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룡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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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깹
작품등록일 :
2017.12.0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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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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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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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웃의 드래곤

DUMMY

“아무튼 저렇습니다.”

“훗. 그 꼬맹이들이 재미있게 컸습니다.”

듀릭과 코페니아였다.

“좋게 말하신 것 잘 압니다. 후우... 브림놈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대기만성이라 하였습니다. 지금은 저렇더라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인물이 될 것입니다.”

“허허.. 코페니아 아가씨께서는 항상 좋은 말만 해주시는 군요. 그나저나 레어로 돌아가지 않으시고 저를 보자고 하신 까닭은 무엇이옵니까?”

“예. 지금 전 이곳 드워프 마을에서 만든 흙 그릇을 쓰고 있습니다.”

“허허허. 항상 저의 드워프 마을 물건을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걸 다른 곳에도 판다고 들었습니다.”

듀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산 밑의 아리랑 마을에서 그것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드워프가 만든 물건이라도 큰 값은 못 받는다고요?”

그 말에 듀릭은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드워프의 물건이라도 고작 흙으로 빚은 그릇일 뿐이니까요. 사람들은 드워프들이 보석이나 무기, 건축용 돌만 가공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흙으로 그릇을 빚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대단찮게 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고작 흙으로 빚었기 때문이겠지요. 흙만 아니라 나무로 만든 것도 같은 취급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코페니아는 한 덩어리의 하얀 것을 꺼냈다.

“이것을 어찌 보십니까?”

“이건...”

듀릭은 코페니아가 내민 것을 받아 이리저리 살피고 만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자가 매우 곱군요. 좋은 흙입니다. 그나저나 이처럼 하얀 흙이 있다니...”

하지만 흙을 자세히 살피던 듀릭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그릇을 못 만듭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우선 흙의 입자가 너무 작습니다. 또한 입자가 작은 것이 문제 될 일은 아니나 흙의 상태를 보니 자칫 만든 후 잘 부서질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만약 기존에 그릇을 굽던 것보다 더 강한 열로 굽는다면 안 되겠습니까?”

듀릭은 잠시 생각해보다 말했다.

“그렇다면 해볼 만합니다. 그렇더라도 문제인 것이...”

“이런 흙은 소녀가 더 구해 올 수 있습니다.”

듀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해봐야겠지요.”

“또한 지금까지는 쓰는데 불편이 없어 말을 하지 안했습니다만...”

듀릭은 코페니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눈만 크게 뜨고 코페니아를 바라보았다. 코페니아는 잠시 고개를 숙여 사과하며 말했다.

“죄송스런 말입니다만 이곳의 그릇은 너무 단순합니다. 물론 그릇의 형태가 안정되어 있고 그 안에 아름다움이 담겨있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릇의 생김새가 당장 쓰는 그릇의 종류 몇 가지에 국한이 되니 아름다운 병이나 그릇이 없습니다. 아마 그렇기에 드워프가 만든 물건임에도 그리 높게 쳐주지 않는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그 말에 듀릭은 한탄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만드는 것이 그것뿐이라... 아무리 드워프라도 기술을 전수해야하는데 우리 꼴이 이렇습니다. 같은 드워프라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듀릭을 위로하며 코페니아가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기술을 발전시키고 전수하면 될 것입니다. 소녀가 듣기에 드워프들은 사는 곳에 따라 그 기술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예. 어떤 드워프 마을은 쇠로 만드는 것을 잘 만들고, 어떤 드워프들은 보석가공을 잘합니다. 모두 환경에 따라 다르지요. 우리의 경우는 그릇입니다. 물론 아가씨 지적대로 종류도 적고... 나무 가구를 만들기도 하지만 많이 만들지는 않지요.”

“오히려 잘 된 일입니다. 차라리 이번에 이런 그릇에 정통한 드워프 마을을 만드는 것이 어떠신지요?”

그리고는 공중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공중에 어떤 산이 나타났다. 마법 영상이었다.

“대륙 중부에 있는 산입니다. 이곳 아리랑 산과는 비교한다는 것이 어리석을 정도로 큰 산이지요.”

“흠... 이 정도 산에 나무가 저리 적은 것을 보면... 바위가 많은 산입니까? 철이며 구리며 많이 나오겠습니다.”

“아닙니다. 하지만 저 산은 제가 가져 온 흙이 많이 나지요. 아니 산 전체가 그 흙으로 된 것입니다. 주변의 산들도 이 산만큼 산 전체가 이 흙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반 이상이 될 정도는 되더이다.”

“허허...”

듀릭은 놀랍다는 눈을 했다.

“대단하군요.”

“예. 저 곳 사람들은 이 흙으로 벽을 바르는데 사용하더군요. 소녀도 몰랐었는데 한 드래곤이 자신의 레어를 칠하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호오... 벽을... 그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얀 색이 보기에 매우 좋을 겁니다.”

“예. 하지만 역시 그릇을 만드는 것이 더 좋습니다.”

“하오나 저 산까지는 너무 멀기도 하고... 또 이미 다른 드래곤의 소유고...”

그 말에 코페니아는 싱긋 웃더니 빛과 함께 모습이 변했다. 훌쩍 큰 키에 하얀색 피부. 화려한 금발과 하늘을 닮은 파란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었다. 다만 나이가...

“저... 외람되오나... 아가씨 나이는 아직 이팔청춘 미령한 나이이시온데 어이하여...”

듀릭이 이렇게 물을 정도로 코페니아가 포리모프한 여자의 나이는 너무 많았다. 아무리 적게 보아도 서른 중반 정도?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저 산은 소녀가 샀습니다.”

“예?”

“드래곤이 아닌 인간 소유의 산입니다. 알고 보니 어떤 귀족의 소유더군요. 허나 산이 크기만 하지 별 소용이 없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보석을 주고 살 수 있었습니다.”

“아, 아니 그렇게까지... 그나저나 아무리 보석을 주었다지만 산을 팔다니요? 소인이 드워프라 인간 세상을 모르는지 몰라도 그런 일이...”

코페니아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귀족들이 지위와 돈으로 좋은 교육을 받는다지만 모두 현명한 것은 아닙니다. 잘못을 하면 대신 맞아주는 아이가 있는 그런 속에서 제대로 클 수 없는 법입니다. 조금만 덜 어리석은 자라면 아무리 보석을 주어도 그 큰 산을 팔 리 있겠습니까? 하오나... 어찌나 어리석은지 보석 몇 개에 주변의 산까지 다 넘기더이다. 게다가 소녀에게 청혼까지...”

“예?”

듀릭은 놀라 물었다.

“설마 그런 자와 혼인을 하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정실도 아닌 열다섯 번째 소실인데 말입니다.”

“후우... 그럼 그렇지요. 그러고 보니 아가씨께서 그리 나이가 많게 보이게 하셨으니 은근히 깔보고 그랬을 겁니다. 그나저나 보석을 얼마나 주셨기에...”

그 말에 코페니아는 턱에 손가락을 대고 뭔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달걀만한 다이아몬드 20개요.”

“옛!”

듀릭은 경악했다.

“아이고 아가씨. 그 정도 보석 캐려면 저만한 산 몇 개는 파헤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요.”

“그런가요? 하지만... 그 보석인 산을 판 귀족의 보석이라면 괜찮지 않을 런지요?”

듀릭이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자 코페니아는 그 과정을 알려주었다.

코페니아가 말한 벽에 흰 흙을 바르려던 드래곤은 아버지인 카마디온의 레어였다. 마침 카마디온이 유희를 간다는 말에 설날 선물로 만들어두었던 누비옷을 미리 가져다주러 갔는데 그 흙을 본 것이었다. 카마디온은 유희를 떠나기 전 레어를 흰 흙으로 바르려 했지만 코페니아가 관심을 가지자 흙을 주었다. 그리고 그 곳에 사는 귀족을 혼내준 이야기도 해 주었다.

귀족의 이름은 아예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히 탐욕스런 인간이었다. 카마디온이 특별히 착하거나 인간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자신의 딸인 코페니아 생각이 난 것이었다. 그래서 재미도 볼 겸 그 흰 흙덩이를 마법을 써서 소금으로 보이게 한 것이었다. 대륙중부는 소금이 상당히 귀했다. 바다도 멀고 암염도 없는 곳이었다. 즉 소금에 관한한 상당히 곤란한 지경인 지역이었다. 다행히 대륙 중부의 패자인 가라온 제국의 재상인 아시르 가라온 드레이가 국가 정책으로 소금을 사와 싸게 팔았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암암리에 소금을 몰래 축적해 놓았다. 나중에라도 아시르의 권력이 약해져 소금판매권을 자신들이 가져오게 될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황제의 권력조차 능가하는 권력으로 친구는 없어도 적이 많은 아시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사들이는 소금이 쌀 수는 없었다. 카마디온이 속이는 귀족도 그 중 하나였다. 그 귀족은 카마디온에게 오리알만한 다이아몬드, 루비, 에머랄드, 사파이어 각 50개씩을 주고 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전부 흙들이 아닌가? 그 귀족은 분노해 산 자체를 없애려 했었다. 그때 코페니아가 돈 많은 미망인인 듀릭스 부인으로 나타나 것이었다.

카마디온은 그때 얻은 보석을 전부 코페니아에게 주었다. 원래 자랑만 하고 말려던 것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로드인 라미시드가 와서...

그렇게 보석을 얻은 후 코페니아는 곧바로 그곳 사정을 알아보고 산을 사려고 했다. 그때 라미시드의 충고로 오리알만한 다이아몬드를 달걀만하게 깍은 것이었다. 귀족의 자신의 다이아몬드였음을 알아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하나만 깍아 보여준 뒤 협상을 통해 20개로 정해지자 곧바로 라미시드에게 연락해 깎아 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것을 본 카마디온은 착한 코페니아가 별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지만 코페니아가 비록 착해도 그런 탐욕스런 귀족들까지 봐줄 생각은 없던 것이었다.

“하하핫. 대단하십니다.”

“처음에는 별 볼일 없는 산을 왜사냐며 의심을 하더니 다이아몬드를 보자 의심을 풀더이다. 사람의 탐욕이란 이지를 잃게 하는 법이지요.”

“허헛. 명심할 말씀이십니다. 그나저나 듀릭스 부인이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촌장님께서 짊어지실 운명이니까요. 소녀 역할은 사실 여기서 끝입니다. 나머지는 촌장님 역량이십니다.”

그리고는 간단하게 자기를 굽는 법에 대해 말해주었다. 전생에 꽃분이 시절 우연히 들은 지식이었다.

“과연 드래곤이 위대하신 존재라는 것을 코페니아 아가씨께서 항상 깨우쳐 주십니다. 그렇게 굽는 방법이라니요. 거기에 흙을 파내고 다시 다른 흙을 넣어 굽는다? 쇠를 그렇게 하는 방법은 있지만 흙 그릇이 그리 하다니 참 대단한 방법입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한 흙입니다. 이 흙 이름이 무엇입니까?”

“그 흙은 고령토라고 합니다.”

“고런트?”

“고령토”

“고... 코리어언트... 코레어트? 코레아트?”

“음... 어쩔 수 없나요? 비슷하게만 부르세요.”

코페니아는 포기했다. 조선의 다양한 발음이 여기서는 조금 힘들었다. 하긴 자신의 이름도 꽃분이가 아닌 코페니아가 아니던가? 물론 드래곤이라면 꽃분이라는 발음을 정확히 할 수 있지만 결국 이곳에 맞춰 변형을 시킨 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흙의 이름은 코레아트가 되었고 그것으로 만든 자기류는 코레아잭이라고 불렸다. 코페니아가 코레아트로 만든 것을 자기라고 했고 중간에 말이 바뀐 탓이었다. 그리고 코레아트가 나는 산은 소유주가 듀릭스 부인이라 듀릭스 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코레아잭은 나중에 많은 발전을 해 다양한 종류가 나오고 다른 지역에서도 만들지만 그건 훗날의 일이다. 지금 듀릭은 그저 같은 그릇이라도 다른 종류도 만들 수 있다는 작은 희망에 기뻐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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