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로리 영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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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I
작품등록일 :
2017.11.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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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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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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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발견 6편

DUMMY

대답하기 곤란한 부분을 캐물으려한 것이 아니라는 건 다행이었다.

“...그럼?”

하지만 자신의 짐작이 틀린 덕에 살짝 무안해진 아델라가 웃음기가 가신 표정으로 그럼 뭐가 문제냐는 듯 쳐다보았고 아델라의 시선을 받는 베닐은 조금 전 자신이 노루를 잡아온 숲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두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던 아델라는 그제야 사냥을 위해 숲속으로 향했던 이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하지만 이미 노루를 잡은 이상 다시 아델라에게로 돌아와 명령 하달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였다. 어제는 물론 아까까지도 줄곧 해왔던 것이었다.

[...쳐.]

아델라가 의아해하고 있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버스터가 입을 열었다.

“...?”

제대로 듣지 못한 아델라가 다시 물어보려던 찰나, 거대한 무엇인가가 숲을 헤집으며 자신에게로 쇄도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

커다란 곰이었다.

몸에 여러 개의 창과 볼트가 박힌 탓에 피가 흘러 갈색털이 군데군데 검게 보일 지경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델라를 향해 똑바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델라는 당황한 나머지 저 곰이 자신을 노리고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다짜고짜 곰이 자신을 노리고 달려오는 것일까.

설마 곰이 먹어야할 사냥감을 너무 많이 잡아서?

아니, 그건 그 열 받게 만드는 꼬맹이들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게다가 좀 떨어진 곳엔 다른 귀족들도 많은데....

[도망치라고! 죽고 싶어?!]

눈앞에 벌어진 믿기 어려운 상황에 잠시 굳어버렸던 아델라는 버스터의 일갈에 정신을 차리고 말의 고삐를 쥐는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바로 자신과 같은 것을 본 탓에 숨이 거칠어진 말을 간신히 달래며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지금 막 말을 달리게 한다고 해도 이미 가속도가 붙은 곰을 따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뭣들 하고 있나! 당장 진형을 갖춰라!”

그때, 다행히도 가장 먼저 스스로의 힘으로 냉정을 되찾은 베닐이 검을 빼들며 병사들을 다그쳤다. 아델라와 마찬가지로 굳어있던 병사들은 남작의 명령에 말고삐를 쥔 채 망설이고 있는 아델라를 지나쳐 곰의 접근을 막을 진을 치는데 성공했다.

비록 숫자는 30여명 정도로 많지는 않았지만 아델라의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세 줄의 창벽은 곰 같은 야생동물이 접근도 하지 못할 저지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아델라 역시 도망치려다 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뭐하고 있어! 도망치라니까!]

그런 아델라의 모습이 답답한 듯 버스터가 소리쳤지만 아델라는 굳이 도망쳐야할 다급함을 느끼지 못했다. 평범한 곰이 저 창벽을 뚫을 순 없을 테니까.

거기다 병사들에게서 떨어지는 것이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분명 평범한 곰이었다면 창벽에 돌진하는 미련한 짓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이 곰이 평범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순식간에 창벽에 도달한 곰은 그런 아델라의 믿음과 함께 자리를 지키던 병사들을 몸으로 날려버리며 그대로 아델라에게 쇄도했다.

그나마 도망칠 시기마저 놓친 아델라는 그대로 곰이 휘두르는 커다란 앞발에 노출되었다.

그런 위기에서 아델라를 구한 것은 베닐이었다.

재빨리 다가온 베닐은 몸을 날려 아델라를 감싼 채 땅바닥을 뒹굴었고 덕분에 곰이 휘두른 앞발을 간발의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어서 제 말에!”

베닐은 재빨리 아델라를 일으켜 세우고는 놀라 도망 가버린 아델라의 말 대신 자신의 말을 가리키며 곰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뛰어서 도망가 봤자 곰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이기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아델라는 베닐과 어느새 곰을 둘러싼 병사들이 시간을 벌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베닐의 말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곰은 병사들과 베닐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곰의 눈은 오직 아델라에게 고정되어있었다.

“놈이 영주님께 털끝하나 못 대게 해라!”

그 사실을 눈치 챈 베닐이 소리쳤지만 곰은 자신을 둘러싼 창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떼었다.

곰이 몇 걸음 걷기만 하면 아델라에게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는 베닐은 근처에 서있던 병사의 창을 빼앗아 무방비 상태가 된 곰의 뒷다리에 있는 힘껏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제야 순간적으로 균형이 무너지며 곰이 땅에 주저앉았다.

“지금입니다!”

곰이 주저앉자마자 베닐이 소리쳤다. 이미 열심히 말 위로 오르고 있던 아델라였지만 그 말을 듣고는 더욱 서둘렀다.

“됐다!”

간신히 혼자서 안장 위에 올라타는데 성공한 아델라가 중얼거렸다. 슬쩍 고개를 돌려 아직 곰이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말의 옆구리를 때렸다.

하지만, 그 순간 일어날 힘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곰이 갑작스럽게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병사들을 돌파해버렸다.

마치 모두가 방심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기가 막힌 타이밍에 움직인 탓에 곰을 둘러싼 병사들은 물론 신경이 곤두서있던 베닐마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곰은 엄청난 속도로 몇 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한 뒤 아델라가 타고 있던 말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당연하게도 말은 그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져버렸다. 그 위에 타고 있던 아델라 역시 마찬가지로 땅에 널브러진 채 쓰러져버렸다.

“아으....”

다행히 이내 정신을 차리는데 성공했으나 절호의 기회를 포착한 곰은 뒤늦게 자신을 쫓아오는 병사들을 무시한 채 쓰러진 아델라에게로 다가갔다.

자신에게로 곰이 다가오는 것을 목격한 아델라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지만 도망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아델라는 이제야 곰의 눈에서 왠지 익숙한 빛이 난다는 것을 눈치 챘지만 곰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인 지금에 와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

곰의 커다랗고 누런 이빨들이 빠르게 가까워져오자 아델라는 품안에 있는 인형을 꼭 껴안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퍼억!

그 순간 둔탁하고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물리고도 남았을 시간임에도 자신이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은 아델라는 눈을 떴고, 자신의 앞에는 입을 벌린 곰이 그대로 굳어있었다.

“당장 그 더러운 주둥이 치우지 못해?!”

잠시 굳어있던 곰의 머리는 누군가의 우렁찬 고함소리와 동시에 힘없이 옆으로 날아갔다.


“그러니까, 그 위기의 순간에 벨르님이 나타나셔서 구해주셨다는 말씀이죠? 커다란 곰의 머리를 주먹으로 날려버리면서요?”

영주가 곰에게 죽을 뻔한 일로 사냥대회가 흐지부지 끝나고, 더러워진 몸을 다시 정돈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아델라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은 이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 그런 셈이지.”

정확히는 말을 타고 달려오며 그 무지막지한 관성으로 긴 마상용 창을 곰의 급소에 쑤셔 박은 뒤, 즉사한 곰의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친 것이었지만.

“정말 다행이네요~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더러워진 아델라의 몸을 다시 정돈하는 역할을 맡은 이다는 살짝 물에 적신 헝겊으로 몸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며 연거푸 같은 말을 반복했다.

“게다가 상처하나 없으시다니, 정말 데히스님께서 보살펴주신 게 틀림없네요. 이렇게 하얗고 깨끗한 피부에 상처라도 나면 엄청난 손해잖아요? 약혼자도 계시니까 더 그렇죠~”

다른 사람 앞에서 맨몸으로 낯간지러운 칭찬을 받으며 몸이 닦이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약혼자 이야기에 기분이 찜찜해진 아델라는 아직 열심히 움직이던 이다의 손을 제지했다.

“이제 됐어. 옷 입혀줘.”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명령을 내린 아델라에게 이다가 아직 몸을 다 닦지 못했다며 명령을 재고할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약혼자 이야기로 기분이 언짢은 아델라는 단칼에 거절했다.

이미 충분히 닦았다고 생각하는데다가 다시 연회에 나가기 전, 버스터와 이야기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연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자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회는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사냥대회 우승을 차지한 아델라를 축하하기 위한 연회였다. 잡은 사냥감의 수도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곰은 여러 이유로 엄청난 특별취급이었기 때문에 대회는 흐지부지 끝났지만 우승은 아델라의 차지가 되었다.

“그 꼬맹이들을 어떻게 약올려줄까...흐흐....”

사실 가장 큰 목적은 2위로 연회에 참석하게 될 후작의 철없는 어린 아들들을 놀려주기 위함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기분 나쁘게 웃는 아델라의 모습을 본 이다는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와아, 영주님은 엄청 대단하신 분 같아요.”

“...뭐가?”

“저라면 그런 일을 겪은 뒤에 영주님처럼 사냥대회 1등한 걸로 다른 귀족분들을 놀려줄 생각은 못할 것 같아서요.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말을 비꼬는 것으로 받아들여야할지 아니면 순수하게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할지 고심하던 아델라는 우선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이다가 자신이 모셔야할 영주에게 그런 행동을 할 정도로 간이 커 보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냥 몇 번 겪다보니 익숙해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돼지한테 죽을 뻔했을 때나 암살당할 뻔했을 때가 훨씬 무서웠다. 이번에도 무섭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느낌이 좀 달랐다. 익숙해진 것도 분명히 있었으나 굉장히 부자연스러웠던 곰의 행동 탓에 현실감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여러 번 겪으면 더 무서워지지 않나요?”

이다의 질문에 아델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분명 그럴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확실히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름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탓일까.

“근데, 옷은 언제 입혀줘?”

여전히 맨몸으로 의자에 앉아있던 아델라의 말에 이다는 화들짝 놀라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는 방 한쪽에 놓인 상자로 향했다. 그곳은 당연히 아델라의 옷이 수납되어있었고 이다는 그 옷을 한 번에 여러 벌 가지고 아델라에게 돌아왔다.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

원래 입고 있던 옷과 거의 별 다를 것 없이 색 정도만 약간 다른 옷들을 이다가 살피며 물어왔다.

그러자 아델라는 고민도 하지 않고 자신의 성에서도 항상 그랬듯 알아서 골라달라고 말했다. 옷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는데다가 자기 눈에는 전부 그게 그것으로 별 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다는 몇 번 더 아델라에게 직접 선택할 것을 권했지만 아델라가 춥다며 빨리 하라고 재촉하자 결국 자신이 직접 고른 옷을 아델라에게 입혀주기 시작했다.

원래 아델라가 즐겨 입혀졌던 옷은 붉은색이었지만 이번엔 초록색 계통의 옷이었다.

“저기, 영주님?”

아델라의 옷을 다 입히고 마무리로 머리를 빗겨주던 이다가 조용히 아델라를 불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도 그 ‘빛’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버스터나 헤링의 의견을 따라 주요 인물들은 물론 사냥에 참가했던 말단 병사들까지 모두 입단속을 시켰던 사안이다. 그런데 어째서 사냥에 그림자도 비추지 않았던 이다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누가 알려줬어?”

아델라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째려보자 이다는 바로 움츠러들었다.

“베, 베르너님이 그 빛 덕분에 사냥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하셔서....”

이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베르너가 갑자기 사냥 대회의 성적이 올라간 일을 설명해주다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모양이었다.

그나마 이다는 자신의 봉신인 베닐의 딸이었고 베르너에게 딱히 아델라가 내린 명령을 거역하려는 의도는 없는 듯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려는 생각은 아니다. 며칠간 근신 명령을 내려 좀 더 신중히 말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이다도 들었겠지만 이건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야.”

“네? 베르너님에게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영주가 기밀사항이라고 말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다른 이에게 말해줬다면 그 기밀사항을 들은 사람이 대놓고 영주에게 기밀사항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이상했다. 이다는 철저히 아델라의 눈치를 봐야하는 위치였기에 더욱 그랬다.

“....”

“와아~!”

아델라는 이다에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작은 빛을 보여주며 조심스럽지 못한 베르너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몸단장을 끝낸 아델라는 잠시만 쉬었다 가겠다며 이다를 먼저 보내버렸다.

이다는 그래도 역시 아델라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하며 다른 이들에게 그리 전하겠다고 대답하고 먼저 홀로 향했지만, 아델라가 이다를 먼저 보낸 이유는 물론 버스터와 편히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자. 이제 웬 곰 한 마리가 뭐 때문에 눈이 돌아가서 날 죽이려고 미친 듯이 달려들었는지 설명해봐.”

아델라가 이전에 비해 나름 평정심을 유지하고는 있었다. 다만 그것은 이미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데다가 후작의 성에 올 때부터 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화가 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거의 버스터 하나만 보고 이 완전히 적진이나 다름없는 곳까지 와있는데 버스터는 그런 아델라를 위험에 빠뜨린 셈이나 다름없었다.

버스터가 좀 더 일찍 위기를 눈치 채고 알려오긴 했지만 아델라가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고 실제로 이번에도 죽을 뻔한 것은 분명했다.

버스터는 그런 아델라의 강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잠자코 있는 듯했으나 곧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녀석’...계속 숨어있기만 할 줄 알았더니 꽤나 크게 한 방 먹여줬어.]

버스터로서는 드물게도 분해하는 감정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혹시 뭔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노리는 바가 있어 일부러 숨긴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던 아델라는 좀 더 캐물어보기로 했다.

“그 녀석이 누군데?”

아델라의 목숨을 노릴만한 인물로 당연히 후작이 먼저 떠올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후작이라고 해도 곰, 그것도 야생 곰을 한 사람만 콕 집어서 공격하도록 만들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아델라가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터의 입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곧 버스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는데?]

“뭐?!”

갑작스럽게 대화를 끊는 버스터의 말에 아델라가 벌떡 일어섰다.

“너 그렇게 나온...!”

똑똑똑

“실례하겠습니다. 할데란트 백작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왜냐면, 사람들이 찾아왔거든.]

만약 잘 아는 인물이었다면 그냥 나중에 하라고 쫓아냈겠지만 자신을 후작가의 하녀장이라고 소개하는 방문자를 그냥 내쫓기에는 신경 쓰이는 게 많았다.

“...들어와.”

아델라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열린 문 뒤에는 백발이 꽤나 보이는 초로의 여인이 서있었다.

“감사합니다. 백작님.”

혹시나 문이 열리자마자 후작의 병사들이 들이닥쳐 자신을 잡아갈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상상을 잠깐 했던 아델라는 하녀장의 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래서. 무슨 일이지?”

버스터 때문에 일어섰던 아델라는 다시 의자에 올라앉으며 물었다.

“후작부인께서 백작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갑자기? 뭐하러?’라는 속마음을 어떨 결에 입 밖으로 낼 뻔했다. 그 정도로 아델라는 이 일을 뜬금없이 받아들였다.

설마 정말로 키프인가 뭔가 하는 꼬맹이가 자신이 한 짓을 엄마한테 일러 그것에 대해 따지려 하는 것은 아닐 테고.

잠시 고민하던 아델라는 결코 편할 리 없는 후작부인과의 대면을 피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연회장으로 가야하는데....”

버스터와 대화를 하기 위해 좀 더 있을 예정이었지만 후작부인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당장 가더라도 상관없었다.

“백작님께서 바쁘신 것은 압니다만, 잠시 시간을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필요하시다면 연회장에는 단장이 좀 더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전하겠습니다.”

“아,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이미 이다가 아델라의 몸단장을 끝내고 연회장으로 내려간 상태다. 그런 말이 전해지는 것은 오히려 곤란했다.

사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녀장이 먼저 연회장으로 향하는 이다에게 몸단장이 끝났는지 물어보며 아델라가 잠시 휴식을 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하녀장이 강하게 나갈 수 있었다.

[잠깐 이야기라도 들어보지 그래?]

물론 호기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 후작과의 관계를 뻔히 알 터인 후작부인이 굳이 자신을 만나겠다는데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부탁드립니다. 후작부인께서 꼭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엄마뻘 되는 여인이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데다가 자신이 허락을 해줄 때까지 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만 같은 모습에 결국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후작부인은 어디계시지?”

아델라가 후작부인을 만나러가기 위해 의자에서 내려오려던 찰나, 갑자기 하녀장이 문에서 떨어지며 옆으로 비켜섰다.

“아니요. 할데란트에서부터 이 먼 곳까지 발걸음해주셨는데 이 정도는 제가 움직여야겠죠.”

그런 말과 함께, 방 안으로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 천천히 들어왔다.

긴 갈색 머리와 옅은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 왔다.

“볼루프 후작령의 영주 ‘티베린 카에틀러’의 부인인 ‘레냐’입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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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협조 3편 +1 19.07.17 111 2 11쪽
63 협조 2편 19.06.07 78 3 9쪽
62 협조 1편 19.04.22 76 3 10쪽
61 낙오 3편 19.03.21 130 3 11쪽
60 낙오 2편 19.02.19 171 3 18쪽
59 낙오 1편 19.01.21 103 5 12쪽
58 조력자 7편 19.01.14 107 3 15쪽
57 조력자 6편 18.12.31 97 3 11쪽
56 조력자 5편 18.12.17 127 2 15쪽
55 조력자 4편 18.12.10 145 3 11쪽
54 조력자 3편 +1 18.11.27 240 3 14쪽
53 조력자 2편 +1 18.11.04 149 6 12쪽
52 조력자 1편 18.10.29 140 4 17쪽
» 발견 6편 18.10.21 121 6 18쪽
50 발견 5편 18.10.14 141 6 14쪽
49 발견 4편 18.10.07 124 5 14쪽
48 발견 3편 +1 18.09.23 150 7 16쪽
47 발견 2편 18.09.16 152 4 17쪽
46 발견 1편 18.09.01 142 2 13쪽
45 불편한 손님 6편 +1 18.08.01 184 1 11쪽
44 불편한 손님 5편 18.07.18 158 2 11쪽
43 불편한 손님 4편 18.07.10 165 2 9쪽
42 불편한 손님 3편 18.07.01 170 2 14쪽
41 불편한 손님 2편 18.06.23 183 2 18쪽
40 불편한 손님 1편 18.06.16 197 2 16쪽
39 사냥 2편 18.06.07 20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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