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신전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수모쿠
작품등록일 :
2017.11.30 00:48
최근연재일 :
2018.05.24 11:05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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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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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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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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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리얼타임

DUMMY

분을 못 이기고 길길이 날뛰며 침실 이곳저곳을 멋대로 뒤지던 승혜가 아이코, 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아이고, 이것아! 조심해야지! 다행히 양탄자가 있어서 다치지는 않은 것 같네.

어? 저것은...!

내가 아까 바닥에 떨어뜨린 딜ㄷ... 아니 그 몽둥이를 밟고 넘어진 거야? 아아... 아무리 더러워도 치워놨어야 했던 건데.

안 돼! 그거 손으로 만지지 마! 아악!

울먹이던 승혜가 그 봉을 들어 보이며 내게 묻는다.

─흐잉... 뭐예요 이게?

─아아아아... 그게 있잖아아... 우, 운동기구 같은 거야.

뱉어놓고 바로 후회가 된다. 거짓말을 하더라도 좀 믿을 만한 걸 해야지. 저런 운동기구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거짓말! 내가 이게 뭔지 모를 줄 알아요?!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조그맣고 귀여운 애 몸에다가 이런 무지막지한 걸...! 이 변태! 싸이코! 정신질환자!

조그맣고 귀여워...?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산 채로 썰어버리겠다고 하지 않았었니.

으악! 잠깐만! 안 돼! 그건 안 돼!

넘어지는 바람에 시야가 급격히 낮아진 승혜가 검은 상자를 발견한다. 아까 침대 밑에서 ㅇ이 끄집어낸 바로 그 상자다.

정확히 ㅇ이 끄집어내던 그 순서 그대로 수갑, 채찍, 양초, 촛대, 쇠사슬, 목줄이 밖으로 나와 바닥에 진열된다. 눈과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이게 다 뭐예요!

─아니, 승혜 씨... 이건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건데, 이거 내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 물건들은, 그렇지, 쟤가 가지고 들어온 거라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만 잘 넘기게 해주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널 빼내줄게. ㅇ에게 눈을 찡긋해 보인다. 제발 도와줘.

어?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느라 내 눈짓을 못 본 건가? 이러면 나가린데.

ㅇ이 쿨쩍, 코를 들이킨다.

─흑... 나리, 저걸 제가 언제 가지고 들어왔어요? 흐윽...

아, 이거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말이 돼요? 저렇게 조그만 애가 이렇게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들어와요? 너 똑바로 말해! 도련님이 이거 가지고 너한테 무슨 짓 했는지!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씨. 저는 아무것도...

─너 진짜 죽고 싶어?

그걸로 사람 때리면 다쳐! 몽둥이를 휘두르려는 승혜의 손목을 양손으로 잡아챈 다음 나도 소리를 지른다.

─옷 입혀서 내보내려던 참이었어! 정말이ㅇ... 커흑!

승혜한테는 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래도 뺨이나 좀 때릴 것이지 왜 명치에 주먹질을...! 아이 씹할...!

숨을 못 쉬겠어!

터진다. 복장이 터진다 내가! 아오 진짜!

─거짓말! 할 거 다 해놓고 거짓말하는 거죠?

어억...! 숨이 안 쉬어져! 무슨 여자애 주먹이 이래? 바닥에 쓰러진 내가 양탄자 무늬를 구경하고 있는 사이 승혜가 또 ㅇ을 다그친다.

─그거 벗어.

─네?

─벗으라고!

방금 옷장에서 꺼내 입은 외투를 벗게 된 ㅇ이 가엾게도 온몸을 바들바들 떤다. 굴욕감 때문이겠지. 그런데 잘 이해가 안 가네. 방금 전까지는 발가벗고도 잘만 돌아다니던 애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승혜는 그 앞에 서서 눈과 손으로 ㅇ의 알몸 구석구석을 험하게 훑고 더듬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ㅇ의 두려움이 울음으로 바뀌어 눈과 입에서 쏟아져 내린다.

어떻게 해서든 저 짓거리를 더 이상 못하게 만들어야...!

─어머? 정말이네?

승혜가 뒤를 돌아보며 내게 묻는다.

─도련님,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거예요? 아무 흔적도 없는데?

─쿨럭! 그렇다니까? 말했잖아? 너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야?

─아아... 그랬구나. 난 또...

이쯤 되면 의혹은 풀린 거다. 이제 누명은 벗겨졌다.

감히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각에 내 방에 쳐들어와서 사람을 때리고 나한테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씌웠겠다?

이제 내가 화를 낼 차례다!

─야! 너 진짜 이게 대체 무슨 짓...!

─왜 아무 짓도 안한 거예요? 몸에 무슨 문제 있는 거죠? 그렇죠?

─뭐? 갑자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게?

이럴 땐 뭐라고 말하면 되는 건가.

─그리고 왜 엄중경비 구역에 천것을 데려다 놔요?! 말이 돼요?

이상하다. 내 차례인 줄 알았는데.

승혜가 보안 어쩌고를 입에 담으면서 또다시 공룡처럼 포효한다.

이거... 턴 Turn제 게임인 줄 알았는데, 리얼타임 Realtime 방식이었던 건가?

이익! 말을 한 턴Turn 못하더라도 일단 얘 옷부터 입혀야겠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외투를 집어 얼른 ㅇ의 어깨에 얹어준다. 황급히 외투를 걸치고 옷자락을 여미는 손의 움직임이 필사적이다. 이제 조금 진정이 되려나.

그나저나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돼? 화가 난다. 그렇지만 승혜는 자기 턴을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레노 턴! 오레노 턴! 즛토 오레노 턴다!

─왜 일부러 데려다 놓고 그냥 내보내는 거예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거 다 죽은 거죠?

아니 이게 무슨 막말을?

─죽기는 뭐가 죽어? 그리고 내가 데려온 거 아니라고!

─직접 데려온 거 아니어도 마찬가지예요! 흑심 품고 납치해 오라고 시킨 거잖아요!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어야 말이지!

─다 오해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얘는 어제 아침 편의점에서 오해를 해서 나한테 칼을 휘둘... 아니, 사건이 좀 있었던 거고, 영기 옹하고 대대장님은 그걸 가지고 내가 얘를 마음에 둔 걸로 착각을 하셔 가지고...!

─헛소리! 도련님 말을 어떻게 믿어요?! 야! 네가 말해봐. 똑바로 말 안 하면 죽일 거야!

─웃기지 마. 네가 뭔데 얘를 윽박질러? 네가 뭔데 사람을 멋대로 죽이고 살리냐고? 야 대답하지 마. 안 해도 돼! 얘한테 물어보고 말 것도 없어! 내가 뭐한다고 거짓말을 하겠냐? 이렇게 그냥 보내는 거 보면 몰라? 너도 봤잖아? 아무런 흔적도 없는 거! 나는 전혀 그럴 마음 없었다니까!

어라?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ㅇ이 나를 올려다본다.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얼굴이다.

응? 너는 또 왜 이래.

아... 알 것 같다. 그런데 안 돼. 무슨 말하려는지 알 것 같은데, 그 말은 하지 마. 제발 부탁이야! 이번 한 턴만 넘어가주면 내가 이겨먹을 수 있는데!

ㅇ의 눈에 다시 눈물이 글썽해진다. 안 돼, 제발 그러지 마!

─흑... 나리. 정말 저한테 아무 관심 없으셨던 거예요?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다 알면서도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고 만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하아... 이 말이 나오고 말았어. 승혜는 화를 못 이기고 발을 동동 구른다. 귀 따갑다.

─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좋다고 말한 거 맞잖아!? 그런 더러운 말로 꼬드겨서 나 몰래 할 짓 못할 짓 다 한 거죠?!

─글쎄 그게...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ㄱ...

─변태! 색마! 나쁜 놈! 이... 이... 더러운 쓰레기!

─아 나 진짜 미쳐 버리겠네! 야, 그럴 거면 왜 사람을 때려? 왜 여기서 말을 섞고 앉아있냐? 내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듣지도 않고 욕할 거면서?

승혜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내게 안기듯 달려든다. 그리고 주먹으로 가슴을...

퍽! 퍼벅!

아... 이 새끼 뭐지? 사실 남자였던 거 아닐까? 허약해 보이더니 체중이 실려 있는데? 얘는 발육만 좋은 줄 알았더니 주먹이 무슨...! 아니 내가 허약해서 그런 건가. 정권으로 치는 것도 아닌데 두 대째부터 생각이 확 바뀐다. 이걸 계속 맞고 있다간 갈비뼈가 내려앉을 거다. 살기 위해서는 저 손목을 붙들어야 해!

내게 양 손목을 붙들린 승혜가 드라마에서처럼 몸부림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사랑싸움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승혜에게는 그저 분풀이이지만 내게는 살기위한 투쟁인 거다. 아무래도 나랑 체급이 비슷한 것 같다.

제발 진정하라고! 생각 같아서는 뺨이라도 한 대 때려 보고 싶지만, 손목을 놓는 즉시 역공을 당해 피를 토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름 필사적으로 붙들고 늘어지자, 승혜도 조금씩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이제 어느 정도 진정한 걸까? 놔줘도 내 목숨에는 이상이 없는 건가.

─하아... 하아... 저건 또 뭐예요...?

─예? 뭣 때문에 그러시는지...?

맞고 나니 갑자기 존댓말이 튀어나온다. 승혜가 검지로 ㅇ의 손에 들려있는 화살을 가리킨다. 그게 이제야 눈에 들어오냐? 방금 전에는 아예 눈이 뒤집혔던 모양이구먼.

─이거는 뭐냐면...

승혜의 양 손에서 힘이 쪽 빠진다.

그러더니 어린애처럼 아예 목을 놓아 울음을 터뜨린다. 어? 이럴 애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럴까...?

─...나한테 준 거하고 똑같은 걸 준 거예요 저 천것한테?

...이번 건 장난이 아닌 듯. 어마어마한 일이 터질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방금 전 내 가슴을 두드리던 그 파워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몰라. 눈에서 뭔가 파르스름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거 혹시 살기?

─오해야. 선물로 준 게 아니고...! 나가다 또 붙잡혀서 경을 칠까봐 통행증 삼아서... 아니, 너도 알다시피 내가 글자를 다 까먹었잖니? 너는 진짜 사정 다 알면서 왜 이러는 거야? 내가 그래서 뭐라고 종이에 적어줄 수가 없어 가지고!

이제는 아예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영혼이 찢기는 기분이랄까.

─흑... 그럼... 나만 더 비참해지잖아요. 그렇게 간단하게 줘 버릴 걸... 아까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막... 마음 흔들어놓고! 나한테 왜 이래요? 나 가지고 논 거예요?

이건... 그냥 때리는 게 낫겠는데.

─저기, 그런 게 아니야. 승혜 씨, 지금 내 말을 잘 들어야 된ㄷ... 근데 잠깐만? 너 저기 떨어져있는 저 화살, 나한테 돌려주려고 들고 온 거 아니었어?

잠시 침묵이 흐른다. 눈물도 그친다. 승혜가 말똥말똥해진다.

─아니에요! 이런 씹할!

대체로 욕은 강한 부정을 의미하고, 강한 부정은 긍정을 의미하는 것 같던데. 암만 봐도 그런 것 같은데?

─아니 어차피 돌려주려고 들고 온 거였잖아? 그럼 내가 화살을 쟤 아니라 설령 근오한테 줬다고 해도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닌 ㄱ...

안색이 사납게 돌변한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버러지! 더러운 쓰레기!

하아... 다시 원점이다. 그냥 ㅈ나 가만히 있어야겠다. 어째서 착하게만 살아온 나한테 이런 ㅈ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거지? 재미라도 좀 보고 이렇게 털렸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작가 너 이 새끼...! 언제 나한테 잡히면 진짜 뒈질 줄 알아.

─이 짐승! 루저! 외톨이! 센 척하는 양아치! 못된 머저리!

대사가 어째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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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그럴래 +8 18.04.14 553 7 11쪽
51 발걸음 +4 18.04.12 563 6 11쪽
» 리얼타임 +4 18.04.10 733 7 11쪽
49 대면 +9 18.04.08 682 5 11쪽
48 목숨 +4 18.04.05 1,097 8 11쪽
47 교착 +6 18.04.03 683 7 11쪽
46 움직이는 인형 +4 18.04.01 943 10 11쪽
45 밤의 천사 +10 18.03.30 706 6 11쪽
44 꼬시다 +1 18.03.28 722 10 11쪽
43 악녀 +8 18.03.26 747 6 11쪽
42 아버지 +2 18.03.24 685 8 12쪽
41 꽃보다 화살 +10 18.03.22 799 10 11쪽
40 아첨 시작 +16 18.03.20 1,053 11 12쪽
39 바람이 분다 +5 18.03.18 721 14 11쪽
38 창 던지기 +8 18.03.16 788 8 11쪽
37 비무가 끝난 오후 +9 18.03.14 775 6 11쪽
36 접힌 투구 +6 18.03.12 872 13 11쪽
35 화염의 매 +10 18.03.10 1,174 10 11쪽
34 골육상쟁 +10 18.03.08 810 12 11쪽
33 아구창 +10 18.03.06 828 10 11쪽
32 판정 +13 18.03.04 809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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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부의 신 +4 18.01.28 908 11 11쪽
27 영웅의 귀향 +6 18.01.26 951 15 11쪽
26 자리다툼 18.01.26 863 13 11쪽
25 예복 +7 18.01.24 97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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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갈등 +7 18.01.11 1,371 18 12쪽
12 수성치안대대 +5 18.01.10 1,38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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