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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만난 데스 나이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안개눈물
작품등록일 :
2017.11.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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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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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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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당장 내다 버려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만큼 고물인 마차와 날렵한 체형의 한혈마. 마치 낡은 고시원에 살면서 차는 람보르기니를 끌고 다니는 사람처럼 이상해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민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점심도 다 됐는데 좀 쉬었다 갈까 볼트야?"


- 푸르륵.


"그래! 밥 먹고 가자!"



윤기나는 검은색 몸체에 이마부터 콧등까지 하얀색 털이 나 있는 한혈마 볼트. 딱히 우사인 볼트라는 이름 때문에 흑마를 고른 건 아니고, 금색과 붉은색에 가까운 갈색은 너무 부담스러워 무난한 흑마로 골랐다.



"볼트가 마차를 끄니까 빠르긴 빠르네요. 그렇죠?"


- 확실히. 중간중간 멈춰 서는 일이 늘었는데도 꽤 빠르군. -



태명을 잘 구슬려 시간을 왕창 번 민호는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됐다. 마차 안에서는 차분히 실험과 수련에 집중했고, 마차 밖에서는 여유있게 이 시대의 풍경을 구경했다.


까마귀를 보내 주요지점 좌표들을 얻고. 종종 편안한 자세로 명상에 심취하는가 하면 선공으로 자신의 몸을 관조 했다. 그 외에도 드루이드 마법으로 자연과 함께 호흡해 보는 등. 마차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늘렸다.


또한 작은 마을이든 큰 마을이든. 일단 사람 사는 곳에 도착하면 무조건 마차에서 내려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들의 언행을 관찰하고. 음식을 따라 먹어보고. 대장간에 들려 어떤 도구와 무기를 쓰는지도 살펴봤다.



'나름 재밌는 생활이긴 한데... 컴퓨터 게임이 그립네. 엄마 아빠는 잘 계시려나?'


"쩝. 잊자 잊어."



때때로는 게임이나 피자, 콜라, 아이스크림 같은 게 사무치게 그립긴 하지만. 생각해봤자 아쉬움만 커질 뿐이다. 민호는 고개를 휘휘 내저어 잡념을 떨쳤다.



- 네가 마차에 한번 들락 거릴때마다. 마법 수준이 높아져 가는 게 느껴진다. 수명을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닌가? -


"에이... 저라고 파릇파릇한 청춘 다 날려 먹고 싶겠어요? 적당껏 조절해 쓰지 펑펑 써재끼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산삼 같은 걸 묵힌다거나 동물들 품종개량 및 진화시킬 때. 세대를 빨리 건너뛰려고 시간을 과감히 조정하기는 하지만 그건 다른 장소. 민호 본인이 머무는 곳의 시간은 적당히 3~5배 사이로 맞춘다.



- 음?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에 성취가 빠른 것 아니었나? -


"리치들은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무작정 오래 붙들고 있었나봐요?"


- 물론이다. 그들에게 가장 풍부한 자원이 시간이었으니까. -


"쯧쯧쯧. 인생이 심즈인 줄 아는 사람들이 또 있었네요."


- 심즈? -



심즈라는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책상 앞에만 앉혀 놓으면 시간 만큼 자동으로 지식이 는다.



"우리 동네에서도 그런 게 되게 흔했거든요. 학생들 학교에 붙잡아 놓고 무조건 야간강제 학습 시키면 '띠링~ 지식이 1 늘었습니다.' 하면서 똑똑해지는 줄 알아요. 교육을 심즈로 하는 양반들 같으니!"


'직장에서도! 재깍재깍 정시 퇴근 시켜줄 것이지 말야. 마냥 직장에 붙잡아 두고 시간만 죽치게 하면 일이 되는 줄 안다니깐! 으이구!'



구글을 비롯해 여러 혁신 기업들이 증명해 냈듯.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이라도 푹 자게 해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내겠지.



- 짧은 시간에 그만한 성과를 냈다면. 영약을 수시로 복용했나? -


"그렇게까지 짧은 시간은 아닌데... 어쨌든. 영약이나 시간 보다도 환경 덕을 많이 봤어요. 마차 안에 밀림도 있고 바다도 있고. 다양한 '자연'이 있잖아요? 드루이드나 선공 익히는 데에는 딱이라고요."


- 그렇군. -



대학자 맹자의 부모님도 좋은 공부 환경을 위해 세번이나 이사했다지 않은가? 이것은 마치 수학 공부를 하고 싶은데 바로 옆에 수학의 정석이 있는 셈이요 게임을 잘하고 싶은데 옆집 사는 형이 프로게이머인 것과 마찬가지! 상단전과는 별개로, 실력이 일취월장 할 수밖에 없었다.



"아예 쉬는 김에 좌표작업 좀 할게요. 망 잘 봐주세요."


- 안심해라. -



땅바닥에 철퍼덕 앉은 민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페어리와 교감을 시작했다. 저 멀리. 걸어서 가려면 열흘도 더 걸리는 곳에서 쉬고 있던 까마귀 한마리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 오른다.


물론, 까마귀를 보내면 마차로 이동하는 것 보다 더 빠르긴 하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좌표를 얻는 건 마차 밖으로 나와 꼼짝없이 집중해야 해, 번거롭고 시간이 든다. 득 보다는 실이 더 많은 작업. 그래도 민호는 직접 가는 것보다 까마귀를 택했다.



'공동파랑 곤륜파가 귀주성의 성도 귀양 근처에 새 둥지를 틀었으니까. 우리는 이대로 중경을 거처 호북으로 가야지.'


1차 목적지인 곤륜파가 귀주성에 있는데. 정작 민호는 귀주성에 갈 생각이 없다. 도사 정민호의 이동경로와 무영신투의 활동반경을 분리 시키려는 속셈 때문!


'곤륜파에 거궐검 떨군 다음은 청성파에 비류보법 진본을 떨구자. 우리는 동쪽으로 가는데 무영신투는 남~서쪽에서 노는 거야. 헤헤. 감쪽 같이 속겠지?'


- 까악.


그렇게. 까마귀는 오늘도 남쪽을 향해 날았다.



* * *



중경시는 사천에서 동쪽, 귀주에서 북쪽에 있는 곳. 한국 보다 약간 작은 면적을 갖고 있는 땅이다. 성도 아니고 시가 한국보다 약간 작은 정도라니.



"대륙 스케일은 참. 매번 놀랍다니까."


- 이 정도면 자작령 수준이군. 물론, 건물 같은 건 일개 해적섬 만도 못 하지만. -


"....."


'하여튼 대륙인들이란.'



겉으로 말하면 한대 얻어 터질까봐 속으로 삭였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개막장이 돼버린 몽골 지도를 보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었지. 도대체 어떻게 돼 먹은 동네에서 온 거람?'


- 잠깐. 저 앞에 누군가 있다. -


"누구..."



민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관도 옆 풀숲에서 인영 하나가 튀어나왔다. 몇번 데구르르 구르다 벌떡 일어선 정체 불명의 남자는 민호를 향해 뛰어왔다.



- 처리한다. -


"잠깐! 스톱!"


- 악의가 느껴지지 않아요.



성급히 손 쓰려는 태명을 말리는 사이 접근한 사내는 덥썩. 민호의 양팔을 붙잡고는.


"싸, 쌀 좀 주시기 바랍니다!"


구걸부터 했다.



"허허허..."


'무슨 북돼지 김정은도 아니고. 다들 만나자마자 쌀 달라고 난리들이야?'



퀭한 눈. 가뭄의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다 못해 찢어진 입술. 쑥 들어간 볼! 척 봐도 굶주림에 눈이 돌아가버린 상태다. 문득, 여행 초기에 굶어죽을 뻔했던 경험이 기억나 마음이 짠해진다.



"밥 줄 테니까 일단 이것 좀 놓고..."


"정! 정말 주시렵니까? 쌀... 쌀 주시는 거이 맞습니까?"



덜컥덜컥. 잔뜩 흥분한 사내는 눈에 핏발까지 세워가며 무섭게 민호를 흔들어댔다.



"아저씨? 제가 요리 할 동안 이 분 좀 잠재워 주세요."


- 퍽!


"싸. 하알..."



목덜미를 얻어맞고 기절하면서도. 끝까지 쌀을 부르짖는 거지 몰골의 사내. 민호는 작은 한숨과 함께 마차로 들어갔다.



* * *



민호는 빈 그릇을 정리하며 사내를 살폈다. 옷은 흙먼지로 엉망진창 이었지만 묵은때 타지는 않았고, 군데군데 찢어진 곳에 핏자국이 묻어 있다.



"후우우. 이토록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봅니다. 이거, 염치도 없이 너무 많이 먹은 게 아닌지..."


"반나절 거리에 마을이 있으니 괜찮아요. 식량은 거기서 또 사면 되죠."


"그렇습니까? 제가 지독한 길치라. 근처에 마을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길치?"



민호는 슬쩍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포장도로 수준은 아니지만. 척 보기에도 '도로'라는 것 쯤은 알 수 있게끔 길이 나 있었다. 심지어 사람들 발자국에 수레바퀴 자국까지!



"흐음."


"지독한. 예. 정말 지독한 길치라..."


"그래요? 실례 되지 않는다면 혹시 뭐 하시는 분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 또래 같아서요."


"....."


"저기요?"


"아 네! 뭐 하는 사람이냐고 하셨습니까? 저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음. 음. 보급관 입니다. 예. 전선에 쌀을 대는 보급관 안기모라고 합니다. 발령지로 이동 중에 그만. 악적들을 만나는 바람에 가진 걸 몽땅 다 잃고 산을 헤매게 됐습지요."



급식 담당 안기모. 민호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안기모 씨. 앙 기무띠랑은 무슨 관계시죠?"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민호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싫어하던 말인 터라. 저도 모르게 불쑥 사상검증(?)이 튀어나갔다. 민호는 차분히 머리를 식히며 정보창을 띄웠다.



[ 이름 : 안기모(자칭) ]

[ 호칭 : 오랑캐 ]

[ 근  력 : 7급 ]

[ 반사신경 : 6급 ]

[ 순발력 : 7급 ]

[ 방어력 / 저항력 : 8급 / 6급 ]

[ 에너지 등급 : 6급 ]

[ 에너지 종류 : 기 ]


'뭐여? 절정 급 스팩이잖아?'



안기모라는 이름이 가짜인 거야 예상 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쫄쫄 굶고 다니다 처음 본 사람한테 쌀 달라는 사람이 절정무사 급 실력을 갖추고 있을 줄이야.



'나랑 비슷한 또래에 절정무인이면 거의 구파일방에서 각 잡고 제대로 키워 낸 차세대 문주인데. 게다가 호칭이 오랑캐? 좋아. 마음에 쏙 드네.'



오랑캐는 멸시를 담은 호칭이지만 민호는 개의치 않았다. 피노키오 따귀 후려갈길 정도로 콧대 높은 게 한족이니까. 고려 역시 동이족이라 부르지 않던가?



"어찌 되었든.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어때요? 다음 마을까지만이라도 함께 가요."


"마을... 말씀 이십니까?"


"네. 저는 산 속에서 도 닦다 이제 갓 세상 구경을 나온 사람인데. 이 친구는 묵언수행 중이라 영 심심해서요. 그러지 말고 같이 가요."


- 묵언수행?


- 아저씨 인공 성대 목소리를 감춰야죠. 갑갑하더라도 남들 앞에서는 참아 주세요.


- 그다지. 이정도로 갑갑하지 않다.



인공 성대 자체가 마법 물품. 이렇듯 전음 비슷하게 메시지 마법을 보내는 것이나. 음성으로 말하는 것이나. 태명에게는 큰 차이가 없었다.



"어때요? 함께 가실래요?"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하루라도 빨리 전선에 가야만 합니다."



거의 다 들통 났다는 건 꿈에도 모르는지. 웃기지도 않는 보급관 핑계를 계속 댔다.



"정 그렇다면 하는 수 없고요."


"성함을 알려 주십시오. 언젠가. 오늘의 은혜를 꼭 갚겠습니다."


"저는 정민호라고 해요."


"정 민자 호자...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한혈마를 끌고 다니는 도사님이라면 찾기 쉽겠지요? 어디에 계시든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하하하하."


"네."


'요것봐라? 한혈마를 단번에 알아보네.'



민호의 눈이 반짝인다. 구파일방 대부분이 산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그쪽 소속이라면 한혈마를 단번에 알아볼 턱이 없다. 거지 꼴을 하고 있다지만 말투도 예의 바르고 옷도 재질 자체는 고급인 걸 보면 개방도 아니겠지.



'남은 건 오대세가인가? 오랑캐 소리 들을만한 오대세가가...'


- 휘이익!


"이런!"



어디선가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에 호방하게 웃으며 작별을 고하던 안기모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진다.



- 휘이이익.

- 휘익!



"벌써 쫓아왔나? 은인!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아까 말한 악적이 쫓아왔어요? 그럼 같이 도망가요."


"한혈마가 명마긴 해도 마차에다 저까지 셋을 달고는 저들을 뿌리치기 힘들 겁니다. 저는 여기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다 도망칠 테니 은인 께서는 어서!"



허리춤 안쪽에 숨겨 둔 검을 꺼내들며 다급하게 말하는 안기모를 보며. 민호는 씨익 웃었다.



"인성 합격."


"예...?"


"은혜 갚는다고 하셨죠? 나중에 딴 말 하시면 안 돼요. 아셨죠?"



찡긋. 익살스럽게 윙크하는 민호 옆으로.


- 아저씨. 부탁 좀 드릴게요?


- 알았다.


데스 나이트.

태명이 나섰다.


작가의말

무협지마다 경지를 구분짓는 척도가 다르더군요.

저는 다음과 같은 척도를 사용하겠습니다.


3류 - 2류 - 1류 - 절정 - 초절정 -(환골탈태)- 화경 -(환골탈태)- 현경 - ???



즐거운 주말. 건강 챙기시길 바라며.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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