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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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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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0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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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손님 4편

DUMMY

“오셨습니까.”

다른 귀족들을 뒤따라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입구 근처에 서있던 헤링이 맞아주었다. 그 옆에는 어느새 돌아온 벨르, 베르너와 함께 낯선 사람 두 명의 모습도 보였다.

한 명은 갑옷을 입고 있어 척 보기에도 기사 같았고, 다른 한 명은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게 차려입은 복장의 남자였다.

대략 40대 정도로 나이가 꽤 있어 보임에도 곁에 있는 젊은 기사 못지않게 다부진 몸을 옷 아래에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군요. 이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귀족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무릎을 꿇으며 아델라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이 인사법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 아델라가 그 대신 눈앞에 있는 인물이 누군지 의아해하고 있을 때, 헤링이 입을 열었다.

“이쪽은 원래 동행하기로 하셨던 ‘디너드 남작’님이십니다.”

아델라는 그제야 그런 사람도 함께 간다고 했던 브롤드의 말을 떠올렸다. 본래 기사였다가 변경백이 남작위를 주어 출세한 인물이었다.

“영주님과 처음부터 여정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만...부득이한 사정으로 따로 오게 되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디너드 남작의 부득이한 사정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던 아델라는 이번에도 역시 잊고 있었던 브롤드의 말이 떠올랐다.

“반란군?”

출발하기 며칠 전, 동행하기로 한 디너드 남작이 상당한 규모의 반란군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로 인해 차후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한 것이었다.

“예, 먼저부터 기웃거리던 이단 놈들입니다.”

“그놈들 아직도 남아있었습니까?”

이 볼루프 후작령에서 완전히 토벌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베르너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근처 후작령의 영주들에게 물으니 잔당이라는 것 같더군. 본대는 확실히 괴멸되었다는 모양일세.”

다행히도 발견되었다던 잔당들은 곧 모습을 감췄다는 모양이었다. 혹시 몰라 며칠동안 근처를 샅샅이 뒤졌으나 뿔뿔이 흩어졌는지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별일 없어 제 시간에 맞춰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별일이 있었다면 애초에 후작령의 국경을 넘어야하는 아델라 역시 오지 못했을 터였다. 아니, 후작이 연회를 개최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 수고했어.”

여전히 자신보다 훨씬 연상인, 게다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을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짧게 한 마디로 인사를 끝냈다.

하지만 디너드 남작은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는지 잠시. 라며 아델라의 주의를 끌었다.

“나오너라.”

남작이 뒤를 돌아보며 말하자 곧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윤기 나는 진한 갈색머리와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뛰어난 몸매가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제 딸입니다. 영주님께 인사드리거라.”

남작의 말이 끝나자 남작의 딸은 치마 끝을 살짝 들어 올리며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지금까지 몇 번 보았던 귀족 여성의 인사법이었다.

“‘이다’라고 합니다. 말로만 듣던 영주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태까지 듣지 못한 부담스러운 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 모습에 순간 정색을 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미소를 지어보이는데 성공했다.

“이...이다? 바, 반가워.”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다의 힘찬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아델라는 이내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웠다.

“잘 부탁한다니?”

그런 아델라의 반응에 남작과 이다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곧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한 헤링이 수습에 나섰다.

“이곳에서 영주님의 시중을 들 시녀로 디너드 남작님의 따님인 이다양이 어떠시냐는 재상 각하의 제안을 허락하셨습니다만....”

“아, 아아...!”

뒤늦게 기억을 되살리는데 성공한 아델라였다.

분명 그때 하녀는 데려가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치장이나 기타 시중을 들 시녀는 데려가야한다고 했고, 그 결과 마침 동행하는 디너드 남작의 딸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었다.

거기에 덧붙여 남작의 딸이 그런 일도 하냐는 자신의 질문에 본래 귀족의 시녀는 귀족이 맡아야한다는 브롤드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확히는 자신보다 급이 낮은 귀족이었다.

마침 남작의 딸이니 적당한 위치이며 아버지인 남작이 연회에 참가하니 그야말로 적임자였다.

그리고 아델라가 어째서 이런 이야기들을 기억하지 못하느냐하면, 이미 설명을 들은 지 몇 주가 지난 후 인데다가 그동안 들은 다른 정보들을 기억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당장 와닿지 않는 정보들은 시간이 지나며 머리에서 도태되어 버렸고 그 중 하나가 이 일에 대한 것이었다.

“아, 그랬었지. 응.”

명백히 자신의 실수였기에 급히 정정했고 잠시 당황했던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델라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 되어버릴 테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자칫하면 이다가 이곳까지 온 것이 헛고생이 될 뻔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쪽은 제 봉신이자 장래가 유망한 기사인 ‘도너’ 공 입니다. 젊지만 실력이 뛰어나죠.”

소개가 끝나자 도너가 아델라에게 목례했다. 아델라도 가볍게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었다.

“헤에~?”

하지만 그 소개가 마땅찮은지 근처에 서있던 두 기사는 ‘이런 애송이가?’라는 눈빛으로 도너를 훑어보고 있었다. 실제로 아무리 높게 쳐줘도 20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베테랑 기사들이 어린애로 인식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그러자 대충 그런 기운을 감지한 헤링은 베르너에게로 다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제가 듣기로는 도너 공은 기사로서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여성분들의 마음을 훔치는데도 일가견이 있다고 하더군요.”

“영주님, 잠시 이 친구와 친밀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도너와 어깨동무를 한 채 떠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어차피 곧 후작이 등장하면 기사들은 물러나야할 테니 허락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저도 저 녀석이 혹시 영주님께 폐를 끼칠만한 짓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러 가보겠습니다.”

“뭐, 그...러든가.”

눈치껏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빠지려는 벨르의 별 이상할 것 없는 말이었지만 아델라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는 가시가 돋쳐있었다.

[너무 티난다....]

그런 버스터의 말대로 찬바람이 쌩쌩 부는 아델라의 반응에 다른 이들도 의아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물론 이는 벨르가 영주인 아델라보다 브롤드의 명령을 우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아델라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벨르였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우선 베르너와 도너의 뒤를 쫓았다.

“후작님이 오셨군요.”

벨르가 떠나고 잠시 정적이 이어지던 가운데 연회장으로 들어오는 후작을 가장 먼저 발견한 디너드 남작이 말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후작에게로 옮겨갔고 후작은 자신이 들어온 문에서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대로 다른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 뒤에는 후작의 커다란 몸집과는 대조적인 마르고 키 큰 청년 한 명이 따라다니며 후작과 인사를 함께 했는데, 아무래도 차기 볼루프 후작이 될 장남인 모양이었다.

[아까 한 말, 계속 유효해?]

느린 속도로 가까워지는 후작을 지켜보며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던 아델라에게 버스터가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해왔다.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아델라는 아까 한 말이 뭐냐고 물었고, 버스터는 그 말이 ‘어떤 정보든 자신에게 먼저 보고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아델라의 반응은 볼 것도 없이 당연히 자신에게 모든 정보를 털어놔라, 였다.

그리고 그런 대답이 돌아오자 어째선지 버스터는 다시 침묵을 유지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후작이 점점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우선 신경을 끄기로 했다.

“....”

그리고 마침내, 근처에 있던 공작의 아들이자 약혼자인 프리드와의 인사를 끝낸 후작이 아델라의 앞에 섰다.

아델라를 보고 찰나의 순간 미묘한 표정을 지었던 후작이었지만 이내 순식간에 초대된 손님을 환영하는 미소를 띠웠다.

“할데란트 백작님, 초대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모로 힘드실 텐데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정중함이 묻어나는 그 인사에 아델라 역시 제대로 답례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그 순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이 사람이야. 널 죽이려고 암살자들을 보낸 게.]


작가의말

전개가 (많이)느린 것 같긴 하지만...익숙해지시기를 빌겠습니다. 연재 속도가 느려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그리고 이제 이름이 밝혀진 인물들만 해도 스무 명가량이나 됩니다. 대략 2편당 1명씩 등장한 꼴이네요.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귀족들, 튜벤 공작이니 볼루프 후작이니 하는 호칭이 등장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인물들이 꾸준히 등장하게 될 텐데 혹시나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해서 귀족 호칭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제 작품상에서) 작위를 가진 귀족의 호칭은 지명+작위명으로 결정됩니다. 할데란트(지명) 백작(작위명) 같은 식으로요. 공작이든 후작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힐 때는 아델라가 그랬듯 ‘어디의 누구누구’ 같은 식으로 소개를 하는데요, 이는 본래 중세 귀족들의 이름에 붙은 'von'이나 ‘de’ 같은 단어가 ‘of’의 뜻을 가지고 있어 이렇게 이름을 밝히는 게 본고장의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결정한 것입니다.
다만 남작은 좀 다릅니다. 귀족들 중에서 소위 급이 좀 떨어지는 남작은 남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촌구석의 지명을 대봤자 좋을 것이 없으니 그냥 가문명+작위로 불립니다. 브레이트 남작이나 디너드 남작 앞에 붙어있는 것은 가문, 즉 자신의 성입니다.
약간 설명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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