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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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바퀴
작품등록일 :
2017.12.12 11:55
최근연재일 :
2018.02.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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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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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표정이 안 좋은걸? (3)

DUMMY

진짜 이렇게 끝난 건가? 너무 허무하게 종료된 상황은 몸에서 힘이 쭉 빠지게 만들었다. 진짜 무시무시한 최종보스처럼 등장했으면서, 정작 전투와 끝은 튜토리얼의 끝에 나오는 허접한 보스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불평불만을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래도 힘들게 상황을 끝내는 것 보다는 나았다. 피해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사망자도 없고 나도 가벼운 타박상 정도로 끝났으니 기분 나쁠 이유는 없었다. 스카와 같이 의뢰를 진행했던 때와 비교하면 굉장히 양호한 일이었다.


디아가 능력을 한껏 사용한 파티장은 그야말로 폐허라는 이름이 어울렸다. 대리석이 깔려있던 바닥은 이미 흙 바닥으로 변한 지 오래였고, 주변에는 탁자의 흔적으로 보이는 천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런 황량한 파티장의 모습을 한 번 흩어보고, 디아를 바라봤다. 그러자 디아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기절한 사람들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자재들을 원래대로 돌리기 시작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에 이설씨는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복귀되기 시작한 파티장은 처음 보았을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대리석 타일로 장식되어 있던 파티장 바닥은, 그냥 통째로 대리석이 깔린 것 같이 변했다. 거기에 탁자들은 왠지 중세시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외형의 탁자로 변해있었고, 샹들리에 또한 디아의 취향이 한껏 들어간 것 같은 화려하고 귀여운 고양이 장식이 달린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거기에 각양각색의 인물 조각들은 어느새 강아지와 고양이 조형물로 바뀐 지 오래였다.


으음, 뭐라고 해야 할까. 돈 많은 아가씨의 개인 공간 같은 느낌이다. 고풍스러운 파티장에서, 우아함을 가장한 아기자기함이 가득한 공간으로 바뀌니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복구는 해놨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분위기의 공간이었지만, 어쨌거나 정교한 조각품과 장식들이 추가되었다. 게다가 그런 장식이나 조각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들은 상당히 매끄럽고 세련되게 바뀌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여튼 이번 일은 여기서 끝인 것 같았다. 너무 빨리 끝나서 그런지 약간 불안한 감정이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 정신 지배를 시도할 매개체가 없는 이곳에서 그 능력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 소리 없는 폭발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뭔가 특수한 폭탄을 공수해오기라도 했던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다. 세상은 넓고, 그런 불법 이능 병기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다 끝났네. 이 소동도, 그리고 파티도.”


“뭐, 즐겁게 즐긴 입장에서는 아쉽겠네요. 저는 둘 다 끝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죄송해요. 다음 번에는 두 분 모두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할게요.”


이설씨가 사과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너무나도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였기에 그저 어깨만 으쓱거렸다. 그러면서 디아를 바라보자, 디아도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설씨가 친절하긴 했지만, 그 친절이 과도해서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저렇게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미안해 할 필요 없이, 그냥 불의의 사고로 어쩔 수 없이 중단되었으니 다음에 다시 초대해 주겠다는 말만 해도 됐다.


이게 이설씨의 성격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뭔가 이설씨를 대하기 부담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안절부절 못하는 디아와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설씨를 위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죄송해하실 필요 없어요.”


“네?”


“그야, 그렇잖아요? 이 일은 천재지변이랑 비슷한 일인데, 이설씨가 사과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요. 태풍에 집이 날아가면 태풍을 욕하지, 왜 태풍 경로에 집을 지었냐고 욕하진 않잖아요?”


“맞아. 사과할 필요 없어. 그냥 다음 번에 다시 초대해주면 되는 거야!”


이 세계에 있는 능력 중에서 예지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작 해봐야 몇 분 앞을 알 수 있는 예지 능력자가 대부분이었고, 조금 길게 볼 수 있는 능력자들은 굉장히 추상적인 말만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예지 능력자에게는 그 예언을 해석하기 위한 해석자들이 붙어 다니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여튼 예지는 굉장히 불완전하고 불확실했다. 예지도 이런 마당인데, 예지 능력도 없는 이설씨가 이런 일을 상상하고 대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은 운이 안 좋았다고 말하며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내 생각과 같았는지는 몰라도, 디아 또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 말 덕분인지 이설씨도 약간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미안한 감정이 담겨있는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아까 전과 같은 자책하는 감정은 많이 줄어들어 보였다.


그런 이설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약간 남아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창문으로 향했다. 바깥을 볼 수 있도록 거대하게 뚫려있는 창문으로 보이는 도시 풍경은, 마치 먼 곳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를 보는 것 같았다. 마치 중세 세계에서 현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를 그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자, 곧바로 크로우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조용하다.]


‘조용하다고? 그게 왜?’


[네 생각대로라면, 지금 도시 관리자라는 녀석이 정신 지배자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터이다. 그 정신 지배자라는 녀석도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들키지 않게 숨었겠지. 그런데 그런 녀석을 거인이 찾기 위해 움직였는데 조용하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그런 크로우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확실히 크로우의 말이 맞았다. 도시 관리자가 움직였다고 해서 큰 소란이 꼭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조용하게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었다. 숨어있는 정신 지배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군대가 출동할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조용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이렇게 쥐 죽은 듯 조용하게 진행할 수는 없었다.


그럼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었다. 도시 지배자가 정신 지배자에게 당했다는 것. 그 생각이 들자마자, 곧바로 이설씨와 디아에게 다가가갔다.


“이설씨, 디아.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 해요.”


“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압했으니 괜찮지 않나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갇혀버릴지도 모른다고요!”


그렇게 다급하게 이야기하자, 이설씨와 디아는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면서도 나에게 끌려왔다.


여기 있다가는 갇힐 뿐이었다. 만약 녀석이 도시 관리자의 정신을 지배하는데 성공했다면, 이 도시에서 그 녀석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정신 지배자가 날뛰고 있다는 사실은 도시 관리자밖에 모른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녀석의 정신 지배 방법이 굉장히 간단했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이 파티장에 있는 전원을 정신 지배 할 수 있을 정도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정신 지배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도 하였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면, 이미 이 도시의 모든 시민들이 정신 지배에 당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파티장을 빠져나가려는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져만 갔고, 이설씨와 디아도 내 뒤를 빠르게 따라왔다. 그리고 파티장의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거대한 정원은 나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젠장, 들어 올 때는 멋지고 좋았는데, 지금 보니까 굉장히 쓸데없어 보이네.


상황에 따라서 가치가 변할 수 있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얻고서, 일 분이라도 빨리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급한 내 마음이 얼굴이나 행동에서 드러났는지는 몰라도, 이설씨와 디아는 그런 내 뒤를 아무 말 없이 따라와주었다.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정원을 지나 대문에 도착했을 때, 곧바로 손을 뻗어 대문을 열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내 동작은 무의미하게도 자동적으로 문이 열렸고, 열린 문을 통해 보인 광경은 내가 상상도 하기 싫었던 그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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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16. 그래도 다 끝났으니까요. (1) 18.02.09 56 0 9쪽
61 15. 잡았다. (4) 18.02.08 89 0 8쪽
60 15. 잡았다. (3) 18.02.07 52 0 8쪽
59 15. 잡았다. (2) 18.02.06 4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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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4) 18.01.27 79 1 8쪽
52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3) 18.01.26 67 1 9쪽
51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2) 18.01.25 79 0 8쪽
50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1) 18.01.24 73 0 9쪽
49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4) 18.01.23 70 0 9쪽
48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3) 18.01.22 75 0 9쪽
47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2) 18.01.20 81 1 8쪽
46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1) 18.01.19 84 0 9쪽
45 11. 표정이 안 좋은걸? (4) 18.01.18 80 1 9쪽
» 11. 표정이 안 좋은걸? (3) 18.01.17 97 0 9쪽
43 11. 표정이 안 좋은걸? (2) 18.01.16 80 0 9쪽
42 11. 표정이 안 좋은걸? (1) 18.01.15 92 0 8쪽
41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4) 18.01.13 96 3 10쪽
40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3) 18.01.12 104 1 9쪽
39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2) 18.01.11 10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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