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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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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향
작품등록일 :
2017.12.19 20:58
최근연재일 :
2018.06.2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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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673

작성
18.01.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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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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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8쪽

살행 (八)

DUMMY

너무나 순식간이었다.

연무장은... 일순 정적이었다.

연무장을 가득 메웠던 전북부의 장졸들. 그저 눈만을 끔벅이고 있었다.


통군부사(統軍副使)의 목소리. 연무장을 흔들었으되 너무나 떨리고 있었다.

“저... 저 놈을... 잡아라.”

깊은 미몽에서 깨어난 듯 호위들이 완월도를 빼어 들었다.

청유를 둘러싸고 점점 두텁게 호위들이 겹쳐졌다.

대도를 빼어든 통군부사가 호위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청유를 노려보며 아래턱을 실룩였다.

“놈. 검을 버려라.”


청유는 피를 머금은 외날검의 손잡이를 거듭 잡았다.

끝을 늘어뜨린 외날검의 검신을 따라 야율소의 선혈이 방울지어 떨어지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외날검을 앞세워 서너 명의 호위는 어찌 상대할 수 있으되 이 두터운 벽과 같은 사람의 벽은 넘어설 수 없었다.

애초... 도주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검을 버리란 말이다. 놈.”

한껏 격앙된 통군부사의 목소리. 그저 따를 수 밖에... 달리 길은 없었다.

쨍그랑.

외날검이 땅 위에 던져졌다.


야율소의 죽음. 전북부의 땅에서 이보다 큰일은 없었다.

그리 긴 시간이 걸릴 일도 아니었다.

헉헉.

숨소리도 거칠게 연무장으로 들어서는 또 다른 인물. 전북부의 성주였다.

야율소가 있어 이 성에서 그리 목소리를 높이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어엿한 성의 수장이었다.

연무장에 시뻘건 피를 뒤집쓴 채 누워있는 야율소.

성주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꼭 이 죽음의 슬픔 때문만이 아니었다.

하아. 야율소가 누구인가. 당금 황제가 총애하는 조카가 아니던가.

그 죽음의 불똥이 어쩌면... 성주 자신에게 날아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뱃속 깊이 화가 치밀었다.

“쳐라!”

연무장에서 성주가 뱉어낸 첫마디였다.


온몸은 성한 곳이 하나 없었다.

이 감당할 수도 없는 엄청난 일. 그 화를 몽둥이에 담았는가.

성주의 명이라 이리 하는 것은 아니었다.

통군부사가 몰아치는 몽둥이에는 눈이 없었다.

청유의 온몸에 떨어지는 몽둥이. 그 부위를 가리지 않았다.

살은 터지고 근육은 뒤틀렸다.

헉헉.

통군부사가 숨을 몰아쉬었다.

“지독한 놈. 신음소리 하나 없다니.”


통군부사의 사나운 시선은 청유의 몸 위에 머물렀다.

“놈. 비무. 후우. 비무였느니라. 헌데... 비열하게도...”

통군부사는 더 이상 말을 이을 가치도 없다는 듯 성주를 향해 몸을 돌렸다.

“성주님. 저 놈의 사지를 잘라... 황도(皇都)로 보내십시오.”

고개를 주억거리며 뱉어내는 성주의 말에는 힘이 하나 없었다.

그 때였다.

크응.

청유의 몸이 연무장의 그 흙바닥 위에서 꿈틀거렸다.

“비.무...?”

청유의 목소리가 터져버린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퍼억.

어느 샌가 다가선 통군부사의 발끝이 청유의 옆구리에 꽂혔다.

우욱.

이미 고통에 고통이 겹쳐졌던 몸. 그저 청유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 옆구리에 있던 바람이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그 정도의 고통이었다.

통군부사의 말은 여전히 성나 있었다.

“허면... 비무가 아니었더냐? 네 놈이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면... 도통사를 이길 수...”

청유가 힘겹게 몸을 뒤틀었다.

“비무... 우욱. 비무가... 아니었다.”

통군부사의 말이 더듬거렸다.

“뭐. 뭐라? 비무가... 아니... 라고?”

청유가 쓰러진 그대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 비무가 아니었다.”

“허면?”

청유가 내쉬는 숨과 함께 답을 하였다.

“나는 야율소를 척살하기 위한 자객이다. 야율소를 죽이기 위해 전북부에 들었을 뿐. 후후. 비무라니...”

통군부사가 허리의 검을 쭈욱 뽑아들었다.

“뭐. 뭐... 자객이라고???”


통군부사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어깨 위로 올라간 통군부사의 검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청유의 눈빛이 오히려 번뜩였다.

“나를 죽이고서 네가 무사할 듯 싶으냐?”

통군부사의 검이 하늘 위에서 멈칫하였다.

저 말이 무슨 말인가. 제 놈을 죽이면... 통군부사 자신이 무사하지 못하다니.

“후우. 이런 미친 놈을 보았나. 뭐... 내가 무사하지 못한다고?”

“자객을 서둘러 죽이면... 그 의심이 누구에게 가겠느냐? 후우. 어찌 통군부사의 자리에 이르렀는데... 그런 하찮은 것조차 알지 못한단 말이냐?”

통군부사의 검은 마치 굳은 석상인 듯 하늘 위에서 멈춰있었다.

“...”

통군부사가 시선을 바삐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의 시선... 통군부사 자신의 검에 쏠려 있었다.

그래. 저 애송이 자객 놈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청유가 터진 입술을 움직여 말을 이었다.

“나를... 죽일 수 있는 자... 네 놈들의 황제 밖에는 없다.”


동북로도감은 더욱 당혹스러웠다.

자객이라니. 저 애송이 호위 놈이... 자객이라니. 도대체 말이 아니되는 일이었다.

아니. 저 놈은 자객이면 절대로 아니되는 놈이었다.

저 놈을 도통사에게 이끌어준 장본인이 도감 자신이 아니던가.

저 놈이 뱉어낸 말. 헛된 위협만이 아니었다.

그래. 저 놈에게 죽음을 명할 사람은... 황제 뿐이었다.

그렇다면... 저 놈은 분명 황도에 살아서 이를테고... 지금 이대로 그리 일이 흘러간다면... 도감 자신은 이미 죽음 목숨이었다.

이 먼 전북부의 변방에서 아무리 발병을 한다고 될 일이던가.

목숨을 구할 유일한 방법. 도감 자신도 황도에 가는 것 뿐이었다.

사지(死地)에 생로(生路)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황제 앞에 나서 목숨을 들이밀고 목숨을 구하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은 없는 듯하였다.

도감은 서둘러 성주의 앞으로 나섰다.

“성주님.”

“...”

성주가 동북로도감을 힐끔 바라보았다.

“소장이... 저 놈을 도성까지 호송하겠사옵니다.”

성주의 눈에 동북로도감은 이미 눈에 익은 자였다.

하지만 무장을 가려 쓰는 일. 그리 자신할 일은 아니었다.

시선은 절로 통군부사에게 이르렀다.

통군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북로도감이면... 능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자네가 저 놈을 황도까지 호송하게. 수하들은 몇이나 끌고 가겠는가?”

도감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무리 무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셈이 느린 자는 아니었다.

한 놈의 자객을 호송하기 위해... 너무 많은 군졸들이 따르는 것도 거란의 전북부의 위신에 먹칠을 하는 짓이었다.

그래. 딱. 그 정도면 적당할 것이었다.

“십여 명이면 족합니다.”

“십여 명?”

“그렇습니다. 성주님. 군영에서 가려뽑은 정예들로 십여 명이면... 황도까지의 길. 그리 멀지는 않을 것입니다. 너무 많아도... 거란의 위명에 누가 될 뿐입니다.”

성주는 여전히 땅 위에 널부러져 있는 청유를 쏘아 보았다.

“좋네. 도감 자네가 십여 명. 수하들을 가려 뽑아... 저 놈을 도성까지 호송하게.”


저벅 저벅.

성주의 앞으로 나선 또 다른 자. 야율소 호위대의 장령이었다.

“성주님. 주인의 목숨을 거둔 자입니다. 소인도 가겠습니다. 도감께서... 십여 명이면 족하다고 하셨으니... 그 중 반수는 호위대에서 채우겠습니다.”

야율소의 호위들. 가히 절정의 고수라는 것은 세상이 아는 일이었다.

성주라고 불만이 있을 리는 없었다.

성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장령의 뜻대로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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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흔적을 맴돌다 (七) 18.06.13 969 26 9쪽
101 흔적을 맴돌다 (六) +1 18.06.11 877 31 9쪽
100 흔적을 맴돌다 (五) 18.06.08 1,094 30 8쪽
99 흔적을 맴돌다 (四) 18.06.06 1,049 30 8쪽
98 흔적을 맴돌다 (三) 18.06.03 1,032 30 9쪽
97 흔적을 맴돌다 (二) 18.06.01 1,090 28 9쪽
96 흔적을 맴돌다 (一) +1 18.05.30 1,052 31 8쪽
95 낭부의 파란(波瀾) (六) +1 18.05.28 1,136 32 14쪽
94 낭부의 파란(波瀾) (五) 18.05.25 1,169 33 7쪽
93 낭부의 파란(波瀾) (四) 18.05.22 1,182 28 8쪽
92 낭부의 파란(波瀾) (三) 18.05.20 1,257 31 9쪽
91 낭부의 파란(波瀾) (二) 18.05.17 1,289 28 8쪽
90 낭부의 파란(波瀾) (一) 18.05.15 1,246 31 8쪽
89 부정(父情) (八) +1 18.05.07 1,470 33 9쪽
88 부정(父情) (七) 18.05.04 1,342 31 7쪽
87 부정(父情) (六) 18.05.02 1,346 30 8쪽
86 부정(父情) (五) 18.04.30 1,339 28 8쪽
85 부정(父情) (四) 18.04.27 1,510 27 9쪽
84 부정(父情) (三) 18.04.25 1,493 25 10쪽
83 부정(父情) (二) 18.04.23 1,559 35 7쪽
82 부정(父情) (一) 18.04.20 1,845 35 10쪽
81 혁린, 새로운 시작 (六) +1 18.04.18 1,726 38 7쪽
80 혁린, 새로운 시작 (五) 18.04.16 1,675 37 7쪽
79 혁린, 새로운 시작 (四) 18.04.13 1,775 35 9쪽
78 혁린, 새로운 시작 (三) 18.04.11 1,763 34 8쪽
77 혁린, 새로운 시작 (二) +1 18.04.09 1,805 35 8쪽
76 혁린, 새로운 시작 (一) +1 18.04.06 1,964 35 7쪽
75 십년지회(十年之會) (七) +1 18.04.04 1,971 36 10쪽
74 십년지회(十年之會) (六) +1 18.04.02 1,966 39 7쪽
73 십년지회(十年之會) (五) 18.03.31 1,818 33 7쪽
72 십년지회(十年之會) (四) 18.03.29 1,891 37 8쪽
71 십년지회(十年之會) (三) 18.03.27 1,880 34 9쪽
70 십년지회(十年之會) (二) 18.03.25 1,926 36 10쪽
69 십년지회(十年之會) (一) 18.03.23 1,969 38 8쪽
68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五) +1 18.03.21 1,998 41 10쪽
67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四) +1 18.03.19 2,008 37 10쪽
66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三) +1 18.03.17 1,970 38 8쪽
65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二) 18.03.15 1,960 39 9쪽
64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一) 18.03.13 2,059 34 10쪽
63 청유, 새로운 시작 (八) +1 18.03.11 2,205 36 12쪽
62 청유, 새로운 시작 (七) 18.03.09 2,070 33 9쪽
61 청유, 새로운 시작 (六) +1 18.03.07 2,119 37 8쪽
60 청유, 새로운 시작 (五) 18.03.05 2,141 39 8쪽
59 청유, 새로운 시작 (四) 18.03.03 2,207 39 9쪽
58 청유, 새로운 시작 (三) 18.02.28 2,282 36 10쪽
57 청유, 새로운 시작 (二) 18.02.25 2,642 35 8쪽
56 청유, 새로운 시작 (一) 18.02.24 2,717 44 7쪽
55 절벽의 끝에서 (七) 18.02.22 2,398 46 9쪽
54 절벽의 끝에서 (六) 18.02.20 2,185 40 7쪽
53 절벽의 끝에서 (五) 18.02.18 2,136 39 9쪽
52 절벽의 끝에서 (四) 18.02.14 2,299 46 9쪽
51 절벽의 끝에서 (三) +1 18.02.12 2,285 44 7쪽
50 절벽의 끝에서 (二) +1 18.02.10 2,302 43 8쪽
49 절벽의 끝에서 (一) +1 18.02.08 2,323 40 7쪽
48 고휘의 최후 (六) 18.02.06 2,266 40 12쪽
47 고휘의 최후 (五) 18.02.04 2,201 38 10쪽
46 고휘의 최후 (四) 18.02.02 2,107 42 8쪽
45 고휘의 최후 (三) 18.01.31 2,121 42 8쪽
44 고휘의 최후 (二) 18.01.29 2,215 45 8쪽
43 고휘의 최후 (一) 18.01.27 2,368 45 11쪽
42 살행 (十一) 18.01.25 2,294 46 7쪽
41 살행 (十) 18.01.23 2,219 48 8쪽
40 살행 (九) 18.01.21 2,364 41 8쪽
» 살행 (八) 18.01.19 2,318 48 8쪽
38 살행 (七) 18.01.17 2,396 45 9쪽
37 살행 (六) 18.01.15 2,361 43 8쪽
36 살행 (五) 18.01.10 2,517 39 6쪽
35 살행 (四) 18.01.09 2,452 46 8쪽
34 살행 (三) 18.01.07 2,621 49 8쪽
33 살행 (二) 18.01.05 2,603 45 9쪽
32 살행 (一) 18.01.03 2,639 48 8쪽
31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五) +1 17.12.31 2,572 48 14쪽
30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四) +1 17.12.31 2,443 47 12쪽
29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三) 17.12.31 2,381 45 10쪽
28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二) +1 17.12.31 2,444 49 7쪽
27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一) 17.12.31 2,673 50 10쪽
26 엉터리 사부 (四) 17.12.31 2,753 49 19쪽
25 엉터리 사부 (三) 17.12.31 2,623 50 11쪽
24 엉터리 사부 (二) 17.12.31 2,695 48 12쪽
23 엉터리 사부 (一) 17.12.31 2,839 53 8쪽
22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四) 17.12.30 2,719 56 14쪽
21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三) 17.12.30 2,710 51 11쪽
20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二) 17.12.30 2,757 52 11쪽
19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一) 17.12.30 2,878 58 9쪽
18 발주(渤州)의 싸움 (五) 17.12.28 2,961 59 8쪽
17 발주(渤州)의 싸움 (四) 17.12.28 3,028 50 10쪽
16 발주(渤州)의 싸움 (三) 17.12.28 3,174 59 12쪽
15 발주(渤州)의 싸움 (二) 17.12.28 3,460 55 12쪽
14 발주(渤州)의 싸움 (一) +1 17.12.28 3,712 57 11쪽
13 아, 홀한성(忽汗城) (四) +2 17.12.28 3,608 59 15쪽
12 아, 홀한성(忽汗城) (三) +3 17.12.27 3,792 63 9쪽
11 아, 홀한성(忽汗城) (二) +2 17.12.27 4,066 60 9쪽
10 아, 홀한성(忽汗城) (一) +2 17.12.26 4,359 71 13쪽
9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五) +3 17.12.25 4,211 70 15쪽
8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四) +4 17.12.24 4,165 69 8쪽
7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三) +3 17.12.23 4,262 77 9쪽
6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二) +3 17.12.22 4,486 79 9쪽
5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一) +3 17.12.21 5,042 71 10쪽
4 탈주(脫走) (四) +3 17.12.20 5,162 79 16쪽
3 탈주(脫走) (三) +2 17.12.20 5,211 73 7쪽
2 탈주(脫走) (二) +3 17.12.19 6,267 81 10쪽
1 탈주(脫走) (一) +5 17.12.19 10,166 8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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