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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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바퀴
작품등록일 :
2017.12.12 11:55
최근연재일 :
2018.02.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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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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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신 있어요? (2)

DUMMY

흠. 어느 쪽이 더 자극됐던 걸까나. 쳐발리고 있다는 쪽일까, 아니면 아주머니 쪽일까?


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뒷짐을 지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까 자줏빛 뱀의 작은 분체에 공격이 막힌 뒤로, 여자는 거대한 자줏빛 뱀을 자신의 주변에 두고 있었다. 아까 같은 경우에는 내가 공중에 있어서, 자신에게 큰 공격을 날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나를 공격한 듯싶었다.


뭐, 이것도 내가 강해서 그런 거니 어쩔 수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몸 어디 한 군데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거나, 고열에 살이 익어버리거나, 아니면 둘 다 해당되는 부상을 입을지도 모르니 저렇게 경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뭐다?


내 공격에 쫄아서 꼬리를 말고 있는 모습이라 이거다.


내가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여자와 대치하는 사이, 스카 또한 거대한 폭음과 함께 내 옆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초록빛 괴물을 부리던 남자도 여자의 옆에 서서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젠장! 이건 실패다. 계산이 맞질 않아!”


“계산이고 뭐고, 그 쪽이 더럽게 약해서 그런 거라고는 생각 안 해보슈?”


“으음, 크로우. 돌아가면 그 언행을 조금 손봐야 할 것 같구려.”


뭔가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는 스카의 말에 약간 움찔했지만, 나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둘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나도 스카랑 비슷할 정도의 힘을 얻었는데 어쩔 건가. 내가 죽기 살기로 버티고 발악하면, 아무리 스카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내가 얻어맞는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스카와 내가 그렇게 서있자, 내 앞의 남자와 여자도 인상을 찌푸리며 대화를 나눴다.


“어쩔 수 없잖아. 도망치자.”


“크윽. 어쩔 수 없군. 이건 예상 외의 상황이니, 그분도 이해해 주시겠지.”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구려. 본인은 네 놈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소만?”


“그러시다는데. 대답은?”


스카가 다시 붉은 기운을 피어 올리며 말하자, 나는 팔짱을 끼고 두 명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두 명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고, 스카는 그 모습을 보고 달려가려 했지만 곧바로 멈춰버렸다. 그리고 나 또한 달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의적인 이유가 아닌, 타의적인 이유에서.


[떨어져라! 어서! 최대한 멀리!]


“아니, 그게 무슨······ 망할.”


굉장히 다급한 크로우의 목소리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 하려 했지만, 그 찌푸린 인상은 다른 이유로 더욱 구겨지게 되었다.


위험하다.


그 생각은 저 두 명이 품속에서 꺼낸 작은 원통의 뚜껑을 살짝 여는 순간, 온 몸에서 비명을 지르는 듯 소름이 돋으며 떠올랐다. 마치 맞붙으면 반드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 생각에 충실하게 곧바로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


내가 달리기 시작하자 본 것은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쳐다보는 이설씨였다. 저 불길한 느낌을 받기 전이라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졌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대로 피하기에는 이설씨를 무시할 수 없었다.


[손이 많이 가는 애송이로군. 차라리 오만에 잡아 먹히는 쪽이 더욱 마음에 들겠어.]


중간에 크로우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빠르게 이설씨 앞으로 뛰어가 그 앞에 서서 여자와 남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몸을 돌리기가 무섭게, 이미 내 옆에 서있는 스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 있어요?”


“모르겠네. 굉장히 불길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죄송해요······”


나와 스카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하자, 이설씨는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나와 스카는 서로를 바라보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스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이설씨에게 책임감이 있으면 모를까 악감정은 없었다. 아무리 스카에게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설씨의 말에 가자는 선택을 한 것은 나였다. 내 결정에 의해서 이설씨를 데리고 왔고,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만약 내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면, 이설씨를 멀리 데려다 놓고 다시 전투를 재개했으면 되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이설씨의 말을 듣고 데리고 온 것은 나고,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나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스카를 힐끗 보고 앞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남자와 여자 두 명이 있는 것이 아닌 불안감을 중폭시키는 검은 구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듯 살짝 꿈틀거리기까지 하던 그 검은 구체는 내가 침을 삼키기가 무섭게,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나와 스카를 향해 쇄도했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검은 구체에서 튀어나온 무언가는 마치 검은 손을 닮았고, 그 검은 손 두 개는 각각 나와 스카를 움켜쥐려고 뻗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저 날아오는 검은 손이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것도, 그렇기 때문에 몸에게 움직이라고 마음 속으로 소리쳐도 내 몸은 굳은 채로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압도적인 공포.


마치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의 사람들처럼, 머릿속으로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런 상황보다 더욱 심하게, 마치 심장에 틀어박히는 듯한 공포는 무의식 중에 몸을 방어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오는 것까지 막고 있었다.


그런 상황까지 모두 느끼게 되고, 검은 손이 점점 가까워 지는 것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공포뿐만이 아니라, 무력감과 허탈함 또한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마치 내 몸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고 유체이탈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잠깐,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멍청한 애송이. 잘 봐두고, 잘 기억해둬라. 네놈 때문에 굳이 나서는 내 모습을, 그리고 나에게 엄청나게 큰 빚을 진 것을.]


‘어. 도움 받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되게 쪼잔하게 보이는 건 아시나 몰라.’


내 말, 아니 생각에 크로우는 기분이 나빠졌는지 부리를 딱하고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들린 이후에 나는 마치 유령이라도 된 듯, 내 몸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몸을 차지한 인물-아마도 크로우-은 어깨를 가볍게 풀더니,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거대한 낫을 손에 움켜쥐고, 스카를 살짝 바라보고는 앞을 다시 바라보았다.


나도 크로우의 시선을 따라 스카를 보니, 스카 또한 어디서 뽑아 들었는지 모를 붉은 검을 들고 있었다. 게다가 그 검을 든 손에는 작은 용이 팔을 휘감고 있었는데, 스카는 검을 든 손을 들어올리며 검은 손을 향해 휘두를 준비를 하였다.


보통 이쯤에서 크로우가 ‘잘 봐둬라.’내지는 ‘네가 배워야 할 것이다.’같은 말을 할 것 같았지만, 크로우는 묵묵히 자신의 낫을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내 몸에서 검푸른 마나로 이루어진 까마귀 군단이 튀어나왔고, 그 검푸른 마나의 까마귀들이 검은 손에 들러붙는 사이 크로우는 낮게 읊조렸다.


“가짜에게 어울리는 건 죽음뿐. 과거의 망령이 튀어나왔다면, 다시 땅에 묻어주면 되겠지.”


왠지 모르게 섬뜩한 말을 하며, 검푸른 마나가 맺힌 대낫을 휘둘렀다.


디아가 내뿜었던 그 기운과 같은 색이었지만,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 기운은 마치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검은 손을 갈라버렸다. 그리고 그 갈라진 기운은 조각상이 부서지는 듯 산산이 흩어지다가, 날아다니던 검푸른 까마귀들이 그 기운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쯧. 고작 한 번이라니. 허약한 애송이 같으니라고.”


‘그게 뭔 개······’


크로우의 되도 않는 헛소리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갑작스럽게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느낌이 사라지고 내가 다시 내 몸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느끼기가 무섭게, 수많은 까마귀들의 울음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포효 소리를 배경으로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연재 시간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습니다.

지금처럼 오후 12시에 올릴까요, 아니면 오전 0시에 올리는게 좋을까요?

독자 여러분들이 편해야 하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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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2) 18.01.25 7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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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3) 18.01.22 7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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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1. 표정이 안 좋은걸? (1) 18.01.15 9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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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3) 18.01.12 104 1 9쪽
39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2) 18.01.11 10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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