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이끌리는 사람들
< 로스 카운티는 어떤 식으로 묀헨글라트바흐를 제어해냈나? >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필자는 당연히 묀헨글라트바흐가 어떻게 상대를 요리할지에 대해서만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본선 진출의 제물일 줄 알았던, 이름도 생소한 스코틀랜드의 원정팀은 놀라운 모습으로 보루시아 파르크에서 무승부라는 성적을 거두고 돌아갔다.
따라서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로스 카운티이며,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겠다.
우선 그 상대적 열세에 있던 팀이 어떻게 묀헨글라트바흐를 대처해냈을까?
이 부분을 말할 때 압박과 역할 변화, 두 가지 포인트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그들은 묀헨글라트바흐와 동일한 4-4-2의 대형으로 시작했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특별한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는데, 공격수 에이든 딩월과 왼쪽 날개 제임스 블랜차드 두 명이 안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로스 카운티는 그들의 뛰어난 지구력을 활용해 안으로 불러들이는 식의 활용을 즐겨한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단순히 중앙에서 볼 다툼을 할 숫자를 많이 가져가려는 속셈일까 싶었으나 그 의도는 더욱 체계적이었다.
블랜차드와 딩월은 각각 묀헨글라트바흐의 핵심 더블 보란테인 크리스토프 크라머와 그라니트 자카를 봉쇄하는 중책을 맡은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 알렉산더 캐리와 리차드 브리튼이 상황에 따라 전진하여 압박에 협력하니 독일 팀의 두 미드필더는 경기 내내 한 시도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
로스 카운티는 묀헨글라트바흐의 공격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를 주목한 것 같다.
하파에우는 발재간이 뛰어난 브라질리언 출신의 기술적인 공격수다. 막스 크루제의 공간 창출과 플레이메이킹은 분데스리가 레벨에서도 능히 통하는 수준이다. 이 둘을 정면으로 막아내는 건 어렵다. 좌우의 파트릭 헤어만과 안드레 한의 속도를 제어하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그들에게 볼이 쉽게 전달될 수 없도록 그 시작점인 3선을 압박하는 게 어떨까?
아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그리고 그것은 효과적이었다. 묀헨글라트바흐의 볼은 앞으로 쉽게 전달이 되지 못했으며 전방의 하파에우와 크루제에게 아주 제한적인 패스만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글라트바흐는 후방에서 패스를 공급하면, 네 명의 공격진이 화려한 호흡으로 상대 수비진을 몰아붙인다. 그런데 그 흐름을 만들어줄 물꼬가 막혀버리니 전방의 공격 또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로스 카운티는 그 상황을 잘 이용하여 전력 우위에 있는 팀과 대등한 싸움을 펼쳐나갔다.
만일 지레 겁먹고 깊게 내려앉아서 반격만을 노렸다면 이런 결과가 만들어졌을까? 뤼시앵 파브르의 팀은 역습을 기반으로 하지만 점유율 축구에도 능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좁은 공간 사이로도 패스를 자신 있게 넣을 수 있을 만큼 그 부분에서 훈련이 잘되어 있다.
글라트바흐의 3선을 자유롭게 놔둔 순간 패배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안토니오 델 레오네라는 무명의 로스 카운티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고 상대의 특징을 잘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크라머와 자카의 3선을 주요 전담한 게 캐리와 브리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같은 포지션에 있는 그 두 명이 견제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블랜차드와 딩월이 그 역할을 수행했으며 로스 카운티의 3선은 그들을 보조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글라트바흐가 볼을 잡았을 때는 항상 안으로 들어온 로스 카운티의 공격진이 파브르의 핵심 보란테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특히 자카를 향한 압박은 집요한 수준이었는데, 블랜차드는 크라머를 전담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측면을 수비하는 등의 유동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딩월은 자카가 어디에 있든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필자가 알기로 로스 카운티는 본래 딩월을 왼쪽 공격수에 두고, 잭 마틴을 오른쪽 공격수에 둔다. 블랜차드의 안으로 들어오는 움직임과 리 월리스의 오버래핑으로 생겨나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커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둘의 위치를 바꾸어놓았다. 순전히 자카를 막아내려는 목적이다.
딩월은 그 임무를 거의 완벽하게 수행했고, 스위스 플레이메이커를 진절머리나게 만들었으며, 환상적인 동점 골까지 넣었다.
어쨌든 이것을 기반으로 아까 언급했었던, 한 가지 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다.
로스 카운티가 볼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을 시에도 크라머와 자카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코티시 팀의 자연스러운 마크맨 역할 변화는 하루 이틀 연습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상황을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첫째, 기존의 마크맨 블랜차드와 딩월이 공격 중이거나 다른 영역을 압박하느라 자리를 비웠을 경우. 캐리와 브리튼이 과감히 전진하여 그들을 전담했다.
사실 이때가 묀헨글라트바흐로서는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었는데 끈덕진 마크맨과 로스 카운티의 미드필더를 동시에 상대해야 했던 이중벽이 해제된 순간 저지선 하나만 뚫어내면 곧바로 공격진에게 볼을 전달할 수 있고, 공격진은 수비진과 일대일로 대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번 그런 경우가 만들어졌고, 글라트바흐는 득점을 노려볼 기회까지 도달했었지만, 로스 카운티는 생각보다 좋은 수비를 보여주었으며, 다른 선수들의 진영 복귀 속도가 무척 빠른 탓에 그 이상의 위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수비진에서는 폰투스 얀손의 견고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두 번째로는 레프트백인 리 월리스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움직임이다.
로스 카운티는 월리스가 오버래핑하는 공격 패턴을 자주 이용하며, 이번에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처럼 비워진 측면 공간을 상대가 공략하려 할 때 센터백이 커버해주는 형태가 아니었다. 델 레오네 감독은 묀헨글라트바흐의 역습을 저지하려면 그 이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월리스가 본래 자신의 위치에 머물 때는 앞서 말한 대로 3선 미드필더들이 올라가서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 경우엔 브리튼은 여전히 자카에 집중했지만, 캐리는 아래로 내려와 좌측으로 빠져서 일시적인 풀백 역할을 수행했다.
그가 받은 임무는 공간을 메우고 최대한 동료들이 내려올 동안의 시간을 버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캐리는 그보다 더욱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크라머를 마크하는 역할은 상황에 따라 주변에 있는 선수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한 번은 월리스가 붙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그를 놓친 바람에 큰 위기를 초래할 뻔했으나 캐리의 멋진 태클로 글라트바흐의 치명적인 역습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들의 컨셉은 명확했다. 크라머와 자카를 어떻게든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이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조직적인 압박 체계를 만들었고, 그것을 필드에서 뚜렷이 선보였다.
이런 형태의 유동적인 압박 전술은 서로 간의 호흡이 안 맞을 경우 되레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로스 카운티는 정말 놀라울 만큼 선수들이 한 몸처럼 움직였고, 묀헨글라트바흐를 효과적으로 대처해냈다.
물론 파브르 감독 역시 이를 가만히 방관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크라머와 자카를 집중 봉쇄하는 전략에는 한 가지 빈틈이 있었는데, 바로 글라트바흐의 오른쪽 측면이 크게 방해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라이트백인 토니 얀치케는 전반에만 거의 미드필더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볼 터치 횟수를 기록했다. 이는 비교적 자유로운 공간에 있던 그에게 패스가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의도적으로 그쪽을 허술하게 둔 거다.
얀치케는 뛰어난 수비수이지만 공격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안정적인 패스를 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앞으로 전개하여 기회를 창출해낼 정도는 아니다. 또한 파브르의 풀백들은 오버래핑을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까지. 로스 카운티는 그 특징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러니 얀치케 쪽으로 볼이 전달된다고 한들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결국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에 글라트바흐는 제대로 된 공격 찬스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후반전, 파브르 감독은 그것을 역이용하였다.
그는 끝내 자카로 공격하는 것을 포기했다. 딩월로 하여금 그 플레이메이커를 압박하는 수에 패배를 인정한 것으로 보였다.
대신 비교적 널찍한 오른쪽을 기준으로 얀치케와 크라머를 과감히 전진시켰고, 동시에 하파에우를 좀 더 우측으로 빠지게 해서 공격 작업에 가담하게 했다.
아무리 전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풀백이라도 패스 루트에 숫자를 더해준다는 것은 충분히 위협적인 일이다. 거기에 에너지 넘치는 크라머와 하파에우의 가세로 로스 카운티의 왼쪽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은 오른쪽 영역에서 시작한 공격으로 크루제의 선제골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파브르 감독의 수가 적중한 셈이었다.
그렇게 원정팀의 예기를 꺾어낸 묀헨글라트바흐의 승리로 끝이 나는 듯했다.
설마 마지막을 앤드류 톰슨이라는 말도 안 되는 스피드를 가진 젊은 선수에 의해 장식될 줄 누가 알았을까? 파브르 감독 또한 그를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헤어만을 추월할 정도의 폭발력을 지닌 건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톰슨의 스피드는 모두를 압도했고, 결국 딩월의 동점 골을 이끌어내었다.
요약하면 이번 경기는 양 팀 감독의 치밀한 지략 대결 이후 뜻밖의 선수 한 명이 보인 놀라운 퍼포먼스로 종결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보면 파브르는 델 레오네의 수를 깨뜨렸고, 로스 카운티 윙어의 경이로운 플레이만 없었다면 승리도 거둘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좀 더 한 수 위에 있었다 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장소가 묀헨글라트바흐의 홈이었다는 점과 분데스리가 레벨보다 떨어지는 전력으로 이 정도까지 싸웠던 로스 카운티 감독에게 약간의 판정승을 내려주고 싶다.
물론 그 전술을 잘 이행해주고, 생각보다 더 멋지게 싸워준 선수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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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축구 블로거가 경기 직후 올려놓은 이 칼럼은 나름 깔끔하게 분석하여 정리를 잘해놓았지만 애석하게도 한동안 저조한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올린 이가 유명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그가 주제로 다룬 경기 또한 주목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챔피언스 리그도 아니고, 유로파 플레이오프 정도의 무대에 누가 주목하겠는가? 그저 해당 팀의 팬들이나 관심을 가질 법한 수준이다.
딱히 빅매치도 아니었고 말이다.
물론 이 아마추어 블로거가 큰 명성을 얻으며 분데스리가 전문 칼럼니스트가 되고, 그가 썼던 글들이 재조명되는 과정에서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로스 카운티, 뤼시앵 파브르와 안토니오 델 레오네의 격돌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건 아주 나중의 일이다.
한편 로스 카운티는 독일의 만만치 않은 팀을 상대로 멋진 승부를 펼친 뒤 금의환향하여 살짝 숨을 돌리는 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상대인 세인트 미렌은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 14-15 Scottish Premiership 5 Round >
세인트 미렌 : 로스 카운티
2014년 8월 24일 (일) 15:00
세인트 미렌 파크 (관중 수 : 3,829명)
[로스 카운티 / 4-4-2]
FW : 에이든 딩월 / 잭 마틴
MF : 제임스 블랜차드 / 맷슨 클락 / 대런 케틀웰 / 에드빈 데 루어
DF : 고든 스미스 / 스콧 보이드 / 대니 패터슨 / 스티브 샌더스
GK : 마크 브라운
이 경기에서 돋보인 점은 리차드 브리튼이나 리 월리스 등 휴식을 부여받은 몇몇과 달리 선발로 다시 출장했음에도 여전히 쌩쌩한 모습을 보여주는 젊은 선수들이었다.
특히 에이든 딩월은 묀헨글라트바흐를 상대로 멋진 동점 골을 넣어서 자신감이 한층 더 붙었는지 시종일관 세인트 미렌 진영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돌아다녔다.
시즌을 이제 막 시작한 초반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최근 3~4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보여주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게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
세인트 미렌은 그들의 홈임에도 작정한 듯이 수비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로스 카운티는 그 방어막을 꿰뚫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거기에 두어 번 골대를 맞추는 등의 불운까지 겹치면서 전형적인 안 풀리는 경기의 시나리오로 흘러가는 판이었다.
이번에 알란 윌슨 대신 새로 부임한 콜린 레논(Colin Lennon)은 전임자보다도 훨씬 더 소극적이며 수비를 중시하는 성향의 감독이었는데, 그는 상대가 자신의 팀보다 상위 전력이라 판단하면 거의 점수 내는 걸 포기하더라도 극단적인 수비를 취하려 한다.
최전방에 발이 느린 노장 타겟터 스티브 톰슨(Steve Thompson)을 내세운 것도 공격의 목적보다는 세트피스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로스 카운티에 대응하여 공중볼을 수비할 장신의 숫자를 더하기 위함일 뿐이었다.
덕분에 세인트 미렌의 역습은 실종되다시피 하여 로스 카운티는 전반적으로 편안한 경기를 치르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서로 승점 1점을 사이좋게 나눠 가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레논의 의도가 결국 맞아떨어지는 것이기도 했다.
“닐, 알렉스와 리를 불러오게. 우리도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지.”
사실 이 경기는 이탈리안 감독이 손을 쓴 후반 70분 이후만 얘기해도 충분하다.
교체로 들어온 알렉산더 캐리가 종지부를 찍어버린 것으로 모든 걸 요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인트 미렌은 로스 카운티의 공세를 어떻게든 잘 버텨내는 듯했지만, 약간의 안식을 취했던 7번의 레지스타가 필드에 투입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교체 투입된 지 7분이 지났을 즈음.
중앙선을 조금 넘긴 지역에서부터 한 번의 허를 찔러 들어간 캐리의 로빙 패스가 세인트 미렌의 풀백 머리 위를 훌쩍 넘기며 블랜차드에게 정확히 도달했고, 이어 올라간 크로스가 먼 포스트 쪽으로 빠져 쇄도해 들어간 잭 마틴의 이마를 맞고 오른쪽 골대 구석을 흔들어내었다.
그렇게 경기 내내 힘겹게 두들겨내던 것이 무색해질 만큼 허무한 선취점이었다.
두 번째 골 역시 캐리의 왼발로 시작되었는데, 수비진 틈새를 직접 뚫어내는 스루패스, 그걸 뒤로 돌아 들어가며 받아낸 블랜차드, 그리고 이어진 그의 오른쪽 파 포스트로 감아 차는 마무리로 깔끔하게 연결되는 추가 득점이었다.
이후 코너킥 상황에서 스티브 샌더스가 뒤통수로 기록한 뜬금없는 자책골만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경기였겠지만 승리를 장식했으니 나쁠 건 없었다.
경기의 MOM은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블랜차드의 몫으로 돌아갔지만, 지켜본 관중들의 뇌리에는 교체 투입되어 강한 임팩트로 필드를 주도한 캐리가 더 선명히 남을 수밖에 없었다.
70분간 견고함을 보이며 도무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수비가 한 명에 의해 무참히 박살 나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세인트 미렌은 한때 같이 한솥밥을 먹었던 과거 동료에게 제대로 축구 레슨을 받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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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 미렌 1 : 2 로스 카운티 >
스티브 샌더스(OG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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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마틴(77‘)
제임스 블랜차드(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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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미렌과 경기를 치른 다음 날.
“여보세요? 네네! 다시 인터뷰를 원하신다고요? 물론이죠. 저희야말로 환영할 일인걸요. 이번에는 어떻게······아, 감독님과 꼭 인터뷰하고 싶단 말씀이시죠?”
로스 카운티의 홍보 담당자 마리 코넬은 포포투로부터 다시 걸려 온 연락을 받으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인터뷰가 나간 이후 구단을 향한 사람들의 주목도가 올라가며 적잖은 이익을 얻었다. 확실히 지금으로서는 직접 발로 뛰는 것보다 인지도 있는 언론에서 올려주는 한 방의 기사가 더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토록 기다리던 포포투에서 먼저 다시 연락을 해왔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아, 근데······.”
하지만 전화기를 내려놓은 코넬은 모래알처럼 엷은 주근깨가 새겨진 콧등을 살짝 찡그리고 말았다.
홍보 담당으로서 그녀는 표정을 관리하는 것에 능숙했고,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만드는 타고난 말재주를 지니고 있다. 또한 정갈한 갈색 단발에 선한 인상으로 안겨주는 호감상만큼이나 모두에게 친절하고 싹싹한 성격 덕에 구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많은 사랑을 받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아직 이 내부에서 어려워하는 인물이 있었다.
딱히 상사로서의 압력이 들어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인터뷰 요청이 다시 들어왔어요.”
“······.”
“일정은 이번 플레이오프 경기가 마무리되고 나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고요.”
“······.”
“만일 본선 진출한다면 축하주라도 들고 찾아오겠다네요.”
코넬은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웃으며 얘기했지만, 예상대로 무언가에 또 정신이 팔려 있는 감독의 모습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바쁘신 건 알지만 이번 건도 구단으로서는 무척 중요한 일이거든요. 특히나 이번에 다시 인터뷰를 원하는 곳이······.”
“포포투······.”
책상에 눈을 내리고 무언가 열중하던 이탈리안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자 코넬은 깜짝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맞아요. 포포투에서 연락해 온 거예요. 근데 제가 감독님께 얘기한 적 있었던가요?”
언론사에서 올 거라고만 했었지, 어디서 올 거란 사실을 얘기해 줄 타이밍이 없었다. 감독이 계속 틈을 주지 않은 데다가 곧바로 프랑스로 날아가 버렸으니 말이다. 관심 없는 척하더니만 어디서 인터뷰를 하러 온 건지 직접 알아보기라도 했던 걸까?
“2차전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제법 고민이 되는군요.”
“······네?”
“기존의 포-포-투(4-4-2)로 나갈지, 아니면 1차전의 계획을 상대가 확실히 파악했으니 다른 전략으로 다시 한번 허를 찔러보는 것이 좋을지. 뭐, 포-쓰리-쓰리(4-3-3) 같은 변수를 써보는 것도 썩 괜찮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만.”
‘축구 이야기였어?’
코넬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답변에 또다시 멍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4-3-3이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겁니다.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가 없었죠. 묀헨글라트바흐 정도의 팀을 상대로 불안정한 진형을 내세우는 건 아무래도 무모한 수가 될 테고.”
그리고 왜 지금 자신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인간, 대체 뭐야?’
코넬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아무튼! 인터뷰가 있다는 제 말은 들으신 거죠?”
“물론입니다. 포포투에서 다시 요청해왔다니 저번 인터뷰가 마음에 든 모양이군요.”
“그리고 이번 대상은 감독님이에요.”
그녀는 어느새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엔 말없이 어디로 외출하거나 그러시면 안 돼요.”
거의 양손을 허리춤에 얹어놓을 기세로 씩씩거리며 말하는 코넬을 의식했는지 감독은 고개를 들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명심하지요.”
“······그래요. 제가 전해드릴 말은 그거에요.”
그렇게 용건을 전달한 뒤 감독실을 나왔고 코넬은 숨을 짧게 내뱉더니 방금 자신이 나온 문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내저으며 투덜거렸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 작가의말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내일부터 다시 EPL이 개막하네요.
다들 즐겁고 신나는 주말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소중한 추천글을 써주신
GYDY 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_ _)
속도를 더 내야하는데... 항상 많은 사랑을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더 열일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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