다섯 개 이상의 칼을 몸에 지니는게 기본이라네"


원을 그리며 선회하던 단검이 바위에 꽂히자 그레이는 단검을 뽑아 능숙하게 한바퀴 돌린 뒤 암석의 경계에 찔러넣었다.


"자네 솜씨도 괜찮군"


도도한 엘르의 칭찬에 어깨를 한 번 으쓱한 그레이가 경계를 따라 그림을 그리듯 검을 그어갔다.여러번 같은 작업을 반복하자 부스럭거리며 먼지와 함께 하얀 바위에서 회색 암석이 조금씩 불리되기 시작했다.


털썩~


분리된 돌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레이는 방금 전 엘르를 떠올리고 회색돌의 표면을 만지진 않고 유심히 살폈다.어딘지 끌어당기는 듯한 이 느낌은 뭐지?


그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돌 위로 가져가 살며시 문질렀다.그러자 먼지가 흩어지며 돌 표면에 움푹 들어간 글씨들이 드러났다.조심스레 글씨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지만 도저히 무슨 문자인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하다.여긴 게임 속이라 서로 다른 나라 말로 말해도 이해할 수 있는데 왜 이 글자만..'


그레이는 이 수상한 석판이 자꾸 맘에 걸렸다.


살짝 석판을 들어올리자 의외로 가벼웠다.가지고 다녀도 크게 문제될껀 없어보였다.


그레이는 석판을 집어들고 엘르의 상태를 살폈다.다행히 큰 부상은 없어 엘르는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이 석판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엘프들은 감각이 예민하거든.우린 그 감각을 초감각이라 부른다네"


그레이가 석판을 내밀자 엘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대신 보관하주게.난 너무 예민해서 그 석판을 가지고 있으면 미쳐 버릴꺼야.난 감당할 수 없네"


그레이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석판을 윗옷 주머니에 밀어넣고 다시 다크매터를 만지작거렸다.


조용한 감옥 안.


저 멀리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


다크매터에서 탁탁 요란한 소리가 났다.아무런 응답이 없자 답답해진 현우가 다크매터를 신나게 두드려대는 소리였다.


유일한 통신 수단이 이 모양이라니..


현우는 허기를 달래보려 자리에서 일어나 같은 자리를 여러 번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정말 문나이트를 풀어줘야하나?'


비무대회장에서 쓰러졌던 디아의 애처로운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나를 풀어주면 여기서 벗어나게 해주지..'


현우는 문나이트의 달콤한 유혹이 자꾸만 맘에 걸렸다.딱 한 번만 눈 감고 그를 풀어줄까?그러면 정말 이 곳을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걸까?


아까부터 현우의 손에 들린 단예의 봉이 부르르 떨려와 현우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문나이트의 말대로 악마의 물건은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들이는지도 모른다.


정말 문나이트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우 혼자 이 곳을 빠져나가도 언젠가 그 살인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디아도 여기 어딘가 갇혀 있겠지?'


현우는 무의식적으로 문나이트에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커다란 종유석에서 똑똑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방울처럼 현우의 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차갑게 느껴졌다.


저벅저벅..


어느덧 노란 눈동자의 살인마 앞에 현우의 발길이 멈추자 현우는 뭔가에 홀린 듯 단예의 봉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올바른 선택이야"


"아무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문나이트는 얄밉게 고개를 저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약속은 불가능해.그건 내 삶의 이유고 내 일부니까.대신 너희 일행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이런 살인마를 풀어주면 절대 안된다고 마음 속에서 강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지만 자꾸만 동굴 어딘가에 있을 디아의 모습이 겹쳐져 현우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런 무의식이 반영된걸까?


현우의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방금 전까지 단예의 봉은 문나이트의 가슴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 희대의 살인마를 풀어주려 그를 단단히 묶고 있는 쇠사슬로 향하고 있다.


유혹하듯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안돼.안돼'


현우의 마음과는 반대로 한껏 치켜올려진 단예의 봉에 힘이 가해졌다.봉 위로 뾰족한 뿔이 돋아나 길게 자라났다.


그리고..철컹


단예의 봉이 쇠사슬 위를 한 번 휩쓸고 지나가자 출렁하고 요동을 치며 쇠사슬이 끊어질 듯 흔들렸다.


다행히 쇠사슬은 꽤 단단한 재질로 만들었는지 단번에 끊어지지는 않았다.하지만 이내 현우의 봉이 쇠사슬을 노리고 치켜 올라갔다.


'안돼.최현우!정신차려'


절그럭..절그럭..


그때 현우의 감방 앞으로 흐릿한 형체의 그림자 하나가 길게 드리워졌다.그림자는 점점 커지더니 한쪽 발목에 쇠사슬을 질질 끄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교도관이다'


그림자를 본 현우는 갑자기 머릿 속이 찬물로 씻어낸 것처럼 맑아졌다.


이 기회를 놓칠순 없다.현우는 뿔이 돋아있는 단예의 봉을 힘껏 가슴으로 끌어당겨 문나이트가 묶여있는 장소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났다.


그 사이 그림자는 우락부락한 외모의 교도관으로 변하더니 철장으로 다가왔다.그리고 매일하는 일인 듯 아주 익숙하게 낡은 열쇠 꾸러미를 뒤적여 잔뜩 녹이슨 열쇠 하나를 꺼내들었다.자물쇠를 여는 동안 교도관의 반대편 손에 들린 가죽 채찍이 뱀처럼 좌우로 흔들거렸다.


악독한 간수가 죄수들을 괴롭히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지금이 딱 그런 장면이었다.


현우는 침을 꼴깍 삼키고 단예의 봉을 틀어쥐어 공격자세를 취했다.


'어디 해볼테면 해보라지'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채찍을 든 교도관의 눈이 현우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멍하니 초점 없는 눈으로 한참 감옥 안을 둘러보던 교도관이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그리고 현우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이왕 이렇게 된거 이 기회에 교도관을 피해 탈출하자'


현우에게 휘적휘적 다가온 교도관이 갑자기 우뚝 멈춰서 한동안 바닥을 바라봤다.꼭 기계가 동작을 멈춘 듯 했다.현우는 조심스레 다가가 교도관의 눈 앞에 자신의 손바닥을 휘휘 저어보았다.


전혀 반응이 없다.심지어 숨소리마저 고요하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바로 기다리던 기회였다.


현우는 교도관의 손에 들린 열쇠꾸러미를 낚아채 철장문을 열어젖혔다.다행히 이곳은 희대의 살인마가 머무는 감방이라 근처로 다가오는 교도관들이 드물었다.철장을 지나는 현우의 등 뒤로 문나이트의 노란 눈동자가 따라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자 현우는 서둘러 감방문을 잠가버렸다.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곳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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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당신이 가고 싶은 곳 18.03.15 59 0 7쪽
57 57화.비밀의 방 18.03.14 61 0 11쪽
56 56화.결전의 순간(III) 18.03.13 58 0 15쪽
55 55화.결전의 순간(II) 18.03.12 70 0 12쪽
54 54화.결전의 순간(1) 18.03.07 68 0 10쪽
53 53화.붉은 불꽃과 하얀 봉 18.03.02 62 0 10쪽
52 52화.숨겨진 칼날 18.02.26 65 0 13쪽
51 51화.군주 18.02.14 73 0 9쪽
50 50화.격전 속으로 18.02.09 61 1 10쪽
49 49화.뜻밖의 소식 18.02.02 56 0 8쪽
48 48화.위기 18.02.01 61 0 8쪽
47 47화.혈투 18.01.18 55 0 8쪽
46 46화.트라우마 18.01.17 64 0 6쪽
45 45화.비밀통로 18.01.15 69 0 7쪽
44 44화.좀비들의 습격 18.01.12 56 0 9쪽
43 43화.그림자 부대 18.01.11 79 0 8쪽
42 42화.비밀을 아는 자, 그리고 어둠을 이끄는 자 18.01.09 67 1 10쪽
41 41화.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18.01.07 68 0 8쪽
40 40화.탈출 1단계 18.01.05 89 0 10쪽
39 39화.탈출전야 18.01.02 84 0 10쪽
38 38화.또 하나의 기술자 17.12.29 67 0 10쪽
37 37화.혈투 (feat.노란 눈동자) 17.12.28 66 0 9쪽
36 36화.내꺼야! 17.12.26 99 0 10쪽
35 35화.기습 뒤에 숨은 그림자 17.12.24 65 0 9쪽
34 34화.85번 방 17.12.21 7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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