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헌터 회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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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17.11.1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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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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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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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전조(3)

DUMMY

균열대책본부 내 카페테리아.


평소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지만, 매월 월간 회의가 끝나면 번잡하다 못해 마치 시장처럼 시끌벅적해지는 곳이다. 그날은 전국 각지역에 있는 헌터가 본부에 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히 이번에는 특히 더 소란스러웠다.

본부장이 불참해서 회의가 일찍 끝났고, 무엇보다 며칠전 있었던 '그 사건' 때문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열 마리가 넘는 차원거미(Dimension spider) 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니까요!”

A급 헌터, 채동훈의 말에 그 옆에 앉아있던 또 다른 A급 헌터, 마나릴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그건 나도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으로 봤거든? 그거 말고 다른 정보는 없어? 너 그때 현장에 있었잖아?”

“아하하... 저도 그때 차원 거미랑 싸우고 있었던 탓에 자세히 못봐서...”

“에이, 뭐야...”

“역시 니가 그렇지 뭐.”

동훈의 말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헌터들이 야유를 하며 흩어지자, 동훈이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자, 잠깐만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넌 원래 그런 캐릭터잖아.”

마나릴의 말에 다른 헌터들은 맞아, 맞아. 하고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런 캐릭터라니요? 그건 무슨 캐릭터인데요?”

조용히 커피를 마시던 S급 헌터, 쥬엔나는 그런 동훈의 외침에 인상을 찌푸렸다.

“거참, 되게 시끄럽네.”

“뭐, 어쩔수 없지. 열 마리가 넘는 S급 괴물을 한방에 처치할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으니까. 밖에서도 난리인데 우리 헌터들은 오죽하겠어? 신경 안쓰이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동료 헌터의 말에 쥬엔나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조심스럽게 커피 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런 쥬엔나를 동료 헌터는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넌 관심없어?"

"없어. 적이면 죽이고, 아군이면 죽이지 않을 뿐이야."

쥬엔나의 말에 그 헌터는 혀를 내두르며 자리를 떠났다. 자신의 앞에 텅빈 자리를 바라보며 쥬엔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커피를 마셨다.

내심 관심없는 척 했지만, 사실 커피를 마시면서 쥬엔나는 그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신경 쓰는 정도가 아니라 몰래 그 숲으로 가서 흔적을 조사까지 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었다.


원래 암살자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변수를 차단해야 하는 법이지.


쥬엔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타버린 나무 흔적을 어떻게 조사할지 생각하며 천천히 커피를 음미했다.


***


그리고 지금 그 정체불명의 존재, 강춘봉은 지금 식은 땀을 흘리며 하재민, 조윤아와 같이 근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설마 들키진 않겠지?

그런 춘봉의 심정을 알리가 없는 윤아는 두 눈을 빛내며 춘봉을 향해 말했다.

“대체 그 사람 정체가 뭘까요?!”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재민 씨는요?!”

윤아의 물음에 재민은 턱을 궨채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게 그거 같아."

"무슨 소리야?"

춘봉의 물음에 재민은 헤어밴드를 만지작 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도심에서 S급 괴물, 울라그(Ulag)를 상대할 때 말이야. 죽을 뻔했는데 누가 그 괴물을 날려버려서 살았거든. 그게 아무래도 이번 인제군에서 나타난 그거 같아."

"...아, 그, 그래?"

"그럼 생명의 은인이네요?! 역시 아군이 아닐까요?!"

"넌 속 편해서 좋겠다."


"...이해할 수가 없네."

한편 그렇게 헌터들이 흥분과 기대에 찬 모습으로 떠들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해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카페테리아의 점장이었다.

"뭐가 이해할수 없다는 건가?"

불쑥 카운터에 나타난 이를 바라보며, 점장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천호중 교수님도 오셨네요. 평소처럼 에스프레소로 드리면 될까요?"

"기억해주다니 영광이네."

천호중 교수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주위를 둘러본 다음 점장에게 말했다.

"매번 고생시켜서 미안하네."

"아뇨, 뭘요. 이게 제 일인 걸요. 그리고 이젠 슬슬 익숙해지네요."

점장은 털털하게 웃었다. 그런 점장을 바라보며, 천교수가 말했다.

"근데 방금은 무슨 소린가?"

"아, 그거요?"

점장은 주저하다가 말을 이었다.

"다들 너무 태평한거 같아서요."

"태평하다니?"

"저도 그 영상 봤거든요. 장난 아니더라구요. 근데 그렇게 엄청 강한 존재가 나타났는데도 걱정하는 기색이 없어요.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르잖아요? 아군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졌으면 언제 돌변해서 세상을 정복하겠다고 할지도 모르잖아요?"

천호중 교수는 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자네가 걱정하고 있는 바는 잘 알겠네. 하지만 그건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야."

"네?"

천호중 교수는 담담히 말했다.

"우리는 헌터야. 균열에서 나오는 정체불명의 괴물을 상대로 싸우는 사람들이지. 그 괴물이 얼마나 강한지 상관없이 말이야. 물론 우리 본부장님은 신경쓰시겠지만... 어쨌든 그런 우리들이 강력한 존재가 나타났다고 해서 두려워 할거 같은가?"


천호중 교수의 말에 점장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저 소란스럽기만 한 무리들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 때 천호중 교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 그런 이들은 자네 말대로 그 존재를 두려워할 거야."


***


한편, 그 시각 국회의사당 내부 회의실.

그곳에서는 본부장 아밀 휘리에스를 사이에 둔 임시 청문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균열대책본부 본부장, 지금 인터넷에서 떠도는 그 영상 봤죠?"

"봤습니다."

"네, 뉴스에도 한창 떠들고 있으니 안볼수가 없을겁니다. S급 괴물이 몇마리였죠?"

"열 다섯이었습니다."

"정확한가요?"

아밀은 국회의원의 질문에, 짜증스러움을 팍팍 드러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아밀의 모습에 국회의원은 순간

겁을 집어먹고 움찔했다.

"네. 정확히 열 다섯입니다."

아밀의 대답에 용기를 얻었는지, 다시 국회의원은 입을 열었다.

"균열연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급 괴물은 지역급 재해, 한 마디로 경기도, 경상도 이런 지역을 날려버릴수 있을 정도의 괴물입니다. 이런 괴물이 열마리 넘게 있으면, 이건 한 국가를 멸망시킬수 있을 정돕니다. 그런데 그런 괴물을 순식간에 없애버리는 존재가 나타났단 말이죠. 이건 대단히 위험한 사태입니다. 그 존재가

우리 나라를 멸망 시킬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존재를 균열대책본부장이 몰랐다? 이거 말이 됩니까?"

국회의원은 거기서 말을 끊고 준비해준 자료를 넘겼다.

"그리고요, 항간에는 그 존재가 저번 서울 균열 사태부터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때도 하늘이 갑자기 폭발했잖아요? 그쵸? 그리고 그 이후 균열 사태에서도 갑자기 폭발해서 서울 여기저기가 부서지고요. 이게 다 본부장이 파악못해서 그런거 아닙니까? 대답해보세요."

아밀은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현재 기술과 인력으로는 균열에서 괴물과 같이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면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괴물을 막는 것도 벅차니까요. 그러니 파악하고 싶어도 할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산 추가로 늘려드렸잖습니까."

"최근에 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예산 감축 때문에 그럴 여력은 커녕 괴물을 막는 것도 벅찼죠,"

아밀의 툭툭 던지는 말투에 국회의원도 발끈해서 소리쳤다.

"아니, 그럼 지금 그게 우리 때문이란..."


"그럼 누구 때문입니까?"


아밀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에 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모두가 얼어붙었다.

모두 그제서야 눈치챈 것이다. 자신들이 강박하던 존재가 실은 자신들을 개미보다 쉽게 죽일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아밀은 싸늘한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더 하실 있으십니까?"


***


"이런 썅. 개같은 새끼들. 뭐? 대답해보라고? 지들은 균열 사태만 나면 도망가는 것 밖에 못하면서 어따대고 큰소리야?"

아밀은 국회의사당을 나서자 마자 주차장으로 향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밀은 그들이 춘봉의 강력한 힘을 경계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아밀은 춘봉에게 정체를 숨길 것을 제안했었던 거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빌미로 자신까지 압박할 줄이야...


아밀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다시 국회의사당을 바라보았다.

"역시 윗대가리들은 날 어지간히 싫어하나 보군. ...근데 어쩌나. 나도 가만있을 생각은 없는데... 잠깐 저게 누구야?"

자신의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이를 발견하고서, 아밀은 사악하게 웃었다.


그가 바로 주병식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마주치자 마자 히익, 하고 소리를 지르는 주 의원을 향해 아밀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인사했다.

"오랜만이네요. 의원님."

"윽..."

아밀은 뒷걸음질 치다 도로를 가로 질러 반대편으로 건너가려는 주 의원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주 의원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밀에게 말했다.

"비, 비켜주게."

"소식 들었어요. 위원님. 저번 균열 사태때 집이 다 날아가셨다면서요? 이게다 제가 부족한 탓이죠. 정말로 죄송합니다."

"됐어. 난 괜찮아. 보험도 들어서 아무 지장없어. 그럼..."

"그런데..."

그때 서둘러 아밀을 지나쳐가던 주 의원의 발이 뚝, 하고 멈췄다. 더 앞으로 가고 싶어도 갈수가 없었다. 공포에 질려서 그런게 아니라,


아밀이 마법으로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주 의원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아밀을 돌아보았다. 아밀이 말했다.

"지난 컨퍼런스 때 말이죠. 좀 말도 안되는 소문이 돌더라구요. 의원님이 우리 직원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하던데..."

"아, 아니. 그, 그게..."

"설마 진짜로 그러신 건 아니겠죠?"

국회의사당에 주 의원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펴졌다.


***


부산 해운대 근처 작은 공원.

그 곳에 헌팅캡과 선글라스를 쓴 채, 칠흑처럼 새까만 지팡이를 짚고 앉아있는 노인이 있었다.

강춘봉 못지 않게 기골이 장대한 그 노인은, 마치 손만 가져다대면 베일 것 같은 예리한 기운을 두르고 있었다.

그 노인의 이름은 김명길, 과거 대격변 시절 춘봉과 함께 괴물들을 해치웠던 전설적인 헌터 중 하나.

그는 아침에 들은 뉴스내용을 떠올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거 강춘보이 아이가?"




잘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날씨가 따뜻해지니 벌써 봄이네요. 환절기에 다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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