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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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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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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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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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서신 2편

DUMMY

“영주님. 어제 기사님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셨던 거예요?”

다음날 아침. 막 일어난 아델라의 머리를 손질하던 헤브가 자신의 궁금증을 억제하지 못하고 질문해왔다.

어제 있었던 일을 미네에게 들은 게 틀림없었다.

“...미네가 다 말했을 거 아냐.”

미네의 성격상 알고 있는 것을 숨기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아델라의 명령으로 벨르를 데려온 것이 바로 미네였고 그 뒤로 방에 들어와 아델라가 머리를 감싸 쥐게 만들기 전까지 문 바깥에서 둘의 대화를 줄곧 듣고 있었을 터. 그야말로 전부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헤브는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한 모양인지 바로 아델라의 말을 부정했다.

“물론 영주님이 굉장히 멋지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못 들었는걸요.”

헤브의 말에 의하면, 문 바깥에서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어지간히 크게 말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분명, 아무리 최측근인 하녀들이라고 해도 방에서 나누는 대화를 전부 듣는 것은 곤란했다.

아예 엿듣기로 마음을 먹으면 문에 귀를 가져다대는 것도 가능은 할 것이다. 다만 그런 모습이 다른 이의 눈에 띈다면,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델라는 순간 한기를 느꼈다.

“잠깐만. 그럼 너희들, 내가...혼잣말하는 것도 다 알고 있단 말이야?”

당황한 아델라가 뒤로 고개를 돌리며 물어오자 헤브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 눈뭉치랑 이야기하는 거 말씀하시는 거라면 물론이죠! 저희 말고도 이 성 안에 있는 분들이라면 전부 알고 있는 걸요!”

헤브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지만 아델라에게는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었다. 게다가 하녀들뿐만 아니라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은 곧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었다.

“영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자작님께 여쭤봤는데, 쓸쓸하셔서 그런 것 같으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 아델라를 위로하고자 한 말이었으나 아델라는 오히려 그 말 덕분에 당분간 강제로 쓸쓸해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버스터에게 하는 말의 내용이 무엇인지 듣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현재는 여러 힘든 일을 겪은 어린아이가 고양이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말을 걸고 있다는 것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 대화내용을 다른 이들이 알게 된다면, 그야말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힘든 일을 겪었고 어리더라도 말이다.

아델라는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버스터와 대화할 때는 화가 날 때는 물론, 평상시에도 언성을 낮추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그래서 기사님이랑은 무슨 이야기를 하셨던 거예요?”

헤브는 다시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왔다. 아델라는 여태까지 눈뭉치에게 화를 내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벨르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더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

하녀들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야기가 이곳저곳으로 새어나가는 일은 곤란했다. 최소한 공작에게 답변이 올 때까지는 비밀로 해두고 싶었다.

“어...아, 그, 그래. 근데 왜 집사는 없어?”

그것이 아델라가 서둘러 주제를 바꾸기 위해 내뱉은 말이었으나 하녀에게 영주의 질문을 물리칠 권한은 없었다.

그 뜬금없는 질문을 들은 헤브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자마자 바로 대답했다.

“집사님이라면 계시는데요?”

“...응? 있다고?”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뱉은 말이긴 했지만 괜히 나온 질문은 아니었다. 평소 아델라가 가지고 있던 의문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없다고만 생각해왔던 집사가 사실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의외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네? 모르셨어요?”

마음속으로 ‘얘기를 해줘야 알지’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아델라는 곧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집사는 지금 어디 있는데?”

화제전환에 성공하긴 했으나 여기서 대화가 끊겼다간 다시 벨르와 했던 이야기를 해달라며 졸라댈 것 같았다.

“지금쯤이면 성에 오셨을 것 같은데...모셔올까요?”

아델라는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헤브는 아델라가 집사를 만나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쓸데없이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아델라는 당연하게도 그 질문을 부정했....

“네! 당장 모셔오겠습니다!”

을 터였다.

마침 아델라의 단장도 끝낸 헤브는 힘찬 대답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즉시 방을 뛰쳐나갔다.

과연 미네의 친구답다는 생각과 함께, 곧 찾아올 집사를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결코 원치 않았던 상황이었으나 아무리 만날 일이 없다고 해도 얼굴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슬슬 늦는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영주님, 모셔왔습니다!”

헤브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괜히 긴장되는군요. 설마 영주님께서 저를 찾으실 줄이야....”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온 남성은 아델라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곳에서 보기 드문 진한 갈색 눈동자를 가진 이 남성은, 아델라도 꽤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저를 만나고 싶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재무관인 헤링이었다.

“어....”

당연히 보통 사람들이 흔히 생각할만한, 여자 고용인인 하녀의 반대되는 남자 고용인이 올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아델라는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지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헤링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집사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헤링이...집사?”

우선 믿기진 않았으나 확인 차 질문했고 그 즉시 답이 돌아왔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할데란트 백작님의 재무관과 집사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그 대답으로, 아델라는 집사는 단순히 하인 따위가 아니라 특별한 직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헤링의 뒤쪽에서 자신이 제대로 집사를 데려왔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헤브를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진작 집사가 헤링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었다면 재무관이나 되는 사람을 불러놓고 정작 부른 이유가 그냥 집사를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테니 말이다.

“그게, 왜 불렀냐면....”

이 분노는 나중에 헤브에게 갚아주도록 하기로 하고, 당장은 헤링에게 사실대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것을 설명하기로 했다.

“무엇이든지 말씀만 하시길. 상담이든, 질문이든 영주님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습니다.”

그러나 막상 잔뜩 기대에 부풀어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이 재무관 겸 집사에게 그냥 돌아가라는 말을 하려니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하던 아델라는 뭔가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혹시 시간 있으면...체스라도 하지 않을래?”


다행히도 아델라의 갑작스러운 체스 대국 요청에 헤링은 흔쾌히 응했다. 역시 설마 체스를 하자고 할줄은 몰랐는지 살짝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내 그 제안을 수락하며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거기에 아델라가 체스를 엄청 잘 둔다며 잔뜩 띄워주는 헤브의 말을 듣자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며 영주와의 첫 체스 대국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물론, 그 결과는 아델라의 패배. 대국 횟수가 늘면 늘수록 더욱 처참하게, 완벽하게 패배했다.

“...좀 봐줘야하는 거 아니야?”

결국 참다못한 아델라가 어린애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는 못된 어른에게 한 마디 했고, 그 말을 들은 헤링은 곤란하다는 듯 뺨을 긁적였다.

“그게, 저도 봐드리려고 했는데....”

당연히 헤링도 아델라를 상대로 진심으로 둘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수를 대충두면 눈앞에 있는 어린아이가 놀라울 정도로 매섭게 받아치는 바람에 몇 번 대충 뒀다간 크게 손해를 보고 패배해버릴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그 뒤에 아델라가 한두 번 정도 져줘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묻자,

“영주님이 너무 진지하게 두셔서 그러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만, 원하신다면 기꺼이 져드리겠습니다.”

라는 말을 해왔다.

당연히 그런 말을 듣고 져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리 없었다.

그리고 아델라의 귀에는 그 말이 도발로 들렸기에 정말 간만에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절대 봐주지 마!”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다시 대결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리 전직 프로게이머의 승부욕이라고 해도 그것이 체스를 잘하게 해주진 못했다.

“...gg.”

“예?”

“그냥...좋은 승부였단 뜻이야.”

순식간에 연패 횟수를 늘린 아델라는 중세 사람의 체스실력에 큰 벽을 느끼며 더 이상의 도전을 포기했다.

과연 절대 봐주지 말라는 말을 들은 헤링은 너무나도 강적이었다. 브롤드보다 더 뛰어난 실력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패의 연속이었다.

“영주님. 상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델라가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있자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는지 헤링이 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 나이 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두십니다. 앞으로 몇 년 만 더 두시면 저보다 잘 두실지도 모르겠군요.”

“맞아요! 분명 지금보다 엄~청 잘 두게 되실 거에요!”

옆에서 줄곧 지켜보던 헤브도 헤링의 말을 거들었다.

아델라가 그 나이 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잘 두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기에 큰 위로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을 달래주려는 두 사람을 보자 그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혹시, 다시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델라의 표정이 약간 풀어지자 헤링이 설마하며 물었다. 당연히 질리도록 패배의 쓴맛을 삼킨 아델라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러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본래라면 현재 시간은 주교와의 지루한 프니앙어 수업이 있기 전, 꿀맛같은 휴식시간이었다. 갑자기 헤링이 찾아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면 탐탁치 않았겠으나 애초에 헤링을 이곳으로 불러내 뜬금없이 체스를 하자고 한 것은 본인인만큼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전부터 만나뵙고 싶었으나 자작님께서 저를 포함한 다른 분들에게 영주님과 사적인 만남을 자제하라는 분부를 하셨기에 이제서야 제대로 말씀을 나누는군요.”

베르너 같은 기사뿐만 아니라 헤링과 같은 중요 직책을 맡은 귀족들에게도 같은 말을 한 것 같았다.

아무리 섭정이라고 해도 명색이 영주인데 어째서 찾아오는 사람이 하녀들밖에 없는 지에 대한 아델라의 의문이 풀렸다.

아무래도 아델라가 직접 호출하는 것은 브롤드의 명령에서 제외되는 모양이었다.

“저기, 저는....”

귀족들의 대화가 시작되려하자 체스판을 정리한 헤브는 자리를 비키려했다.

“아니야. 여기 있어. 낯선 남자와 단둘이 계시는 것보단 그 편이 훨씬 낫겠지.”

헤링과 단둘이 있는다고 해서 불안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익숙한 헤브가 함께 있다면 분명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주범인 것은 둘째 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헤링에 말에 헤브는 아델라의 눈치를 살폈고 아델라 역시 헤링이 그렇게 말하는데 일부러 헤브를 내보낸 필요는 없었기에 그냥 자리에 있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헤브가 다시 자세를 잡고 서자 헤링은 아델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제가 시간을 내어달라고 부탁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꼭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며 진지하게 말하는 헤링의 모습에 아델라는 침을 삼켰다.

그러자 자신이 너무 무겁게 말했다는 것을 깨달은 헤링이 뒤늦게 표정을 풀었다.

“하하, 그래봤자 현재 영주님의 상태를 알고 싶은 것 뿐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싶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던 아델라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 자신의 몸이나 정신 상태가 양호한지 알고 싶다는 뜻이었다.

브롤드로부터 문제없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아델라가 보통 일을 겪은 것이 아닌만큼 역시 본인으로부터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거라면...정말 아무 문제 없는데.”

“아프신 곳이라던가, 이상한 곳이라던가. 전혀 없으십니까?”

반복된 헤링의 질문에 아델라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없어.”

아델라가 단언하자 헤링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예전의 기억은 어떠신지? 정말 하나도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당연히 과거의 기억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던 아델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헤링은 다시 한 번 물어왔다.

“정말로, 과거의 기억이 전혀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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