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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만난 데스 나이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안개눈물
작품등록일 :
2017.11.01 16:15
최근연재일 :
2017.12.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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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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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人 - 1

DUMMY

- 한번쯤. 네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


인적이 드문 산 속. 민호는 괴물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염소와 사자. 용의 머리를 하고 뱀 꼬리와 날개를 가진.


[ 이름 : 없음 ]

[ 호칭 : 키메라 ]

[ 근  력 : 3급 ]

[ 반사신경 : 5급 ]

[ 순발력 : 5급 ]

[ 방어력 / 저항력 : 5급 / 3급 ]

[ 에너지 등급 : 3급 ]

[ 에너지 종류 : 마나 ]



"키메라."


- 사람들은 흑마법사가 죽음과 악마들의 힘에만 미쳐 있다고들 생각하지. 반대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삶. 생명에 집착했다. 더 강인한 육체. 죽지 않는 몸과. 불멸의 영혼! -


- 언데드는 죽음의 힘을 다루려고 만든 게 아니었지.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임시방편. 키메라나 라이칸스로프, 흡혈귀 역시 숱한 실험이 낳은 부산물이다. 추악한 몸부림은 또 다른 악을 낳았다! -


"....."



데스 나이트. 오탁에 물든 힘에 의해 안식과 명예. 자유를 박탈 당한 기사. 태명은 증오를 씹어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 너는 생명의 힘을 다룬다. 언뜻, 흑마법사들이 다뤘던 죽음의 힘과는 정 반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동전의 앞 뒷면에 불과하다. 때문에 나는 걱정된다. 자칫, 너 역시 힘에 취해 흑마법사들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


"절대. 이따위로는 안 해요. 만약 제게 그런 낌새가 보이면 정신 차리게 꿀밤이라도 먹이세요."



굳이 드루이드 마법의 한 갈래인 '교감'을 쓰지 않더라도. 민호는 선명하게 느꼈다.



- 크르륵...


"괜찮아. 괜찮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적으로 으르렁 거리지만, 상처 입은 야수의 호소에 가깝다. 포악한 증오를 흩뿌리고 있지만, 방향성이 없다. 민호는 억지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거리를 두고, 부드럽게 생기를 흘려보낼 뿐.



'괴로워 하고 있어.'



흉악한 외형에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역겹다. 키메라가? 아니. 이 키메라를 만든 흑마법사가 역겹다.


육체 내부부터 생기에 이르기까지 여실히 느낄 수 있기에. 녀석이 어떤 '공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짐작된다. '강해진다'는 단 한가지의 목적만을 위해 다른 모든 건 깡그리 무시한 채 육체도. 영혼도 난도질 당한 키메라의 눈망울에. 턱. 숨이 막힌다.



'일제, 나치 같은 놈들.'


- 유산과 함께 이들을 계승했을 때. 나는 안식을 주려 했다. 하지만 살고자 하는 본능이 고통 보다 앞서 있더군. 결국 아공간에서 쉬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는게 옳을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


"이들이라면. 더 있어요?"


- 많다. 언데드 계통은 고통받을 일 없겠지만. 생물 계통은... -



따로 말을 들어보니 리치나 데스 나이트를 제외한 언데드는 영혼이 없단다.



"더 열심히 수련할 이유가 생겼네요."


- 그게 무슨 말이지? -


"이런 편법에 빠지지 않고도 제 한몸 잘 지키려면 지금 보다 더 열심히 해야할 거 같아서요."


'경지가 아주 높아지면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르고.'



아직은 미지의 영역. 때문에 민호는 말을 아꼈다.



* * *



다음날 새벽. 마차 기준으로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민호는 쉬고 있는 판터에게 다가가 양동이를 내려놨다. 마차에서 키운 인삼과 수박. 특식이다.



- 푸륵.


"많이 먹어."



먹성 좋은 판터가 허겁지겁 먹이를 먹는 사이, 민호는 뻣뻣한 털가죽을 빗질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과 호흡을 맞춰가며 선공을 운용했다.



- 두근 두근두근!

- 드드득...



힘차게 뛰는 심장 소리가 느껴진다. 꿈틀 거리는 근육의 움직임도. 인대나 연골의 소리도. 강물처럼 흐르는 혈액도. 모든게 손에 잡힐듯 느껴진다.


'교감'


거기에 드루이드 마법을 더하자, 판터와 자신이 하나 되었다. 고즈넉한 풀 벌레 소리. 새벽녘 이슬을 머금은 잎사귀. 숨 쉬는 땅의 흙내음. 모든게 기분좋게 느껴져 오감이 즐겁다. 말 발굽으로 땅을 밟는 느낌과 꼬리 움직임이 낯설면서도 익숙해 묘하다.



"... 아."


'깜빡 졸 뻔했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양동이는 텅텅 비어 있었고, 판터는 민호의 손바닥을 핥고 있었다.



"내일 한혈마 사고 나면 풀어주려고 했는데 안되겠어. 정 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풀어줘야지."



민호는 선공과 교감 마법을 풀지 않은 채 보조로 익힌 신성 마법까지 더했다. 골격, 혈관은 더 튼튼히. 감각은 더욱 예민하게. 근육은 더 밀도 있게. 인대와 힘줄은 질기면서도 유연하도록. 폐를 비롯한 호흡기관과 심장 역시 더욱 큰 힘을 낼 수 있게! 뇌와 생기를 자극해 활성화 시키고, 털과 가죽, 내장도 돌봤다.


타고난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고, 살짝이나마 진화의 길을 터 주는 행위. 내키는 대로 자르고 이어 붙여 프랑켄슈타인 괴물을 만든 흑마법사의 '강화'와는 완벽하게 다른 개념이다. 판터가 민호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편안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단적인 증거.



"윽... 큼. 사람 손에 잡히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어. 알았지?"


- 푸르륵!


"아이고 죽겠다. 잠깐만 쉬자."



엉덩방아를 찧으며 대자로 뻗은 민호는 끙끙 거리면서 숨을 몰아 쉬었다. 마치 눈 앞에 방송용 조명이라도 들이댄 것처럼 모든게 하얗게 번져 보였다. 속도 울렁 거린다.



- 닦아라. 코피난다. -


"아이고. 아휴. 으휴... 끄응."


- 자연 마법과 선공이 일정부분 겹쳐지고, 선공과 신성 마법이 일정부분 유사하다고는 해도 셋을 동시에 운용하는 건 무리다. 이 정도 내상에서 그친게 다행이야. -


"그러... 게요. 으. 두개씩은 잘 됐는데. 히히. 그래도 판터 떠나 보내는데 마지막 선물 정도는 줘야죠. 모처럼 자유의 몸이 되는건데 사람 손에 잡혀서 덜컥 전쟁터에 끌려가면 안 되잖아요?"



시꺼멓게 죽은 피를 닦아내면서도 민호는 씨익 웃어 보였다.



"죄송한데. 저 꼼짝도 못하겠거든요? 마차 안에서 며칠 요양할 테니 제 대신 얘 좀 풀어주고 오실래요?"


- 새로운 말은 내일 사는 것 아니었나? -


"하루 정도는 경신술 수련하는 셈 치고 걸어가죠 뭐."


- ... 알았다. -



민호는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판터를 데리고 사라지는 태명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도로 누웠다.


"별 참 많네... 짜식. 펄펄 뛰어 다니면서 잘 살겠지? 아야야."


야밤에 대자로 누워 실실 웃는 사람! 누가 보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았지만, 민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 * *



"천사들로 만든 키메라도 있다고요?"


- 아주 오래 전. '눈부신 비명의 시대'에 만들어진 키메라다. 이곳 표현으로는 이이제이라고 하던가? 신성력을 신성력으로 막자는 발상이었다. 이곳에 와서도 영물들로 키메라를 만들었지. -


"영물... 아. 설마 수백년간 영물, 영초가 코빼기도 안 보였다는 게 사냥 당해서였어요?"


- 그렇다. 또는 반대로 우리들이 만들었던 키메라가 요괴나 영물로 잘못 알려진 경우도 있지. -



경신술을 응용해 빠른 속도로 고개를 넘어 가는 와중. 민호와 태명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키메라가 꽤 많은 거 같은데 먹이는 어떻게 해결했대요? 아공간에만 뒀나요?"


- 실험에 실패하거나 썩 만족스럽지 못한 키메라들을 먹이더군. -


"아 씨. 뭐 그딴... 응?"



뭔가 이상하다. 흑마법사들의 고향인 판타지 대륙에서야 몬스터가 득실 댔겠지만 이곳은 무림. 영물이라면 손에 꼽고, 맹수들은 몬스터 보다 한참 약하다. 그런데 키메라를 먹이로 줘?



'그 말은 여기 와서도 키메라를 계속해서 '많이' 만들었다는 건데. 설마?'


- 아주 혹가다. 실수인지 기적인지 모르게 뱀파이어, 라이칸스로프처럼 독립된 '종'이 탄생한 경우도 있었지. 대부분 흑마법사들이 멸종시켜 버리고 말았지만. -


"잉? 지들이 만든 건데 멸종을 시켜요?"


- 리치들의 질투. 이미 죽어 뼈다귀만 남은 자신들과 달리 불완전하나마 영생을 누리는 피조물에 대한 원망이 척결의 이유였다. 아크 리치니 천년의 마법사니 떠들어 대도, 어린아이 처럼 속 좁은 것들이었지. -


'그럴거면 애초에 만들지 말든가. 뭔 병신 짓이여?'



황당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게 하나.



"단비 같네요."


- 단비? -


"그런게 있어요. 단비 영웅이."


[ 뿌애애앵! 단비꺼야 단비꺼! 단비꺼란 말이야! 우와아아악! 악악! ]



12등급 빼액 주의보. 마구 흔들다 뚜껑 연 콜라 거품처럼 펑펑 치솟는 스트레스!



'둘리도 그렇고 톰과 제리도 그렇고. 다 악동들이 멀쩡한 집안 난장판 만드는 내용인데 어릴 때는 왜 그런 만화가 재밌었는지 모르겠단 말야?'


- 그러고 보니 신기한 일이다. 원래 신성 마법은 신성력 외에 다른 기운으로 펼치면 그 효험이 반감되기 마련인데. 네 힘은 신성력도 아닌데 어쩐 일인지 배가 된다. -


"절 이곳으로 보낸 신 한테 쥐꼬리만한 마지막 양심이 남아 있었다거나? 아니면 이곳으로 보내질 때 저한테 가해졌던 신의 힘 덕분에? 뭐...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몰라도 좋은 게 좋은 거겠죠."



그렇지 않아도 골치 아픈 일이 수두룩 빽빽인데 수수께끼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던 민호는 대충 넘겼다.



"저녁 되기 전에 마을이 나올까요? 오랜만에 편하게 사 먹고 싶네요."


- 마차 생활 덕분에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이라고 좋아하지 않았나? -


"에이... 이왕 요리해 먹는 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해서 좋아라 했던 거죠. 집밥 백선생님도 제일 맛있는 라면은 남이 해주는 라면이라고 했단 말이에요."



1인 가구나 자취생 필수품 김! 라면! 스팸! 요리를 못해서 인스턴트만 찾는게 아니다. 귀찮으니까 찾는 거지.



"준비, 손질, 요리,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까지 하면 1~2시간 정도는 월급 통장 잔고처럼 앗 하고 사라져 버린다니깐요?"


- 또 알다가도 모르겠는 말을... 음. 멈춰라. -


"네?"


- 저기. 비탈길 위에 8명이 숨어 있다. -


"들켰다! 빨리 내려가!"

"이야아아아아!"

"와아아아! 어이쿠!"


"와. 드디어 산적 만나보네."


'근데... 산적이 맞나?'



거의 구르듯 비탈길을 내려오는 8명의 산적들은 거지 꼴을 하고 있었다. 손에 무기를 쥐고 있지만 않았다면 딱 개방 출신으로 오해하기 좋을 정도로.



"뭐야. 웃통 까고 막. 호랑이 가죽 뒤집어 쓰고 막. 장비 턱수염에 울퉁불퉁 근육질 팔뚝에 댑빵 큰 칼 어깨에 턱 걸친 모습이 아니잖아?"


"우리는 녹림 18채 중 14채 휘하..."


"억! 심지어 녹림이었어?!"


"뭐, 뭐여."



화들짝! 민호가 너무 크게 놀라니까 되려 산적들이 더 놀랐다.



[ 이름 : 왕치 ]

[ 호칭 : 녹림호걸 (자칭) ]

[ 근  력 : 8급 ]

[ 반사신경 : 9급 ]

[ 순발력 : 9급 ]

[ 방어력 / 저항력 : 9급 / 9급 ]

[ 에너지 등급 : 8급 ]

[ 에너지 종류 : 기 ]


'이놈들도 내 성적표랑 비슷... 이 아니라. 호칭이 자칭이잖아?! 그래도 되는 거야?'


- 처리한다. -


"잠깐 스톱!"



공격 하려는 태명을 급히 말렸다.



- 왜 그러지?


- 뭐랄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서요. 일단 대화라도 해보고 결정하는 게 어떨까요?


- 알았다.



상단전이 열리고. 선공과 드루이드, 신성 마법을 익히고 있는 민호의 느낌은 단순한 감이 아니다. 태명은 앞으로 뛰쳐 나가려다 말고 멈춰섰다.



"산적 아저씨. 하려던 말 해 주세요."


"어. 어어... 그래. 여 앞에서부터는 길이 험해지는데다 맹수도 많다. 초행길이라면 우리가 안내해줄 테니 쌀이나 돈을 내놔라!"


"....."


"그... 옷이나 면포도 받는다. 흠흠."


"대장! 지금 대체 뭐라는 거요?"



그나마 농기구가 아닌 제대로 된 무기를 가진 아저씨 한명이 왕치의 어깨를 툭 쳤다.



"약재부터 없냐고 물어야지 옷은 뒷전이요!"


"아 맞다. 약재가 있다면 특별히 마을 근처까지 호위해주겠다!"


"허 참."


'동네 모자란 형들 같은데. 정말 개방 아니고 녹림이 맞나?'



이 황당한 산적들을 바라보는 민호의 표정은, 고등학교 시절 모의고사 필적 확인란에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다'를 봤을 때 표정 그대로였다.


작가의말

건강하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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