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캐논, 수상한 상단에 합류하다(1)
122화.
시간은 걸리겠지만 며칠후에 부화할것 같았다. 33도로 설정해 놓은 알은 5일후에 무사히 부화했지만 30도로 설정해 놓은 알은 좀처럼 부화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35도가 적당한 온도란걸 알수 있었다. 양계장으로 부화한 병아리를 들고 갔다.
"부화는 아직입니다. 이런식으로 병아리가 태어 날수 있는지요?"
케빈 일행은 믿기지 않아했다. 병아리는 닭이 품어야 탄생한다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다. 만약 이런식으로 부화가 되는걸 확인하면 기절할 정도로 놀랄것이다.
"물론이다. 이 상자를 열어 봐."
"헉! 벼, 병아리!!"
"여러 가지 온도로 실험해 본 결과다."
병아리를 보고 멍해 하는 일행들을 데리고 부화장으로 향해 아티팩트를 35도로 조절해 주고 빈그릇에 물을 떠 놓으라고 했다. 하루에 두번씩 알도 굴러 주라고 하며 다시 실험해 보라고 했다. 30일이 지났을 무렵 양계장으로 향하자 케빈이 헐레벌떡 달려와 성공했다며 호들갑을 떨어 대었다.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성공한것이다.
"이, 이런식이라면 한겨울에도 병아리가 태어 날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늘리면 않돼. 닭이 너무 많으면 먹이가 부족해 오히려 골치만 아파."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지만 얼마큼의 수확을 거둘지는 모른다. 이들에게 퇴비 만드는 법도 가르켜 주었다. 닭똥과 낙엽과 흙을 물을 뿌려 가며 섞어 거적으로 덮어 놓고 한달에 한번씩 다시 뒤집어 주라고 했다. 퇴비는 옥수수 밭이나 밀밭에 뿌려 땅을 갈아 주면 많은 수확을 올릴수 있으며 퇴비안에 지렁이가 있으면 닭들에게 주라고 했다.
"캐논님, 일손이 너무 부족합니다. 저희 다섯명이 농사를 지어 가며 닭을 관리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럼 빈민촌의 사람들을 고용해. 어차피 마요네즈를 만들려면 사람들이 필요할꺼야."
"그, 그래도 되는지요?"
"물론이야. 이제 이곳은 너희들꺼야. 너희들이 뭐든 알아서 해."
이제 양계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더이상 도와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것이다. 지금은 5명이 서로 도와가며 협력하고 있지만 몇년이 지나면 마음이 맞지 않아 불만이 쏟아지거나 갈라 질지도 모르지만 해 줄 것은 다 해준 셈이다. 이곳에서 더 있을 필요성이 사라졌다.
먼옛날 자신이 수련하던 동굴로 이동해 마나를 모을 생각이다. 그곳엔 지구의 용혈처럼 마나가 자연적으로 모이는 곳이다. 동굴 입구는 큰바위로 막아 놓았다. 누가 치우지 않는한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바위 모양을 머리속에 그리며 사이킥 워프를 시도했다.
큰바위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캐논은 바위 주변이 많이 변했다는 걸 알수 있었다. 무성한 풀과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바위를 들어 올리자 시커먼 동굴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수북히 쌓인 먼지로 볼때 누구도 들어 오지 않은것 같았다.
"클린! 클린!"
라이트 마법을 펼치며 동굴 통로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며 안쪽으로 들어 갔다. 변한건 하나도 없었다. 마나가 모이는 안쪽엔 엄청난 마나가 모여 있었다. 마나 집적진도 필요없을 정도였다. 군침을 흘리며 즉시 마나 연공을 시작했다.
***
비록 많은 시간은 걸렸지만 9서클에 해당되는 마나를 모은 상태로 사이킥 덕으로 예전보다 더욱 강해진 캐논이다. 이제 드래곤과도 일대 일로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중간계를 일통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 가야 한다. 지구에서 자신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상태일것이다.
"누님이나 동생이 알아 보지 못하겠구나."
50년이란 시간이 흐른 상태다. 이 동굴안이 아니었다면 그 몇배의 시간이 걸렸을것이다. 9서클 마법사의 수명은 적어도 3백년이상이다. 자신이 죽으면 다시 환생을 하겠지만 인간으로 다시 태어 난다는 보장은 없었다.
될수 있는한 오래 살아야 한다. 마나 포션과 치료 포션은 엄청난 양을 만들어 두었다. 마나 연공에 질리면 트롤을 잡아 피를 뽑아 포션을 만들고 동굴안에 마나 집약진을 만들어 마나 포션까지 만들어 둔것이다. 혹시 몰라 트롤의 피도 보관해 두었다. 또한 간이 아공간을 더욱 적은 마나로도 열수 있게끔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
주먹 한개 정도의 입구로 30센티 정사각형의 아공간이다. 그 안에 마나 포션과 치료 포션을 8대 2의 비율로 넣어 두었다. 이제 1서클의 절반에 해당되는 마나만 모으면 언제든지 아공간을 열수 있다. 중간계에서만 구할수 있는 다른 물건도 충분히 구해 놓아야 한다. 마나석은 원래 엄청나게 아공간에 보관해 놓아 충분했다.
'그래. 성수(聖水)를 구해 놓자.'
신관만이 만들수 있는 물건이 성수다. 마계에서 또다시 마왕과 조우한다면 이길수 있을지 장담할수 없다. 드래곤 수십마리가 달려 들어 겨우 동수를 이룬다는 마왕은 마계에서는 드래곤 수백마리가 달려 들어야 처리할수 있을것이다.
중간계에선 마족은 본래 힘 절반정도밖에 사용할수 없다. 중간계에서 마족과 천족을 쫒아낼때 주신이 제약을 걸어 놓은 것이다. 그 정도로 강한 마왕을 상대할수 있는 자는 천족들의 왕인 천왕밖에 없다.
'아레아 교단이 그대로 있을까?'
이곳 중간계에서 가장 큰 종교 단체는 단연 대지의 여신인 아레아를 신봉하는 아레아 교단이다. 굳이 아레아 교단이 아니라도 상관없었지만 질 좋은 성수를 많이 얻을려면 가장 큰 교단이 적당했다. 아레아 교단은 예전엔 스트레브 제국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왕국으로 제국이 쪼개진 상태로 어느 왕국에 있는지는 모른다. 마나를 모으고 있던 산을 내려 갔다.
"크오오오오~!!"
캐논이 산을 내려 가는 모습을 발견한 트롤이 환호의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더이상 피를 뽑히는 학대(!?)를 당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딱 한번만 더 뽑아 버려?'
두번 다시 구할수 없는 트롤피다. 자신에게 헌혈을 해 준 트롤은 나름대로 편안했을것이다. 피를 뽑은후엔 반드시 보답으로 몬스터 사체 두세마리를 던져 주었기 때문에 고생해서 사냥할 필요도 없었다. 산을 내려가자 수백년전에는 없었던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딜 가더라도 중간계의 마을이나 성은 목책이나 높은 성벽으로 빙 둘러 쌓여 있는 형태다. 몬스터의 습격이나 전쟁의 위협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별로 없다. 귀족은 귀족 나름대로 권력 유지에 힘을 기울이고 평민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을 해야한다.
"멈추십시요."
후드를 벗고 소리가 들려온 목책위를 바라 보았다. 젊은 놈 세명이 경계를 서며 제지를 한것이다. 굳게 닫혀 있는 문안으로 들어 가기 위해 저들의 허락이 필요했다. 들어 갈 필요는 없었지만 사람 냄새가 그리웠다. 50년동안 꼬박 산속에서 생활한 탓이었다.
"무슨 일로 저희 마을에 오신겁니까?"
"지나 가는 길이다. 몇가지만 물어 보고 바로 떠날꺼다. 아레아 교단은 어디 왕국에 위치하고 있는지 아나?"
"아레아 교단은 마로이 왕국에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느쪽으로 가야 하나?"
저들도 모르는지 서로 얼굴만 바라 보고 있었다. 모두 모르는듯 고개를 가로 젖은 이들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한뒤 잠시후 노인 한명이 목책위로 올라왔다.
"시, 신관이십니까?"
"아니다. 마법사다."
"아! 일단 마을안으로 들어 오십시요."
끼이익.
노인이 손짓을 하자 목책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을 연 두명의 청년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저어, 마법사님!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는지요?"
"뭐지?"
"마을에 다친 이들을 치료해 주실순 없는지요?"
"안내해."
노인을 따라 가며 어떤 환자인지 물어 보았다. 사냥을 갔다가 오크들을 만나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부상자는 모두 3명이었다. 사냥에 7명이 참가해 겨우 살아온 자들이 3명으로 모두 엄중한 부상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이 상태로 하루만 더 지났다면 모두 죽었을것이다. 포션과 엔다이론을 소환해 세명을 치료해 주고 촌장에게 아레아 교단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자신을 안내한 노인이 마을 촌장이었다.
"아레아 교단이 있는 마로이 왕국은 남쪽으로 다섯달은 걸어 가야 합니다. 마로이 왕국의 어느 영지에 교단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남쪽으로 이동해 마로이 왕국만 찾으면 곧바로 알수 있는 일이다. 마을에서 하루를 묵었다. 촌장의 대접은 융숭했다. 아침 일찍 마법으로 길을 따라 이동했다.
***
"이보게. 여기가 마로이 왕국인가?"
"응?"
야영 준비를 하고 있는 짐꾼들을 바라 보고 있던 리슈먼 상단의 상단주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보았다. 언제부터 자신 뒤에 서 있었는지 로브를 입은 중년인이 자신을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이 마로이 왕국이냐고?"
"그, 그렇습니다."
"아레아 교단으로 갈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리피 공작령으로 가야 합니다."
공작령으로 가는 길을 묻자 대답하는 중년인이 상단을 이끌고 리피 공작령으로 간다고 했다. 이곳에서 한달 거리라며 같이 동행하자며 부탁을 해 왔다. 자신이 마법사라고 알아 본것 같았다. 마법사와 동행을 하면 상단은 엄청나게 편하다. 멀리까지 물을 뜨러 가지 않아도 되며 야영할땐 불침번도 필요 없다.
몬스터의 습격이나 산적이나 마적들의 습격에도 유리했다. 리슈먼 상단에 동행하기로 했다. 50년만에 나온 대륙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 볼겸해서였다. 상단주라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리슈먼 상단은 마로이 왕국 전체를 돌아 다니며 상행하는 큰상단이었다.
호위하는 용병들도 수십명이나 되었다. 그런 용병들이 상단주 옆에 있는 캐논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여태까지 상행을 하면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상단주님, 누구십니까?"
"캐논 마법사님이시네. 우리들과 동행하게 되었다네."
용병 한명이 다가와 캐논을 슬쩍 바라 보며 상단주에게 물었다.
"아, 반갑습니다. 전 테라 용병단을 이끌고 있는 테라입니다."
"캐논 드라이브다."
테라라는 자는 익스퍼트 중급정도였다. 저 정도 경지라면 굳이 용병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영지를 가더라도 기사로 임명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용병이 중급 경지에 드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몰락 귀족이나 테라를 이끌어 준 스승이 있을 것이다. 마나 심법없이는 익스퍼트 경지는 요원한 일이다.
리슈먼 상단과 동행하면서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자유로운 용병들이 군기가 팍팍 잡혀 있었으며 절도있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또한 용병 단장인 테라외에 익스퍼트급 용병이 두명이나 더 있었다. 비록 초급이지만 사십여명의 용병단 치고는 굉장한 일이었다.
"단장님, 저 마법사의 경지는 어느 정도인지요?"
"모른다. 전혀 감지가 되지 않아. 정말 마법사인지 의심스럽다."
"마나 서치 아티팩트에 감지되지 않는다면 혹시 가짜 마법사가 아닐까요?"
"음...당당한 말투로 보아 마법사인것 같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들 대화를 모두 듣고 있는 캐논이었다. 이들이 이상해 야영할땐 항상 실라이온을 불러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알아 보고 있었다.
"쉐마라 왕국의 첩자는 아닐까요?"
"그건 천천히 알아 보면 알수 있을꺼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애들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걱정마십시요. 한두번 일 하는것도 아니잖습니까."
더이상의 대화는 없었지만 정말 이상했다. 절대 평범한 용병들이 아니었다. 용병 단장은 가끔씩 어디론가 갔다가 돌아 오곤했다. 처음엔 볼일을 보러 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매번 야영을 할땐 야영지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 오는 일과에 다음 야영지에선 무얼 하는지 알아 볼 생각이다.
야영은 항상 어두워지기 전부터 준비한다. 용병들이 야영 준비에 한창일때 테라는 오늘도 슬그머니 야영지를 벗어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무슨 짓을 하는지 실라이온을 보내 알아 보게 했다. 야영지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 테라는 작은 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잠시후에 하늘에서 까만점이 급강하하며 테라에게로 접근하고 있었다.
전신이 까만색인 까마귀로 보이는 새가 테라가 내민 팔뚝에 앉았다. 전서오(傳書烏)였다. 역시 테라는 평범한 용병이 아니란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발목의 작은 통에서 전서를 꺼내 읽어 본후 손으로 비며 전서를 분해시켜 버렸다. 전서오에게 육포를 한조각 먹여 주고 하늘로 날려 보낸후 야영지로 돌아온 테라는 무표정이었다.
그런 테라에게 용병들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다음날도 야영지를 벗어나는 테라를 이번엔 몰래 미행했다. 나무 뒤에서 피리를 불어 전서오를 부른 테라였지만 전서오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선회만 할뿐 좀처럼 아래쪽으로 내려 오지 않자 탁 틔인 공터로 나가 팔을 내밀었다. 그래도 전서오는 내려 오지 않았다.
"아무리 불러도 내려 오지 않을꺼다."
"헉!"
챙.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란 테라는 즉시 뒤를 돌며 롱소드를 빼어 들었다. 상단주 옆에 있던 마법사가 언제 자신을 따라 왔는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자신의 행동을 모두 지켜 보고 있었다면 낭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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