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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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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향
작품등록일 :
2017.12.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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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二)

DUMMY

대재웅의 시선 속에 담겨져 있는 인물들이 맞다는 듯 해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옵니다. 바로... 그 둘이옵니다. 새로이 우웅위대장군(右熊衛大將軍) 검승과 그리고 이 홀한성을 떠난 군사(軍師) 고휘. 그들 말이옵니다.”

“으음.”

깊은 숨소리와 함께 대재웅이 한쪽 팔걸이에 비스듬이 몸을 실었다.

대재웅이라고 검승과 고휘. 그 둘의 무게를 모를 리 없었다.

어쩌면... 그 둘이 뜻을 합친다면... 홀한성 밖. 또 다른 곳에 발해의 이름을 세워도... 따를 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 것이었다.

해준의 말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발주의 성에서 홀한성의 너른 뜰에 이르는 길. 그 위에서 보여준 검승의 신장(神將)과도 같은 황홀한 무위 그리고 고휘의 기괴막측한 신기묘산(神技妙算). 가히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사옵니다. 발해의 신민(臣民)들. 아무리 따르는 지존을 따로이 정한다고 하여 군졸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그 둘을 향한 경외를 지울 수는 없사옵니다.”

“...”

해준이 멀리 금란전의 전각을 슬며시 눈빛으로 가리켰다.

“세자를 둘러싼 저들이라고 모르지 않을 것이옵니다. 하오니... 아직 대어놓고 그 패를 가르지 않는 이 때. 그 둘을 끌어들일 기회. 바로 지금뿐이옵니다.”

해준의 말. 그 한마디 한마디 그른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발해의 깃발을 다시 세운 지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이리 내어놓고 패를 가르는 것. 마뜩치 않은 일이었다.

“...”

해준의 몸이 짐짓 의자의 앞으로 나왔다.

“잠시의 머뭇거림이 천추의 한을 남길 수도 있사옵니다.”

“...”

해준의 눈빛. 그 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대재웅은 해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래. 이 또 다른 싸움에서의 패배는... 대재웅 자신은 물론 자신을 따르던 수많은 수족들의 죽음을 의미하였다.

대재웅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음. 허면... 어찌하면 되겠소?”

해준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우선은 검승 대장군을 먼저 합하의 그늘에 거두시옵소서.”

“우웅위대장군을?”

“그렇사옵니다.”

대재웅의 눈은 사뭇 가늘어졌다.

그리고는 그 계책을 되물었다.

“허면... 그를 이곳으로 청하면 되겠소?”

“아니옵니다.”

“아니라니?”

해준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청한다고 될 일이 아니옵니다. 그저 그를 청하는 일은 세자저하께서도 능히 하실 수 있는 일이옵니다.”

“허면?”

“그러하옵니다. 합하께서 손수 대장군을 찾으셔야 하옵니다.”

대재웅이 해준의 시선을 빤히 바라보았다.

해준의 말대로 불러 청하는 것. 세자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광현과 대재웅 자신을 가름할 수 있는 길. 세자는 너무나 곱게 살아왔다.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의 몸을 낮춘다는 것. 세자는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겠지. 촉한의 소열제(昭烈帝; 유비)도 제갈공명을 거두기 위해 그의 초려를 세 번 찾았다고 하였는데. 내, 어찌 검승의 집에 드는 일을 번거롭다 여기겠소. 당연히 검승의 사저를 찾아야겠지. 헌데. 검승을 찾아 세를 논하면 되겠소?”

해준이 두 손을 모아 쥐고는 머리를 조아렸다.

“대장군은 그 무공 못지않게 지모도 빼어나옵니다. 이 홀한성의 모습을 모를 리는 없사옵니다.”

“허면?”

“대장군은 무부(武夫)이옵니다. 차라리 충(忠)에 기대십시오. 하옵고 그런 무장에게는 때로는 과한 예(禮)도 필요한 법이옵니다.”

“과한 예라...”

대재웅이 고개를 들어 해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해준은 잠시 대재웅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민망한 듯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대재웅이 마음을 다잡은 듯 입술을 굳게 물었다.

“좋소. 허면 고휘는 어찌하면 되겠소?”

해준의 목소리에는 걱정은 없었다.

“검승 대장군을 수하로 거둘 수 있다면, 고휘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옵니다.”

“어찌하여?”

해준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머물고 있었다.

“군사는 그 누구의 사람도 아니옵니다. 늘상 버릇처럼 말하듯 그저 발해의 무장으로 남기를 자처하는 위인이옵니다.”

대재웅이 눈을 끔벅이며 해준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하기야 그렇기는 하지. 아마도 그 누가 옥좌에 오르든 그것에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야. 헌데 고휘가 머무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소?”

해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옵니다.”

“허면?”

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연통을 넣을 수는 있사옵니다.”

“연통을 넣을 수 있다?”

“그러하옵니다. 좌맹분위의 위장군. 군사가 홀한성을 떠나며 애써 구한 한 벼슬자리가 그 위장군의 자리라 하옵니다. 그자가 바로 군사 고휘의 수족이옵니다. 그자에게 이르면 되옵니다.”

“허면 고휘도 내, 직접 찾아야겠소?”

“아니옵니다. 그저 부르시면 되옵니다. 검승 대장군을 합하의 수족에 거둔 후라면... 소신의 세치 혀로도 능히 고휘의 마음을 가져올 수 있사옵니다.”


터엉.

검승은 탁자 위에 그 투박한 언월도를 올려놓으며 의자에 몸을 실었다.

검승은 참으로 곤하였다.

희미한 촛불만이 일렁이는 단촐한 검승의 방.

촛불의 그림자조차 피곤한 듯하였다.

거란의 오랑캐들이 서쪽 제 놈들의 땅으로 되돌아가는 하였으되 도성의 군영은 여전히 싸움터였다.

피가 튀고 뼈가 깎여야만 싸움터이겠는가.

오랑캐는 없으되 떠오르는 해와 함께 창끝을 세워 허공을 찌르고 지는 해와 더불어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칼집에 가두었다.

또 다시... 언젠가는 반드시 되돌아올 거란의 오랑캐들.

그자들을 기다리며 창칼의 날을 벼리고 예기를 다듬으며... 그리 있어야 했다.

무장이 해야 할 일. 단지 그 일이면 되었다.

팔걸이에 두 팔을 올렸다.

눈이 절로 감기었다.


부스럭.

문밖에 인기척이 들렸다.

발주에서부터 따라 시종을 자처하던 수하인 모양이었다.

상관을 모시고 그 주위를 살피며 따른다는 것. 검승이라고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피곤의 정도를 논한다면... 검승 자신보다도 저 수하가 더할 것이었다.

검승 자신이 베푼 은혜보다는 수하의 충정은 너무나 넘치는 것이었다.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자네도 가서 쉬도록 하게. 자네도 하루가 곤했을 테니.”

하지만 되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대장군. 그것이 아니오라... 왕제 합하께옵서...”

무겁기만 하던 눈꺼풀이 일순 올라갔다.

왕제라니. 왕제라면 대재웅이 아니던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 문밖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문을 넘었다.

“대재웅이외다. 들어가도 되겠소?”

그저 입을 열어 들라 그리 말할 수는 없었다.

서둘러 몸을 움직여 문을 열었다.

방문을 넘어서는 대재웅의 얼굴에는 넉넉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검승이 군례를 올리고는 손을 들어 가운데 의자를 가리켰다.

“합하. 드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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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여화, 새로운 시작 (一) 18.06.18 724 21 6쪽
103 흔적을 맴돌다 (八) 18.06.15 998 30 13쪽
102 흔적을 맴돌다 (七) 18.06.13 969 26 9쪽
101 흔적을 맴돌다 (六) +1 18.06.11 877 31 9쪽
100 흔적을 맴돌다 (五) 18.06.08 1,094 30 8쪽
99 흔적을 맴돌다 (四) 18.06.06 1,049 30 8쪽
98 흔적을 맴돌다 (三) 18.06.03 1,032 30 9쪽
97 흔적을 맴돌다 (二) 18.06.01 1,090 28 9쪽
96 흔적을 맴돌다 (一) +1 18.05.30 1,052 31 8쪽
95 낭부의 파란(波瀾) (六) +1 18.05.28 1,136 32 14쪽
94 낭부의 파란(波瀾) (五) 18.05.25 1,169 33 7쪽
93 낭부의 파란(波瀾) (四) 18.05.22 1,182 28 8쪽
92 낭부의 파란(波瀾) (三) 18.05.20 1,257 31 9쪽
91 낭부의 파란(波瀾) (二) 18.05.17 1,289 28 8쪽
90 낭부의 파란(波瀾) (一) 18.05.15 1,246 31 8쪽
89 부정(父情) (八) +1 18.05.07 1,470 33 9쪽
88 부정(父情) (七) 18.05.04 1,342 31 7쪽
87 부정(父情) (六) 18.05.02 1,346 30 8쪽
86 부정(父情) (五) 18.04.30 1,339 28 8쪽
85 부정(父情) (四) 18.04.27 1,510 27 9쪽
84 부정(父情) (三) 18.04.25 1,493 25 10쪽
83 부정(父情) (二) 18.04.23 1,559 35 7쪽
82 부정(父情) (一) 18.04.20 1,845 35 10쪽
81 혁린, 새로운 시작 (六) +1 18.04.18 1,726 38 7쪽
80 혁린, 새로운 시작 (五) 18.04.16 1,675 37 7쪽
79 혁린, 새로운 시작 (四) 18.04.13 1,775 35 9쪽
78 혁린, 새로운 시작 (三) 18.04.11 1,763 34 8쪽
77 혁린, 새로운 시작 (二) +1 18.04.09 1,805 35 8쪽
76 혁린, 새로운 시작 (一) +1 18.04.06 1,964 35 7쪽
75 십년지회(十年之會) (七) +1 18.04.04 1,971 36 10쪽
74 십년지회(十年之會) (六) +1 18.04.02 1,966 3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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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십년지회(十年之會) (四) 18.03.29 1,891 37 8쪽
71 십년지회(十年之會) (三) 18.03.27 1,880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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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四) +1 18.03.19 2,008 37 10쪽
66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三) +1 18.03.17 1,970 38 8쪽
65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二) 18.03.15 1,959 39 9쪽
64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一) 18.03.13 2,059 34 10쪽
63 청유, 새로운 시작 (八) +1 18.03.11 2,205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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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청유, 새로운 시작 (六) +1 18.03.07 2,119 3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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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청유, 새로운 시작 (四) 18.03.03 2,207 39 9쪽
58 청유, 새로운 시작 (三) 18.02.28 2,282 36 10쪽
57 청유, 새로운 시작 (二) 18.02.25 2,642 35 8쪽
56 청유, 새로운 시작 (一) 18.02.24 2,717 44 7쪽
55 절벽의 끝에서 (七) 18.02.22 2,398 46 9쪽
54 절벽의 끝에서 (六) 18.02.20 2,185 40 7쪽
53 절벽의 끝에서 (五) 18.02.18 2,136 39 9쪽
52 절벽의 끝에서 (四) 18.02.14 2,299 46 9쪽
51 절벽의 끝에서 (三) +1 18.02.12 2,285 44 7쪽
50 절벽의 끝에서 (二) +1 18.02.10 2,302 43 8쪽
49 절벽의 끝에서 (一) +1 18.02.08 2,323 40 7쪽
48 고휘의 최후 (六) 18.02.06 2,266 40 12쪽
47 고휘의 최후 (五) 18.02.04 2,201 38 10쪽
46 고휘의 최후 (四) 18.02.02 2,107 42 8쪽
45 고휘의 최후 (三) 18.01.31 2,121 42 8쪽
44 고휘의 최후 (二) 18.01.29 2,215 45 8쪽
43 고휘의 최후 (一) 18.01.27 2,368 45 11쪽
42 살행 (十一) 18.01.25 2,294 46 7쪽
41 살행 (十) 18.01.23 2,219 48 8쪽
40 살행 (九) 18.01.21 2,364 41 8쪽
39 살행 (八) 18.01.19 2,317 48 8쪽
38 살행 (七) 18.01.17 2,396 45 9쪽
37 살행 (六) 18.01.15 2,361 43 8쪽
36 살행 (五) 18.01.10 2,517 39 6쪽
35 살행 (四) 18.01.09 2,452 46 8쪽
34 살행 (三) 18.01.07 2,621 49 8쪽
33 살행 (二) 18.01.05 2,603 45 9쪽
32 살행 (一) 18.01.03 2,639 48 8쪽
31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五) +1 17.12.31 2,572 48 14쪽
30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四) +1 17.12.31 2,443 47 12쪽
29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三) 17.12.31 2,381 45 10쪽
»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二) +1 17.12.31 2,444 49 7쪽
27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一) 17.12.31 2,673 50 10쪽
26 엉터리 사부 (四) 17.12.31 2,753 49 19쪽
25 엉터리 사부 (三) 17.12.31 2,623 50 11쪽
24 엉터리 사부 (二) 17.12.31 2,695 48 12쪽
23 엉터리 사부 (一) 17.12.31 2,839 53 8쪽
22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四) 17.12.30 2,719 56 14쪽
21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三) 17.12.30 2,710 51 11쪽
20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二) 17.12.30 2,757 52 11쪽
19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一) 17.12.30 2,878 58 9쪽
18 발주(渤州)의 싸움 (五) 17.12.28 2,961 59 8쪽
17 발주(渤州)의 싸움 (四) 17.12.28 3,028 50 10쪽
16 발주(渤州)의 싸움 (三) 17.12.28 3,174 59 12쪽
15 발주(渤州)의 싸움 (二) 17.12.28 3,460 55 12쪽
14 발주(渤州)의 싸움 (一) +1 17.12.28 3,712 57 11쪽
13 아, 홀한성(忽汗城) (四) +2 17.12.28 3,608 59 15쪽
12 아, 홀한성(忽汗城) (三) +3 17.12.27 3,792 63 9쪽
11 아, 홀한성(忽汗城) (二) +2 17.12.27 4,066 60 9쪽
10 아, 홀한성(忽汗城) (一) +2 17.12.26 4,359 71 13쪽
9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五) +3 17.12.25 4,211 70 15쪽
8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四) +4 17.12.24 4,165 69 8쪽
7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三) +3 17.12.23 4,262 77 9쪽
6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二) +3 17.12.22 4,486 79 9쪽
5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一) +3 17.12.21 5,042 71 10쪽
4 탈주(脫走) (四) +3 17.12.20 5,162 79 16쪽
3 탈주(脫走) (三) +2 17.12.20 5,211 73 7쪽
2 탈주(脫走) (二) +3 17.12.19 6,267 81 10쪽
1 탈주(脫走) (一) +5 17.12.19 10,166 8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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