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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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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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프리먼의 인터뷰

DUMMY

2014년 8월 3일, 일요일.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개막 D-Day.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죠.”


“그동안 간단하게 마실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그냥 물 한잔이면 될 것 같습니다. 실례지만 성함이······.”


“마리 코넬이에요.”


“아, 감사합니다. 코넬 양.”


존 프리먼은 가벼운 답례를 하며 의자에 앉았다.


사무실 안은 말 그대로 허름하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비좁은 공간에 낡은 테이블, 도색이 듬성듬성 벗겨져 있는 벽까지. 거대한 컨테이너에 지붕만 얹어놓은 것 같은 외형부터 초라해 보이긴 했지만, 내부는 그보다 더 열악한 것 같았다. 소속사 포포투의 쾌적한 작업 환경을 생각하면 더더욱.


구단주실과 단장실, 그리고 감독실이 묶여 있는 가장 큰 건물을 제외하면 다른 스텝들의 사무실은 그 옆에 일렬로 줄지어 있었는데 그 광경은 마치 화물 열차를 연상케 했다.


가장 큰 건물이라고는 했지만, 그마저도 두세 개의 컨테이너를 합쳐놓은 모양새라 볼품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나마 ‘건물’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는 이곳에 응접실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의 인터뷰는 줄지어 있던 화물칸 중 하나에 들어가서 해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이해 못 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별도의 훈련 구장도 보유하고 있지 못해서 경기장을 그 대신으로 사용할 만큼 가난한 구단이니까.


‘이런 팀이 작년에 2위를 하고 스코티시 컵까지 우승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군.’


프리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요청하셨던 감독 인터뷰 말이에요.”


얼음을 띄운 물컵을 건네며 코넬이 말했다.


“이번엔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여기에 안 계시거든요.”


“그렇군요. 그럼 언제쯤에 만나 뵐 수 있겠습니까?”


“그게······어제 오전, 프랑스로 출국했어요.”


“프랑스라고요? 당장 내일 경기가 있는데요?”


“저도 자세한 건 모르겠네요. 그저 중요한 일이라고만 들었으니까요.”


코넬이 어쩔 수 없었다는 제스처를 보이며 말했다.


“나름 최선은 다했어요. 이틀 뒤에 인터뷰 일정이 있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막무가내로 나오니 별수가 없었네요. 뭔지는 몰라도 포포투와의 인터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나 보다 생각할 뿐이죠.”


그러면서 늘어놓는 볼멘소리에 프리먼은 멋쩍은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녀의 반응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로스 카운티처럼 작고 인기가 없는 구단은 이름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아서 각종 매체와 연결되는 게 무척 중요할 테니까. 특히 유명 언론사와의 접촉이라면 물불도 가리지 말아야 하는 판국일 것이다.


한 번의 인터뷰도 아쉬운 마당인데 감독이 홀연 프랑스로 날아가 버렸으니 홍보 담당자로서는 충분히 조바심을 낼 만하겠지.


“괜찮습니다. 어차피 오늘로 전부 끝낼 생각은 아니었으니까요. 만족할 만한 분량이 뽑힌다면야 다음도 기약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제야 코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선수들을 불러올게요.”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편집장의 지시로 온 것이긴 하지만 그 이탈리안 감독과 한 번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나름의 개인 목적도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프리먼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인터뷰보다 중요한 일이라······.”


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정도로 중요하단 말인가? 심지어 첫 상대는 인버네스 CT, 내일은 하일랜드 지방의 축구팬들이 가장 예민해지는 날이다.


리그 개막은 오늘 저녁이지만 로스 카운티의 숨 막히는 살인 일정을 고려한 때문인지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사무국에서는 이 중대한 더비 매치를 하루 미뤄주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유 있는 시간은 아니다. 경기 대비를 한창 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프랑스로 출국했다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헛웃음까지 터져 나왔다.


짚이는 구석은 있다. 올해 로스 카운티는 스웨덴에서 센터백을 데려왔고, 우크라이나에서 라이트백을 사 오는 등 스코티시 팀을 통틀어 가장 독특한 이적 시장을 보내고 있으니까. 프랑스에 간 이유 역시 비슷한 용무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더비 매치를 앞두고 딴짓을 하는 감독은 처음 보는군.”


수년간 이 바닥을 뛰어온 베테랑 기자인 그도 겪어본 적 없는 경험이었다.


*******


“경기 준비는 완벽해요.”


리차드 브리튼이 대답했다.


“며칠 전부터 우리는 철저하게 준비해왔습니다. 선수들 모두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 있어요. 결코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드리지 않을 겁니다.”


우려와 달리 로스 카운티의 주장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델 레오네 감독이 지금 부재중인 걸로 아는데요. 그에 상관없이 로스 카운티는 이미 대비를 다 해두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일랜드 더비의 중요성과 그 무게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죠. 첫 더비가 원정길이라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주장이란 존재는 정신적 지주로서 필드뿐만 아니라 팀의 많은 부분에 영향력을 끼친다.


보통 스코티시 리그를 대표하는 뛰어난 캡틴을 거론한다면 대체로 셀틱의 스콧 브라운이 꼽히곤 하는데 프리먼은 전부터 눈앞의 리차드 브리튼이라는 남자가 그에 전혀 꿀리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왔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서로 얘기를 나눌수록 확고해지고 있었다.


왜 그가 선수들 응원에 지독히 인색한 딩월시 주민들에게도 모난 데 없이 사랑을 받아 왔는지, 라이벌 도시인 인버네스에서도 유일하게 인정받는 분위기였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셀틱과 들러리들로 평가받는 이곳이 그렇듯 로스 카운티가 만약 작년에 그저 그런 성적으로 그쳤다면 이러한 사실들도 조용히 묻혀서 하일랜드 지방의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아마 프리먼 본인부터 말이다.


기존의 틀이 깨지면 그 변화 속에서 미처 보이지 않았던 면들이 발견되곤 하는 법이다.


“작년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었죠. 전문가들도 모두 말문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브리튼과 보이드 선수는 팀에서 수년간 몸담아온 베테랑이라 더 뜻깊었던 시즌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 엄청났던 돌풍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뭐, 감독이죠.”


보이드가 대꾸했다.


“맞아요. 감독님 덕분이에요.”


브리튼도 이어서 동조했다.


“감독이라······.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군요.”


프리먼은 그렇게 말하며 미묘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원했던 대로 이야기의 방향이 흘러가고 있었다.


“확실히 안토니오 델 레오네 감독이 작년에 깜짝 부임한 뒤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죠. 하지만 포포투의 구독자들은 이 정도로 궁금증이 풀리지 않을 겁니다. 저 또한 포함해서 말이죠. 더 자세하게 듣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으음, 많은 걸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만······이 정도는 얘기할 수 있겠네요.”


브리튼이 말했다.


“로스 카운티가 작년에 그런 성과를 거둘 수 있던 건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 덕분이었습니다. 그게 델 레오네 감독님의 방식이었고요.”


“전력 분석이 뛰어난가 보군요.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는 건가요?”


“아뇨. 제가 말하는 건 그 정도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주전부터 후보까지 각 선수마다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전부 알아내려는 식이죠.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 상황에서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경기 전부터 미리 연구해 두는 거예요. 선수 면면부터 시작해서 팀 시스템 전체를 꿰뚫어 보려고 하죠. 아마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겁니다.”


“덧붙이자면 온갖 경우의 수를 다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보이드가 말했다.


“전반이 끝나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예측해서 전술 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완벽히 맞아떨어질 때는 로스 카운티가 승기를 잡는 그림이 그려지는 거죠. 처음에 반신반의했다가 직접 겪어보고 나서 경악을 했었다니까요. 슈퍼컴퓨터도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아하······. 그렇군요.”


프리먼은 하마터면 다음에 할 말을 잊어버릴 뻔했다.


“그만큼 조사를 하려면 보통 시간을 써서 될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그 말대로입니다. 감독님은 상대를 만나기 며칠 전부터 바로 분석에 들어가요. 하루는 기본이고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때도 많죠. 밤샘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쪽에 영상 자료실이 있는데요. 감독님이 거기 들어가면 아무도 출입 못 하게 하고선 한동안 나오지 않아요. 거기서 뭘 하는 건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아마 수십 경기를 죄다 훑어보는 수준이 아닐까 추측하는 정도?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안 되니까요.”


‘그 정도란 말이야?’


로스 카운티를 이끌고 성취했던 업적과 미디어에서 보여 왔던 독특한 행실들을 생각하면 델 레오네라는 인물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 예상 못 한 것도 사실이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건수에 프리먼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치밀하게 분석한다는 거군요? 중요한 경기에서만 그렇게 하는 건가요? 아니면······.”


“전부요. 감독님은 모든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리그 컵의 4부 리그 팀을 만나더라도 똑같이 분석에 들어갈 겁니다.”


“하, 대단하군요!”


분위기는 다음 화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스코티시 축구계를 놀라게 만든 돌풍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리그에서 가장 역습이 뛰어난 팀으로 주목받았었죠. 저 또한 그 시원한 속공이 매우 인상 깊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로스 카운티는 그런 플레이에 서툴렀던 팀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단기간에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거죠?”


프리먼의 질문에 브리튼과 보이드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거······말해도 되나?”


“뭐, 중요 기밀을 유출하는 건 아니잖아. 이 정도는 괜찮댔어.”


서로 의견 교환을 마친 후 주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는 훈련할 때 속공 찬스에서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될 룰이 있어요.”


“어떤 룰인가요?”


“백패스를 절대 하지 않는 겁니다.”


그가 계속 말했다.


“역습 상황에서는 무조건 전진해야 해요. 수비가 갖추어져서 나아가는 게 여의치 않더라도 마무리를 하기 전엔 절대 뒤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든 해결하는 게 절대적인 룰이에요. 만일 실수로라도 백패스를 하게 되면 지옥의 벌칙 코스가 기다리고 있죠.”


“지옥의 벌칙 코스는 뭐죠?”


“쉽게 말하면 체력 단련인데, 그 강도가 엄청난 수준이라 다들 암묵적으로 그렇게 불러요.”


“그게 절대적 룰이긴 한데 사실 핵심은 역습의 템포를 죽이지 않는 거예요. 백패스를 안 하더라도 의미 없이 혼자 볼을 오래 가지고 있거나 하면 마찬가지로 벌칙 대상이 되거든요.”


보이드가 이어서 말했다.


“감독님은 공을 내주는 것에 겁내지 않고 과감히 전진하는 걸 강하게 요구했어요. 우리 팀의 역습 플레이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가는 게 쉽지는 않았죠. 1군 멤버 중에 그 지옥 코스를 피해간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심지어 지금도 진행형이에요. 우리 중에 제일 벌칙에 많이 걸렸던 선수가······누구였지?”


“앤드류.”


“아, 맞아. 앤드류 톰슨이 지옥 코스 최다 경험자예요. 횟수는 셀 수도 없을 정도죠. 이 얘기도 꼭 실어주시길.”


“하하핫······.”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생각은 한 가지에 머물렀다.


‘이거 단순히 매거진에만 기고하기엔 아까운 부분들이 많은데?’


본래 오늘 인터뷰한 전문은 다음에 출간할 9월호에 싣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스코티시와 로스 카운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내용들을 일회성으로 사용하고 끝내버리면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후에 만약 로스 카운티가 놀라운 성공 신화라도 쓰게 된다면 이거야말로 다큐멘터리 특집에 넣을 소재가 아닌가?


“글쎄요. 감독님은 이때까지 우리에게 분노를 표출한 적이 없어요. 우리가 안일하게 플레이하는 날에는 싸늘한 분위기로 변하긴 합니다. 그때는 꾸지람을 들어야 하죠. 하지만 그뿐입니다. 화를 내거나 폭언을 퍼붓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근데 그게 마냥 좋은 것도 아니에요. 그 싸늘한 분위기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수준이거든요. 어떨 때는 그냥 차라리 때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니까요. 저기압이 된 그의 눈을 마주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이게 초짜 감독이 선수단을 통제하는 비결이었군.’


프리먼은 지금 듣고 있는 얘기들이 묻어둘수록 더한 가치를 빛낼 것이라 확신했다. 숙성된 와인이 더 값진 맛을 내는 것처럼.


그리고 두 사람과의 인터뷰는 1군으로 콜업되었던 여섯 명과 기존 주전들이 방출되면서 이루어진 세대교체, 셀틱을 꺾고 스코티시 컵을 우승하던 순간 등을 끝으로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물론 프리먼에게는 아직 하나의 일정이 남아 있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요. 전혀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거든요.”


델 레오네 다음으로 궁금한 점이 제일 많았던 선수와의 단독 인터뷰가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감독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네 역할은 레지스타가 될 거라고. 부임했던 때부터 그가 생각해둔 건 그거였어요. 애당초에 측면으로 기용할 계획이 없었던 거죠.”


“그럼 캐리 선수는 중앙에서 뛰는 지금이 어떤가요?”


“좋아요. 아니, 무척 마음에 듭니다. 왜 이때까지 여기서 뛰지 않았었나 싶을 정도예요.”


“로스 카운티 팬들에게는 꽤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경기를 거의 뛰지도 못했던 캐리 선수가 갑자기 후반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나와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니까요.”


“그렇게 하기까지 나름 힘든 시련을 겪어야 했죠.”


알렉산더 캐리가 말했다.


“감독은 제 허약한 체력과 활동량을 단점으로 지적하곤 했어요.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차 알겠더군요. 결국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지독한 체력 단련을 견뎌내야 했어요.”


“지옥의 코스 말인가요?”


프리먼의 물음에 캐리는 잠깐 생각에 잠기며 그 말을 해석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앞서 인터뷰에서 들으셨나 보네요. 약간 비슷하긴 하죠. 하지만 둘 다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다들 제가 했던 훈련을 겪어본 적 없어서 하는 소립니다. 그랬다면 지옥 코스란 이름까지 붙이지 않았을 거예요.”


포지션 변경을 떠나서라도 캐리는 로스 카운티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전을 보인 선수였다.


눈에 띌 정도로 부실했던 체격은 전체적으로 근육이 붙은 상태였고, 항상 거친 몸싸움을 기피하기만 하던 성향은 이제 투지가 제법 붙은 모습으로 변모해있었다.


수년간 변화에 콧방귀도 끼지 않던 이 선수가 불과 일 년도 안 돼서 이렇게 탈바꿈을 한 것은 이 팀이 장착한 역습 플레이만큼이나 신기하고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쨌든 그 감독이 이 자존심 강한 선수를 조련해냈다는 건데.’


프리먼은 다시금 델 레오네와 인터뷰를 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번에 등번호 배정에서 7번을 받았던가요? 후반기부터 확고한 주전 기용에 좋은 등번호까지. 확실히 감독이 캐리 선수를 상당히 아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분 탓이었을까. 프리먼은 순간 캐리가 피식 웃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착각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반기에는 캐리 선수가 감독의 플랜 밖이라는 얘기가 많았고, 심지어 방출설도 나돌았었죠. 실제로도 선발은커녕 교체로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요.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 할 말이 있으신가요? 그동안 포지션 적응과 몸을 만들기 위해 경기에 나갈 수 없었다거나······.”


“딱히 없습니다. 플랜 밖이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사실이라고요?”


프리먼이 되묻자 캐리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확인시켜주었다.


“사실입니다.”


“플랜 밖이었는데 갑자기 감독의 마음이 바뀌어서 캐리 선수를 주전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말인가요? 하지만 그러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데요. 레지스타 얘기는 뭐고, 처음부터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할 계획이었다는 건 무슨 뜻인지······.”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이야기하자면 긴 사연이 얽혀 있거든요.”


“어떤 사연이죠?”


“그건······.”


캐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웃는 얼굴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자리에서 얘기할 게 아닌 것 같네요. 때가 되면 직접 세상에 밝힐 예정입니다.”


작가의말

너무 늦어버려서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도 없네요 ㅠ

앞으로 이 정도로 늦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못난 글쟁이에게 후원을 보내주신

다크기사 님

어여 님

프준 님

후원금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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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873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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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27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973 42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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