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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랑(白狼)
작품등록일 :
2017.11.14 23:2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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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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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3화 시진은 손님을 만류하고 무송은 경양강에서 범을 때려잡다

DUMMY

송강이 사나이를 부추겨 일으키자 시진이 가리키며 말한다.

"이 사람은 청하현 사람으로서 성은 무(武)이고 이름은 송(松)인데 항렬에서 둘째랍니다. 이곳에 온지 1년이나 됩니다."

이세 송강이 시진의 말을 받는다.

"무이랑의 선성은 강호에서 많이 들어왔으나 뜻밖에 오늘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참말 천행이올시다."

"천하 호걸들이 이렇게 모인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인즉 같이 한자리에서 이야기나 합시다."


시진의 말에 송강은 무척 기뻐하며 무송의 손을 잡고 함께 후당으로 들어가 송청을 불러 무송에게 인사를 시켰다.

송강은 무송에게 자신과 함께 상좌에 앉자고 하니 무송이 극구 사양하는지라 결국 무송이 송청의 아랫좌석에 앉게 되었다.

시진은 다시 배반상을 차려서 다시 술을 실컷 마셨다.

술을 마시는 참에 송강이 등불아래에 비춰진 무송을 바라보니 그야말로 호한이라,


기골이 늠름하고 풍채 당당한데, 두눈은 찬별이 빛발뿌리는듯하고 휘여든 눈썹은 칠한듯하구나. 떡 벌어진 가슴엔 만부도 당치 못할 위풍 품었고 헌헌한 언담은 하늘도 찌를 기개 토하네. 포부 크고 담대하니 하늘을 진감하는 사자 구름속에 내린 듯, 근골이 억세니 땅을 요동하는 맹수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듯. 그야말로 하늘의 항마주 같고 인간의 태세신 같네.


"이랑은 어떻게 되어 여기에 와계시오?"

"저는 청하현에서 취중에 관청의 기밀방에 있는 놈과 말다툼을 하다 화김에 주먹을 한 대 때려주었습니다. 그놈이 까무러쳐서 쓰러졌는데 일어나지를 못하길래 정녕 죽은줄 알고 도망해서 대관인댁으로 피해왔는데 이리로 온지가 벌써 그럭저럭 1년이 넘었습니다. 후에 알아본즉 그놈이 죽지 않고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몸살이나 지체하고 있던중입니다. 방금 형장이 화로불을 걷어차는 바람에 깜짝 놀라며 식은땀이 쫙 흘렀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몸살이 떨어졌나봅니다."


그 말에 송강은 또 대단히 기뻐하며 3경까지 술을 마시고 무송을 자신의 거처로 불러 같이 머무르게 하였다.

그 후 연속 며칠간 시진은 매일 양과 돼지를 잡고 연석을 베풀어 또 송강을 대접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송강은 무송의 복장이 남루한 것을 보고 돈을 내여 의복을 지어주려고 하였으나 시진이 그 눈치를 알아채고 비단과 명주를 내어 하녀들에게 옷을 짓게 하였다.


무송이 시진을 처음 찾아왔을 때에는 역시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후한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술에 취하면 주사가 심하여 하인들이 조금만 소홀히 대해도 주먹을 휘두르는 통에 장원의 하인들이 누구나 그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 사람에게 미움을 사다보니 입가진 사람마다 시진의 앞에서 그의 허물을 늘어놓게 되니 시진 역시 그를 쫓아내지는 않아도 대접만은 소홀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차에 마침 송강이 와서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며 상종해주니 그도 이전 버릇을 고치고 다시는 주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


10여일 동안 송강과 같이 지낸 무송은 고향생각이 나서 이제는 청하현에 있는 형님을 찾아가려 했다. 시진과 송강이 굳이 만류하였으나 무송은 듣지 않았다.

"이 동생이 오래동안 형님의 편지를 받지 못해서 아무래도 한번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대관인께 참으로 많은 페를 끼쳤습니다."

무송은 시진과 송강에게 사례하고 보짐을 꾸려메고 몽치를 들고 떠나려 하자 시진이 또 주연을 베풀어 송별하였다.


송강은 무송의 사람 됨됨이가 너무 마음에 드는지라 헤여지기 아쉬워서 10리도 더 바래다 주었다.

결국 10리 밖에 있는 주막에서 또 송강이 돈을 내어 술상을 차려 몇순배 먹자 해가 서쪽으로 뉘였뉘였 기울어지기 시작하는걸 보고 무송이 말한다.

"날이 저물어갑니다. 형님께서 이 미천한 무이랑을 버리지 않으신다면 여기서 저는 절을 네 번 올리고 의형으로 모시겠습니다."

송강은 대단히 기뻐하며 무송의 절을 네 번 받았다.

헤어지기 직전에 송강은 또 은 10냥을 용돈으로 무송에게 주고 시대관인의 장원으로 돌아갔다.


무송은 송강과 작별하고 며칠 걸어서 마침내 양곡현이란 곳에 들어섰다.

때는 점심인지라 시장기가 나는지라 마침 큰길가에 [세 사발이면 고개를 넘지 못한다]고 쓴 주기를 문앞에 걸어 놓은 주막이 보였다.

무송은 안으로 들어가서 몽치를 한쪽에 세워놓고 술을 가져오라고 심부름꾼을 불렀다.

심부름꾼이 삶은 소고기와 술을 가져와서 한사발 가득 부었는데 술이 몹시 독했다.

"술 맛이 참 좋군!"

무송은 감탄하며 꼬박꼬박 세 사발을 마시자 심부름꾼이 더는 따라주려 하지 않았다.


"이봐! 어찌 술을 더 따르지 않나?"

"손님, 고기를 드시겠다면 더 드리겠습니다."

"술도 가져오고 고기도 좀 더 썰어오게."

"술은 더 드릴수가 없습니다."

"별일 다 보겠군!"


이에 주인은 밖에 있는 주기를 가리키며 말한다.

"제 집 술은 시골술이기는 하지만 오래 묵은 일등술이라 어떤 손님이나 저의 주점에서 술을 세 사발만 드시면 취해서 저 앞고개를 넘지 못합니다."


그 말에 무송이 허허 웃었다.

"벌써 세 사발을 다 마셨는데 어째 취하질 않나?"

"저의 이술은 별명이 출문도라 불리는 술입니다. 그냥 앉아서 드실때는 모르지만 걸어서 문밖까지 가면 곧 취해서 쓰러집니다."

"그런 실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술값은 어기지 않을터니 세 사발만 더 따라주게!"

무송이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한 것을 보자 주인은 더 군소리없이 또 세 사발 따라주었다.

그렇게 마시고 또 마시고 무송은 결국 열다섯 사발을 마시고서야 술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갔다.

"흥! 세 사발이면 고개를 넘지 못한다고?"

무송이 비웃으며 고개를 향해 가는데 주인이 붙잡는다.


"요즘 저 앞에 있는 경양강에는 눈이 치째지고 이마빼기가 허연 큰 호랑이가 밤마다 나와서 사람을 해치군 하는데 벌써 멀쩔한 사내만 하여도 2, 3십명이나 죽었습니다. 관청에서는 포수들에게 기한을 주어 잡게 하고 고개밑 길목마다 방문을 붙였는데 행인들은 떼를 지어 영을 넘어야 하니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2, 3십명이 모이거든 천천히 함께 넘어가시오."


무송은 이 말에 빙긋 웃으면서 대꾸한다.

"나는 청하현 사람으로 이 경양강을 적어도 스무번은 넘나들면서도 호랑이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네! 그따위 소리로 나를 놀래워서 머물게 하려 하지말고 어서 비키시오!"

"저런 사람 봤나! 일껏 생각해서 한 말인데 되려 악의로 여기니 할 수 없지 ! "

여기에 시가 있었으니,


앞수레 수천대 넘어진 그 길이라

뒤수레 간단들 무사히 지날소냐.

분명히 평탄한 길 가리켜주건마는

지성어린 충고를 악언으로 듣더라.


주인은 머리를 저으며 주막으로 들어가고 무송은 몽치를 들고 경양강을 올랐다.

4, 5리쯤 걸어 고개밑에 이르니 길가에 껍질을 하얗게 벗긴 나무가 서있는데 거기에 글 두줄이 씌여있었다.


[근자에 경양강에는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니 이 고개를 넘는 행객들은 사, 오, 미 세시각에만 여럿이 떼를 지어 넘되 실수가 없도록 하라.]


이를 본 무송은 껄껄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이것은 필시 그 술집 주인이 행객들을 속여서 제 집에서 머물도록 하련는 수작이렸다. 어찌됐든 나는 무서울 것 없다!"

무송은 몽치를 끌고 영마루로 올라갔다.


때는 이미 너울너울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지는 시기였다.

무송은 술김에 또 반리쯤 올라가는데 앞에 낡은 산신당이 보였다.

산신당 대문짝에 큰 도장이 찍힌 방문이 붙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커다랗게 양곡현 고시라는 관청의 도장이 찍혀있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정말 호랑이가 있다는걸 믿게 되었다.


"내가 도로 내려가면 정녕 그자가 나를 호한이 아니라고 비웃을것이니 그럴 수 없다."

무송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에라, 그냥 올라가보자! 무서울게 뭐냐!"

곧 발걸음을 옮겨서 올라가는데 술기운이 점점 올라오는지라 웃통을 젖히고 몽치를 끌며 올라갔다.

때는 10월이라 해가 짧고 밤이 길어서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호랑이는 무슨 호랑이야! 괜히들 헛소문에 놀라서 그러겠지."

무송은 곧장 올라가다가 술기운이 치밀어 올라서 몸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마침 펀펀한 청석바위가 보이므로 몽치를 옆에 세워놓고 번 듯이 누워서 한잠 잘 차비를 하는데 갑자기 일진광풍이 일어나는데,


형체는 엾어도 품속에 스며들고

사시장철 불고불어 만물을 피게 하네.

나무에 불어쳐선 누른 잎 떨구고

산속에 불어쳐선 흰 구름 몰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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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2) 18.01.04 129 1 12쪽
47 24화 왕노파는 돈을 탐내어 뚜쟁이질을 하고 운가는 분노하여 찻집에서 야단치다 18.01.02 162 2 13쪽
46 23화 시진은 손님을 만류하고 무송은 경양강에서 범을 때려잡다(2) 17.12.24 153 2 12쪽
» 23화 시진은 손님을 만류하고 무송은 경양강에서 범을 때려잡다 17.12.23 150 2 9쪽
44 22화 염노파는 관청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주동은 의리로써 송공명을 놓아주다 17.12.22 120 3 19쪽
43 21화 염노파는 급시우를 집으로 청하고 송강은 노하여 염파석을 죽이다(2) 17.12.22 133 1 14쪽
42 21화 염노파는 급시우를 집으로 청하고 송강은 노하여 염파석을 죽이다 17.12.22 150 1 14쪽
41 20화 호걸들은 조개를 추대하고 유당은 달밤에 운성현으로 가다(2) 17.12.21 139 1 11쪽
40 20화 호걸들은 조개를 추대하고 유당은 달밤에 운성현으로 가다 17.12.11 157 2 13쪽
39 19화 임충은 왕륜을 죽이고 조개는 양산박을 쉽게 빼앗다(2) 17.12.10 158 3 14쪽
38 19화 임충은 왕륜을 죽이고 조개는 양산박을 쉽게 빼앗다 17.12.08 163 3 11쪽
37 18화 송강은 조개를 돕고 미염공은 조천왕을 도망케 한다(2) 17.12.06 146 4 12쪽
36 18화 송강은 조개를 돕고 미염공은 조천왕을 도망케 한다 17.12.06 136 3 11쪽
35 17화 화화상은 이룡산을 치고 청면수는 보주사를 빼았다.(2) 17.12.05 154 2 12쪽
34 17화 화화상은 이룡산을 치고 청면수는 보주사를 빼았다. 17.12.05 138 2 13쪽
33 16화 양지는 생신예물을 호송하고 오용은 지혜로 생신예물을 빼앗다(2) 17.12.02 144 3 15쪽
32 16화 양지는 생신예물을 호송하고 오용은 지혜로 생신예물을 빼앗다 17.12.02 1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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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1화 주귀는 수정에서 효시를 쏘고 임충은 눈오는 밤 양산으로 가다(2) 17.11.27 29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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