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두 번째 선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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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투스 얀손(Pontus Jansson)
국적 : 스웨덴
소속 : 말뫼 FF
나이 : 23
신장 : 196cm
체중 : 8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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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레오네는 잠깐 동안 침묵을 지켰다.
“······허어.”
그리고 이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프로필과 사진만 봐도 듬직함이 느껴지는군.”
[그렇죠?]
상체만 보이는 사진이었음에도 거대한 체격의 소유자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위풍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정면을 응시한 모습은 감독이 언급했던 전사의 기백이 느껴지는 듯했다. 어떤 상대와 마주쳐도 전혀 위축될 것 같지 않은 그런, 오히려 위압감을 줄 것 같은 인상의 선수였다.
“좋아, 그래도 설명을 안 들어볼 수는 없지. 이 선수가 왜 다른 후보들을 전부 논외로 칠 만큼 가치가 있다는 건지 궁금한데?”
[우선 보면 아시겠지만 엄청난 장신이에요.]
“대니보다도 훨씬 크지.”
대답이라기보다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마틴도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계속 설명에만 집중했다.
[그 우월한 조건을 잘 활용할 줄도 알고요. 센터 백의 소양인 공중볼 장악이 그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선수를 얻게 되는 팀은 아마 크로스로 들어오는 공격에 상당히 강해질 거라 생각해요.]
“발은 어떻지? 빠른 편인가?”
[느리지는 않아요. 준족이라고 평할 만큼은 못되지만요. 하지만 주변 상황을 잘 읽기 때문에 뒤를 쉽게 뚫리는 타입은 결코 아니에요. 제가 본 경기에서는 오히려 파트너가 놓친 상대를 커버해주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더 많았어요.]
설명을 듣던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이 정도 몸집으로 발까지 빠르기를 바란다면 그건 과욕이겠군.”
[그래도 몸집에 비하면 빠른 편이라 할 수 있죠. 개인적인 생각으론 뭐···스피드 스타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야 속도 경쟁에서도 그렇게 뒤처지진 않을 거예요.]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해.”
청년이 계속 말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가장 철저해요. 이때까지 조사한 선수들을 전부 통틀어서요. 강인하면서 투쟁적이죠.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볼이 있으면 거침없이 달려들어요. 훌륭한 스토퍼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죠.]
스토퍼(Stopper)는 간단하게 말하면 ‘공격수를 멈추게 하는 자’로 기존 수비라인보다 더 과감히 전진해서 상대를 저지해내는 역할이다.
어원은 수비가 세 명인 백쓰리에서 나왔고, 백포로 흐름이 넘어온 후 그렇게 자주 쓰이는 용어가 아니게 되었지만, 특정 스타일을 거론할 땐 종종 쓰이기도 한다. 직관적으로 표현하기엔 이만한 명칭도 없기 때문이다.
마틴은 이 선수를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고, 그 의미 전달은 감독에게도 확실하게 간 모양이었다.
“아주 좋아. 그런 선수가 필요했어. 하지만 시도하는 것만큼 성공도 중요한 법이야. 물론 자네가 나에게 추천할 정도면 그리 걱정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몸을 던지는 스타일이지만 실패가 잦은 선수는 아니었어요. 특히 슬라이딩 태클을 정말 많이 시도하는데 그 성공률이 80%에 육박해요. 이 정도면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요?]
“흠, 판단력이 좋은 건가?”
[맞아요. 태클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판단이 정확하게 들어갔어요. 다리가 길쭉해서 그런지 시도하는 게 더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도 있고.]
“저돌적인 타입은 신체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판단을 잘 내리지 못하면 감독의 뒷골을 잡게 만들곤 하지. 자네 말대로라면 축구 지능도 수준급인가 보군.”
[이런 말까지 하기는 뭐하지만요.]
마틴이 갑자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처음 봤을 땐 몸을 앞세워서 들이대는 플레이를 즐길 것 같았는데, 달려나갈 때하고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알더라고요.]
“호오, 그런가?”
[물론 리그 환경이 달라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워낙 몸이 깡패 수준이라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감독은 그 말에 짧게 웃으며 얀손의 프로필을 더 읽어 내려갔다. 간략한 설명 부분에서는 방금까지 언급되었던 사항들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공중 장악력, 괜찮은 주력, 저돌성, 적절한 판단력, 뛰어난 태클 능력······.
그리고 계속 읽어 내려가던 그의 눈빛이 가늘게 빛났다.
“지금 보고서를 살펴보니······이 선수에 관해 설명할 거리가 더 남아있는 거 같은데?”
[그게 핵심이에요!]
스카우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이때까지 설명한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지만, 그 부분이 바로 얀손이란 선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제가 괜히 다른 후보들을 제외하면서까지 적극 추천하려는 게 아니에요.]
감독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그가 멈춘 보고서의 내용을 주시했다.
‘수준급의 볼 간수 능력’
[저에게 이 임무를 맡기셨을 때 발밑 능력이 좋은 센터 백이면 더 좋겠다고 하신 거 기억하세요? 거의 스쳐 지나가듯 언급되었지만 전 그걸 메모해두고 있었어요.]
마틴의 목소리가 신이 나 있다는 것은 전화로도 충분히 느껴지고 있었다.
[사실 수비 능력만 따져보았을 때는 스트란드베르그가 최고 타깃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플레이 성향과 신체조건, 성장 가능성, 그리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들까지 종합하면 얀손 이상의 적임자는 찾기 힘들 거예요.]
청년은 자신 있게 설명하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심지어 우리 팀 예산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죠.]
“좋아, 얘기해 봐.”
[간단하게 말하면 수비할 때는 터프하지만, 볼을 잡았을 때는 섬세해지는 거예요.]
마틴이 말했다.
[기교가 뛰어나서 압박이 들어와도 스스로 해결할 줄 알거든요. 경기에 몰입하다가 지나치게 흥분하면 막 볼을 혼자 몰고 나가기도 하지만.]
“혼자 몰고 나간다? 그건 꽤 간담이 서늘한 행동인데······. 빼앗기면 곧장 실점으로 직결될 수도 있잖나?”
[수비수치고 너무 드리블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긴 한데 그런데도 위험지역에서 빼앗긴 적은 없었다고 해요. 볼을 간수하는 능력이 대단한 거죠.]
“그런 점에선 확실히 특별하군.”
[이 부분이야 감독님이 조절해주시면 될 테고, 경험이 쌓여서 노련함이 더해지면 되레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수비 포지션에 있더라도 전진할 줄 아느냐와 못하느냐의 차이는 제법 크다. 반드시 갖춰져야 할 미덕은 아닐지라도 그 옵션이 장착되었을 때 필드 안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걸 못 하는 수비수는 멀리 걷어 내거나 뒤쪽으로 패스를 돌리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그렇다면 그 능력이 어느 정도지? 말뫼 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나?”
[로스 카운티에서도 얀손보다 볼 다루는 기술이 좋은 선수가 거의 없을걸요? 그나마 캐리 정도가 유일하겠네요.]
스카우트의 대답에 감독의 양쪽 눈썹이 올라갔다.
“그거 멋진데?”
[제가 본 인상은 그랬어요. 아무튼, 그가 가진 것들은 보이드나 패터슨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확실히 그럴 것 같군. 수비에 충실하면서 그런 특성을 발휘한다면 분명 로스 카운티를 한 단계 끌어올려 주기에 충분할 거야.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영어에도 능통하니 언어 문제도 크게 작용하지 않을 테고.”
[올해 리그 우승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무대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에요. 말뫼에서도 그를 놓아줄 생각인 것 같고요. 계약 기간이 일 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싼 가격에 흥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거예요.]
“훌륭해!”
감독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꽤 힘든 미션일 수 있었는데 완벽하게 찾아냈군. 역시 아서, 자네는 대단해.”
[사실 얀손에 대한 존재는 예전부터, 그러니까···제가 월리스를 보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기 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어요.]
마틴이 말했다.
[해외로 다시 나가서 하겠다던 마무리 조사는 바로 그를 추가로 관찰하기 위함이었죠. 애초에 다른 대상을 둘러볼 계획 따윈 없었어요. 월리스에 대한 건을 마무리 짓고 스웨덴으로 가서 두 달 동안 말뫼의 경기만 지켜봤어요.]
“그 정도로 집중했다니 상당히 느낌이 좋았던 건가?”
[정말 좋았죠. 흥분이 가라앉지 않을 만큼. 하지만 최우선 타깃으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당당히 주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메일에 경기 영상 자료들도 첨부했으니 확인하시고 결정만 내려주시면 돼요.]
모든 설명을 끝낸 마틴은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감독은 보고서를 잠시 훑어보다가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이 선수가 가진 단점은 없나?”
[이런 타입의 수비들이 늘 그렇듯 거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카드를 자주 수집할 수도 있을 거예요.]
“뭐, 그건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던 것이니, 너무 심각하지만 않다면 상관없어.”
[또 하나가 있는데, 단점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이 선수의 가치를 우리만 알고 있지는 않아요. 아마 몇몇 구단들과 경쟁을 해야 할 거예요. 다른 곳은 그래도 싸워볼 만한데 문제는······그중에 토리노가 있어요.]
그 말에 밝았던 델 레오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토리노(Torino)는 세리에 A에 속한 이탈리아 클럽이다. 세리에 B 정도의 팀이라면 모르겠지만 1부 리그에서 제의를 해오는데 굳이 스코틀랜드로 올 선수가 있을까? 굳어진 얼굴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강한 설득이 필요해요.]
그리고 마틴은 이어서 뜻밖의 말을 꺼내놓았다.
[이 딜을 성공시키려면 감독님의 개입이 필요해요.]
“내가 개입해야 한다고?”
[네, 직접 그와 통화를 하는 거죠. 로스 카운티에는 뛰어난 능변가라고 할 만한 인물이 없잖아요? 저도 그쪽에는 재주가 없어요. 하지만 제가 미리 언급하지 않은 건 감독님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과연 그런 건가. 어쩐지 일이 술술 풀리나 했더니만.”
델 레오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설득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 스웨덴 수비수는 토리노와 계약 도장을 찍게 되겠죠.]
“그 수밖에 없다면 내가 나서야겠지.”
이탈리안이 잔에 커피를 부으며 말했다.
“하지만 설득도 마음을 움직일 무언가가 있어야 가능할 텐데 그게 쉽게 될지는 모르겠군.”
[리그 위상만 따져봤을 때는 승산이 없는 게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잘 살펴보세요. 우리가 토리노에게 맞설만한 괜찮은 무기가 있을지도 몰라요.]
“맞설만한 무기라······.”
그는 커피의 진한 향을 맡으며 창문 밖을 내다보더니 이내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우선 자네가 보내준 것들을 최종 검토해봐야겠어. 그 후에 다시 연락하도록 하겠네.”
[좋아요.]
통화를 종료하고 난 뒤 델 레오네는 다시 자리에 앉아 마틴이 보내준 보고서와 경기 영상들을 세심하게 보았다. 확실히 장신의 말뫼 수비수는 가장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종 검토하겠다고는 했으나 흡족한 표정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볼수록 탐이 나는 친구야. 되든 안 되든 일단은 부딪치는 수밖에.”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이어서 토리노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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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요한손 씨,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한 거야?”
얀손은 투덜거리면서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전화가 오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에이전트 안드레아스 요한손(Andreas Johansson)은 어젯밤 로스 카운티라는 팀의 감독이 통화를 원하며 번호를 알려주어도 되냐고 물어왔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팀의 감독이 이렇게 자신과 통화하고 싶다고 얘기했으니 무턱대고 거절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보통 쓸데없는 곳에서 들어오는 접촉은 에이전트 선에서 걸러주는데, 어떻게 그를 구워삶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정말 의미가 있는 데서 연락이라도 온 건지.
어쨌든 예의상 응해주었고, 정중하게 거절하고 끝낼 생각으로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토리노 쪽과 한창 얘기가 오가는 중인데 스코티시 팀 따위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이윽고 벨이 울렸고, 얀손은 목을 두세 번 가다듬은 뒤 전화를 받았다.
[반갑습니다. 로스 카운티의 감독 안토니오 델 레오네라고 합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직접 만나 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보는 눈들이 있다 보니, 이렇게 비밀리에 전화하게 된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상치도 못한 중저음의 차분한 목소리와 신사의 품격이 느껴지는 어조에 당황한 나머지 해야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름 진지한 그의 설명을 들으며 왜 에이전트가 설득에 넘어갔는지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얀손은 자신이 거절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걸 다시 떠올렸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스코티시는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네요. 저에게 오퍼가 온 팀은 한두 곳이 아닙니다. 전부 다 그쪽보다 상위 수준의 무대고요.”
[알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클럽들과 토리노 측에 제의를 받으셨죠?]
“······그렇다면 더 숨길 것도 없겠네요. 맞습니다. 지금 토리노와 협상도 원활하게 진전되고 있죠. 그래서 로스 카운티에 갈 이유가 전혀 없는 것 같네요. 관심을 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그걸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당신이 제의받은 곳에서 스코티시가 제일 수준 떨어지는 무대임은 틀림이 없으니까요.]
“이해해주셔서 고맙군요. 그래서······.”
[하지만 우리는 제의한 구단들이 당신에게 주지 못하는 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얀손은 그 말에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폰을 다시 고쳐 잡았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대화가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뭐죠?”
[바로 명성입니다. 당신의 이름을 드높여줄 수 있죠.]
“예?”
순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명성을 높여 줄 수 있다니? 토리노는 고사하고 잉글랜드 챔피언십 팀들보다도 한참 떨어지는 일개 스코티시 구단이 명성을 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통화 속 상대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얀손 씨는 아주 훌륭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토리노에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뭐라고요?”
[저는 확신합니다. 당신이 이탈리아로 간다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거라고 말이죠. 그 근거 또한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들려오는 건 무례한 망언이었다.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던 신사적인 이미지는 전부 지워져 버리고 말았다. 폰을 쥐고 있는 팔에도 힘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얀손은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어디 그 근거를 한번 말씀해보시죠.”
[그건 사실 조금만 살펴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감독이 말했다.
[토리노는 이미 센터 백 자원이 충분한 팀입니다. 카밀 클라크를 중심으로 에밀리아노 모레티, 이번에 임대에서 완전 영입까지 성공한 니콜라 막시모비치 등 이미 주전급 선수들이 자리 잡고 있죠. 거기에 체사레 보보가 적절한 로테이션으로 경기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
[과연 이들을 전부 밀어내기 위해서 당신을 영입하는 걸까요? 안정적으로 정착한 그들을 들어내면서까지 말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우루과이 클럽인 데펜소르 스포르팅에서 가스톤 실바란 선수도 이적 추진 중에 있다고 하더군요. 그 또한 센터 백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부 포함해 센터 백만 여섯 명이 갖춰지게 되는 거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얀손 씨를 영입하는 건 유로파를 병행해야 하는 일정을 앞두고 스쿼드를 두텁게 만들기 위함일 뿐, 주전으로 쓸 생각이 없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백쓰리를 쓴다 한들 마찬가지, 세 명만이 나설 수 있는 자리에 얼마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럴듯했다.
사실 그로서도 계속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었다. 이탈리아의 유명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을 땐 그저 기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경기를 뛸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함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에이전트의 말로는 경쟁자가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주전을 차지해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말만 믿고 가볍게 여겨왔던 문제를 이 남자가 다시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얀손은 가만히 앉아서 주급만 받아먹기보다는 팀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싶은 쪽에 가까웠다. 말뫼에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은 그렇게 되었다.
토리노에서 벤치만 달구게 된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냥 자신을 흔들기 위해서 한 말일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정말 그런 거라면 생각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계약에 주전을 보장해준다는 얘기가 있던가요? 제 생각엔 없었을 것 같습니다만······설령 하더라도 모호하게 흘려 넘기려 들겠지요.]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걸 수긍한 건 아니었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이탈리아에 가면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여부가 어떻게 되었든 경쟁자가 많은 건 확실하니까요. 그렇다고 그쪽에 가면 달라지는 겁니까? 저는 스코티시에서 이름을 알리는 게 더욱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하는데요.”
[맞습니다. 스코티시 리그만 놓고 보면 그렇죠.]
대답은 곧바로 날아왔다.
[하지만 우리에겐 유럽 대항전이 있습니다.]
-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예전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그려왔던 장면 중 하나라
글이 계속 만족스럽지 않아서 너무 늦었네요.
언제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소중한 후원금 보내주신
프준 님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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