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노병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새글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7.12.05 17:49
최근연재일 :
2018.01.22 20:0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786,237
추천수 :
20,082
글자수 :
177,706

작성
18.01.13 20:05
조회
9,578
추천
334
글자
8쪽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2)

DUMMY

소년은 정신없이 먹었다.

한 손으로 빵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접시를 집어 스튜를 마셨다. 급하게 먹는 터라 몇 번이나 켁켁 거리며 목에 걸렸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꽤나 굶주렸던 모양이다.


“그러다 체합니다. 천천히 먹어요.”

“죄, 죄송해요. 며칠을 굶었더니······”

“먼 곳에서 왔나 보네요?”

“네. 카라칼에서 오는 길이에요.”

“카라칼? 사막 도시?”


마을 북쪽으로 보름 정도.

초지가 끝나고 사막이 펼쳐지는 부근에 성채 도시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카라칼.

한때는 무역으로 대륙 제일의 부를 자랑하던 도시이나, 전쟁에 휘말리며 지금은 반 폐허가 됐다.


“상단에 끼어서 겨우 중간까지는 왔는데, 그 뒤로는 도보로 와야 했거든요.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서 이틀을 더 헤맨 터라······”

“고생이 많았네요. 근데, 왜 카라칼에서 이 먼 곳까지?”

“이 마을에 미궁이 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소년이 접시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설마 미궁에 들어가려고 여기까지 온 겁니까?”

“네. 미궁에만 가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미궁은 위험합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가면 비명횡사하기 딱 좋아요.”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오는 길에 나름대로 알아 봤거든요.”


소년이 품 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일종의 벽보였는데, 미궁에 대한 몇 가지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일꾼모집?”

“네. 미궁 초입지역에 자리를 잡고 채광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해요. 이래 봐도 농사일로 단련된 몸이라 잡일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는 해도 미궁이에요. 차라리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어떤가요?”

“안 돼요. 전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해요. 고향에 계신 어머니 병환을 생각해서라도······”


소년이 입을 앙다물었다.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는 법이다.


“고향에서는 일이 없는 겁니까?”

“카라칼은 피폐해졌어요. 전쟁의 여파로 도시의 기능이 대부분 마비되었죠. 영주도 사실 도시를 버리고 떠났으니, 남은 사람들끼리 어떻게 할 상황이 아니에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가 보군요.”

“네. 그나마 멀쩡하던 사람들은 이미 재산을 처분하고 다 떠났어요. 저희처럼 갈 곳 없는 이들만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빌붙어 있었을 뿐이죠. 하지만······이젠 아니에요. 한 달을 일하면 2천 골드를 준다고 해요. 그 정도 돈이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죠.”


전쟁으로 피폐해진 도시를 떠나 돈을 버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특히 소년 또래는 부모가 징집병으로 끌려가고 난 뒤 홀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일이 잦았다.

어린 나이부터 많은 걸 책임지게 된 것이다.


“2천 골드라. 일꾼에 주기에는 확실히 후한 값이군요.”

“이번에 수도 상단에서 대규모로 작업을 진행한다고 해요. 덕분에 한 몫 챙길 수 있게 됐죠.”

“흐음. 상단이 남 좋은 일 하는 건 별로 못 봤는데.”


미궁의 초입 부근이 한산해지며 채광이 수월해 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단이 남 좋은 일을 시킨다? 딱히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머물 곳은 찾았습니까?”

“지금부터 찾아 봐야죠. 혹시 빈 방 남아 있나요?”

“아쉽지만 다 찼어요. 아마 다른 여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요즘은 워낙 손님이 많아서 남는 방 찾기가 쉽지 않죠.”

“그런 가요······어디 구석 창고라도 찾아봐야 할 판이네요.”


소년이 난감함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다른 여관에 방이 있다 해도, 소년이 내민 주화로는 구하지 못할 것이다.

마을에서는 왕실통화 외에는 사용 불가이기 때문.


“쿠닌, 나 에위나랑 같이 자도 되는데.”

“응?”

“밖에서 자면 추워. 나 에위나랑 같이 잘 테니까, 안에서 자라고 하면 안 돼?”


싱고도 노숙 생활을 오랫동안 해 왔다.

집 없이 떠도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 아니 괜찮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으응! 싱고는 괜찮은데. 밖에서 자면 입 돌아가!”

“그래도······”

“뭐, 이렇게까지 말 하는데 하루는 여기서 쉬고 머물 곳 찾아보도록 해요.”


쿠닌까지 나서자 소년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아니라 했지만 며칠간 노숙만 주구장창 한 터라 푹신한 침대가 그리웠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무사히 돈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면 족합니다.”

“아하하.”


덕담에 소년이 웃었다.

싱고가 그 모습을 보다 의자에서 쪼르륵 내려왔다.

그리곤 소년의 소매를 잡아 당겼다.


“가자. 방 안내해 줄게.”

“으, 응.”

“난 싱고. 이름이 뭐야?”

“유고.”

“유고?”

“응? 쿠닌, 왜?”

“아니야. 좋은 이름이다 싶어서.”


‘그런가, 그런가?’ 싱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고와 함께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쿠닌이 잠시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림은 오늘 기분이 썩 좋았다.

쿠닌이 일찍 미궁 심처로 내려와서 한 바탕 어울려 준 데다가 동족을 둘이나 핵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벌써 풀려난 이들이 열 명이 넘는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어머니, 듀나도 풀려 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기쁨에 꼬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순찰해야지. 순찰.”


미궁을 잘 관리하면 쿠닌이 좋아한다.

그에게 칭찬을 받으면 강자와 싸우는 것만큼이나 기분이 좋다. 과연 왕이라는 걸까. 좀 더 열심히 일해서 많은 칭찬을 받고 싶다.


“아래쪽은 별 일이 없고······위로 가 볼까?”


아직 심층까지 도달한 모험가는 없다.

가징 깊이 온 모험가 무리도 30층 중반 정도. 그마저도 쿰이 ‘너는 못 지나간다!’라며 관문지기 역할을 하는 터라 지지부진이다.

여기서 비적거리느니 위로 올라가서 일이 없나 살피는 쪽이 낫다.


“림은 날개가 예쁘고, 꼬리가 크고, 이빨이 날카로워서······”


되도 않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상층으로 올라갔다.

쿠닌이 타고 내려온 통로로 모험가들은 알지 못하는 영역이다.


쿵—!

쿠쿵!!


“응?”


그렇게 상층부에 다다랐을 즈음, 림은 희미한 진동음을 감지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혹시 싸움인가 싶었던 그녀는 귀를 쫑긋거리며 소리를 쫒았다.


“어이, 똑바로 해! 멈춰있지 말라고!”

“기둥 제대로 받치고 움직여라! 무너지면 다 뒈지는거 몰라!?”

“파낸 것들은 빨리 밖으로 옮겨. 길 막히니까.”


소리가 들려온 쪽에 꽤 많은 사람이 뭉쳐 있었다.

못해도 두 자리 이상.

림이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주변을 살폈다.


“쯧. 이 속도로 하다가는 몇 달이 걸려도 안 끝나겠어. 사람을 충원해 준다더니, 그건 언제 되는 거야?”

“조만간 보내준다고 하니까 기다려. 애들 좀 걸러서 받아야 할 거 아니냐.”

“뭘 걸러 받아. 막일 하는데 그냥 아무나 집어넣어서 돌리면 되잖아.”

“그러다가 무너지면? 네가 책임질래? 되도록 뒤탈 없는 것들로 받아서 일 시켜야 하잖아.”

“아, 시팔. 내가 미궁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야 하냐?”


두런두런 들려오는 이야기는 꽤 이상한 것이었다.

막일? 무너져? 이런 일?

림의 사고 회로에서는 처리가 되지 않는 대화였다.

‘아. 그건가? 미궁에서 뭐 캔다고 하던······’

쿠닌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라는 싸움은 안 하고 구석에 뭉쳐서 돌 찌꺼기나 줍는 것들.

‘에이 뭐야. 그럼 별 볼일 없는 것들이잖아?’

싸움을 피하는 잡것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림이다.

괜히 왔다 싶어서 날개를 축 접고는 몸을 돌렸다.


쿠르르릉—!!


“으, 으아아!! 무너진다!”

“피해! 낙석이다!”

“젠장! 전부 돌아와!!”


그 순간.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미궁의 일부가 무너졌다.

돌이 떨어지고 비명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림도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아이, 썅.”


역시나 괜히 왔다 싶다.

꼬리를 휘휘 저으며 왔던 길로 돌아섰다.


작가의말

쿰 : 넌 못 지나간다!

림 :  좀 더 박력있게!

쿰 : 넌 못 지나간드아아아!


* 내일은 연재는 하루 쉬도록 하겠습니다. 감기 몸살에 걸려서 컨디션이 바닥을 때리고 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노병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10) NEW +14 15시간 전 3,656 204 9쪽
48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9) +14 18.01.21 6,014 280 7쪽
47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8) +17 18.01.20 6,555 289 10쪽
46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7) +14 18.01.19 6,946 268 8쪽
45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6) +25 18.01.18 7,463 303 11쪽
44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5) +18 18.01.17 7,566 288 8쪽
43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4) +15 18.01.16 8,113 287 9쪽
42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3) +21 18.01.15 8,621 284 10쪽
»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2) +22 18.01.13 9,579 334 8쪽
40 Chapter11. 최소한의 권리(1) +46 18.01.12 9,840 345 9쪽
39 Chapter10. 마왕(3) +22 18.01.11 10,447 343 10쪽
38 Chapter10. 마왕(2) +39 18.01.10 10,593 412 8쪽
37 Chapter10. 마왕(1) +36 18.01.09 11,171 409 9쪽
36 Chapter9. 낯선 손님(7) +13 18.01.08 11,339 351 8쪽
35 Chapter9. 낯선 손님(6) +21 18.01.07 11,705 388 8쪽
34 Chapter9. 낯선 손님(5) +29 18.01.06 11,646 399 8쪽
33 Chapter9. 낯선 손님(4) +23 18.01.05 11,678 353 8쪽
32 Chapter9. 낯선 손님(3) +26 18.01.04 11,980 341 8쪽
31 Chapter9. 낯선 손님(2) +14 18.01.03 12,223 371 9쪽
30 Chapter9. 낯선 손님(1) +18 18.01.02 12,918 358 8쪽
29 Chapter8. 맞춤 서비스(5) +26 17.12.31 13,412 381 8쪽
28 Chapter8. 맞춤 서비스(4) +16 17.12.30 12,921 384 9쪽
27 Chapter8. 맞춤 서비스(3) +19 17.12.29 13,334 377 9쪽
26 Chapter8. 맞춤 서비스(2) +14 17.12.28 13,394 369 9쪽
25 Chapter8. 맞춤 서비스(1) +12 17.12.27 13,990 378 8쪽
24 Chapter7. 수습 직원 수습 여관(4) +8 17.12.26 14,411 369 9쪽
23 Chapter7. 수습 직원 수습 여관(3) +13 17.12.24 15,279 383 8쪽
22 Chapter7. 수습 직원 수습 여관(2) +20 17.12.23 15,319 421 8쪽
21 Chapter7. 수습 직원 수습 여관(1) +17 17.12.22 16,065 412 8쪽
20 Chapter6. 옛 것과의 조우(4) +18 17.12.21 16,841 460 9쪽

신고 사유를 적어주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마지막한자'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