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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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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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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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마지막 이적생 (3)

DUMMY

영국의 수도 런던 자치구, 크로이던, 덱스터 버거 전문점.


“여보세요. 예? 누구시라고요?”


톰 인스의 에이전트, 딘 커밍스(Dean Cummings)는 언짢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막 주문한 비프 버거를 먹기 좋게 나이프로 자르려던 참에 걸려온 불청객 때문이다.


그는 행복한 식사 시간을 방해받는 걸 어떤 것보다도 싫어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약간 늦어버린 점심을 아직 먹지 못해 잔뜩 굶주려 있던 상태였다.


“로스 카운티요?”


전화 온 상대를 확인한 목소리는 더욱 시큰둥하게 내려갔다.


“아아, 네. 기억나네요. 근데 무슨 일로 전화하셨는······. 음······. 예. 그랬었죠, 참.”


커밍스는 한 손으로 핸드폰을 잡은 채 건성으로 대꾸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접시 위의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들었다. 큼지막한 조각 하나가 순식간에 그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이겼다고요?”


음식을 씹던 턱과 다음 감자튀김을 향해 움직이던 손이 동시에 멈췄다.


“······그렇군요.”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잠깐 정지되었던 신체 기관은 곧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다시 연락 드려도 되겠습니까? 앞서 검토할 것도 있고, 제 고객과도 미리 얘기를 해두어야 하니까요. 예, 그럼······.”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이 따로 있었다. 바로 눈앞에 놓인 점심 식사를 해치워버리는 일이다. 커밍스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햄버거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내 나이프를 내려놓고 말았다. 식욕보다 더 커져 버린 호기심은 다시 폰을 잡게 만들었다.


“어디 보자. 로스 카운티 상대가······.”


그가 인터넷을 통해 자주 들어가는 스코어 라이프(Score Life)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 축구팀들의 경기 결과를 알려준다. 라이브 경기는 물론이고, 지난 경기 결과까지 날짜별로 전부 저장되어 있어 정보를 확인하기 무척 편한 곳이다.


“정말이잖아.”


결과를 확인한 커밍스는 폰을 들여다보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는 로스 카운티 상대가 하이두크였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당초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3차 예선쯤 되었으면 그쪽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리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승리를 하면 협상에 응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인데.


“한 골 차로 승리한 거로 봐선 계속 밀리다가 겨우 운 좋게 집어넣은 거 아니야?”


경기를 더 자세히 확인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런 수고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이 스코티시 팀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귀찮게 됐는데.”


성가신 일거리가 하나 늘어난 셈이었다. 예정에 없던 거래 상대였기에 혼자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건만, 이렇게 된 이상 그의 고객에게도 알려줄 의무가 있었다.


그래 봤자 결과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겠지만.


“으으, 톰에게 연락하기 전에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고 봐야겠어. 뱃속이 난리도 아니군.”


커밍스는 우선 생각을 거두고 다시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 햄버거는 아직 따끈따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


같은 시각.


“내일모레, 언론사 쪽에서 찾아올 거예요.”


마리 코넬(Marie Connell)의 말이었다.


“특별한 용무가 있는 건 아니고, 개막전에 앞서 가볍게 인터뷰를 원하는 것 같아요.”


“멋지군요.”


그리고 델 레오네는 고개를 숙인 채로 가볍게 대꾸했다.


정확히는 거의 무미건조한 수준에 가까웠다. 감독은 책상에 놓인 무언가에 열중한 채 마치 시험을 치르는 학생처럼 눈을 한시도 떼놓지 않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당장 대답할 여유도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만 같았다.


코넬은 그런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서로 대면한 적은 아직 그렇게 많지 않은 터라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녀의 역할은 마케팅 담당자로서 이 팀의 책임자에게 중요 일정을 통보해 주는 것이고, 그 소임만 다하면 되는 거니까.


“우선 브리튼 선수하고, 보이드 선수, 캐리 선수. 이렇게 세 명과 인터뷰 일정을 잡아 둔 상태고요.”


감독은 여전히 정수리만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캐리 선수와는 그쪽에서 단독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다른 선수들은 합동으로 진행해도 상관없다고 하는데 감독님 의견은 어떻죠? 그렇게 해도 괜찮은가요?”


“별문제는 없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할 때마다 짧은 대답만 가볍게 던질 뿐이었다.


“······예정보다 시간이 남으면 다른 선수와도 인터뷰 시간을 가지게 될 거고요.”


“많은 이가 할수록 좋은 일이죠.”


“그렇게 되면 블랜차드 선수와 잭 마틴 선수가 우선순위로 선정될 것 같아요.”


“훌륭한 선택이군요.”


마침내 감독이 고개를 들었지만, 코넬을 쳐다보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는 이제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뭐지, 이 인간?’


그녀는 인내심에 이상 증세가 느껴지기 전에 빨리 얘기를 끝마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수와 별개로 감독님도······.”


“아, 이런. 코넬 양, 미안하지만 스카우트 팀에서 아서 마틴이라는 사람 좀 불러주겠습니까? 이 친구가 핸드폰이 꺼져 있는 상태군요. 아마 또 배터리 충전하는 걸 잊은 모양입니다. 저는 아직 확인할 게 남아서 움직이지 못할 것 같네요. 바로 가서 전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첫 출근 날에 간단히 인사를 나눈 이후로 이탈리안이 그녀를 쳐다보며 한 최초의 대화였다.


“네? 근데 전달 사항을 아직······.”


“지금은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군요. 괜찮다면 나중에 다시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워낙 급한 용무라서 말이죠.”


‘시간이 걸리면 얼마나 걸린다고······.’


코넬은 너무 황당한 나머지 거절할 생각도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죠.”


*******


“농담하는 거예요?”


톰 인스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오퍼가 온 건 사실이야.”


“그냥 거절하면 되는 일이잖아요?”


언짢은 표정은 이어 짜증이 난 얼굴로 변했다.


“저기요, 딘? 작년에 나는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뛰었어요. 이제는 헐 시티에서 오퍼가 들어오고 있고요. 그 거래들을 주선해줬던 건 당신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스코틀랜드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요.”


“일단 설명해줄 테니 들어봐.”


커밍스는 최대한 진정시키려는 제스처로 대답했다.


“나도 그쪽으로 추진하려는 마음은 결코 없어. 단지 네 의사를 물어보려는 것뿐이지. 그냥 선택의 폭을 넓게 가져보자는 거야.”


“그럴 가치도 없는 것 같은데요.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다가 스코티시로 가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요? 선수 생활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엔 고려해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나는 이제 겨우 이십 대 초반이라고요. 갈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에요.”


인스가 딱딱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그는 스코티시 리그를 권유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잔뜩 상한 모양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근데······메리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거기에 가면 주전 보장은 확실히 해줄 수 있겠지. 그렇지 않아? 솔직히 우리는 그 부분에서 계속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잖아? 작년에도 딱히 많은 기회를 받지는 못했으니까 말이야.”


“······.”


그 말은 사실이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임대 신분으로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했지만, 크리스탈 팰리스는 고작 8경기만을 뛰게 해줬을 뿐이었다. 그중에서도 풀타임으로 뛴 건 한 번이 유일했고, 대부분은 교체 투입이었으며, 심지어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필드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다른 프리미어 리그 팀과 계약을 했을 때도 그런 대우를 받게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그래도 스코티시는 아닌 것 같아요. 프리미어 리그에 다시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차라리 여기 2부 리그로 내려가서 뛰고 말겠어요. 무조건 잉글랜드에 남을 겁니다.”


그럼에도 인스의 생각은 단호했다. 그리고 커밍스는 어느 정도 그렇게 나올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버린 낙오자 혹은 기량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퇴물들이 마지막 커리어를 마무리하기 위해 가는 곳. 잉글랜드 상위 무대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 스코티시 리그라는 건 그 정도 인식에 불과했다.


이 제안을 응한다는 건 낙오자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 네 의사가 제일 중요하니까.”


로스 카운티는 에이전트의 입장으로서도 크게 와 닿는 곳은 아니었다. 지역 환경도 형편없고, 선수의 미래가 보장되는 요소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금액을 제시한다 한들 크리스탈 팰리스나 헐 시티는커녕 인스의 전 소속 팀인 블랙풀보다 더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그는 선수의 결정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에이전트다. 먹는 것에 탐욕을 부릴지언정 돈에까지 환장한 장사꾼은 아니었다.


다만 겨우 스코티시 팀 따위에 이적시키려고 열심히 설득할 이유가 없을 뿐이다.


‘뭐, 유럽 대항전 얘기는 굳이 안 해도 되겠지.’


그들이 설령 3차 예선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플레이오프를 넘기지 못하는 이상 의미가 없다. 과연 그 조그마한 구단이 최종 관문을 지나갈 수 있을까?


희박하다. 아니, 거의 불가능이다.


‘적당히 얘기하고 손 털어야겠군.’


커밍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다시 로스 카운티의 감독실.


“부르셨어요?”


아서 마틴이 부스스한 꼴로 모습을 드러내자 감독은 반갑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자네의 보고서를 보고 문득 흥미로운 점이 있어서 말이지.”


델 레오네가 받고 있는 보고서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스카우트 팀에서 통합한 보고서로 2주마다 포지션, 플레이 스타일 등 특정 조건들을 설정한 뒤 탐색한 결과물을 취합하여 폴 몽고메리 수석 스카우트를 통해 전달받는 식이다.


다른 하나는 아서 마틴의 보고서.


마틴은 몽고메리에게 전달해주는 팀의 할당량을 채우고 나면 조건과 관계없이 관심이 가는 선수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두는데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해내기 어려울 만큼 벅찬 분량이다.


이 개별적인 보고서를 마틴은 ‘선수 도감’이라 부른다.


감독은 그 선수 도감을 보길 원했고, 그걸 요청한 건 최근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마틴이 전 시즌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해놓은 작년의 리스트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여기 프랑스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윙어. 유일하게 작성해 놓은 그쪽 선수더군.”


“아아, 이해했어요. 왜 이 선수만 작성해두었는지가 궁금하신 거죠?”


“알아보니 리그에서 28경기를 뛰고 기록한 건 어시스트 두 개. 작년에 두 골을 기록한 게 전부였던 우리 팀의 톰슨과 비슷한 성적이야.”


이탈리안이 말했다.


“냉정하게 보면 대단히 형편없는 기록이지. 그런데 어째서 이 선수가 자네의 눈에 든 것인지 무척 궁금하더군. 다른 프랑스 리그 선수들은 단 한 명도 등록되어 있지 않았는데 말이야.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나?”


마틴의 리스트에 등록되는 선수들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 말은 곧 흔해빠진 대상이 아니라 예사롭지 않은 재능을 지닌 이들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까다로운 기준에서 유일하게 한 이름만이 프랑스 리그 소속으로 되어있으니 감독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선 한 가지 말씀드릴 건 제가 영국 밖으로 나가 조사했을 땐 모든 선수가 기준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곱슬머리 청년이 말했다.


“감독님도 짐작하셨는지 모르겠네요. 당시 내세운 기준은 로스 카운티로 이적해 올 가능성이 존재하느냐가 핵심이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리스트에는 리그 앙 선수들이 꽉 채워져 있었겠죠. 그곳에 얼마나 멋진 재능들이 많은데요.”


“그럴 거라는 느낌은 들었지.”


“동유럽이나 스칸디나비아 쪽에 비하면 프랑스 같은 곳은 오히려 쓸 만한 선수들을 골라내기에 더 쾌적한 곳이에요. 처음부터 1부 리그 팀을 배제하면 되니까요. 그렇잖아요? 어차피 그쪽 상위 팀은 여기로 오는 거에 콧방귀도 끼지 않을 거라고요. 우리로서는 데려올 수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죠.”


“뼈아픈 말이지만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야.”


델 레오네는 웃는 얼굴로 턱을 쓸어내리며 맞장구쳐주었다.


“그래서 그 아래만 뒤적거려 보면 되는 건데 3부 리그는 또 수준이 너무 낮아서 볼 것도 없고, 사실 2부 리그도 그렇게 좋은 편이라 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찾아볼 가치는 있었어요. 다들 고만고만한 속에서 이 선수만이 유일하게 절 집중하게 만들었었죠.”


“어떤 부분에서 집중하게 만들었지?”


“볼을 몰고 들어가는 기술들이 좋아요. 그것도 상당히. 발도 빠른 편이라 상대 수비를 흔드는 데 제법 능숙했어요.”


“호오.”


감독의 눈이 크게 빛났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점점 더 관심이 생기는데?”


“근데······확답은 못 드리겠네요.”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단점이 워낙 뚜렷해서요. 재능이 있는 건 분명해요. 하지만 성공 여부는 불확실한 선수라고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저도 단순히 수집욕으로 조사했을 뿐이지, 영입 대상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거든요.”


“정확히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지?”


“팀워크를 해치는 주범이 될 수 있어요.”


“팀워크를 해친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선수인가 보군.”


“그 부분에서 잭 마틴은 비교도 안 될걸요? 볼을 오래 소유하길 무척 좋아하는 데다가 자신감도 지나치게 높은 경향이 있어요. 영웅 놀이하는 걸 즐기는 타입이죠.”


“뭐, 그런 유형의 선수는 양날의 검이지. 팀의 좋은 흐름을 저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안 풀리는 시합에서 해결사가 되어 줄 수도 있으니까. 문제는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건데 자네의 리스트에 들어갈 정도라면 논외로 쳐도 되겠지?”


“여기 와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겠죠. 다만 제가 본 걸 토대로 얘기한다면 그 팀에서 좀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길 만한 가치는 있었다고 생각해요. 올 시즌에는 아마 핵심 선수로 대접받지 않을까 싶어요.”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위의 보고서를 다시 훑어보았다.


“소속 팀이 앙제 SCO······. 작년엔 9위를 기록했군. 프랑스 2부 리그의 중위권 에이스 노릇을 할 정도는 된다는 건가?”


“성장에 따라서 프랑스 2부 리그에서 실패한 선수가 될 수도 있고, 프랑스보다 더 높은 리그의 상위 팀에서 에이스가 될 수도 있어요.”


“그건 완전히 도박 수준인데?”


“전 그렇게 생각해요. 더 실감 나도록 말해드릴까요?”


마틴은 약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선수는 잘 되면 에덴 아자르, 못 되면 아델 타랍이 될 거예요.”


“허, 이런.”


그 말에 감독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에덴 아자르(Eden Hazard)는 잉글랜드 강호 첼시의 에이스, 아델 타랍(Adel Taarabt)은 하위권인 퀸스 파크 레인저스에서 내내 부진하며 팬들에게 온갖 비난을 받은 강등의 주범.


언급된 두 명 모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소속이었지만, 명암은 지극히 다른 선수들이다.


“확실히 이보다 실감 나는 말은 없겠어. 하지만 잭팟을 터뜨렸을 때 아자르라면 도박을 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뭐,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잭팟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터지지는 않잖아요?”


"그래, 그렇게 쉽게 터질 리는 없겠지."


이탈리안이 웃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아델 타랍도 스코티시 레벨에서는 꽤나 재미를 볼 수 있는 수준의 선수라는 거야.”


이미 그는 단단히 꽂혀버린 모양이었다.


“아마 영입은 힘들 거예요.”


이에 마틴은 찬물을 끼얹었다.


“앙제 쪽에서도 그가 가진 가치를 알고 있을 테니까요. 지금 예산으로는 부족할지도 몰라요.”


“예상한 시장가는 어느 정도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면밀하게 알아본 건 아니거든요. 다만 이건 확실해요. 사들이려면 아마 클럽 레코드를 경신해야 할 거예요.”


“그건 좀 곤란하군.”


“대신 임대라면 가능할 지도요.”


곱슬머리 청년이 계속 말했다.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를 활용하는 거죠. 유럽 대항전에 나갈 수 있다는 걸 어필하면 흥미를 보일지도 몰라요. 앙제 쪽에서도 선수 가치를 올려서 비싼 값에 파는 걸 원할 테니 긍정적으로 나올 테고요.”


“살짝 아쉽긴 하지만 좋은 의견이야.”


감독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마주 비볐다.


“그러면 지금 이럴 시간도 부족해. 조금 전에 알아본 바로는 내일모레, 리그 앙의 마르세유와 앙제의 프리시즌 경기가 잡혀 있었어. 선수를 세부적으로 조사하기에 안성맞춤인 시합이지. 자네는 바로 프랑스로 날아가서······.”


그러다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더니 말을 정정했다.


“아니야. 이번엔 나도 직접 봐야겠어. 내일 당장 떠날 준비하게. 같이 가도록 하지.”


“델 레오네 씨, 기쁜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때 감독실의 문이 열리며 대런 코너 단장이 웃는 얼굴로 들어왔다.


“협상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쪽 에이전트하고 얘기가 성립됐어요.”


“오, 마침 잘 오셨습니다.”


감독도 그를 반기며 말했다.


“안 그래도 찾아뵈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말이죠.”


“무슨 일입니까?”


“내일 프랑스로 가는 항공편을 마련해주셔야겠습니다.”


“예에? 갑자기 프랑스는 왜······.”


“급히 알아볼 선수가 생겼어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중요한 일이라고요? 잠깐만요. 우리는 톰 인스에 집중하고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저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물론 톰 인스는 좋은 선수입니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단장을 보며 그가 말했다.


“하지만 잉글랜드 리그 출신을 영입하는 건 쉽지 않을 테고, 데려온다 해도 큰 출혈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마지막으로 걸어 볼 최후의 카드였을 뿐, 대안이 생긴다면 더 이상 최우선 타깃으로 볼 이유가 없지요.”


“최후의 카드였다고요?”


톰 인스가 최우선 타깃이 아니었다니. 그럼 그동안 상대 에이전트를 열심히 설득했던 건 무엇이며, 하이두크에게 승리를 거둔 보상으로 협상을 따낸 건 무엇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방금 전까지 즐거움으로 들뜬 마음은 혼란스러움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그럼 델 레오네 씨가 지금 보러 가겠다는 선수는 대체 누구입니까?”


코너의 물음에 이탈리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앙제의 소피앙 부팔(Sofiane Boufal)이란 선수를 살펴보러 갈 겁니다.”


작가의말

멕시코전은 정말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경기력이 상당히 괜찮았는데..

힘들겠지만 아직 16강 진출 희망이 있으니

내일 독일전 후회없이 잘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좀 더 속도를 내보겠습니다 ㅠ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뉴욕하늘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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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58 루시오엘
    작성일
    18.06.26 19:45
    No. 1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6.26 19:50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35 아히야
    작성일
    18.06.26 19:58
    No. 3

    부팔이면 1617시즌 이적시장에서 빅클럽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 선수네요. 릴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서 뎀벨레와 함께 포스트 아자르 소리를 듣다 장기부상 이후 소튼에서 소리소문없이 묻힌걸로 아는데...
    소설 속에선 어찌될지 궁금하네요. 배경상 부팔이 리게앙에서 활약했던 1516시즌보다는 한 시즌 전이니 딱 슈퍼유망주 단계겠네요. 재능 넘치는데다 엄청난 에고이스트이기 까지하니 톰슨에겐 굉장한 자극이 될듯 싶습니다.
    간만에 아는 이름을 봐서 재밌었네요.
    이런 대체역사물같은 재미도 이 소설의 또다른 흥미요소인듯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35 아히야
    작성일
    18.06.26 20:00
    No. 4

    아 그리고 폰투스 얀손 그 선수는 이번 월드컵에 나왔던데 굉장히 반가웠네요.ㅋㅋ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4 맛있는새우
    작성일
    18.06.26 20:21
    No. 5

    욕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색의왕
    작성일
    18.06.26 23:25
    No. 6

    ㄴ욕 먹을만 하긴 했죠. 발탁 때부터 안 된다고 팬들이 걘 불안하다고 꾸준히 걱정한 선수를 기어코 발탁해서 이 사달을 냈으니...근데 가족 욕 같은 건 심하긴 하더군요. 까도 본인을 까야지, 무슨 연자죄도 아니고...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99 불꽃열정
    작성일
    18.06.27 13:17
    No. 7

    타랍이네 ㅋㅋ드리블과 개인기 중독자...ㅋㅋ 뛰어나긴 하나 지만 축구하는놈 ㅋㅋ
    멕시코전은 심판 오심만 없었어도 최소 비기는건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리앜
    작성일
    18.07.03 00:22
    No. 8

    재밌다.. 기다렸다..본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프준
    작성일
    18.07.05 02:47
    No. 9

    좀 더 글을 자주 써라, 작가님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호르트
    작성일
    18.07.05 15:57
    No. 10

    언제 오시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so******..
    작성일
    20.08.07 00:24
    No. 11

    왜 들어봤나 했더니 소튼소속이구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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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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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2. 공간 싸움 (3) NEW +3 21시간 전 270 25 25쪽
201 201. 공간 싸움 (2) +11 24.02.27 552 38 31쪽
200 200. 공간 싸움 +6 24.02.06 690 36 26쪽
199 199. 대립 +5 24.01.25 732 32 26쪽
198 198. 대면 +5 24.01.14 787 34 25쪽
197 197. 팀의 완성도 +8 24.01.04 759 42 24쪽
196 196. 신뢰의 결실 +5 23.12.23 818 37 28쪽
195 195. 한 마리의 송골매 +5 23.12.10 809 39 23쪽
194 194. 두 마리의 사자 (2) +5 23.12.02 819 41 25쪽
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874 42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37 40 26쪽
191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883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13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28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974 42 26쪽
187 187. 새로운 국면 (5) +7 23.09.15 1,025 45 22쪽
186 186. 새로운 국면 (4) +6 23.09.03 1,052 42 25쪽
185 185. 새로운 국면 (3) +8 23.08.19 1,136 45 22쪽
184 184. 새로운 국면 (2) +8 23.08.04 1,185 40 26쪽
183 183. 새로운 국면 +7 23.07.13 1,259 56 22쪽
182 182. 지상 최고의 팀 (4) +8 23.06.28 1,236 50 29쪽
181 181. 지상 최고의 팀 (3) +5 23.06.16 1,132 39 24쪽
180 180. 지상 최고의 팀 (2) +6 23.05.27 1,245 50 24쪽
179 179. 지상 최고의 팀 +5 23.05.07 1,332 50 27쪽
178 178. 승부욕의 화신 +3 23.04.22 1,260 50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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