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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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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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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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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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첫 단추

DUMMY

사실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은 작년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출범 이래 최고의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그것은 글래스고 레인저스의 4부 리그 강등 이후 진작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레인저스와 셀틱이 대립하는 올드 펌(Old Firm)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능히 들어갈 수 있는 최대 더비 매치 중 하나다.


무려 126년의 세월을 다퉈온 최장 기간의 역사를 자랑하기도 한다.


그 긴 시간 속에서 단순한 연고 의식을 넘어 종교와 정치적 문제까지 얽히며 올드 펌은 더비 중에서도 가장 살벌한 라이벌 싸움으로 거듭나게 되었는데, 파울과 카드가 빈번하게 나올 만큼 양 팀이 거친 탓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석의 서포터들까지 치열하게 사투를 벌인다는 데에 있었다.


최근 십여 년간 열 명의 서포터가 난투 도중 목숨을 잃었으며, 그걸 추모해주기는커녕 죽은 사람의 유해를 화장해서 경기장에 뿌리는 것을 전통으로 삼을 정도이니 그 치기 어린 광기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다.


아마 축구가 총성 없는 그라운드의 전쟁이라 불리는 것에는 이런 사나운 더비 매치들이 제법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인한 레인저스의 쇠락으로 올드 펌은 수년 후에야 볼까 말까 한 기약 없는 미래가 되었고,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은 두 팀이 양분하는 리그에서 셀틱이 독주하는 시시한 무대가 되고 말았다.


그 말은 곧 이곳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졌으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메리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주변 몇몇에서 ‘수준도 떨어지는 주제에 살인적인 더비나 즐기는 몰상식한 리그’라는 조롱을 받아오기는 했으나 이제는 그나마 그런 것도 내세울 수 없는 꼴이 된 것이다.


과거 올드 펌에 한동안 대항했던 뉴 펌(New Firm), 알렉스 퍼거슨 경의 애버딘과 짐 맥클린의 던디 유나이티드는 그 기세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명문 하츠 미들로시언 또한 강등되어 예전의 위용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유럽 변방 리그에게 곧 추월 되겠다는 말도 이젠 우스갯소리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 면에서 로스 카운티는 프리미어십 사무국에게 있어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팀이 놀라운 이변을 일으키고 셀틱의 콧대를 눌러주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덩달아 그 로스 카운티에게 번번이 쓴잔을 들이키게 만든 하이버니언과의 묘한 기류는 자국민들에게 새로운 흥미를 불어넣어 주기까지 했다.


개막전의 마지막 경기를 하일랜드 더비가 장식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델 레오네를 곤혹케 했던 하이버니언의 스티브 클라크 감독이 로스 카운티의 라이벌 팀인 인버네스 CT로 옮겨가면서 사무국은 새로운 흥행카드이자 차세대 뉴 펌으로 이 하일랜드의 양 팀을 주목하고 있었다.


두 감독 모두 작년에 비범한 행보를 보여 왔고, 셀틱의 발목을 잡아낸 몇 안 되는 인물들이었기에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아니, 스코티시 리그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모든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앞두고 많은 이들은 다양한 예상과 평가를 쏟아냈다.


“상당히 흥미로운 경기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인버네스의 홈에서 펼쳐지죠. 그리고 클라크 감독은 작년에 로스 카운티를 누구보다도 잘 잡아 왔어요. 이런 상성 관계는 무시 못 합니다. 이런 것들로 미루어보았을 때 올 시즌 하일랜드 더비의 첫 승리자는 인버네스 쪽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 축구 평론가 ‘그렉 코너(Greg Connor)’ -


“스티브 클라크 감독은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게다가 지금은 하이버니언이 아니죠. 인버네스에는 리암 크레이그도 없고, 폴 헤퍼난도 없어요. 일 년간 로스 카운티에서 적응해 온 이탈리안이 이번에는 그에게 설욕해낼 것 같네요.” - 스코티시 스포츠 해설자 ‘롭 맥케나(Rob McKenna)’ -


“지금까지 수비만 잔뜩 보강했어요. 아르킨의 수혜로 2위까지 올라선 팀이 그가 떠난 후 보수에 너무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그들에게 훗날 독으로 작용할 거예요. 단순히 하일랜드 더비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공격진의 보강이 없다면 로스 카운티는 결코 작년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겁니다.” - 풋볼 전문가 ‘마이클 포드(Michael Ford)’ -


물론 일관성 있게 물어뜯기에만 집중하는 이들도 있었다.



< 14-15 Scottish Premiership 1 Round >

인버네스 CT : 로스 카운티

2014년 8월 4일 (월) 19:45

칼레도니안 스타디움 (관중 수 : 6,923명)



[인버네스 CT / 4-4-2]

FW : 아론 도란 / 코너 페퍼

MF : 라이언 크리스티 / 제임스 빈센트 / 리치 포란 / 닉 로스

DF : 라이언 맥기븐 / 제이크 맥라렌 / 게리 워렌 / 매튜 쿠퍼

GK : 단 트워드지크


[로스 카운티 / 4-4-2]

FW : 에이든 딩월 / 잭 마틴

MF : 제임스 블랜차드 / 알렉산더 캐리 / 리차드 브리튼 / 에드빈 데 루어

DF : 리 월리스 / 스콧 보이드 / 대니 패터슨 / 스티브 샌더스

GK : 마크 브라운



“후우······. 이번엔 반드시 이겨야만 해.”


인버네스 칼레도니안 시슬의 대표 이사 지미 노블은 심호흡을 내쉬며 터널에서 나오는 양 팀의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던 존 브래디를 경질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스티브 클라크를 선임했던 건 다 이 순간을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그는 자신의 팀이 로스 카운티에게 무너지는 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하일랜드의 대표 팀은 인버네스야. 저따위 촌구석 팀에게 그 타이틀을 넘겨줄 순 없어.”


방금 전 휴게실에서 분명 담배 몇 개비를 태우고 왔건만 아직도 긴장으로 떨리는 몸이 주체되지 않았다. 승리를 원하는 그의 마음은 이제 절실하기까지 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불리고 다행히 그의 바람은 어느 정도 통한 것처럼 보였다. 초반부터 양 팀은 더비에 걸맞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고, 홈팀의 우위에 선 인버네스가 좀 더 몰아붙이는 형국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 좋아. 잘하고 있어.”


노블은 초조한 듯 양손에 깎지를 끼운 채 한 명의 서포터가 되어 선수들을 격려했다.


“예감이 좋아, 예감이······.”


떨리는 몸과 다르게 느낌은 이유 없이 좋았다. 인버네스의 공격으로 계속 전진하던 볼이 끊기고 역습으로 전개되는 장면에도 큰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어지는 로스 카운티의 코너킥.


알렉산더 캐리가 길게 차올린 볼을 게리 워렌이 대니 패터슨과 경합하며 머리로 막아내었고, 미처 멀리 나가지 않은 볼을 아트 서클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드빈 데 루어가 다시 머리로 안에 밀어 넣었다. 이에 재차 대응하여 제임스 빈센트가 배구를 하듯 머리로 받아내며 박스 왼쪽 바깥으로 내보냈다. 오늘 인버네스 수비진의 집중력은 매우 탄탄해 보였다.


“나이······.”


노블은 ‘나이스’를 외칠 생각이었으나 당황한 나머지 마지막 발음을 내뱉을 수 없었다.


분명 아무도 없는 쪽으로 걷어냈는데 뜻밖의 17번 선수가 벼락처럼 달려들며 고개를 크게 꺾을 정도의 헤더로 볼의 방향을 다시금 박스 안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었다.


예상 못 한 에이든 딩월의 헤더 볼은 인버네스 수비진을 뚫어내고 문전 앞에서 서성이던 제임스 블랜차드의 이마에 도달했다.


“안······.”


이번엔 ‘안 돼’를 외치려 했지만, 그것 또한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헤더 슛은 운 좋게도 좌측 기둥에 서 있던 라이언 맥기븐의 허벅지에 맞아서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막았다는 기쁨도 잠시, 세컨드 볼이 다시 블랜차드의 발에 들어갔고, 재차 슈팅하는 것까지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핑퐁처럼 정신없이 오가던 볼은 결국 인버네스의 그물을 흔들고 말았다.


“······하필 또 저놈에게 먹혀?”


속이 부글부글 끓는 듯하였다. 실점하더라도 저 선수에게 먹히는 꼴만큼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작년에도 매번 만날 때마다 골치를 앓게 만들지 않았던가?


블랜차드의 ‘칼레 시슬 킬러’라는 명성은 그대로 유지될 판이었다.


“그래, 아직 시간은 충분해. 충분히 역전할 수 있어.”


노블은 자기 암시를 걸듯 필드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겨우 전반 4분이 흘렀을 뿐이다. 재수 없게 한 방 맞아버리긴 했지만, 인버네스의 플레이는 괜찮게 진행되고 있었다. 여전히 몸에 감도는 좋은 느낌이 더비의 최대 묘미인 역전극을 멋지게 이끌어 내줄 거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 13분.


삐이익 -


심판이 길게 휘슬을 불며 필드에 쓰러져 있는 잭 마틴과 제이크 맥라렌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캐리의 스루패스를 받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 두 선수가 부딪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이었다.


문제는 그걸 막아내지 않았다면 잭 마틴에게 단독 찬스가 나올 장면이었고, 맥라렌은 깔끔한 수비를 못 하고 정강이를 건드리는 무리한 태클로 상대를 넘어뜨렸다는 것이다.


파울은 명백했고, 이제 카드 색깔이 무엇이냐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하······.”


그리고 노블은 심판의 손에 들린 빨간색을 보며 탄식하고 말았다.


그는 더 이상 인버네스에게서 좋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


한 명이 퇴장당한 인버네스 CT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맥라렌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매튜 쿠퍼가 중앙으로 들어갔고, 그의 오른쪽 자리에는 백업 수비수인 리치 바부어가 교체로 투입되었다. 전방 공격수 코너 페퍼는 그 교체를 성사시키기 위해 전반에 불려 나오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인버네스는 슈팅 숫자에 우위를 점하며 동점 골의 틈을 엿보던 중이었다. 경험이 미숙한 중앙 수비의 퇴장 이후엔 로스 카운티에게 페이스를 송두리째 내주고 추가 실점을 저지하는 데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투입하긴 했지만 바부어는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도 않은 젊은 선수였다. 로스 카운티에서 고든 스미스의 위상 정도에 지나지 않는 그가 리 월리스와 블랜차드의 좌측을 막아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할 정도였다.


“냉혹한 심판 덕분에 분석할 건덕지도 없는 시합이 되었군.”


존 프리먼은 그렇게 말하며 애꿎은 노트북의 키보드를 의미 없이 두드렸다. 화면의 문서는 깔끔한 백지 속에서 커서만이 깜빡이고 있었다.


심판이 내린 판정은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프리먼은 그가 약간은 관대함을 베풀어주길 원했다. 기대했던 하일랜드 더비인 만큼 팽팽한 싸움을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불만을 토로할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살짝 아쉬울 뿐이다.


일방적인 양상으로 시합이 진행되고 있어 특별한 부분은 발견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에는 주목할 수 있었다.


“시작 전부터 라인이 제법 올라가 있었어.”


지금은 한 명이 더 많은 로스 카운티가 거의 상대 진영에 머물며 인버네스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지만 분명 퇴장 전에도 수비 라인이 그리 낮은 지점은 아니었다는 거다.


작년에는 엉덩이를 뒤로 빼며 수비에 전념한 뒤 볼을 빼앗으면 빠른 역습을 노리는 게 그들의 주요 방식이었다. 특정 경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킥오프 이후 프리먼이 보았던 건 너무 높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둘 중에 굳이 따지자면 높은 쪽이라 할 수 있는 수비 라인이었다.


이번에도 상대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 지시인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작년에는 클라크의 하이버니언을 상대로도 인버네스 CT를 상대로도 로스 카운티는 라인을 올린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게 왠지 올해 이 팀의 핵심 키워드일 것 같은데.”


프리먼은 그렇게 생각하며 필드를 지켜보았다.


미숙한 퇴장으로 기세가 꺾여버린 홈팀은 볼을 가까스로 가져와도 날카로운 공격은 시도조차 못 하고 있었다. 한 명이 퇴장당했다고는 하나 이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건 로스 카운티가 워낙 견고한 탓도 있었다.


이탈리안 감독이 수비수 영입만 일관되게 고집했던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하는 걸까?


오늘은 프리시즌 동안 가장 인상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던 폰투스 얀손도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작년 최악의 구멍으로 여겨졌던 니코스 바실라스의 자리를 리 월리스 한 명이 들어갔을 뿐인데 그들은 숨 막힐 정도의 촘촘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패터슨이나 샌더스의 기량이 작년보다 성장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 속에서 인버네스의 에이스인 아론 도란은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또 뺏기겠는데.”


나름 로스 카운티를 만날 때마다 적잖은 문제를 안겨주었던 도란이었지만 조력자인 페퍼가 교체로 나간 이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프리먼의 예상대로 그는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보이드의 태클에 볼을 빼앗기며 바닥에 넘어지는 추태를 보이고 말았다. 그 세컨드 볼을 잡기 위해서 리치 포란과 블랜차드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와아아 -


로스 카운티의 새로운 10번은 과연 에이스답게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포란은 186cm 거구의 어깨 힘에 밀리며 잔디에 엎어져 버렸고, 볼을 차지한 블랜차드는 우직하게 드리블로 인버네스 진영을 향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거의 30m를 질주하던 블랜차드는 앞을 막아서는 게리 워렌을 무시하며 옆에서 같이 달리던 딩월에게 패스를 건네주었고, 딩월은 원터치 패스로 워렌이 급하게 나오며 비워둔 뒤쪽 공간에 볼을 찔러 넣었다.


어찌 보면 퇴장 직전과 비슷한 상황, 잭 마틴이 어느새 귀신처럼 워렌의 뒤로 돌아 들어가 딩월의 패스를 받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퇴장으로 인한 위축 때문일까. 매튜 쿠퍼는 잭 마틴의 등 뒤를 바짝 쫓아가면서도 파울을 가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런 상황에서 로스 카운티의 골잡이는 어지간해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정교한 슈팅이 골키퍼를 따돌리며 깔끔하게 우측 하단 구석으로 들어가 그물을 흔들어내었다.


“거의 끝났다고 봐야겠군.”


프리먼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


장소는 안방인 칼레도니안 스타디움, 그리고 감독은 로스 카운티를 번번이 좌절시켰던 천적 스티브 클라크.


당연히 통쾌한 승리를 예상하며 들떠 있던 칼레 시슬의 서포터들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최악의 날을 경험해야만 했다.


후반 60분경만 해도 약간의 희망 고문은 있었다.


그래도 역시 팀의 에이스인 아론 도란이 날카로운 프리킥 골로 한 점을 따라붙었고, 승리는 힘들겠지만 동점은 따라붙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그러나 후반 66분.


속공 과정에서 캐리의 오른쪽 측면으로 열어주는 전개, 데 루어의 스루패스로 이어지는 볼을 잭 마틴이 파고들어 각도가 크게 안 나오는 구석에서 기어이 골을 넣는데 성공하며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고 말았다.


“이거 오프사이드잖아요?”


인버네스 선수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동일 선상에서 들어갔다는 게 밝혀지면서 추한 모습만 더할 뿐이었다.


그리고 후반 70분에 캐리와 교체되어 들어갔던 대런 케틀웰이 십 분도 되지 않아 쐐기를 박아 넣었고, 홈팀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어쩌면 잭 마틴의 달아나는 골이 터졌을 때부터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미 심리적으로 지친 그들은 여전히 쌩쌩한 로스 카운티 선수들이 자신들의 진영에서 짧게 패스를 연계하며 유린하는 것도, 블랜차드가 중앙에서 버젓이 등을 지고 볼을 사수하는 것도, 케틀웰이 공격수처럼 전방으로 파고들어 블랜차드의 스루패스를 받는 움직임도 전부 제어하지 못하며 네 번째 골이 들어가는 걸 그저 구경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후반 82분 즈음에는 스티브 샌더스가 나가고 아메드 델샤드가 가볍게 몸을 푸는 데뷔전을 치르는 데 일조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반면 로스 카운티는 첫 단추부터 완벽하게 잘 끼운 셈이었다.



=============================

< 인버네스 CT 1 : 4 로스 카운티 >

아론 도란(61‘)

+++++++++++++++++++++++++++++

제임스 블랜차드(4‘)

잭 마틴(31‘, 66’)

대런 케틀웰(78‘)


=============================


작가의말

언제나 제 글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저 또한 주기가 너무 길면 이전 내용이 가물해지고

흥미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주기를 짧게 해보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ㅠ

이런 상황에서도 감독 이야기에 애정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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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872 42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35 40 26쪽
191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881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11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27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973 42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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