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플레이오프 대진
< Scottish Football Day >
[ 스티브 맥멀런(Steve McMullen : 진행자) : 기대를 모았던 올 시즌 하일랜드 더비의 첫 번째 시합은 다소 허무한 결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전반 이른 시간에 제이크 맥라렌이 퇴장을 당하면서 로스 카운티의 일방적인 공세만 펼쳐지다 종료되고 말았는데요. 심판이 내린 한 번의 결정이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 셈이죠. 스티브 클라크 감독은 경기 이후 그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어느 정도 불만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판정에 전혀 문제가 없었나요? ]
[ 에릭 프레스턴(Eric Preston : 축구 평론가) : 맥라렌의 퇴장은 치열하게 붙을 거라 기대했던 더비전을 시시한 반코트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최악의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파울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맥라렌은 잭 마틴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놓쳤고, 볼 대신 발을 건드리는 실수까지 하고 말았죠. 페널티 박스 바로 앞쪽에서 말입니다. 이 파울이 없었다면 마틴은 골키퍼와 일대일로 대결할 수 있었고요. 퇴장을 줘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
[ 조니 밀러(Jonny Miller : 전문 해설가 및 고정 패널) : 저 발을 거는 순간부터 맥라렌은 심판의 결정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죠. 저걸 보세요. 주변 선수들이 항의하는 동안에도 그는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본인도 알고 있는 거죠. 그저 선처를 베풀어주길 바랐을 겁니다. 문제는 하필 이 경기를 맡은 주심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마크 앤더슨이었죠. 그는 예상대로 가차 없었고요. ]
[ 에릭 프레스턴 : 아마 칼레도니언 시슬의 팬들은 자신들의 홈에서 그런 판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에 대해 가혹함을 느꼈을 수도 있어요. 뒤에서 걸었긴 해도 파울 자체가 그렇게 위험하게 들어간 건 아니니 옐로카드로 그쳤어도 충분했지 않았나? 이러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걸로 아는데 판정의 핵심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방해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 스티브 맥멀런 : 인버네스는 중앙 수비수인 조쉬 미킹스와 다니엘 디바인을 각각 입스위치 타운과 하이버니언으로 보냈습니다. 클라크 감독은 주전이었던 미킹스의 빈자리를 채울 인물로 유스 레벨에서 이제 막 올라온 맥라렌을 지목했는데요. 하일랜드 더비에서는 그를 주전으로 내세운 게 결국 악수가 되고 말았죠. ]
[ 조니 밀러 : 그에 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대는 작년 득점 3위에 랭크되었던 잭 마틴이었습니다. 그는 수비를 따돌리고 박스 안으로 파고드는 데 능숙한 여우 같은 선수에요. 어린 맥라렌이 전부 감당하기엔 버거운 대상이었죠. 베테랑인 게리 워렌이 옆에서 잘 이끌어줬어야 했는데 같이 흔들려버린 게 가장 영향이 컸어요. ]
[ 에릭 프레스턴 : 맥라렌은 프리시즌에서 나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비록 악몽의 데뷔전을 치르긴 했지만 유망한 선수인 건 분명해요. 우월한 체격에 느리지 않은 발까지 보유한 수비수는 유니크하니까요. 클라크 감독이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
[ 스티브 맥멀런 : 어찌 보면 로스 카운티의 대니 패터슨과 비슷한 구석이 많네요. ]
[ 에릭 프레스턴 : 그렇죠. 대니 패터슨과 많은 부분이 닮은 선수입니다. 패터슨도 처음엔 고전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꾸준히 성장해가면서 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죠. ]
[ 스티브 맥멀런 : 과연 이런 부분에서부터 더비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네요. 각 팀의 감독들이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젊은 수비수들의 성장세와 차후 펼쳐질 둘 사이의 대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습니다. 첫 격돌이 이렇게 끝나버린 게 아쉬울 따름이네요. ]
[ 조니 밀러 : 저는 로스 카운티가 퇴장의 덕을 봐서 그런 점수 차이를 낼 수 있었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워렌과 맥라렌을 당혹케 만든 것도 그들의 공세가 매서웠기 때문이었죠. ]
[ 에릭 프레스턴 : 맞아요. 퇴장이 나오기 전에 보였던 모습만으로도 그들은 대단했죠. 전반적으로 로스 카운티가 더 나은 팀이었어요. 대등한 숫자로 맞설 수 있었다 해도 인버네스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겁니다. ]
[ 조니 밀러 : 퇴장 이후에는 점유율을 완벽하게 장악하며 한 명이 더 우위에 있다는 점을 아주 잘 이용했어요. 결국 죄어오는 올가미에 지친 인버네스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죠. ]
[ 스티브 맥멀런 : 두 분 다 상당히 좋게 생각하시는군요. 물론 저도 이번 경기를 보면서 그들의 매서운 공세에 감탄하긴 했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로스 카운티는 많은 전문가들에게서 공격력에 문제점이 노출될 거라는 우려를 샀던 팀이 아니었던가요? ]
[ 에릭 프레스턴 : 솔직히 놀랐습니다. 저 또한 요앙 아르킨이 떠난 로스 카운티는 그렇게 강한 화력을 내기 힘들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고작 1라운드가 끝난 시점이긴 해도 이번 경기만 봐서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어요. ]
[ 조니 밀러 : 대부분이 다 그렇게 예상할 수밖에 없었죠. 그만큼 요앙 아르킨이라는 그림자가 컸던 건 사실 아닙니까? 중요한 건 아르킨과 로버트 퀸이 이적했어도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의 대부분이 남아 있다는 거죠. 기존의 다른 선수들이 전보다 더 성장하면서 발생한 효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인 거 같습니다. ]
[ 스티븐 맥멀런 : 그렇네요. 아르킨이 빠져도 잭 마틴, 제임스 블랜차드, 에이든 딩월 등 주력 멤버들은 남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번 시즌 로스 카운티는 어떨 것 같나요? 작년처럼 또 센세이션한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
[ 조니 밀러 :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셀틱을 누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 에릭 프레스턴 : 아직은 반반으로 보고 싶어요.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 보이긴 하네요. 아예 밑바닥으로 고꾸라질 것 같진 않다는 확신을 심어줄 정도로 팀이 단단해지고 있어요. 뭔가 방점을 찍어줄 선수 하나만 더 합류한다면 꽤 무서운 팀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
*******
하일랜드의 딩월시, 페리 로드, 케니 풀러의 식료품점.
“그나저나 케니······. 혹시 그거 봤나? 로스 카운티가 칼레 시슬 놈들을 완전히 묵사발 내버린 경기 말이야.”
“조지, 자네 역시 그 용건으로 온 게 맞잖아?”
“용건이라니? 친구끼리 그냥 요즘 세상 얘기 좀 하자는 것뿐인데 너무 야박하게 구는 거 아닌가?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외판원이라도 되는 줄 알겠군.”
“······사실상 별다를 건 없지 않은가?”
풀러의 일침에 시치미를 떼던 조지 맥도넬은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본색을 드러냈다.
“허허헛······. 뭐, 내가 오죽하면 이러겠나? 우리 지역 축구팀이 요즘 너무 잘 나가고 있단 말이야. 게다가 이번 더비전에서는 엄청난 승리까지 거뒀다고. 무려 네 골을 넣었어, 네 골을! 입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네 개의 손가락을 펴 보이는 환한 미소를 보며 풀러는 헛웃음과 함께 한숨을 짓고 말았다.
진작 예상하고 있었다. 로스 카운티의 경기가 있는 날, 특히 승리를 한 날로부터 하루가 지나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오는 게 맥도넬의 습관이니까. 심지어 식료품점까지 오기 전에 온 거리의 가게를 전부 들렀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일상의 대화 속에서 은근슬쩍 축구 얘기를 끼워 넣는 패턴은 풀러에게 아주 익숙한 수작이다.
이 못 말리는 술집 주인장이 매번 이런 목적으로 여길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둘은 삼십 년이란 세월을 함께 지내온 오랜 친구였고, 그 우정의 대부분을 축구로 쌓아왔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장소도 경기장이었고, 서로 서포터 활동을 하다가 가까워졌던 사이였으니.
“자네가 다시 예전처럼 나와 같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알고 있어.”
풀러도 그걸 아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축구에 정말로 흥미가 떨어진 걸 어떻게 하겠나? 로스 카운티가 이기든 지든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이제 관심이 아예 가질 않아.”
그게 그의 진심이었다. 어쩔 수 없는 견해 차이인 것이다. 그리고 보통 여기까지 얘기하면 몇 번의 실랑이는 있어도 결국 맥도넬 쪽에서 쉽게 물러나곤 했었다.
“그러니까 그 흥미를 되찾을 수 있다니까 그러네!”
그런데 요즘은 뭔가 이상하다. 예전 같으면 얘기하는 것도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꺼내 봤다가 한두 번 손사래를 치면 곧장 포기하곤 했는데, 요새는 무슨 이유에선지 되레 당당하게 나오면서 물러설 기색도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지금의 로스 카운티는 장난이 아니야! 역대 최고라고! 그리고 그보다 얼마나 더 앞으로 나갈지 알 수 없다는 게 날 흥분케 하지. 자네가 이걸 모른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역대고 뭐고 관심이 없다니까.”
“그건 정말 자네가 몰라서 그러는 거라니까. 최근 로스 카운티 경기를 봤나? 안 봤겠지? 봤다면 내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빠져 들어있었을 테니까!”
‘자네가 몰라서 그렇다’는 말을 계속 섞어가면서 말이다.
“델 레오네는 말이야. 아담스보다 훨씬 위대한 감독인 것 같아. 그는 마치 하늘이 우리 마을에 내려준 선물과도 같은 존재라네.”
“예전엔 아담스가 최고로 위대한 감독이라 했었잖나?”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물론 아담스도 훌륭한 감독인 건 맞아! 근데 그 이탈리안은 차원이 다른 인물이지. 자네도 그의 축구를 한 번 보면 다시 흥미가 생겨날 거라 확신하네!”
현재 감독을 극찬하는 것도 항상 잊지 않는다.
‘작년에 로스 카운티가 2위를 했다고 했던가?’
풀러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매번 시즌 초반에 잔뜩 들떠 있다가 팀의 성적이 점점 내려감에 따라서 같이 한풀 꺾인 채 주눅이 들곤 했던 맥도넬이 작년의 경우는 거의 일 년 내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몇 주 전, 로스 카운티의 경기가 없던 날에도 자신을 찾아와 귀찮게 하곤 했다.
뭔가 다른 게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다툼에서 보통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설득을 받는 쪽이다. 풀러는 몇 번을 더 받아치고 나서야 맥도넬을 겨우 돌려보낼 수 있었다.
물론 며칠 후에 다시 찾아와서 떠들어댈 게 분명하지만.
“후우······.”
살짝 맺힌 이마의 땀을 훔치며 한숨을 내쉬다가 조금 전에 들어온 손님 한 명과 눈을 마주치고는 민망한 듯 살짝 웃어 보였다.
이제는 기운이 펄펄 끓는 친구보다 자신이 점점 더 힘에 부치는 것 같다.
카운터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내젓다가 문득 옆에 아침에 보고 접어 두었던 신문으로 눈을 돌렸다. 접었던 부분을 한 번 펴자 아까 전에 잠깐 보았던, 그리고 맥도넬이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던 로스 카운티의 어젯밤 승전보 소식이 보였다.
“대체 어떻길래 저러는 거야?”
풀러는 그 기사를 다시 읽어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 UEFA Europa League 3차 예선, 2차전>
하이두크 스플리트 : 로스 카운티
2014년 8월 7일 (목) 19:45
폴류드 스타디움 (관중 수 : 32,791명)
원정길을 따라간 로스 카운티의 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아마 어떤 숫자를 대동하든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이두크 스플리트의 서포터는 엄청나게 큰 규모를 자랑하니 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서포터 문화의 시초로도 유명하다.
토르치다(Torcida).
포르투갈어로 ‘횃불(Torcer)’이란 의미를 가진 하이두크 스플리트 서포터의 명칭이다.
그리고 그저 앉거나 서서 경기를 관람하고 박수를 치는 게 고작이었던 클럽 축구에 세계 최초로 목소리를 높이며 노래를 부르고 깃발, 걸개 등 온갖 수단을 이용해 팀을 응원하는 조직적인 문화를 전파했다.
그들의 방식은 많은 팀들을 분위기에서부터 압도하며 팀이 유럽 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일조해왔다.
횃불과 홍염, 연막을 상징하는 근원지이기도 한 토르치다의 엄청난 규모와 위용에 맞서는 원정팀은 어느 누구든 지옥의 풍경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유럽 대항전 경기를 치를 때마다 계속 이렇게 나설 속셈인지 델 레오네는 이번에도 비판의 대상에 놓여 있는 4-3-3의 소극적인 진형을 꺼내 들었다.
심지어 최전방 자리에 계속 선발로 내세웠던 잭 마틴마저 빠지고 에이든 딩월이 들어갔으며, 딩월은 거의 로스 카운티 진영까지 내려오는 플레이를 했는데 다분히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었다.
덕분에 경기는 매우 루즈한 양상으로 진행되었고 초조해진 하이두크의 토르치다는 마치 악마들이 울부짖는 듯한 야유를 끊임없이 퍼부어댔다.
후반에는 몇몇이 홍염을 필드에 던지며 잠깐 경기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1차전에서 한 골을 넣었고, 그 점수만 지켜내면 로스 카운티가 진출한다. 설령 실점을 하더라도 그때 상황을 봐서 잭 마틴을 투입하거나 공격적인 수를 꺼내 들면 된다.
야유가 터지건 말건 이탈리안은 최대한 실리적인 방향을 택한 모양이었다.
사실 스탠드가 붉게 물들어있는 섬뜩한 분위기에서 괜히 맞불을 놓았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 아닌가. 토르치다를 제외하고 모두가 그의 결정을 이해할 것이다.
경기 이후엔 선수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데 온 신경을 쏟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삑 - 삐익 -
결국 90분 내내 무실점을 지켜낸 로스 카운티는 끝내 3차 예선을 뚫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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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두크 스플리트 0 : 0 로스 카운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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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서 플레이오프 추첨이 시작되었다.
총 62개의 팀이 모여서 승부를 겨루는 예선의 최종 관문, 여기서 올라가는 승자만이 본격적인 유럽 대항전의 조별 리그에 탑승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최종 예선인 만큼 어떤 변수가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수라면 역시 추첨이다.
‘제발 다른 건 바라지도 않으니 이번 플레이오프만 잘 넘어갔으면.’
대런 코너 단장은 거의 기도를 하는 손짓으로 추첨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잘 지나쳐왔고, 마지막만 무사히 통과한다면 코너를 비롯한 로스 카운티 관계자들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멈추는 것과 조별 리그 안에 들어가는 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본선에만 진출하면 이후 바로 탈락한다 해도 로스 카운티는 엄청난 수익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상의 목표가 욕심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애당초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가는 것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로스 카운티의 전력으로는 그 정도만 이룩해도 칭찬을 마땅히 받을 가치가 있었다.
문제는 이 플레이오프가 가장 험난한 고개라는 점이다.
‘제발, 제발.’
코너는 주문을 읊듯 중얼거리며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간절한 까닭은 부디 행운이 깃들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토트넘, 인테르, 샬케······. 이 세 팀만은 반드시 피해야 해.’
62개의 팀이 참가하는 플레이오프 추첨은 로스 카운티에게 있어 맹수들이 득실거리는 야생이나 다를 바 없었다.
코너가 가장 두려워하는 세 팀은 물론이고 레알 소시에다드, 비야 레알, 피오렌티나 같은 감당하기 힘든 팀들이 곳곳에서 이빨을 드리우고 있다.
그 외에도 안더레흐트나 보르도, 생테티엔 등 결코 진출을 보장할 수 없는 강팀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 무시무시한 대진을 피해서 덴마크 리그의 노르셸란이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리그의 젤레즈니차르 사라예보 같은 팀이 걸린다면 가장 최상일 것이다. 물론 그들도 무조건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좋았어!’
토트넘 핫스퍼와 체코의 슬로반 리베레츠의 대진이 성사된 걸 보며 코너는 속으로 환호를 내질렀다. 이어서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가 이스라엘의 브네이 예후다를 끌고 가는 걸 보고서는 평소 춤을 추지 않는 그도 어깨를 살짝 들썩이게 만들었다.
껄끄러운 팀들이 하나둘 제거된다는 건 로스 카운티에게 무척 좋은 일이었다.
‘좋아, 좋아. 이대로만 가면 돼. 샬케······샬케만 피하자.’
어떤 상황에서든 샬케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아마 그들과 마주치게 되는 순간 탈락은 확정이나 다름없을 테니.
“FC 샬케 04”
그리고 스웨덴의 AIK 포트볼이 최악의 폭탄을 떠맡는 걸 확인하자마자 코너는 양팔을 들어 올리며 만세를 외칠 뻔했다.
바로 두 칸 옆자리에서 상심한 표정으로 미간을 부여잡는 AIK 쪽 사람들을 보며 약간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진정하자······.’
코너는 마음을 가다듬고는 대진이 확정된 팀들을 선으로 그어가며 남아 있는 팀을 체크하던 수첩을 보았다. 그리고 눈에 띄는 이름 하나.
보르스클라 폴타바.
가끔 축구판에선 추첨식에 대본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정도로 연관성이 유독 짙은 팀들끼리 이어지고는 한다. 그중 특히 빈번한 게 선수 간의 이적을 행했던 팀들끼리 대진이 성사되는 것.
그럴 경우 진짜 더비는 아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이적한 선수의 이름을 붙인 누구누구 더비라고 장난삼아 이야기하곤 한다.
이를테면 보르스클라 폴타바와 붙게 될 시 ‘델샤드 더비’가 성사되는 것이다.
그건 로스 카운티에게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 중 하나이기도 했다.
‘느낌이 좋아. 이 우크라이나 팀과 성사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마침내 로스 카운티의 이름이 거론되었고 대진 상대가 결정될 차례였다.
그리고 코너는 추첨을 진행하는 유로파 임원들이 내뱉는 첫 발음을 듣고서 그토록 원하던 이름인 걸 감지하고는 곧장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쁨을 표출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잔뜩 들떠있던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경악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글을 꾸준히 못 올리는 못난 글쟁이지만
연중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께는 확실하게 안심시켜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제 글을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가 이 글을 아주 예전부터 쓰고 싶었고 애정이 넘치기 때문에 도중에 버릴 생각은 추호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글이 늦는것도 제가 애정을 쏟고 있는 글이라 그런 것도 있...긴하지만 속도는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시면 반드시 좋은 글과 속도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폭염이 너무 심하네요. 독자분들도 더위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더위를 여러번 먹을 정도로 정말 엄청난 날씨네요..
더운 날씨에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르기 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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