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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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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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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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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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 3편

DUMMY

좀 더 걸어 병기창고와 식량창고를 지나 마당을 거의 한 바퀴 돌았을 무렵. 브롤드가 입을 열었다.

“영주님의 아버지께선 변경백이신데 영주님은 어째서 백작이신지 말입니다.”

브롤드의 그 질문은 이곳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잠자코 있었을 뿐, 분명 아델라에게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긴 했다.

“워낙 어른스러우신 영주님이시기에 여쭤보았습니다만, 어떠신지요? 궁금하십니까?”

당연히 보통 아이들이라면 관심 없어할만한 질문이었으나 브롤드는 이미 아델라가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됐는데?”

아델라가 묻자 브롤드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전대, ‘프데리히’ 황제폐하 때 일을 먼저 말해드려야겠습니다. 오래전, 동쪽에 있던 변경백령이 이민족에 의해 사라졌으나 다행히 프데리히 황제폐하 통치시기에 되찾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뒤로도 브롤드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고 그 설명은 이러했다.

동쪽의 변경백령을 되찾은 제국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남하를 중시했는데 황제의 머릿속에는 온통 남하하는 일만 들어있다는 소문이 떠돌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황제의 상대는 교황. 그것도 주변에 여러 세력을 한데 묶는데 성공한 교황이었다.

처음에는 교황의 동맹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을 무찌르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곧 엄청난 저항에 점령한 땅을 잃으며 후퇴했다.

때문에 황제는 다시 남하를 하기 전, 교황의 세력을 견제하면서도 자신의 황권에 도움을 줄만한 강한 제후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헤르만 백작이었다.

그 근방에 있는 제후들 중 상당히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능력도 뛰어났던 헤르만을 황제는 국경의 백작령을 하사하며 후작의 작위를 수여했다.

헤르만은 국경의 방어와 앞으로 있을 남하에 대비하며 착실히 힘을 키웠다.

허나 황제는 어째선지 남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성전에 참여해 떠났다가 그곳에서 급사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 황제인 ‘케인리히 6세’는 다시 남하를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헤르만 후작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황제는 후작에게 변경백의 작위를 수여하고 자신이 원정을 떠난 동안 교황의 세력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압박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황제는 교황에게 압승을 거두며 수많은 영지들을 제국의 품안으로 가져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케인리히 6세는 이른 나이에 병에 걸려 어린 후계자를 둔 채 요절해버렸고 제후들은 다음 황제로 어린 후계자가 아니라 황제의 동생인 ‘텔립’을 선택했다.

반면 헤르만 변경백은 케인리히 6세의 어린 아들을 지지하다가 마지못해 텔립을 인정하게 됐고 그 뒤, 헤르만 변경백이 급사하자 황제가 변경백의 작위를 회수해버린 것이다.

분명, 변경백의 작위는 상속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습적으로 상속을 계속 해오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변경백께서는 백작위 4개를 가지고 계셨으나 다른 작위가 없는 일반 백작은 백작위 1개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럼...?”

아델라가 슬쩍 묻자 브롤드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른 영지들은 모두 황제폐하께 회수되었습니다.”

아직 이 세계에 대해 감이 잘 오지 않는 아델라였지만 황제가 가져갔다는 백작령들이 아까워 죽겠다는 감정만은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4명의 백작이 나눠가질 땅을 혼자서 갖는 것이었으니 아까운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 영지까지 회수당할 뻔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어라? 이 영지도? 왜?”

백작위 2개는 못가지지만 1개는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던가. 어째서 이 영지까지 황제가 회수할 뻔 했던 것일까.

그 대답은 바로 아델라였다.

“다들 영주님께서 돌아가신 줄 알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

브롤드의 말은 백작위를 상속 받을 사람이 없어져 황제가 회수한다는 뜻이었다.

“그, 그렇구나.”

아델라가 어색하게 대답하자 브롤드가 어느새 바로 앞에 있는 성의 입구에 멈춰 섰다.

“그럼, 이만 들어가시지요. 그 건에 관해서 하셔야할 일이 계십니다.”

“해야 할 일?”

“예. 영주님으로서의 첫 업무입니다. 가시죠.”

그리고 두 사람은 문지기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돌아갔다.

“저기, 근데...업무라니?”

갑자기 업무를 해야 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아델라는 이럴 줄 알았으면 캄프링겐이나 더 구경할 걸, 이라며 극심한 후회를 하고 있었다.

“업무라고 해도 별 것 아닙니다. 편지를 확인하시고 인장을 찍어주시면 됩니다.”

“...그게 끝?”

“예. 아니면...편지를 직접 적고 싶으십니까?”

절대 고맙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배려에 아델라가 고개를 휘저었다.

“아니아니, 괜찮아!”

아델라의 그런 모습을 보며 브롤드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걷고 있던 사이, 어느새 영주의 방에 도착했다.

“아, 자작님. 주교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 앞에 서있던 미아가 말했다. 아델라와 브롤드를 발견하고는 바로 다가와 말했다.

“주교님이?”

브롤드가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리다가 곧 아델라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우선 들어가시죠.”

“으, 응.”

아델라는 상당히 불편한 듯 보이는 브롤드의 표정이 신경 쓰였으나 우선은 시키는 대로 방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방 안에 들어가자 아델라가 항상 즐겨 앉는 그 자리에 주교가 앉아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자신이 가져오라고 했던 우유를 주교가 마셨다는 것이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최소한 독이 들어있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오셨습니까.”

탁자에 앉아 뭔가가 쓰인 종이를 훑어보던 주교는 아델라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비켜섰다.

“앉으시지요. 폐하께 보낼 편지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아델라는 주교가 말하는 대로 의자에 올라앉았다.

“주교님.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영주님이 계시지 않은 방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것은 실례가 아닙니까?”

아델라가 자리에 앉자마자 가까이 온 브롤드가 주교에게 상당히 화난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브롤드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던 것은 이때문인 모양이었다.

“흠...영주님께서도 브롤드 경과 같은 생각이십니까?”

“어, 어? 그...난 잘....”

아델라가 당황스러워하자 주교는 곧 고개를 숙였다.

“혹시나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중요한 문제이기도 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더니 저 하녀가 곧 오실 것 같다고 안에서 기다리시라고 하더군요.”

하녀란 문 밖에 있는 미아를 가리키던 것이었다.

“...브롤드?”

조용히 입을 다문 채 주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브롤드였으나 아델라가 부르자 다시 입을 열었다.

“예.”

“주교님도 그렇다고 하시니까....”

보통 때 같았으면 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겠지만 현재는 방 안에 자신을 포함해 세 명 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 다른 두 명이 브롤드와 주교이고, 그 둘이서 서로 뭐라 형용하기 힘든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면 괴로운 것은 아델라였다.

“...알겠습니다.”

아델라의 중재에 브롤드가 고개를 숙였다.

“편지를.”

“여기 있습니다.”

브롤드가 주교에게 편지를 받아들고 바로 읽어나갔다.

“깔끔한 문장이로군요. 역시 주교님이십니다.”

편지를 다 읽은 브롤드가 고개를 들며 주교에게 말했고 그런 브롤드의 말에 주교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브롤드는 그 편지를 아델라에게 건네주었다.

“확인해보시지요.”

어떨 결에 받긴 받은 아델라였으나 당연히 글자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어....”

과연 깔끔하다면 깔끔한 문장이다. 깔끔하게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영주님께서 작위를 상속받으셨다는 사실과 황제폐하께 봉신으로서의 서약을 지키겠다고 맹세하시는 내용입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아델라를 위해 브롤드가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이제 어떻게 하면 돼?”

“이걸 쓰시면 됩니다.”

주교가 소매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 아델라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라힘펠 가문의 인장입니다. 이것으로 편지를 봉하시지요.”

주교가 내민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반지였다.

“잠시.”

아델라가 인장을 받아들자 브롤드가 편지를 접어 탁자 위에 놓여있던 편지지 안에 집어넣었다.

다음으로는 일부러 가져다놓은 듯이 보이는, 타오르는 양초가 올라간 잔처럼 생긴 특이한 그릇을 조심히 집어 들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브롤드는 편지지를 뒤집어 놓고 그곳에 붉은색의 촛농을 살짝 부었다.

“단단히 쥐십시오.”

단단히 쥐라는 것은 인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잘 쥐라는 것이었다. 아델라는 시키는 대로, 생각보다 큰 인장을 잘 쥐기 위해 검지와 중지를 끼웠다.

아델라가 인장을 쥔 것을 확인한 브롤드는 아델라의 작은 손을 부드럽게 잡아 편지지 위에 촛농이 굳어가는 곳으로 천천히 가져갔다.

“....”

그리고 가볍게 촛농을 누르고 인장의 문양이 새겨진 것을 확인하며 조심히 손을 들었다.

“다 됐습니다.”

아델라가 손을 들어 올리자 방금까지 인장이 있었던 곳에는 촛농 위로 격자무늬의 방패와 그 양옆으로 힘차게 발을 들어 올린 말 두 마리가 선명하게 새겨진 문양이 보였다.


작가의말

너무 느긋하게 생각했나봅니다.

쓰다보니 오래 걸려서 거의 아침이 되어서야 완성했네요.

죄송합니다.


변경백에 관한 부분은

실제 역사를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의 세계관을 살짝 전해드린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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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불편한 손님 3편 18.07.01 17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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