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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바람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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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휴화산
작품등록일 :
2017.12.18 10:48
최근연재일 :
2018.01.17 14: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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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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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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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수께끼 여인

DUMMY



지후는 인욱을 갈빗집으로 데려갔다.

“너 소갈비 먹어봤냐?”

“돼지갈비도 제대로 못 먹는데 그 비싼 소갈비를 언제 먹어봤겠어요?”


그러고 보니 지후도 아직 소갈비는 못 먹어봤다.

“아줌마, 여기 생갈비 4인분에 소주요”

“어? 왜 4인분씩이나 시켜요? 2인분이면 충분할 것을?”


지후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젊은 놈 두 명이 갈비 2인분씩도 못 먹을까 봐서?”


지후와 인욱은 갈비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린 대화를 나눴다. 인욱의 관심사는 주로 사업이었다.

“형 주변에는 능력 있는 사람이 왜 그리 많아요?”


“어떤 사람들?”

“자료분석팀도 그렇고 투자팀도 그렇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마다요. 무엇을 요구하면 그렇게 빨리 결과를 뽑아내는 조직은 전 처음 봤어요.”

“투자팀은?”


“그 사람들이야 수익률만 보면 알잖아요. 다른 펀드와 비교해 보더라도 수익률에서 완전히 차이가 나요. 그런 사람들을 도대체 어디서 구했어요?”

“글쎄, 구하기보다는 우연히 맺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내가 인복이 많은 모양이야!”


지후는 이렇게 둘러댔지만 새삼 아테나의 존재와 그가 자신에게 베풀어 준 행운이 고마웠다.

그러다 문득 아테나가 마지막 남긴 말이 생각났다.

‘참 그런데 이게 모두 공짜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었어!’


당시 아테나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느냐는 질문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묻는 말에는 미네르바에 해답을 봉인해 두었다 했다. 때가 되면 알 것이라고 하며 더 언급은 피했다.


이후 지후는 미네르바를 시켜 관련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다. 미네르바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 한 군데 있는데, 봉인된 자료가 있다면 거기에 있을 것이라 했다. 지후는 그게 무언지 무척 궁금했다.


‘도대체 뭘까?’


미네르바가 지후에게 준 것은 엄청났다. 자신을 구성하는 나노 유닛 일부를 희생하면서까지 만든 미래의 첨단 기기들이었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반대급부도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닐 것이다.

‘혹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위기가 오는 것일까? 3차 세계대전? 외계인의 침략? 소행성 충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테나가 걱정할 정도로 대단한 뭐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지후의 운명도 뒤바뀔 가능성이 컸다.

사실 그에게는 영웅 의식이 없었다. 자신을 희생하며 지구를 구하는 그런 영웅은 될 수도 없었고 설혹 가능하더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막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죽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수밖에.’


그때 정인욱이 지후 쪽 탁자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형,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해?”


지후의 의식이 금방 현실로 돌아왔다.

“아, 미안! 잠시 그들을 만났을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


인욱이 생각하는 그들이란 자료분석팀과 투자팀이었고 그들이 지후에게는 곧 미네르바였으니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사람 앞에 두고 너무 오래 생각하잖아.”

“왜, 샘나냐?”

“내가 뭐 계집앤가? 그깟 일로 샘을 내게!”

“그럴만한 존재들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

“그럴만한 존재들이 아니라니, 지금 누굴 말하는 거야?”

“그냥 그런 것이 있어. 참 그런데 너 그런 표현, 여자들 앞에서는 쓰지 마라. 공연히 혼난다.”


지후는 정인욱이 말꼬리를 잡고 계속 물어볼까 봐 얼른 말을 돌렸다.

의도대로 인욱은 지후의 말끝을 받으며 물었다.


“그런 표현이라니 어떤 표현?”

“내가 뭐 계집앤가 하는 그런 표현 말이다. 질투는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거든.”

“하긴 페미니스트들엔 상당한 모욕으로 들릴 수도 있겠네.”

“메갈에게 걸리면 반쯤 죽는 수도 있고.”


인욱이 짓궂은 표정으로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허걱! 그래 메갈리아가 있었네?”


술까지 얼큰히 취해 장난하는 표정과 행동이었다.


그런 인욱의 눈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찰랑거리는 긴 머리는 웨이브 파마로 물결쳤고, 미색 블라우스는 조금은 병약해 보이는 창백한 얼굴과 잘 어울렸다. 이십 대 초반 정도로 젊은 여자였는데 첫눈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뻤다.


그런데 그녀가 앉은 탁자를 보던 인욱이 깜짝 놀랐다.

“헉! 3병씩이나?”


그녀의 앞에는 빈 소주병이 3병이나 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할 텐데 그녀의 앞과 옆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이런 고깃집에 혼자 앉아 소주를 3병이나 마시고 있다.


인욱이 목소리를 낮춰 지후에게 물었다.

“형, 저 여자가 혹 메갈 아닐까?”


인욱이 가리킨 여자를 본 지후가 인욱에게 눈을 부라렸다.

“너 취했냐?”

“아니요.”

“그런데 왜 남을 두고 함부로 이야기해?”


인욱이 찔끔했다.

“아 미안! 내가 잘못했어!”


고깃집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는 젊은 여자, 그녀의 존재는 분명 여러 사람을 수군거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 혼술족이 많이 되어 본 지후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여자도 아마 혼자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괴로움인지, 외로움인지, 슬픔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런 건 절대 조롱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 주량이 얼마냐?”

“반...병요.”


지후가 가름해 보니 인욱은 이미 반병 이상 마셨다. 지후가 인욱의 앞에 있는 잔을 들어 자신의 입에 털어 넣은 후 대신 거기에 물을 따라 주었다.


“넌 지금부터 술 마시지 마. 물이나 마셔.”

“에이 나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딱 한 잔만 더 줘요!”

“안 돼! 술은 기분 좋으라고 마시는 거지. 정신 놓으라고 마시는 것이 아니야.”

“정말 괜찮은데.”


“그냥 기분만 내. 어차피 색깔도 비슷하잖아!”

“그래도 물을 가지고 어떻게 기분 내?”

“취하면 다 마찬가지야. 술이 물이고 물이 술이야.”


그때 어떤 여자가 지후 옆을 지나가다가 휘청하며 넘어지려고 했다.


“이런!”


지후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처음에는 그녀의 허리 부근을 잡았지만, 그녀가 휘청하며 주저앉는 바람에 지후의 팔이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끼게 되었다. 부축한 팔에 그녀의 체중이 실렸다. 지후는 손에 힘을 주어 그녀가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다 보니 지후의 손이 그녀의 가슴 아랫부분을 움켜잡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지후는 손바닥에 뭉클하는 느낌이 들자 급히 손을 그녀의 허리 부분으로 내려 그녀를 일으켜 세운 후 얼른 손을 뗐다.


“흠, 흠, 조심하셔야죠.”


본의 아니게 그녀의 가슴 아랫부분을 만져버린 지후는 헛기침과 의례적인 말로 민망함을 덮은 후 비로소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바로 조금 전 인욱이 메갈이 아니냐고 농담했던 그 여자였다.


여자가 얼굴을 붉히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죄송해요!”


그러면서 지후에게 인사를 꾸벅하더니 카운터로 걸어갔다. 술에 취한 듯 그녀의 걸음은 무척 위태해 보였는데 용케 넘어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었다.

그녀를 잠시 주시하던 지후가 답답한 마음에 중얼거렸다.

“젊은 여자가 저렇게 술을 마셔도 될까?”


옆에 있던 인욱이 말했다.

“그러게요. 그러지 말고 형이 데려다줘요. 저러다 무슨 사고 나겠어요.”

“서울 한복판에서 사고는 무슨? 저렇게 보여도 모르는 남자가 접근하면 발끈할걸?”


가끔은 친절도 독이 될 때가 있다. 취한 여자를 상대하다 보면 좋은 일 하려다 치한으로 몰릴 수 있다. 게다가 요즘엔 꽃뱀도 많다고 한다. 순하게 생긴 것을 보니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지만 세상일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로부터 10여 분 후 지후와 인욱은 갈빗집을 나왔다.

“형, 한잔 더 해요. 이번에는 제가 살게요.”

“까불지 마. 넌 안 돼.”


지후는 그의 제의를 무시하고 마침 옆을 지나던 빈 택시를 불러 세웠다.

“자 어서 타.”


인욱은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으나 더는 우기지 못하고 택시를 탔다. 지후는 기사에게 택시비를 주며 인욱을 부탁했다.


“기사님, 잘 부탁합니다.”

“어, 형 왜 이래?”


인욱은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뭐라 했지만, 택시는 그대로 출발했다.

혼자 남은 지후는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우진이나 나오라고 할까?’


인욱이 취하는 바람에 술이 너무 부족했다. 어디 가서 한잔 더하고 싶은 생각이 반, 그냥 집에 가서 공부나 할까 하는 생각이 반으로 쉽게 마음을 정할 수 없었다.


그때 옆길 골목 쪽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여자 모습이 눈에 띄였다. 옷차림이 눈에 익은 것 같아 자세히 보니 조금 전 휘청이다가 자신에게 부축받은 그 여자였다.


“저런? 많이 취한 모양인데?”


여자는 계단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깨에 걸린 핸드백이 반쯤 흘러내리고 바바리코트 아래쪽도 조금 말려 올라가 있었다.


‘저렇게 있어서는 안 되는데!’


지후는 그 여자가 무척 걱정되었다. 특히 그녀가 앉아있는 곳은 먹자골목과 통하는 입구로 지후가 잠시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도 몇몇 취객들이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지나고 있었다. 저러다 잠에라도 빠지면 모르는 사람에게 업혀 갈 수도 있다.


지후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에게 다가갔다. 설혹 치한으로 몰린다 하더라도 스스로 떳떳하니 그냥 사라지면 되었다. 상대가 꽃뱀이라 하더라도 기회를 주지 않으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런 것이 무서워 저런 여자를 버려두고 가는 것이 지후에게는 더 비겁한 일이었다.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간 지후가 물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후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요. 아가씨, 정신 좀 차려요!”


비로소 고개를 든 여자가 지후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하얀 치아를 보이며 웃었다.

“헤! 아저씨구나.”


술 취한 여자의 전형적인 표정이었다. 지후는 자신과 서너 살 아래로 보이는 여자에게 아저씨라 불린 것이 억울했다. 하지만 그녀의 반쯤 풀린 눈동자에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지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있자 여자의 고개가 다시 떨어지려 했다. 지후가 황급히 다시 말했다.


“아가씨, 집이 어디세요? 이렇게 있으면 큰일 나요. 어서 일어나요!”

“왜요, 데려다주시게요?”


지후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니 집이나 알려줘요.”

“한남동 로터리 부근이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일어서려다 다시 휘청했다.

“아저씨, 저 좀 부축해 주세요.”


지후는 무척 난처했으나 이왕 개입하려 한 것, 비틀거리는 여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지후가 붙잡아 주었지만, 여자는 자꾸 휘청거렸다.


얼마 전 그녀를 부축하려다 실수했던 지후는 진땀이 송송 났다. 어깨를 잡으면 자꾸 미끄러져 내려갔고 옆구리 쪽을 잡으려니 팔로 허리를 두르지 않는 한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자의 겨드랑이를 끼어 안는 것인데 그러면 손이 닿는 부위가 가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자의 얼굴이 가까이 있다 보니 술 냄새와 향수 냄새에 성숙한 여인의 향기까지 지후의 후각을 자극해 왔다.


‘이거 미치겠네!’


지후는 스스로 떳떳하길 원했다. 여자가 필요하면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부축한 여자가 자꾸 신경 쓰였다. 식당에서 뭉클했던 그 감촉도 자꾸 떠올랐다. 이래서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고, 남자는 다 늑대요 도둑이란 말이 생겨난 것 같았다.


지후는 여자의 손을 자신의 목에 걸게 하고 겨우 지탱하고 있는데 조금 전에는 자주 보이던 빈 택시가 지금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여자를 부축해 큰길로 나왔다. 큰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겨우 10분 간격인데 그 사이에 술손님이 모조리 나와 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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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엉뚱한 선택, 엉뚱한 만남 +13 17.12.21 13,428 27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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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생된 신체 +5 17.12.18 15,582 28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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