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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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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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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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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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사람들이 멍하니 TV를 보고 있자 권한율은 꺼버렸다.

“저긴 저기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우리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죠.”

“······마치 예측이라도 한 것 같군요.”

김수관은 기가 막힌 신음을 흘렸다.

권한율의 태도가 워낙 담담해서 돗자리라도 폈나 싶을 정도다.

혹은······.

“움직이지 마.”

대위가 벌떡 일어나면서 권총을 뽑아 권한율에게 겨누었다.

권한율이 어이없이 총구를 바라보자 대위가 빠르게 말했다.

“움직이면 쏘겠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마.”

“지금 뭔 헛짓하는 거야?”

“인간의 현대무기는 몬스터에게 통하지 않지. 하지만 헌터에게는 통해.”

대위는 차게 웃었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 헌터인지는 몰라도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총알을 피할 수는 없을 걸?”

권한율은 어이없이 김수관을 돌아보았다.

“이게 지금 한국 정부의 대답입니까?”

“박 대위, 총 내리게.”

김수관도 크게 당혹했지만 대위는 듣지 않았다.

애당초 그는 군인, 민정수석이 직속상관은 아니었다.

“이 놈은 너무 수상합니다. 풀어놔서는 안 됩니다.”

“뭐 이미 뽑은 총을 거둬봐야 내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나 들어보자.”

권한율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총구를 앞에 두고도 여유만만 한 태도, 대위는 멈칫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어디서 튀어 나온지 알 수 없는 놈이, 말도 안 되는 힘으로 드래곤까지 때려잡고 앞일이 어떻게 될지 이미 알고 있었다, 드래곤의 스파이가 분명하지.”

“사상 검증하겠다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오열하면 되는 시즌?”

권한율은 한숨을 쉬었다.

“고작 그런 얄팍한 근거로 나한테 총을 겨눴어?”

“혓바닥 놀려봐야······.”

“쏴.”

권한율은 한가롭게 말했다.

대위와 다른 둘은 귀를 의심했다.

“안전장치 풀었고, 손가락은 방아쇠에 걸려있네. 당기기만 하면 되는데 뭘 망설여?”

“총 내리게, 대위!”

김수관은 애가 탔지만 비무장인 데다가 거리가 있어서 행동으로 나설 수 없었다.

“이 거리라면 마력이고 뭐고 쓰기도 전에 총알이 네 머리를 관통······.”

“아, 수학 문제 내지 말고 그냥 쏘라고. 다만 그전에 하나 대답해봐라.”

권한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총을 쏴서 날 죽였다고 치자······. 그다음에는 어쩔 거야? 다음 대안은 있는 거겠지?”

“······.”

대위가 멈칫했다.

“이게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는 걸 방금 알았을 텐데?”

“······죽이지는 않는다.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토하게 해주지.”

“뭐 그래, 한국은 징병제 국가였지. 돈 줘서 애들 굴려도 모자랄 판에······ 무작정 불러와서 굴리는 동네였지.”

권한율은 실소했다.

“엎드려서 협조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압박해보시겠다?”

“계속 말장난을······.”

“안 당겨?”

대위는 순간 발끈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목표는 권한율의 종아리, 죽지는 않겠지만 고통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꾹!

하지만 방아쇠를 당겨도 꿈쩍하지 않았다.

꾹! 꾹!

대위는 경악해서 계속 방아쇠를 당겼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권한율이 염동력으로 방아쇠를 고정해버린 것이다.

“하, 진짜······.”

대위가 당혹하자 권한율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내가 높으신 분들이라고 하기에 나름대로 예의를 차려드리려고 했거든. 아, 당신들 개인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의 배경, 그러니까 국가를 대표해서 왔다는 점 때문이지.”

권한율은 짜증스럽게 일갈했다.

“나도 태극기에 경례하며 자라고, 어린 동생 놔두고 군대 다녀온 사람이야. 그래도 내가 태어난 땅이니 먼저 제안을 했는데······ 돌아오는 게 총알이라고?”

“대위, 이제 그만······.”

김수관이 말리려 하자 권한율이 손을 내밀어서 막았다.

“내가 어떤 놈인지 좀 보여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권한율은 담배를 피우면서 다리를 꼬았다.

“그렇게 쏘고 싶다니 이제 쏘게 해주지.”

권한율이 염동력을 풀어준 순간, 대위의 손가락이 드디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짧은 총성,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권한율은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던 김수관은 경악했다.

총알이 권한율의 앞에 멈춰 있었다.

권한율의 역장이 총알을 붙들어버린 것이다.

몬스터도 찌부러트리는 역장인데, 고작 총알 하나 못 잡을 리가 없잖은가.

“마, 말도 안 돼!”

대위는 경악하며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여섯 발 전부, 권한율의 앞에 가로막혀 있었다.

권한율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담배를 즐기고 있었고.

“허, 헌터라고 해도 이 거리에서는 총알에 대응할 수 없을 텐데? 대체······.”

“이론은 맞아. 총으로는 몬스터를 못 잡지.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건 헌터의 마력과 적성능력 뿐, 하지만 헌터도 총알에는 보통 대책이 없지······.”

기묘한 가위바위보 관계였다.

몬스터에게 냉병기, 현대화기는 통하지 않는다.

헌터만이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만 냉병기, 현대화기에는 취약하다. 자동소총, 네이팜의 불꽃에서 멀쩡할 헌터가 몇이나 되겠는가?

이 가위바위보관계에서······ 권한율만큼은 예외였다.

너무 압도적인 강자니까.

“하지만 나는 대책이 있지.”

권한율의 말이 떨어지자 총알들이 뒤돌아서기 시작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 기묘한 효과음과 함께 180도 돌아서는 총알들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김수관이 다급하게 말했다.

“궈, 권한율 씨! 알았소. 알았으니까!”

“아직 모르고 있는데?”

권한율이 싸늘하게 말했다.

“준 대로 돌려받을 각오야 했겠지.”

권한율이 역장을 풀자 총알들이 해방되었다.

“크, 크아아악!”

돌아온 총알에 꿰뚫린 대위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참혹한 광경에 김수관은 침을 꼴깍 삼켰다.

민정수석비서관, 대통령의 오른팔에 오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무서운 상대, 힘든 경우도 많이 겪어봤지만 이런 상대는 처음이었다.

“안 죽였으니까 데리고 돌아가세요. 뭐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군병원에서 알아서 하시고.”

김수관의 눈짓에 따라온 양복 둘이 얼른 대위를 부축해서 나갔다.

“······감사합니다.”

독대하게 된 김수관은 권한율이 봐줬다는 걸 알고는 고개를 숙였다.

권한율은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너무 태연해서 의심스러운가 본데······ 이 정도는 그냥 생각해보면 아는 겁니다. 서울에서 했던 것처럼 세계 각국을 습격할 거야 뻔한 이야기고, 오늘 아니면 내일 벌어질 일이었죠.”

“어찌······.”

“그놈은 즐기고 있으니까.”

권한율은 냉정하게 적, 드래곤을 분석했다.

“천천히, 느긋하게, 정성들여서 인류를 말살할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부하들이나 보내고 있지.”

권한율은 지옥에서 겪은 수많은 전투, 전쟁으로 이런 안목이 걸러져 있었다.

“······그 선언이 진심이라고요? 진짜로 70억 인류를 다 죽인다는 말입니까? 왜요?”

김수관은 허탈하게 물었다.

서울의 상황을 보고, 권한율을 찾아오면서도 그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아무리 상대가 강력한 드래곤이라고 해도, 70억 인류를 남김없이 죽이겠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대체 왜 그런다는 겁니까? 인류를 멸망시켜봐야 드래곤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을 텐데요? 교섭의 여지가······.”

“진심으로 그리 생각합니까?”

권한율이 따갑게 바라보자 김수관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머리로는 권한율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가슴 속에서는 거부하고 있었다.

인류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죽이겠다는 심보가 좀처럼 실감되지 않는다.

“대체 왜······. 차라리 노예로 삼겠다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을 죽여 봐야 아무런 득도······.”

“집에 바퀴벌레 나옵니까?”

권한율이 던진 말에 김수관은 신음을 흘렸다.

“······드래곤은 인류를 바퀴벌레라고 본다는 겁니까? 그래서 말살시키려고 한다고요?”

“차라리 그런 거라면 낫겠습니다. 그냥 그놈은 즐길 노리개가 필요한 겁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허상이나마 영상을 비추고, 자기에게 무릎 꿇는 사람들을 구경했지.

자비를 베푸는 척하다가, 짓밟아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동물 학대 사건들 있잖습니까?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잡아 죽이는 놈들이 뉴스에 나오는 거, 그런 경우랑 비슷합니다. 범인이 드래곤일 뿐이지.”

“······대체 앞으로 어쩌면 좋겠습니까?”

김수관은 진심으로 터놓고 물었다.

등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권한율이 방금 보인 퍼포먼스, 총알을 멈췄다가 돌려주는 건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수관은 헌터업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눈앞의 권한율이 범상치 않은, 전세계 헌터들을 통틀어도 1인자리라 직감했다.

그런 권한율이 앞으로의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예언하다니.

“내가 아까 요구한 권한을 줘요. 초법적인 권한, 내 마음대로 조직을 구성하고, 누구나 죽여도 되고, 무엇을 빼앗아도 되며, 거기에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을 것.”

“······그러면 드래곤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김수관은 간절했다.

권한율은 그런 김수관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잡을 겁니다. 단······ 그래도 사람이 많이 죽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덜 죽게 하고 싶다면 국가, 정부의 전면적인 협조가 필수입니다.”

“각하와······ 의논하겠습니다.”

김수관이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권한율에게 이런 초법적인 권한을 주는 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민정수석이 아니라 대통령까지도 탄핵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그걸 각오하고도 일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시간 끌 상황 아닙니다. 오늘 전 세계가 당했고,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최대한 빨리 결론 내리겠습니다.”

김수관으로서는 이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권한율은 그걸 알았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일단 이 자리에서 하나만 약속해주시죠. 내가 내일 안에 한국의 헌터들을 통합할 텐데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권력은 개입하지 마세요.”

“통합입니까?”

“경찰신고가 들어가건 뭐하건 무시하란 말입니다.”

김수관은 신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권한율은 담배를 테이블에 눌러 껐다.

“일단 이걸로 됐습니다. 돌아가서 되도록 빨리, 국가의 답을 가져와 주세요. 나한테 권한을 주면 싸울 거고, 아니라면 다른 나라를 알아볼 겁니다.”

권한율은 냉철하게 결론을 지었다.

“나도 여간하면 한국에 본거지를 두고 싶지만······ 지원 없이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김수관은 그저 머리만 숙였다.


김수관이 돌아가자 권한율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피곤하군······.”

오늘 사람들을 구하고, 스틸 와이번을 물리치고, 드래곤의 허상을 베었다.

그다음에는 헌터들에게 통합선언을 하고, 정부 요인을 만나서 협력을 요구했다.

고작 하루 사이에 다 해치운 것이다.

“하루······.”

그리고 드래곤도 하루 사이에 전 세계를 공습했고.

‘체스 같군.’

권한율은 담담하게 그리 생각했다.

권한율이 한 수를 놓으면 드래곤이 한 수를 둔다.

체스판에 마주 앉아 두는 건 오랜만이다. 그럴 역량이 되는 적은 갈수록 드물어졌으니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정이한이 들어왔다.

“보고 드립니다. 대장님.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아니, 그냥 생각.”

권한율이 턱짓하자 정이한은 말했다.

“헌터들이 대장님의 말을 따르기 위해 모여들고 있습니다. 부산부터 각 지방에서도 올라오고 있고요.”

“내가 만들라고 했던 동영상 조회 수는?”

“······1억을 찍었습니다.”

정이한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하루도 안 돼서 1억 뷰라니?

전세계가 몬스터의 기습에 당하고 있는 와중에 단신으로 드래곤의 허상을 찢어발긴 권한율의 영상, 당연히 조회 수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권한율은 실소했다.

“잘 나가네, 광고라도 넣으면 잘 팔렸을 텐데.”

“이규리 씨가 넣었습니다.”

“그래요?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잘 했네.”

“네, 영상재생 전에 광고 띄우고, 조회수 러닝개런티로 이규리 씨가 단숨에 체결했습니다. 저도 잘 몰랐는데······ 이규리 씨가 아마추어 영상 쪽으로 유명했던 모양입니다.”

“잘됐네. 선전하고 SNS 담당으로 이규리를 앉혀. 그리고 광고수익은 군자금으로······. 아. 재무담당도 필요하군.”

정이한이 보고를 계속했다.

“대장님의 말을 듣고 모이는 헌터들, 회사 강당으로는 모자라서 따로 학교체육관을 빌렸습니다. 지금까지는 400명, 마감 시한인 내일 밤이면 800명이 모이리라고 예상합니다.”

“그게 한국 헌터 전원인가?”

“아뇨, 그게······.”

“또 피닉스?”

명실공히 한국 헌터업계 1위인 회사, 권한율의 부름에도 얼굴 하나 비추지 않았던 곳이다.

“예, 피닉스는 한 명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알았어. 모이는 헌터들, 잘 관리하고 식사하고 수면에 부족함이 없게 해. 다들 목숨 걸게 될 테니까.”

권한율은 눈을 떴다.

“그리고 피닉스는 내 말을 무시하겠다는 거네. 1위 회사라는 간판 믿고 뻗대보시겠다······.”

권한율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새로운 조직구성 하는데 본보기가 있어야 하는데 마침 잘됐군.”

권한율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일, 피닉스를 접수하지.”

“······어떻게 말입니까?”

“헌터니까 헌터답게.”

권한율은 웃었다.

“힘으로.”


말로 해서 안 들으면 힘으로 듣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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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악마 (2) +10 17.12.03 5,304 111 14쪽
31 악마 (1) +7 17.12.02 5,469 10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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