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ung1354
작품등록일 :
2017.11.23 17:33
최근연재일 :
2019.02.13 12:30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1,390
추천수 :
165
글자수 :
641,611

작성
18.12.07 23:13
조회
53
추천
2
글자
17쪽

티아의 계획

DUMMY

“후웁!”


상대는 검을 휘둘렀다. 금발놈은 그 힘에 저항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상대의 체력과 집중력을 빼다가 빈틈을 노려 단숨에 해치웠다.


퍼억!


“크아아!”


금발놈 시합 결과 승리.


“으아아!”


“으아아!”


브릿과 상대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검을 부딪히고 부딪히고 부딪힌다. 아무런 기교도 없이 그저 힘과 힘의 승부를 계속했다.


퍼억!


“아악!”


계속되는 승부에서 이긴 건 브릿이었다. 브릿은 패자와 거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겼다는 게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였다.


브릿 시합 결과 승리.


“크아아!”


카아아앙!


나는 시합이 시작되자 달려가서 그대로 상대를 날려버렸다. 방어고 뭐고 아무 쓸모도 없었다.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단숨에 상대는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버렸다.


윌슨이 벌써 세 번이나 들었던 말을 똑같이 선언했다.


“승자! 할리!”


나는 별 감흥 없이 경기장을 나가다가 쓰러져서 부들거리고 있는 상대를 보며 살짝 묘한 기분이 되었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재능이 없다며 자괴하고 있었는데 일어나서는 이렇게 압도적으로 상대를 이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게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되진 않는다. 내가 이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몇 번이나 말했듯 회귀라는 사기적인 이점과 시기적 특이성 때문일 뿐. 몇 년 후에도 이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계속되는 씁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주위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야, 저 평민 놈 또 이겼는데...”


“저러다 진짜 저 평민이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거 아냐?”


“젠장 졸업 고순위 애들은 뭐하는 거야...”


“저 평민 놈뿐만이 아냐. 올해는 4강에 1년차가 세 명이나 된다고. 대체 이번 세대 학생들은...”


슬슬 이 학교 녀석들도 내가 토너먼트에서 우승해버릴 거라는 위기감이 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사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아니 왠만한 변수가 있어도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현재 이 학교의 평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이 대회에 참가할 때부터 이렇게 되는 건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딱히 기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대회의 우승이 나에게 있어서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상품이 그렇게 탐나지도 않았다.


윈드 커터 마도구 정도면 비싸긴 하지만 열심히 모으면 나 혼자서도 못 살 정도는 아니었다. 대략 고위험의 의뢰 대여섯 번 정도를 해결하면 얻을 수 있을 정도?


...생각해보니 비싸다. 요새 돈 많은 것들밖에 주위에 없어서 몰랐는데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다. 급격히 상품에 대한 욕망이 부풀기 시작했다. 일단 얻어놔서 나쁜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 대회에서 원래 얻으려 했던 것을 얻는 일은 없었다. 결국 깨달음 따위는 없었고, 답답함을 해소하지도 못했다. 티아한테 뭐라고 말하지...


슬슬 튄다는 대책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일하고 모레만 지나면 토너먼트도 끝이니까. 그럼 티아랑 면담이지. 나는 우울함에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결국 우리 둘 다 여기까지 왔네.”


그때 옆에서 브릿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딴생각을 하며 걷는 동안 귀향본능으로 둘이 있는 곳까지 돌아온 것 같았다. 나는 하던 생각을 접고 대답했다.


“넌 상당히, 아니 많이 아슬아슬했지만.”


“...부정할 수가 없구만.”


내가 하려던 것과 닮은 한숨을 브릿이 내뱉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할 땐 브릿이 4강에 올라온 건 기적에 가까웠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지만 아까 전에 싸울 때만 해도 소모전으로 겨우겨우 이겼으니까.


브릿의 대전운은 정말 엄청 좋았다. 강한 녀석들은 대부분 나나 금발놈이 해치웠고, 브릿이 상대한 녀석들은 전부 졸업순위 중위권이나 하위권이었다.


물론 브릿은 그런 상대들이라도 싸울 때마다 막상막하로 붙으며 근성이나 운으로 승리했지만. 하지만 그건 달리 말해 아무리 강해도 일단 붙어볼 수는 있는 수준의 상대만 싸웠다는 뜻이다.


조작이 아닐까 아주 잠깐 의심해 볼 정도였다. 브릿 녀석의 성격상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어서 바로 접었지만.


아무튼 그런 강운이 아니었다면 4강에 1년차는 두 명뿐이었을 것이다. 나보다는 못하지만 녀석도 상당히 운이 있었다.


하지만 그 운도 여기까지다.


“니 다음 상대는 금발놈이야.”


“타티 르... 아니 됐어. 그렇지.”


브릿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브릿한테 꼭 이기라거나 하는 무리한 말은 하지 않았다. 친구한테 불가능한 걸 시키는 취미는 없으니까.


그냥 이 두 마디만 했다.


“강한 녀석이야.”


“...”


“니가 이 반 년간 배운 것들을 전부 쏟아 붓고 와.”


“...그래.”


브릿은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긴장을 풀어주는 말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잠깐 후회했지만 꺼낸 말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딱히 더 할 말도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그때, 다음 시합을 대비하는 우리를 배려해 입을 다물고 있던 미아드가 대화에 참가했다.


“그럼 말 끝난 거지? 그럼 수련 가자!”


오늘 치른 시합은 딱 네 시합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점심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어제 2단계에 각성해 의욕이 넘치는 미아드가 수련을 제안한 것이다.


“그나저나 너는 벌써 2단계라니, 거 참 내 주변에는 천재밖에 없구나.”


브릿이 혀를 차며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브릿의 그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내가 자괴감에 빠졌을 때 내뱉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자 미아드도 쓴웃음을 짓고 대답했다.


“그래봤자 너희 둘과는 비교도 안 되는데...”


스스로의 실력을 생각하고 우울해진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우리들의 관계가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귀족이니 평민이니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질투의 방향을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중 가장 성취가 적은 미아드가 나와 브릿을 질투하고, 성장속도가 가장 느린 브릿이 나와 미아드를 질투하고, 가장 재능이 없는 내가 미아드와 브릿을 질투하고.


재미있는 관계도였다. 물론 미아드와 브릿의 질투는 착각에 불과하다. 내 실력은 재능 같은 것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까.


이중에서 제대로 된 질투를 하는 것은 나밖에 없다고 확언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질투 같은 것이 존재하느냐는 둘째 치고.


그리고 그 질투를 가장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것도 나였다.


“시끄러. 이것들아. 너희 둘 다 나에 비하면 고만고만하거든.”


“우와. 비겁하게 진실로 사람을 때리다니.”


미아드가 투덜대면서 뒤돌아서 기숙사로 향하기 시작했다. 기숙사 뒤뜰에는 작긴 하지만 우리 셋이 이용하기엔 충분한 수련용 공간이 있다. 이대로라면 그곳으로 향해서 오늘도 하루종일 수련으로 보내게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그리고 이대로가 아니게 만들어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할리이.”


뒤쪽에서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등에 소름이 돋았다. 누가 들어도 티가 날 정도로 일부러 가늘게 만든 이 목소리를 나는 알고 있었다.


그건 약속대로라면 앞으로 이틀간은 만날 일이 없어 조금은 안심하고 있던 상대였다. 숨길 것도 없다. 당연히...


“오랜만이네?”


티아였다.


나는 일단 침착하게 대답했다.


“오랜만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하루는 너무 짧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머나. 나는 1분이라도 안 보고 있으면 섭섭한데. 할리는 아닌가 봐?”


“응. 아냐.”


“후훗.”


티아는 웃었다. 속을 알아낼 수 없는, 알 수 있는 거라곤 진심이 1%도 들어 있지 않다는 것밖에 없는 웃음이었다. 나는 대답을 하면서 어째서 티아가 이곳에 나타났는지 생각해 보았다.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나는 것들 대부분이 현실적이지 않거나 극단적인 것들밖에 없었다.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단서가 너무 부족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일단 가자. 얘기는 거기서 들을게.”


늘 티아를 만나던 곳으로 가서, 그냥 본인에게 들으면 된다. 굳이 미리 머리 아파할 필요 없다. 상황에 따라선 대신 몸이 아파해야겠지만.


그치만 오늘의 티아는 평소와 달랐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여기서 할게.”


나는 그 말에 불안감이 치솟았다. 여기서 하다니. 이곳에는 미아드와 브릿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나오는 학생들도 많다. 지금도 나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와 티아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비밀 대화로서는 최악의 조건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생각이야?”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말 그대로의 의미니까. 저 둘이나 이곳 학생들이 들어도 상관없는 이야기를 할 거라는 거지. 아니, 정확히는 둘은 들어줬음 한 달까?”


“...”


불안감밖에 안 든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억지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차라리 빨리라도 끝내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대신이라는 듯 미아드가 입을 열었다.


“어, 너희 원래부터 이런 분위기였어?”


나와 티아 사이의, 아니 정확히는 티아를 향한 나의 적의를 느낀 것 같았다. 하지만 티아는 미아드는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을 했다.


“어제 말했듯 원래는 토너먼트가 끝나고 올 생각이었어.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고, 무작정 재촉한다고 니 실력이 오르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걸 알면 왜.”


“원래 시간이란 건 있가다도 없는 거잖아?”


그러면서 티아는 혼자 깔깔 웃었다. 나는 어디가 웃어야할 부분이었는지 혼란스러웠다.


티아는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소리와 표정을 함께 싹 지웠다. 나는 그나마 익숙해졌지만 미아드와 브릿, 그리고 지나가던 놈들은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오늘 니 경기를 보니까 도저히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불필요한 움직임 투성이에, 과한 체력 소모, 순간적인 판단력 부족까지. 그동안 보여줬던 좋은 모습은 어디 다 버린 건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바보 같은 전투였어.”


“...”


그런 걸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전투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티아의 판단은 다른 것 같았다.


미아드가 옆에서 화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야, 너 말이...”


“그렇지만 나서려고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었지. 방금도 말했듯이 재촉한다고 실력이 나아지지는 않을 테니까.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방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무시당한 미아드가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이려는데, 갑자기 티아가 시선을 미아드에게로 돌리고 물었다.


“혹시 영웅담 같은 거 좋아해?”


“어, 응. 좋아하는데...”


미아드는 티아의 분위기에 휘말렸는지 화를 내던 기세를 잃고 순순히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티아가 말한 단어에 집중했다.


“영웅담?”


“그래. 영웅담. 그리고 그중에서도 클리셰라는 거 알아?”


알고 있었지만,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던 듯 티아가 설명했다.


“인쇄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처키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라비드 왕국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단어야. 진부한 표현, 상투어 등을 뜻해. 그리고 보통 책에서 등장인물들이 자주 쓰는 패턴이나 연출 등을 의미해. 이별 장면에서 비가 온다던가 하는 게 그 예지.”


티아는 설명에 맛을 들인 듯 흥미 없는 정보들까지 쏟아냈다.


“클리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동시에 작품에 있어서 클리셰는 반드시 필요해. 클리셰는 곧 형식인데,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않고 나온 작품은 결국 자기만족일 뿐이니까. 애초에 현대 작품에서 사용하는 작품의 패턴의 99% 이상은 이미 과거에 쓰인 것들이고.”


“이거 끝까지 들어야만 본론을 들을 수 있는 거냐?”


티아는 ‘아 참.’이라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믿지 않았다. 저 녀석이 자기 이야기에 집중해서 본론을 잊어버리는 바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집중해버려서 미안해.”


“아냐. 이야기 재밌었어.”


미아드가 대답했다. 하지만 난 재미없었다. 나는 이제 그만 본론을 이야기하라는 듯 팔짱을 끼었다. 티아는 입을 가리고 웃음소리를 내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간단해. 나도 그 클리셰를 이용해볼까 해서 말이야.”


“...이용?”


“그래. 할리. 난 니가 마치 영웅담의 주인공 같다고 생각하거든. 뛰어난 능력. 올바른 성품. 무엇보다도 평민이지. 신분을 뛰어넘은 모습이야말로 주인공의 자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라며 티아는 말했다.


“그럼 주인공이 강해지는 클리셰를 써보면 되지 않을까가 나의 발상이야.”


나는 어디서부터 지적할까 잠시 고민하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말했다.


“책이랑 현실은 다르거든.”


“뭐, 그렇기야 하지만 틀려도 딱히 잃을 건 없잖아. 그래서 한 번 해보려고.”


“...마음대로 해. 뭘 도와줘야 하는데?”


나는 티아가 협상이나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티아에게 이건 그저 통보에 불과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이 망할 년의 장난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하지만 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해줄 건 없어. 너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돼.”


“...”


이 년의 장난에 어울리는 것도 싫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싫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안녕. 미아드.”


“어. 그...”


“아, 응. 안녕.”


나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으려다 대상이 미아드라는 걸 알고 조금 놀랐다. 티아가 미아드의 이름을 알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 대화를 하고 있던 걸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이상하지도 않았다. 미아드도 마찬가지인지 딱히 놀라지 않았고 인사를 받았다.


티아는 미아드한테 마지막으로 고개인사를 한 뒤 뒤돌아가려 했다.


그때였다.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브릿이 입을 열었다.


“티아리스.”


“...”


티아는 멈추지 않고 길을 걸어갔다. 브릿은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니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하려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내 친구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뚝.


그렇게까지 말하자 티아는 제자리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한 바퀴 뒤돌아 완벽한 무표정으로 브릿에게 말했다.


“볼스 가의 둘째 아들.”


“...”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칭에 무슨 말을 하나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티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하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넌 내 인생에 없는 존재야.”


“?”


브릿은 티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직관적으로 좋지 못한 말이란 걸 알았기에 표정이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의 티아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을 했다.


“할리는 나에게 둘도 없이 중요한 존재고, 옆의 미아드는 최소한 조연이라도 되지. 하지만 넌 저기서 서 있는 것들과 비슷해.”


티아는 아직까지도 꽤 남아 있는 학생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제야 브릿도 모욕이란 건 알아차렸는지 표정을 굳혔다.


“공기나, 대지. 별과도 마찬가지지. 이야기에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지만, 설정 상으로는 필요한 존재. 그게 너야.”


“너...!”


“그만. 화내지 마. 너랑 싸우기 싫어. 시간이 아까워. 너에게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할리랑 친구든 뭐든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내가 너를 주목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내가 너에게 바라는 유일한 일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티아는 훌쩍 뛰어 옆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분노하는 브릿과 그에 동조하는 미아드, 그리고 나를 보며 인사했다.


“그럼 내일 보자. 할리.”


마치 정말로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이. 그리고는 다시 옆쪽으로 뛰어내려 사라졌다.


내가 그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동안 미아드가 분노하며 말했다.


“뭐야, 쟤! 원래부터 그렇게 좋은 애가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어!”


티아를 두 번째로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티아는 사람을 죽여서 튄 피를 보며 자신의 부하를 욕했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것 같았다.


“...신경 쓰지 마. 브릿.”


“크윽...”


나는 브릿을 위로해 보았지만 브릿은 자존심이 크게 상한 듯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곧 티아가 사라진 영향으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사라졌고, 나는 아직까지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둘에게 말했다.


“화가 나는 건 알겠지만,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건 수련이야. 저 녀석한테 항의하는 건 나중에 하고 일단 기숙사로 가자.”


“정말 화나.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미아드는 투덜거리면서도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한 건지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브릿도 애써 분노를 억누르며 뒤따랐다.


그리고 나 또한 뒤따르려다가 잠시 그 단어를 중얼거려봤다.


“클리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과 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노트북이 고장났습니다 18.12.16 41 0 -
93 시간 회귀 마법 +2 19.02.13 47 1 15쪽
92 질문 +1 19.02.08 27 1 15쪽
91 곤곤곤의 회의 +1 19.02.04 26 1 16쪽
90 장로들 +1 19.01.31 31 1 16쪽
89 대장 엘프랑 협상 +1 19.01.27 41 1 15쪽
88 톤톤톤 때리기 +1 19.01.25 32 1 15쪽
87 라라라의 마법 +1 19.01.23 27 1 17쪽
86 인질극 +1 19.01.21 33 1 15쪽
85 몰살과 구출 +1 19.01.19 57 2 16쪽
84 잠입 +1 19.01.18 43 2 15쪽
83 엘프랑 가해자랑 대화 +1 19.01.16 44 2 15쪽
82 도망치는 엘프 +1 19.01.14 42 1 15쪽
81 3권 후기 +3 19.01.13 46 2 4쪽
80 3권 마지막 화 +1 19.01.12 46 2 19쪽
79 패배 예고 +1 19.01.09 40 2 18쪽
78 티아리스 2차전 결말 +1 19.01.06 39 2 18쪽
77 티아리스 2차전 +1 19.01.03 52 2 15쪽
76 티아와 전투 준비 +1 18.12.31 53 2 16쪽
75 금발놈에게의 복수 +2 18.12.28 56 2 15쪽
74 금발놈과 시합 전에 +1 18.12.26 52 2 22쪽
73 내일을 위한 휴식 +1 18.12.23 47 2 11쪽
72 미아드의 비밀 +1 18.12.19 51 2 16쪽
71 각성 +1 18.12.13 65 2 18쪽
70 브릿 대 금발놈 +1 18.12.10 50 2 16쪽
» 티아의 계획 +1 18.12.07 54 2 17쪽
68 재능 +1 18.12.04 50 2 15쪽
67 안 좋은 날 +1 18.12.01 65 2 15쪽
66 토너먼트 진행 중 +1 18.11.28 47 2 15쪽
65 금발놈 승리 +1 18.11.25 57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