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의 세계에서 눈을 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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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고랜드
작품등록일 :
2017.10.23 21:33
최근연재일 :
2018.03.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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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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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수 :
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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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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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1화.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DUMMY

차분한 목소리다.전혀 동요하지 않고 조용히 말하면서도 어딘가 위엄이 서린 그런 목소리.


그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린 현우가 가느다랗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방으로 조심스레 다가서고 있었다.


중요한 인물을 마중나온걸까?경비병도 한껏 예의를 갖춰 방 안의 주인공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한 달만에 뵙습니다.그동안 많이 답답하진 않으셨는지요?"


"그렇네..이 늙은이를 가둬봐야 별 이득도 없는 것을"


경비병이 한 번 더 고개를 숙이더니 문 사이로 난 틈새로 스윽 사라졌다.현우는 벽에 바짝 붙어 옆으로 옆으로 숨을 죽이고 문 앞까지 겨우 다다랐다.


슬며시 방 안을 들여다보자 밝은 빛이 현우의 시야를 파고 들었다.


'어엇?저번 방에는 창문 하나 없었는데?여긴 어떻게 된거지?'


그림자족은 원래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종족.그러니 모래성 안의 모든 방들이 어두운건 두 말할 필요가 없을터였다.그런데 이 방만 특이하다.건물 2층 높이의 길다란 창문들이 똑바로 줄을 지어 한쪽 벽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게 아닌가.


'방금 전 문 틈으로 비춘 빛은..조명이 아니고 저 창문에서 나온 햇살이었구나.그나저나 대단한 크기다..'


엄청난 창의 규모에 놀라워하고 있는데 방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가 현우의 귀에 들어왔다.


"이 차만 다 마시고 가겠네.괜찮겠지?"


"그럼요.편하게 드시지요"


현우는 꽤나 중요한 인물인가 싶어 문 안으로 고개를 최대한 들이밀어 방안을 살폈다.


거대한 도서관을 옮겨놓은 듯 방 안 가득 책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그 수많은 책들을 담고 있는 책장에 둘러쌓여 방 한 가운데 고급스런 탁자 하나가 햇빛을 받으며 놓여 있다.


깡마른 경비병의 뒤로 드문드문 보이는 인물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듯하다.


그런데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 저 얼룩은 뭐지?사람이 아니라..조그만 강아지가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에 현우는 그만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강아지가 차도 마시고 게임은 게임이군'하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데 이번엔 강아지가 소위 그 근엄한 목소리 이야기를 했다.


'그 근엄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얼룩무늬 강아지라니.완전 깨는걸'


현우가 기가 막혀 입을 딱 벌리고 있는데 더 놀랄 일은 강아지가 차를 다 마셔갈 5분 뒤에 발생한다.


"그루~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그러지요.오늘이 아니면 사막의 푸른 하늘을 언제 또 보겠는가?"


'강아지가 아니고 그루라고?내가 잘 못 들었나?'


길다란 의자에 다리가 달랑 들린 강아지가 풍성하게 털이 달린 꼬리를 말고 의자에서 떨어지듯 내려왔다.


경비병을 불안하게 그루를 쳐다보다 그루가 거뜩하게 내려온걸 확인하자 방 문을 향해 손짓을 보냈다.그루가 유유히 고개를 끄덕이며 뒷짐을 짓고 걸어갔고 그 뒤를 경비병이 따랐다.


현우는 강아지가 그루라는게 믿기지가 않아 멍하고 문가에 서있다 번뜩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우연이지만 이런 기회는 또 없을꺼야'


현우는 방 문을 막 나서려는 경비병 뒤에 소리없이 따라 붙었다.그 바람에 그루, 경비병, 현우 순서로 마치 기차놀이를 하듯이 세 사람이 방을 빠져나가게 됐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걸까?경비병이 머리를 긁적이며 뒤를 돌아본 순간 팍하고 하얀 봉이 날아와 경비병의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경비병은 악하는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바닥으로 쭈글쭈글 쓰러졌다.


갑작스런 상황이었지만 그루는 태연히 서서 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미리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인냥 오히려 인사말이 현우에게 날아들었다.


"반갑소 젊은이.나를 구하러..온거 같진 않고.우연히 온 것이지요?"


"엇!어떻게 아셨나요?혹시 예언자라도 되시나요?"


"허허허~예언자라면 지금 이곳에 갇혀있진 않겠지요.난 단지 저어기 저 물건을 좀 봤을뿐이라오"


그루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가리킨 곳엔 전신을 비추는 거울이 놓여 두 사람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아고..그럼 지금까지 다보고 계셨던건가요?"


"그렇소이다.나를 구하러왔다면 그렇게 즉흥적으로 공격하지는 않겠지?"


"하하~이거 쑥스럽네요.사실 전 제 동료를 구하러 왔어요.물론 당신도 구해야 할 사람 중 하나이긴 했죠"


"왜 그렇지요?"


"제 동료가 서큐버스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날개의 비밀을 알고 싶었거든요.그리고 그보다..음..믿으실진 모르겠지만"


"부담 갖지 마시오.난 이 세계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알려져 있지만..다른 세상에 대해선 아니라오.당신의 이곳 사람이 아니지요?"


"에이 뭘..겸손하신긴..네?뭐라고요?제가 여기 사람이 아닌걸 어떻게 아신건가요?"


"이곳은 게임 속이라는 말이지요?"


순간 현우는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것처럼 정신이 혼미했다.


♤♤♤♤


드와트가 입에 손을 가져가서 신나게 기침을 해대더니 콜록거리며 방 문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거 큰일이군.큰일이야.조각상에 균열이 생겼버렸군.밖에 누군가 있으면 어서 이것 좀 들어주시오.다 쓰러지게 생겼어.어헛~"


다급한 소리에 문 앞을 지키던 두 명의 경비병들이 서둘러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그런데 드와트가 얌전히 서서 상자만 매만지고 있는게 아닌가.


경비병들은 조각상이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다 공중에서 날아든 은색 단검에 맞아 순식간에 형체가 펑하고 사라져 버렸다.


주인을 잃은 갑옷만이 바닥에 떨어져 외로이 굴러다녔다.


"엘르~감옥에서 말한 물약은 가지고 있는거지?"


그레이가 자신보다 훨씬 작은 갑옷들을 집어들고서 엘르를 바라봤다.


"다크엘프의 은신술은 강력하지만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네.중요한 순간을 위해 남겨놓았는데 지금이 그 순간이군.두 번, 아니 세 번 정도 나눠마실 수 있는 양이야.자~여기"


그레이는 물약을 먹는게 영 탐탁치 않았다.감기약도 잘 안 먹는 그레이인데 정체도 모르는 물약을 먹게 될 줄이야.


노란색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입가에 가져가자 달콤시큼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에이~지금은 어쩔 수 없어'


그레이가 눈을 딱 감고 물약을 마시자 노란 액체가 목 구멍을 타고 흘러 온 몸에 찌릿한 흔적을 남겼다.


"좀 어지러울꺼네.하지만 조금 지나면 오히려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지"


그레이는 정말로 투명하게 될지 의심하면서도 열심히 자신의 손가락을 이리저리 쳐다봤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엘르의 말처럼 정신이 서서히 맑아지더니 손가락을 타고 팔 전체가 눈 앞에서 투명해졌다.


그레이가 신기해 고개를 들자 그레이를 따라 물약을 마신 디아도 눈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갔다.


"세 명이 나눠 먹으니까 지속 시간은 길어야 1시간!그 안에 필요한 물건들을 찾고 출구까지 찾아야 하네.자신 있는건가?"


거의 사라지고 남은 손으로 그레이는 긍정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런데 드와트는 왜 아직 물약을 안 먹는거야?"


"남은 물약이 너무 적어.그리고 아직 적당한 때도 아니고"


물약을 먹고 사라진 두 명을 제외하고 이제 방 안에 남겨진 사람은 드와트와 엘르뿐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죠?바로 출구로 갑니까?"


드와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안절부절 못했다.


"잠깐만요"


어두운 방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속닥거리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그리고 드와트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레이의 목소리가 어둠을 뚫고 흘러나왔다.


"다크매터로 연락하보니 운 좋게도 현우가 그루를 찾은 모양이에요.이제 무기만 잘 찾아주면 될 듯해요.현우에게는 무기를 찾는 즉시 건물의 중앙 광장으로 오라고 했어요.동서남북 어디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이죠"


"그거 다행이군.그럼 우리도 중앙으로 가는건가?"


"아니오.우린 다른 곳으로 갈껍니다.드와트를 미끼로 삼아.."


"뭐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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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이소설의 끝을 써보려 해 18.03.30 123 1 13쪽
62 62화.진실 18.03.29 77 0 8쪽
61 61화.열쇠 18.03.29 83 0 7쪽
60 60화.조용한 동굴 18.03.28 69 0 8쪽
59 59화.짧지만 긴 여정 18.03.28 63 0 8쪽
58 58화.당신이 가고 싶은 곳 18.03.15 59 0 7쪽
57 57화.비밀의 방 18.03.14 61 0 11쪽
56 56화.결전의 순간(III) 18.03.13 58 0 15쪽
55 55화.결전의 순간(II) 18.03.12 70 0 12쪽
54 54화.결전의 순간(1) 18.03.07 68 0 10쪽
53 53화.붉은 불꽃과 하얀 봉 18.03.02 62 0 10쪽
52 52화.숨겨진 칼날 18.02.26 65 0 13쪽
51 51화.군주 18.02.14 73 0 9쪽
50 50화.격전 속으로 18.02.09 61 1 10쪽
49 49화.뜻밖의 소식 18.02.02 56 0 8쪽
48 48화.위기 18.02.01 61 0 8쪽
47 47화.혈투 18.01.18 55 0 8쪽
46 46화.트라우마 18.01.17 64 0 6쪽
45 45화.비밀통로 18.01.15 69 0 7쪽
44 44화.좀비들의 습격 18.01.12 56 0 9쪽
43 43화.그림자 부대 18.01.11 79 0 8쪽
42 42화.비밀을 아는 자, 그리고 어둠을 이끄는 자 18.01.09 67 1 10쪽
» 41화.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18.01.07 68 0 8쪽
40 40화.탈출 1단계 18.01.05 89 0 10쪽
39 39화.탈출전야 18.01.02 84 0 10쪽
38 38화.또 하나의 기술자 17.12.29 67 0 10쪽
37 37화.혈투 (feat.노란 눈동자) 17.12.28 66 0 9쪽
36 36화.내꺼야! 17.12.26 99 0 10쪽
35 35화.기습 뒤에 숨은 그림자 17.12.24 65 0 9쪽
34 34화.85번 방 17.12.21 7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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