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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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7.11.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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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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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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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판타지, 34화

DUMMY

<뇌쇄>


인간이라는 종족은 매우 폐쇄적인 종족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약한 동물에 속하고.

아이를 육성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른 동물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약하기 때문에. 겁이 많기 때문에.

인간은 새로운 것과 다른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질적으로.

글루디아 대륙에는 여러 타 종족들이 있으며.

지구와는 또 다르게 그들은 지성을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문화도 가지고 있다.

그런 수많은 이 종족들과 언제나 적대적이거나.

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목과 협력의 관계가 계속 교차하고 있지만.

글루디아 대륙의 역사 속에서 인류가 타 종족을 뿌리 깊이까지 받아들인 적은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공존’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인류문명의 발전 정도가 낮아 그 활동영역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과.

타 종족들이 소수이며 그 활동영역이 인간들과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활동영역’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범위가.

아직까지는 분명하게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



현자(賢者)

오랜 예전에는 지금과는 분명 다른 뜻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한 번 언급한 바와 같이 재앙이나 재해와 같은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왕의 직속기관으로 존재한다.

왕의직속기관.

왕에게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보고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뜻하며.

자연적인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왕과 마주하는 자리도 잦다.

즉. 자신의 뜻을 왕에게 직접 피력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세상에서 ‘절대’에 가까운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자리는.

그 책임이 막중한 만큼.

예로부터 그 권한도 막강하다.

경우가 매우 많이 다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의 환관(宦官)들이라고 불린 존재들이.

그 나라에 권력의 중심이 된 이야기와,

그로 인해 그들이 휘두른 권력과 관련 된 이야기는 제법 흔한 역사에 속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이 필요할 때.

왕에게 ‘독대’를 신청할 수 있는 자리인 ‘파툼’(예언)의 권한이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만약 그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면.

그 나라에서 2인자라 불릴 정도의 위치는 차지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태양.

달.

별.

비.

바람.

구름.

대한민국의 고조선에 대한 문헌 중.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는 ‘단군신화’에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나온다.

운사. 풍사. 우사라고 표현했고.

단군이라는 호칭이 태양을 모시는 제사장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니까.

표현 방식에 약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인간들이 모여 나라를 세우고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먹을 것’

그것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농사’를 중히 여기는 것은 필연인 것이니.

이 농사와 관련 된 자연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숭배하는 것 또한 필연이다.

신전과는 또 다른 민속 신앙을 계승해온 자들.

그리고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전승해온 자들.

솔(태양)

루나(달)

스텔라(별)

임베르(비)

웬투스(바람)

누베스(구름)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들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매우 안타깝게도.

그들이 가진 권한과 힘은 모두 동등하다.

한 사람에게 권한이 몰리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분명 그러하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가 말해주듯.

하나로 집중되지 못한 힘은 언제나 파벌을 만들고.

협력과 배신을 반복하는 법이다.

현재 6개로 분할되어 있는.

헥사 아르스(6개의 권좌)

역시.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오랜 시간 유지되었던 균형의 추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이렇게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처음 뵙겠어요. 루나라고 해요. 진.”

너무도 달랐다.

아니.

“.....펠...레스?”

10년 후?

그 정도 기간 동안.

매우 좋은 방향으로 발육한다면.

그래 펠레스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네. 언제나 ‘어린 저’를 상대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세요. 후후후”

분명 닮기는 닮았지만.

너무도 달랐다.

185인 준걸과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키.

안겼을 때 안정감마저 느낄 수 있던 평평했던 곳은 폭발할 것처럼 부풀어 있었고.

그 아래 허리는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까? 싶을 정도로 잘록하다.

무슨 조명과 같은 밝은 달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이어진 골반라인과.

곧게 뻗은 다리의 선이....

힐을 신지 않았음에도 섹시하게 느껴진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불합리한 몸매에서 오는 충격과.

지금의 얼굴에 맺힌 미소가 합쳐지자...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여성의 외관적인 아름다움에.

모든 정신을 빼앗긴 준걸의 상태를 표현하기에는

뇌쇄(惱殺)되다.

그래.

지금의 상황을 표현하기 가장 적당한 단어처럼 생각되었다.

그것도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꽤 자신 있게 다짐했었던.

상대가 펠레스라는 것이 지금의 준걸을 더욱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준걸은 자신이 있었다.

길을 걷고 있을 때.

옆에서 어떤 여성이 스트립쇼를 시작해도.

처음에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시선을 주고.

단 1초의 시간 안에 눈을 땔 자신이.

보통의 남자들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준걸에게는 가능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여성의 몸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성 정체성이 잘못된 것도 아니지만.

외견이나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육체적인 매력 어필은 그에게 아무런 감흥도 되지 않으며.

엮일 일이 없는 여자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깝다고 까지 생각하는 준걸이다.

어머니의 교육에서 비롯된 여성에 대한 ‘차갑고 이성적인 생물.’이라는 이미지가 원체 강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나이까지 준걸이 동정인 이유일 수도.....

그런데.

20초.

대략 그 정도의 시간이다.

창가로 부터 뻗어오는 그 은은한 만월의 달빛이 비치는.

육감적인 몸매와.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펠레스에게 모든 정신을 빼앗겼던 준걸이 자신을 찾는데 필요했던 시간이다.

매우 짧아 보이는 시간이지만.

‘내가 여성의 외모만을 보고 마음을 빼앗기다니.’

준걸에게는 매우 이례적인 시간.

그 만큼.

지금의 펠레스는 매력적이었다.

계속 지켜보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굉장히 신선하네요. 진이 ‘저’를 상대로 그윽한 시선을 이렇게나 오랫동안 주다니.”

“그것도 그렇네.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야. 그 만큼 지금의 ‘네’가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뜻이겠지.”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외관에 빼앗겼던 정신을 수습하기에는.

오히려.

“...후후후. 칭..찬 고마워요.”

처음의 그 자연스럽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펠레스가 볼을 붉히며 말을 더듬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고.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났다면.

눈앞의 여인은 그저 ‘대화의 상대’의 조건에 충족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무슨 일이?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다니지만. 그쪽이 한 말을 들어보면. 너는 평소의 펠레스와 같지만 다른 존재라고 생각 되는군.”

잠시 말을 끊고.

지금의 펠레스가 느끼기에 매우 뜨겁고 강렬한 눈빛을 마주치며 준걸이 말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말해줄 것이 있어. 그 쪽이 동의했든 안했든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무엇이 어찌 되었든 명확한 사실 하나가 있지. ‘그 아이’는 지금의 내꺼야. 그 아이에게 직접 물었고 아이 스스로 나에게 대답한 사실이지. 그러니. 만약 네가 그 아이에게 부정적인 존재라면. 약속하지. 내 모든 것을 걸고 너를 배제하겠다고.”

진심이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 루나라는 여인이 펠레스에게 해가되는 존재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릴 것이다.

“........”

그런 감정을 읽은 것일까?

아니면 준걸이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루나는.

“후우우우.”

한숨을 쉬었다.

준걸이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담겨진 뜻이 너무도 분명하고 강했기 때문에.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이.

깨어있는 자신을 넘어서 튀어나오려는 것을 다스리기 위해서.

‘프네우마 프로미시오(영혼의 서약)’

루나 스피리투스인 자신에게 있어서 더 없이 소중한 맹세이다.

비록 지금은 ‘거짓’이지만....

분명 정신을 공유하는 펠레스가 느낀 것과 같은.

뭔가 가슴을 간질이는 아주 조금의 답답한.

그러나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이끌림이 너무도 강하기에....

그런 자신을 다스릴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루나가.

준걸과 눈을 맞추며.

조용하지만 의지를 담아.

“그 아이는 저에요. 그녀는 저를 알지 못하지만. 저는 그녀의 모든 것을, 모든 일들을 매일 지켜보고 있어요. 어린 모습에 저의 감정까지도 공유하고 있지요. 또한 그 대부분은 저를 완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자신의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말했다.

그런 간절함이 전해져 마음이 흔들렸지만....

“아직은 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데.... 그리고 완성이라는 말의 의미도...”

준걸은 이성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네요. 처음부터 이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어요. 저는 절대로 진. 당신에게 해가되는 존재가 아니에요. 그리고 펠레스에게 부정적인 존재도 아니죠. 오히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지금의 일 때문에 약해진 그녀를 제가 보호하고 있는 거예요. 저의 존재감을 상실해가면서까지... 물론 이런 모든 과정도. 저를 완성하는 과정이지만요... 그녀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제 말은 절대로 거짓이 아니에요. 그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루나 스피리투스’의 피를 계승한 존재에요. 거짓은 말하지 않아요.”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믿음을 가진 루나의 말에.

“일단은 믿도록 하지. 어차피 그 말을 믿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테니까. 그 부분은 넘어가고... 다음의 이야기를 듣고 싶군.”

준걸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그리고.

“흐으으음.”

아미를 찡그리며 생각에 잠기는 펠레스.

아마도 하려는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한 모습 같았지만....

‘정말로 아찔하군.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겠어.’

적응이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적인 마력을 자연스럽게 흩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을 뿌리치기 위해 준걸은 필사적이었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크게 심력을 소모하고 있는 준걸을 구원해준 것은.

준걸을 힘들게 만들고 있던 펠레스였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지 생각하느라 늦었네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로 서두를 열고.

그녀는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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