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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포텐 터진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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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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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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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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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있는 거 아냐? (3)

DUMMY

‘스위치.’

조강준도 들었다.

스태프들이 하도 수군거려서 모를 수가 없었다.

로봇 연기자.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몰입을 조절한다.

‘정확해.’

누가 처음 그 단어를 꺼냈는지는 몰라도, 조강준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해냈다.

‘지금 내 아우라가 그러니까.’

그저 뿜어지고 느껴지기만 했던 아우라.

김옥경이나 김윤형처럼 대배우들에게 반응할 뿐 조절할 수 없었던 아우라.

그런 아우라에 변화가 생겼다.

조강준이 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잘못했어요. 무서워요. 못 봤어요.”

대사를 내뱉는 조강준은 순식간에 서번트 증후군 환자로 변해버렸다. 표정이나 몸짓, 말투만 그런 게 아니라 억눌리고 어눌한 기운이 조강준에게서 느껴졌다.

마음먹은 대로 아우라를 뿜어내고 없애는 게 가능했다.

정말 스위치라도 있는 것처럼.

덕분에 연기가 한층 더 진해졌다. 생각한 만큼 그림이 만들어졌고, 아무리 몰입해도 빠져나오지 못해 허덕이는 일은 없었다.

최상의 상태.

마음먹은 대로 되는 연기.

즐거움의 시작이었다.

“스위치 오프.”

거울에 비친 조강준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정말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 입으로 하니까 완전 이상하다.”

“어. 미친놈 같아.”

피식 웃던 조강준이 굳어버렸다.

눈동자가 옆으로 구르더니, 거울을 통해 대기실 문에 기대있는 이진원을 발견했다.

“형! 인기척 좀 내!”

“나 쿵쾅거리면서 왔는데?”

이진원이 발을 무릎까지 올리며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이렇게.”

“아니. 언제부터 그렇게 몰래 쳐다보는 취미가 생겼대?”

“뭐라는 거야. 니가 못 들어놓고는. 그리고 매니저가 자기 배우 주시하는 게 당연한 거지.”

구시렁거리는 조강준에게 이진원이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강준아. 이건 매니저로서 부탁하는 건데······.”

거울을 통해 눈을 맞춘 이진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디 가서 방금 그거 하지 마라. 진짜 미친놈인 거 알려지면 수습도 못 한다.”

“아니, 이 형이?”

조강준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진원이 대기실 문밖을 나가고 있었다.

“곧 끝날 것 같으니까 준비하고 있어. 스위치 그거 하지 말고. 어휴. 내가 오길 다행이지. 막내FD라도 왔어 봐. 으, 상상도 하기 싫어.”

이진원이 일부러 보란 듯이 진저리를 치고는 사라졌다.

“저 형이 스트레스가 많나······.”

오늘의 놀림이 좀 과한 감이 있었지만, 조강준은 전혀 기분 상하지 않았다.

기분이 상할 수가 없는 상태니까.

‘패시브 스킬이 액티브가 된 것 같다.’

진짜 스킬처럼 기운의 크기까지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장족의 발전.

아니, 아우라를 얻은 것에 버금가는 발전이다.

조강준은 이런 변화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

‘무협 고수가 된 기분이네.’

어머니와의 대화.

그때 잡은 중심에, 깨달음에 아우라가 반응했다.

‘나중에는 아우라의 세기까지 컨트롤 할 수 있을지 몰라.’

대기실 문이 닫힌 걸 확인한 조강준이 다시 거울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성태 아무것도 몰라요. 성태 아파요.”

제철이가 빙의된 것 같은 연기가 펼쳐졌고, 다음 순간 조강준이 아주 작게, 아주아주 작게 속삭였다.

“스위치 오프.”

대기실 문을 주시하면서.


* * *


“얄미워.”

폰을 보던 주인영이 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 이렇게 잘해? 진짜 완전 얄미워 얄미워 얄미워!”

매니저가 불안한 눈빛으로 백미러를 바라봤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똥이 자신에게 올까 봐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매니저는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튀었으니까.

“여보세요? 본오 오빠?”

- 어. 인영아. 잘 지냈어?

“오빠. 조강준 씨 연기를 어떻게 그렇게 얄밉게 잘해요?”

- 다짜고짜 할 말만 하는 건 여전하구나.

“중환자실 같이 찍었으니까 잘 알죠?”

다른 곳으로 튄 불똥을 살펴보던 매니저가 사고를 낼 뻔했다.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건실한 방향이었으니까.

매니저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주인영은 여전히 빵빵한 볼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구본오를 닦달했다.

“오빠 좀 알려줘요오!”

- 진짜 다른 건 없어. 강준 씨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잘 봐. 뭔가 다른 게 보일 거야. 그럼 배워.

조강준은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연기를 연습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기본이 되는 연습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연습의 왕도를 걸어왔기에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적어도 구본오가 본 조강준은 그랬다.

그렇기에 노력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고, 조언도 원론적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 치사해.”

그래서 주인영의 오해를 샀고.

- 인영아. 진짜로······.

조언을 해주고도 고맙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역시 맨입으론 못 알려주겠다 이거지?”

전화를 끊어버리고 씩씩거리던 주인영이 고개를 홱 돌렸다.

“오빠.”

“어, 응? 왜?”

바짝 긴장하고 있던 매니저에게서 대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스토킹하자!”

“스···뭐?”

예상치 못한 단어에 멍한 매니저를 보며 주인영이 소리쳤다.

“스토킹하자고! 배울 거야. 배울 거라고. 나도 잘할 거야. 그러니까 무슨 비법을 쓰는지 알아내야지!”

혼잣말을 하는 건지 자신에게 얘기하는 건지 헷갈린 매니저가 그저 두 눈을 끔벅였다.

“가자고! 조강준이 탄 밴 찾아내!”

당연히 주인영의 데시벨은 더 높아졌고.

“아니, 인영아. 어디 있는 줄 알고······.”

“아 몰라 몰라 몰라. 찾아내! 찾아내라고!”

생떼까지 더해졌다.


“찾았다!”

주인영의 두 눈이 반짝반짝했다.

‘내가 저렇게 키운 건가 싶기도 하고······.’

주인영이 버릇없기도 했지만, 생떼를 쓸 때마다 불가능해 보이는 걸 또 해내는 자신의 능력이 한탄스럽기도 했다.

매니저가 한참 자아 성찰을 실현 중일 때, 주인영은 타인 관찰을 시작했다.

“나온다.”

조강준의 밴이 주차된 집 대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

“감사히 먹었습니다. 어머니 김치 진짜 맛있어요. 제가 김치 하나 보고 가는 순댓국집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조강준이 엄지를 들어 올렸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제철이는 안다. 형아 거짓말했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형아는 안다. 제철이 거짓말했다.”

“따라 하지 마아!”

“따라 하지 마아!”

“우씨!”

“우씨!”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따라 하는 조강준 덕분에 제철이가 삐졌고, 제철이 부모님들은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늦었는데도 와줘서 고마워요. 제철이가 요즘 형아 안 온다고 통 밥을 안 먹었거든요.”

“시간 나면 언제든지 들르겠습니다. 마음껏 불러주십시오.”

“고마워요.”

“아닙니다. 제가 늘 제철이와 부모님께 감사하죠.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추운데 얼른 들어가세요.”

조강준이 인사하자, 삐쳐서 쳐다보지도 않던 제철이가 팔을 뻗었다.

“형아. 가지마.”

“제철아. 강준이형 촬영하러 가야 한대.”

“싫어!”

“우리 제철이 착하지? 형아 보내줘야지?”

“싫어!”

얼마나 힘껏 잡았는지, 조강준의 소매를 잡은 제철이 손이 부르르 떨렸다.

“놀자. 놀이하자 놀이. 외우기 놀이! 제철이가 이겨!”

제철이 부모님이 난처한 표정으로 조강준을 쳐다봤다.

“어떡하죠.”

“그러게요. 제철이가 저 안 보내기로 작정한 것 같은데요.”

조강준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평생 놓을 것 같지 않던 제철이의 손은 의외로 쉽게 풀어졌다.

“어? 저 차 주인영 차 아냐?”

이진원이 주인영의 밴을 발견했고, 매니저가 뭘 하기도 전에 주인영이 밴에서 내렸다.

“주인영 씨가 여긴 어쩐 일로······?”

이진원이 의심을 가득 머금은 표정으로 물었다.

주인영의 매니저가 헐레벌떡 차에서 내렸다. 주인영이 혹시나 스토킹했다는 말이라도 할까 싶어서였다.

물론, 주인영이 더 빨랐다.

“스토······.”

하지만 주인영은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우와!”

골목이 떠나가라 외친 제철이 때문이었다.

“이쁘다! 누나 이쁘다! 완전 이쁘다!”

제철이가 방방 뛰며 주인영 주변을 빙빙 돌았고.

조강준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제철이가 잡았던 소맷자락을 쳐다봤다.

“주인영 씨가 여긴 어떻게?”

정신을 차린 조강준의 질문에 주인영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답했다.

“조강준 씨 연기 연습 어떻게 하나 보러 왔어요.”

“그래서 제 뒤를 쫓아오셨다고요? 몰래 지켜보고?”

스토킹을 풀어서 얘기한 조강준의 말을 들은 주인영 매니저가 얼굴을 붉혔다.

물론, 주인영은 여전히 당당했다.

“네.”

잘록한 허리에 두 손을 얹을 만큼.

“실례란 건 알죠?”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제가 단단히 이르겠습니다.”

“뭐야. 오빠가 왜 사과해?”

주인영 매니저가 조강준에게 고개를 숙였다.

“주인영 씨.”

“왜요.”

“정말 좋은 매니저 두셨네요.”

“네?”

“저 따라다닐 시간 있으시면, 형사들 만나서 배우세요.”

주인영의 배역은 여형사.

하지만 주인영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조강준이 말한 건 기본이니까 모를 수가 없다.

다만 귀찮은 거다.

“어릴 때부터 배우 하셨죠? 그럼 저보다 훨씬 잘 아시잖아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재능이 있었으니까.

어릴 때부터 잘나갔으니까.

조금만 노력해도 결과를 손에 넣었고 칭찬을 들었으니까.

“알아요. 뭐 특별한 게 있나 싶어서 와봤더니 별거 없네요.”

주인영이 도도하게 몸을 돌려 밴으로 걸어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주인영 매니저가 조강준과 이진원, 그리고 제철이 부모님을 향해 계속 고개를 숙였다.

“어서 가보세요.”

조강준이 주인영을 따라가려는 제철이를 붙잡고는, 웃으며 말했다.

“속도 좋다.”

주인영의 밴이 출발하고, 제철이와 제철이 부모님이 들어간 후에야 이진원이 분노를 표출했다.

“저게 진짜 무슨 경우냐. 아무리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했다지만 싸가지가 바가지구만? 넌 웃음이 나오냐? 조언은 또 왜 해줬대?”

“매니저가 무슨 죄야. 그리고 앞으로 드라마 내내 계속 볼 건데 좋게좋게 가야지.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악의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더 잘하고 싶겠지. 그러니 찾아왔을 거고.”

“야, 그 말은 니가 연기 좀 한다는 자뻑으로 들린다?”

“이 바닥에서 자뻑은 애교라며?”

“응. 징그러운 애교. 보기 싫은 애교.”

“뭐?”

조강준의 눈썹이 올라가는 속도와 이진원이 차에 타는 속도가 비례했다.


“인영아!”

골목을 빠져나가던 밴이 급히 멈췄다.

놀란 매니저가 뒤를 쳐다봤다.

“인영아······.”

주인영이 울고 있었다.

“인영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앞으로 얼마든지······.”

“으앙. 속상해.”

훌쩍이는 주인영의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속상해! 짜증나! 근데 맞는 말이라서 더 분해!”

“인영아······.”

매니저는 한참 안절부절못했다.

“니가 좋아하는 떡볶이 사올까? 완전 매운 걸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는 분식으로 꾀어도 소용없었다.

한참을 훌쩍인 주인영이 씩씩거리며 울음을 멈췄다.

“오빠.”

“어. 뭐, 뭐 해줄까?”

“나, 형사들 소개 좀 시켜줘.”

“어? 진짜?”

놀란 매니저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알았어. 당장 알아볼게!”

매니저가 폰을 급히 두드렸다.

“나, 진짜 완전 잘해 버릴 거야.”

팀장에게 보내는 문자 내용은 한 문장이었다.

[주인영이 드디어 정신 차렸습니다!!!!!!!!!!!!!!!!!]

환희가 듬뿍 담긴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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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치 있는 거 아냐? (3) +18 18.01.12 9,041 311 12쪽
27 스위치 있는 거 아냐? (2) +19 18.01.11 8,969 314 12쪽
26 스위치 있는 거 아냐? (1) +15 18.01.10 9,062 3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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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중심 잡기 (2) +10 18.01.08 9,440 28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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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강준 스페셜 (2) +13 18.01.02 9,936 274 12쪽
17 조강준 스페셜 (1) +6 18.01.01 9,885 259 13쪽
16 연기만 하면 될 때 생기는 일 (2) +8 17.12.31 10,081 259 12쪽
15 연기만 하면 될 때 생기는 일 (1) +10 17.12.30 10,338 284 12쪽
14 계약하자 (4) +9 17.12.29 10,421 236 14쪽
13 계약하자 (3) +8 17.12.28 10,296 264 12쪽
12 계약하자 (2) +9 17.12.27 10,350 263 12쪽
11 계약하자 (1) +6 17.12.26 10,610 253 13쪽
10 활활 탄다 (2) +7 17.12.25 10,638 2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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