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보이드의 선택
‘스코티시의 작은 팀이 독일 명가를 짓누르다’
만약 이게 정식 경기였다면 언론에서 이렇게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뒤 대서특필로 보도하고, 사람들 또한 그 결과에 대해서 열심히 떠들고 있었을 것이다.
‘베르더 브레멘, 프리시즌 경기에서 로스 카운티에 패배’
하지만 무미건조한 제목만이 지면 한구석에 겨우 들어갔을 뿐이었다.
전 세계의 축구팬들은 이제 중반을 넘어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의 열기에 취해있느라 이런 작은 프리시즌 매치까지 관심 가질 여유가 없었다. 애당초 이 경기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지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 그들은 로스 카운티가 잘한 게 아니라 베르더 브레멘이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언론이 내건 ‘승리’가 아니라 ‘패배’를 강조한 제목만 봐도 그렇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정작 로스 카운티도 신경 쓰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은 분데스리가 레벨의 팀을 꺾어 낸 달콤한 승리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다음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늦어! 판단이 늦다고! 팀원의 동선을 항상 주시하면서 움직이라니까!”
트레이닝복 차림의 델 레오네가 한 손에 휘슬을 잡은 채로 외치고 있었다.
이틀 뒤 러시아에서 찾아오는 루빈 카잔을 맞이해야 함에도 빅토리아 파크에서는 살벌할 정도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작년 프리시즌까지만 해도 개별적인 지도를 하는 게 아닌 이상 훈련 시에 과도한 터치를 하지 않았던 감독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마치 스파르타 군인을 양성하는 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선수들을 끊임없이 들볶아대었다.
훈련 방식은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체력 단련할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볼을 가지고 하는 것, 실전에 임하는 것처럼 팀을 편성해놓고 말없이 지켜보거나 실시간으로 개입하거나.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 진영의 선수 하나를 제외하여 수적 열세 상태로 진행, 퇴장당했을 시의 상황 시뮬레이션이 잦은 빈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훈련의 강도가 작년에 비교하면 몇 배는 더 올라가 있었다.
“으아아! 힘들어 죽겠네!”
에이든 딩월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절규를 내뱉었다. 팀 내에서 가장 심폐지구력이 뛰어난 그조차도 힘들어할 지경이니 다른 선수들은 어떻겠는가.
“헉······헉······.”
“젠장······. 토할 것 같아.”
다들 할 수 있으면 필드에 그대로 쓰러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두 번째로 폐가 튼튼한 대런 케틀웰도 한 손으로 심장 부분을 움켜쥐며 숨을 골라야 할 수준이었으며, 어떤 훈련도 묵묵히 소화해내는 성실함의 표본인 리차드 브리튼도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의외로 한 명은 다른 팀원들보다는 이 상황이 익숙한 듯해 보였다.
“힘들기는 하지만 어째 좀 낯설지가 않은데.”
알렉산더 캐리는 전반기 감독에게 한동안 받았던 그 지옥 같은 특별 훈련을 떠올렸다. 사실 다를 게 없다. 지금 그 정도의 훈련이 팀 전체로 실시되고 있는 거다.
‘뭐든지 해낼 수 있겠단 말이지?’
그와 동시에 스코티시 컵을 우승한 그 날, 라커룸에서 미묘하게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했던 말도 머릿속을 잠시 스쳐 지나갔다.
“저 인간,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이런 고된 훈련 속에서 또 하나 유독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춘 분야가 있었는데, 압박을 포함한 수비 조직력 부분이었다.
한 명이 압박을 시작했을 때 나머지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팀원이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지키고 있던 자리를 비웠을 때 누가 그곳을 대신 채워주어야 하는지 식이다.
“에이든! 그쪽에 있으면 오른쪽 공간을 전부 내주게 되잖아. 정신 차려!”
“네엣!”
한순간 멈칫하면 어김없이 휘슬이 불렸다. 퍼즐을 끼워 맞추는 것처럼 선수들의 동선이 계속 지적되었다. 팀이 전체적으로 사슬이 엮여있는 것처럼 한 몸이 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훈련.
감독은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최대한 실수 없이 움직이기를 원했다.
‘수비할 때 자네들은 고성능 기계가 되어야만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고, 철저하게 움직일 줄 알아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오로지 반복해서 숙달하는 수밖에 없어.’
그가 훈련 때마다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수비할 때는 조직적으로, 공격할 때는 자율적으로.
“폰투스! 대니를 봐!”
그리고 폰투스 얀손은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훈련 내내 대니 패터슨과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감독이 내세운 규칙이었다.
백포의 수비라인은 항상 패터슨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마크, 자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시해. 방금은 키퍼가 잡아줬어야지.”
그리고 아직 어린 그가 놓치는 부분을 골키퍼인 마크 브라운이 계속 보조해주어야 한다.
‘이 녀석에게 수비 리딩을 맡긴다고?’
얀손은 아직 파트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았다. 아는 것이라고는 리저브 팀에 있었다가 작년부터 1군에서 뛰기 시작했다는 정도.
자신과는 고작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그렇다 쳐도, 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베테랑 스콧 보이드가 있는데 그가 아닌 패터슨이 수비 라인을 주도한다?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니었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신입생의 위치에 있었으므로 그저 순순히 따르는 중이었다.
“너무 나가지마! 주변 상황을 체크해!”
“폰투스, 대니를 보라니까! 라인이 어긋났잖아!”
게다가 잡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이내 코치진까지 그에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군.’
얀손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감독이 있는 쪽을 곁눈질로 몰래 훔쳐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범상치 않은 사람이야.’
그는 스웨덴에서 스코티시로 이적 결심을 했을 때도 로스 카운티를 가볍게 보는 마음이 조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구단 사무실로 찾아갔던 날, 전화 통화로 자신을 기막히게 설득했던 상대와 만나 다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생각은 완전히 깎여나갔다.
그리고 이 치밀하고 철저한 훈련, 고작 스코티시 리그 팀에서 하면 얼마나 하겠냐 싶었는데 말뫼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로스 카운티를 선택한 게 아직 후회되지는 않는 것 같아.’
감독과 스텝들을 비롯하여 팀원들 모두가 따뜻한 환대를 해준 덕에 그는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또한 합류한 뒤 치른 첫 프리시즌 경기에서 독일 상위 리그 팀을 보기 좋게 이기기도 했고.
“폰투스, 더 앞으로! 라인!”
“······.”
얀손은 생각을 멈추고 일단은 다시 기계가 되기로 했다.
“시즌에 돌입하면 이렇게 훈련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거야.”
감독이 말했다.
“유로파와 컵 대회가 본격적으로 끼어드는 일정까지 흘러가면 더더욱 힘겨워지겠지. 그 전에 최대한 스퍼트를 올려둬야 해.”
“맞는 말씀입니다.”
스튜어트는 그렇게 대답하며 악착같이 훈련 중인 선수들과 손목의 시계를 번갈아 보더니 휘슬을 불면서 휴식하라고 외쳤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가 볼링 핀이 쓰러지듯 필드 위에 누워서 뻗어버렸고, 그 광경을 지켜본 감독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나로서도 마음이 아프다만,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한참 모자라.”
스튜어트는 전혀 마음이 아픈 표정 같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나저나 얀손, 저 녀석은 정말 빠르게 팀에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적응이 뭔지도 모른다는 듯 대단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지.”
감독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팀과 호흡을 맞추는 첫 경기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어. 그쪽에서 제대로 대비를 안 했다고는 해도 내 예상을 훨씬 웃도는 모습이었지.”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그 페테르센이 아무것도 못할 줄은.”
스튜어트는 작년 그 베르더 브레멘 선수에게 스피드에서나 파워에서나 시종일관 휘둘리기만 하던 수비진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직 서로 알아가야 할 게 많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 저 친구의 신체 스펙이 분데스리가 수준에도 꿀리지 않는다는 거야.”
이탈리안은 정말 만족한 듯 보였다.
“나로서도 시즌 초반에 저 수비수를 선발로 기용해도 될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 걱정은 좀 덜어도 되지 않을까 싶군.”
“그럼 개막전에 바로 내세울 계획이신 겁니까?”
“닐, 개막전은 한 달이나 남았네. 성급하게 굴 것 없지 않나?”
감독은 스튜어트를 보며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선수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시즌 레이스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둘 필요는 있으니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을 해두고는 있다만······.”
또다시 고뇌에 빠진 모습이다.
“그 라인업을 구상하기 전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지.”
감독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일 년간 그의 곁을 보좌해왔던 스튜어트는 그게 자신에게 한 말이라기보다 혼잣말에 가깝다는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물어보았을 때 반반으로 나뉜다. 대답을 해줄 때도 있고, 그냥 웃으며 넘어갈 때도 있고. 대부분은 나중에 가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기에 되도록 그냥 넘어가려고 했으나 오늘따라 스튜어트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건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고, 약간의 침묵 끝에 대답이 돌아왔다.
“스콧에게 선택권을 주는 일.”
*******
훈련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간 시각, 스콧 보이드는 혼자 감독의 부름을 받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처음엔 딱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건 그의 낙천적인 성격 덕택이기도 했지만, 걱정할 거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감독실에 들어서고 나서 사뭇 다른 공기에 불안한 기분이 조금씩 온몸에 달라 붙어오기 시작했다.
“면담할 게 있어서 불렀네.”
단순한 면담이 아니다. 그의 직감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아직 개인 면담을 할 시기도 아니었지만, 그냥 다른 용무가 있겠거니 싶었다. 무엇보다 감독이 평상시처럼 편안한 얼굴로 자신을 대하고 있지 않았다.
“스콧, 난 자네를 존중하고 있어.”
진지한 어조로 뗀 첫 마디, 그것부터 예삿일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그렇기에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군.”
“말씀하십시오.”
감독은 말을 하는 대신 조용히 책상 서랍을 열더니 한 장의 종이를 꺼내 보이드 앞에 내보였다.
“······.”
빼곡한 내용들을 전부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이적’이라는 글씨와 구단 엠블럼은 뚜렷이 눈에 들어왔다.
“자네를 원하는 구단이 제법 많아.”
당장 보이는 것만 해도 잉글랜드 3부 리그인 리그 원의 셰필드 유나이티드, 챔피언십의 던캐스터 로버스와 입스위치 타운. 그리고 잘려있었지만 뒷장이 더 있는 걸로 보아 제안한 구단은 이게 전부가 아닌 듯했다.
“이 세 팀뿐 아니라 세인트 미렌과 애버딘에서도 제안이 왔어.”
“······.”
“만약 이적을 원한다면 어떤 구단이 되었든 연결해 주겠네. 스코티시 쪽에서 제안해 온 이적료는 적긴 하지만 자네가 잉글랜드로 가는 걸 원치 않는다면 그 의사를 존중해 줄 생각이야.”
보이드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거짓말이지?’
그는 햇수로 따지면 팀 내에서 가장 오래된 선수였다. 2007년에 로스 카운티로 이적해온 뒤로 쭉 지금까지 뛰어왔다. 심지어 현재 주장인 리차드 브리튼도 그보다 일 년 늦은 2008년에 합류했다. 보이드야말로 로스 카운티의 역사를 일구어낸 산 증인인 것이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이곳에서 선수 커리어를 마감할 생각이었기에 에이전트까지 과감히 해고했다. 아마 그렇기에 이적 제안들이 전부 구단 쪽으로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탈리안은 그걸 지금 자신에게 내보이고 있었다.
까마득한 3부 리그에서 허우적거리던 시절부터 팀을 이끌고 올라왔던 자신에게.
“그러니까······지금······.”
보이드는 황당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 그러니까···이걸······저보고······.”
“······.”
“이적······하라는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
어제만 해도 같이 점심을 먹으며 농담을 주고받았었는데, 제법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낯설게만 느껴졌다.
감독은 조용히 양손에 깍지를 끼고 책상에 두 팔을 올려놓았다.
“자네가 로스 카운티에서 얼마나 공헌해왔고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있어. 작년에도 나를 도와 좋은 활약을 해주었지.”
그저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건 아니었다. 보이드는 작년 얀 송고, 대니 패터슨과 함께 번갈아 가며 주전을 소화했다. 패터슨이 전반기에 라이트백으로 뛰었을 때는 부동의 선발로 나서며 중앙을 굳건히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4골 2어시스트라는 수비수치고 돋보이는 기록까지 세웠다. 심지어 그가 골을 넣어서 역전승을 거둔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올해는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해주지 못할 수도 있네.”
그리고 작년의 공신에게 감독은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자네도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이니 경기를 많이 뛰어야 할 테고······.”
폰투스 얀손이 이적해온 것도, 대니 패터슨이 올해부터 수비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단 말인가? 그때부터 눈치를 챘었어야 했다.
“솔직한 심정으론······난 자네가 남아주었으면 좋겠어.”
“······.”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일 뿐이지. 팀에서 헌신해왔던 선수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온당치 못한 일이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괜찮고?’
보이드는 순간 울컥했다.
“······어째서입니까?”
“······.”
“어째서 제가 밀려나야 한다는 거죠?”
감독은 말없이 그를 보다가 눈을 책상 쪽으로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로스 카운티는 많이 발전했고 지금도 계속 진보해 나가고 있네. 그럼에도 멀었어. 이 팀이 스코티시 레벨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아직도 올라가야 할 계단이 많아.”
그의 눈이 다시 올라와 보이드를 마주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자네는 발이 느린 편이야. 그리고 높이에서도 좋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지. 오로지 경험을 바탕으로 우러나온 노련한 위치선정과 수비 감각만으로 이 팀에서 버텨왔네.”
“······.”
“적어도 이 바닥에서만큼은 수준급의 수비수라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이상의 세계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신체적인 조건도 결코 무시할 수 없어.”
냉혹한 말이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제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무척 힘든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네.”
감독이 말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던 자네의 뜻을 존중하고 따를 생각이야.”
그저 허울 좋은 소리들일 뿐, 주전으로 뛰지 못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팀을 떠나라는 얘기 아닌가?
배신감과 서러움, 그와 동시에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들. 그리고 진심이 담겨있으면서도 차갑기만 한 감독의 통보.
보이드는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얽혀 사고가 마비될 것만 같았다.
예전의 로스 카운티와 지금의 로스 카운티는 현저하게 다른 팀이다. 이탈리안을 중심으로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자신이 분명 그 변화의 한 축을 짊어지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정말 기뻤었는데.
사실은 개혁의 희생양 따위에 지나지 않았다니.
“생각······생각할······.”
보이드는 다시 말을 더듬고 말았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마든지 주겠네.”
감독실을 나온 후에도 그는 한동안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정신은 혼미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복도가 그의 공허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더 이상 주전으로 뛸 수 없다고?”
로스 카운티를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남은 선수 생활을 벤치에서 보내는 걸 원하는 건 아니었다.
“어떡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적 시장 마감일은 아직 한 달 넘게 남았으며, 고민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에게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만 했다.
- 작가의말
너무 늦었네요..OTL
변명도 못하겠습니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르기 님도 감사드립니다. (_ _)
이렇게 후원도 해주시는데 더 열심히 써야 하는데
글을 빨리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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