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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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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향
작품등록일 :
2017.12.19 20:58
최근연재일 :
2018.06.2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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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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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절벽의 끝에서 (一)

DUMMY

멀찍이 산채의 입구를 막고는 협곡을 따라 바위와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숨을 감추고 그렇게 하루 밤낮이 지났다.

불 타버린 산채에도, 산채를 둘러싼 절벽의 틈에서도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을씬스러운 죽음의 그림자만이 흐르고 있는 동모산의 이 한줄기. 이쯤이면 된 듯하였다.

끄응.

좌웅위 부장은 기대고 있던 바위를 손으로 밀며 몸을 일으켰다.

제 몸이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발해 최고 반열의 대장군께서 저리 바위의 그 차가운 냉기를 몸으로 받으며 하루 밤낮을 지냈다는 것. 너무나 민망한 일이었다.

목소리를 낮추었다.

“대장군. 그만 홀한성으로 돌아가셔도 될 듯합니다. 이 산채에 살아남은 고휘의 흔적들은 없는 모양입니다.”

좌웅위대장군이 시선을 들어 산채를 둘러 협곡의 안을 천천히 살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될 것같군. 내, 너무 과민하였던 모양이야. 그 고휘의 이름이 가볍지는 않았지. 후후.”

바위에 기대어 놓은 환도를 세워 몸을 실고 무릎을 천천히 세웠다.


청유는 몸을 돌려 시선을 옮겼다.

공터를 메운 오십여 명의 가족과 같은 사부들과 살수들. 마주 바라보는 눈들이 말하는 것. 한결같이 모두 같았다.

이 죽음의 길. 너희는 남으라. 그리고 우리의 한을 갚아 달라고.

그래. 사부 고휘가 말한대로... 울분을 쏟아내며 후련하게나마 검을 휘두르다가 죽은 일이 차라리 더 쉬운 일인지도 몰랐다.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고휘를 바라고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휘의 목소리는 메말랐다.

“따르거라.”


고휘가 머물던 막사였다.

지난 오년. 한결같이 머물던 곳이로되 오늘 따라 너무나 생소하였다.

고휘는 막사 안 탁자의 곁에 발을 멈추었다.

후후. 죽음에 이르러 아직도 집착이 남았던가. 그간 머물던 제 공간에 대한 미련인가.

막사 안. 걸어놓은 옷가지, 벽을 따라 높다랗게 쌓여있는 서책들 그리고 두툼한 흙벽의 사이 힘겹게 튀어나온 통나무의 옹이까지도 눈으로 들어와 가슴 속에 내려앉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공연한 감상이었다.

투박한 탁자의 모서리를 잡았다.

두 팔뚝이 실룩거렸다.

드르륵.

탁자가 비명을 지르며 밀렸다.

널따란 전돌(塼)로 이어진 바닥. 그 중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들어라.”


들려진 전돌. 좁다란 구덩이 보였다.

고휘가 그 구덩이를 힐끔 보고는 청유와 마주하였다.

“한 몸 비집고 들어가기는 버겁지만 그 입구의 아래. 제법 널찍하지. 셋이 몸을 구겨넣기에 그리 좁지는 않을게다.”

청유이 목소리는 힘겨워보였다.

“사부...”

고휘가 피식 웃었다.

“후후. 너희들이 살기 위해 가는 길이 아니다. 잠시 후... 이 산채에서 목숨을 내어줄... 오십여 원혼을 달래기 위해 가는 길이지. 힘겹더냐?”

“...”

셋 모두의 입은 굳게 닫힌 채 그대로였다.

고휘의 표정은 죽음을 기다리는 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 힘들게다. 하지만... 이리 힘겹고 이리 슬픔이 커도... 그것 또한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 지나갈 터. 그 힘겨움을... 너무 붙잡지 말거라.”

잠시의 침묵. 시선이 오갔다.

고휘가 마지막 당부인 듯 눈을 끔벅였다.

“우리의 원을 갚기 위해 너무 조급하게 움직이지 말거라. 십년이 지나고 백년이 지나면 어떻겠느냐? 내, 저승에서... 느긋하게 기다리마.”


청유는 전돌 속 웅덩이에 내려앉은 채, 좁다란 입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고휘가 환하게 웃었다.

사부 고휘가 저리 얼굴을 펴며 웃는 것. 처음이었다.

고휘의 손에 전돌의 귀퉁이가 잡혔는지 얼굴이 실룩였다.

전돌이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닫혀지는 전돌의 건너. 고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돌로 가로막혀 있다고는 하지만... 제법 뜨거울 것이다. 숨쉬기도 힘겨울 것이다. 하지만... 크지도 않은 막사.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요령껏 참아라.”

끼이익.

덮여진 전돌 위. 다시 탁자가 가로 놓이는 듯하였다.


어둠이었다.

온통 흙냄새로 둘러싸인 어둠 속. 오히려 환하게 다가오는 모습은 저 막사 밖. 사부들과 살수들이었다.

타닥 타닥.

전돌의 그 좁은 틈새. 얼핏얼핏 불빛이 일고 있었다.

메마른 막사. 잘도 타는 모양이었다.

연기보다도 먼저 구덩이로 들어온 것은 초열의 불꽃이었다.

전돌은 돌이 아니었다.

붉게 달구어진 돌. 그 열기가 구덩이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숨을 서서히 들이쉬어 몸속에 가두었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두 동생들의 손을 잡았다.

서로 마주잡은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조금은 견딜만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우르르.

막사가 무너진 듯하였다.

자욱하니 밀려드는 연기. 목을 옥죄며 전돌의 틈새를 기어들어오고 있었다.

차라리 지옥이 더 나을 지도 몰랐다.

고휘의 말대로...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정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희미하게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이미 머리 위에 느껴지던 그 뜨겁던 열기가 오래 전에 사라진 듯하였다.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

하지만... 몸을 멈출 수 밖에는 없었다.

때로는 한발을 내딛기 위해 두발을 참아야 하는 것이 살수의 삶이 아니던가.

밖의 모습을 살필 수도 없는 지금. 이 산채를 들이쳤던 그 놈들이라고... 죽음만을 이 산채에 뿌려놓고 그대로 물러났을 것이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는가.

잠시 망설이던 마음을 다시 잡았다.

두 팔에 주었던 힘을 풀며 흙벽에 다시 몸을 뉘었다.

고개를 들어 시커먼 머리 위로 시선을 옮겼다.

전돌의 틈새로 들어오는 빛. 밤의 빛이었다.

또 다시 시간이 흘렀다.


몸을 틀어 두 다리를 펼 수도 없는 좁은 공간. 이미 온몸은 굳은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팔다리는 시리도록 저려왔다.

조그마한 틈새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 두 동생의 얼굴을 살필 만큼은 되었다.

애써 갑갑함을 감추고 있으되 얼굴에 그려진 모습. 괴로움이 역력하였다.

혁린의 말소리는 여전히 낮았다.

“형. 나갈까?”

잠시 눈동자만을 돌려 두 동생을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귀를 열어 불타 뒤덮인 막사의 밖을 찬찬히 살폈다.

어떠한 기척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 놈들이 여전히 이 산채를 살피고 있다면. 눈을 들어 쉬이 살필 수 있는 한낮까지는 버티고 있을 터. 아직은 아니었다.

“아니. 조금만... 두 시진만. 더.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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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여화, 새로운 시작 (一) 18.06.18 724 21 6쪽
103 흔적을 맴돌다 (八) 18.06.15 998 30 13쪽
102 흔적을 맴돌다 (七) 18.06.13 969 26 9쪽
101 흔적을 맴돌다 (六) +1 18.06.11 877 31 9쪽
100 흔적을 맴돌다 (五) 18.06.08 1,094 30 8쪽
99 흔적을 맴돌다 (四) 18.06.06 1,049 30 8쪽
98 흔적을 맴돌다 (三) 18.06.03 1,032 30 9쪽
97 흔적을 맴돌다 (二) 18.06.01 1,090 28 9쪽
96 흔적을 맴돌다 (一) +1 18.05.30 1,052 31 8쪽
95 낭부의 파란(波瀾) (六) +1 18.05.28 1,136 32 14쪽
94 낭부의 파란(波瀾) (五) 18.05.25 1,169 33 7쪽
93 낭부의 파란(波瀾) (四) 18.05.22 1,182 28 8쪽
92 낭부의 파란(波瀾) (三) 18.05.20 1,257 31 9쪽
91 낭부의 파란(波瀾) (二) 18.05.17 1,289 28 8쪽
90 낭부의 파란(波瀾) (一) 18.05.15 1,246 31 8쪽
89 부정(父情) (八) +1 18.05.07 1,470 33 9쪽
88 부정(父情) (七) 18.05.04 1,342 31 7쪽
87 부정(父情) (六) 18.05.02 1,346 30 8쪽
86 부정(父情) (五) 18.04.30 1,339 28 8쪽
85 부정(父情) (四) 18.04.27 1,510 27 9쪽
84 부정(父情) (三) 18.04.25 1,493 25 10쪽
83 부정(父情) (二) 18.04.23 1,559 35 7쪽
82 부정(父情) (一) 18.04.20 1,845 35 10쪽
81 혁린, 새로운 시작 (六) +1 18.04.18 1,726 38 7쪽
80 혁린, 새로운 시작 (五) 18.04.16 1,675 37 7쪽
79 혁린, 새로운 시작 (四) 18.04.13 1,775 35 9쪽
78 혁린, 새로운 시작 (三) 18.04.11 1,763 34 8쪽
77 혁린, 새로운 시작 (二) +1 18.04.09 1,805 35 8쪽
76 혁린, 새로운 시작 (一) +1 18.04.06 1,964 35 7쪽
75 십년지회(十年之會) (七) +1 18.04.04 1,971 36 10쪽
74 십년지회(十年之會) (六) +1 18.04.02 1,966 39 7쪽
73 십년지회(十年之會) (五) 18.03.31 1,818 33 7쪽
72 십년지회(十年之會) (四) 18.03.29 1,891 37 8쪽
71 십년지회(十年之會) (三) 18.03.27 1,880 34 9쪽
70 십년지회(十年之會) (二) 18.03.25 1,926 36 10쪽
69 십년지회(十年之會) (一) 18.03.23 1,969 38 8쪽
68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五) +1 18.03.21 1,998 41 10쪽
67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四) +1 18.03.19 2,008 37 10쪽
66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三) +1 18.03.17 1,970 38 8쪽
65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二) 18.03.15 1,959 39 9쪽
64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一) 18.03.13 2,059 34 10쪽
63 청유, 새로운 시작 (八) +1 18.03.11 2,205 36 12쪽
62 청유, 새로운 시작 (七) 18.03.09 2,070 33 9쪽
61 청유, 새로운 시작 (六) +1 18.03.07 2,119 37 8쪽
60 청유, 새로운 시작 (五) 18.03.05 2,141 39 8쪽
59 청유, 새로운 시작 (四) 18.03.03 2,207 39 9쪽
58 청유, 새로운 시작 (三) 18.02.28 2,282 36 10쪽
57 청유, 새로운 시작 (二) 18.02.25 2,642 35 8쪽
56 청유, 새로운 시작 (一) 18.02.24 2,717 44 7쪽
55 절벽의 끝에서 (七) 18.02.22 2,398 46 9쪽
54 절벽의 끝에서 (六) 18.02.20 2,185 40 7쪽
53 절벽의 끝에서 (五) 18.02.18 2,136 39 9쪽
52 절벽의 끝에서 (四) 18.02.14 2,299 46 9쪽
51 절벽의 끝에서 (三) +1 18.02.12 2,285 44 7쪽
50 절벽의 끝에서 (二) +1 18.02.10 2,302 43 8쪽
» 절벽의 끝에서 (一) +1 18.02.08 2,323 40 7쪽
48 고휘의 최후 (六) 18.02.06 2,266 40 12쪽
47 고휘의 최후 (五) 18.02.04 2,201 38 10쪽
46 고휘의 최후 (四) 18.02.02 2,107 42 8쪽
45 고휘의 최후 (三) 18.01.31 2,121 42 8쪽
44 고휘의 최후 (二) 18.01.29 2,215 45 8쪽
43 고휘의 최후 (一) 18.01.27 2,368 45 11쪽
42 살행 (十一) 18.01.25 2,294 46 7쪽
41 살행 (十) 18.01.23 2,219 48 8쪽
40 살행 (九) 18.01.21 2,363 41 8쪽
39 살행 (八) 18.01.19 2,317 48 8쪽
38 살행 (七) 18.01.17 2,396 45 9쪽
37 살행 (六) 18.01.15 2,361 43 8쪽
36 살행 (五) 18.01.10 2,517 39 6쪽
35 살행 (四) 18.01.09 2,452 46 8쪽
34 살행 (三) 18.01.07 2,621 49 8쪽
33 살행 (二) 18.01.05 2,603 45 9쪽
32 살행 (一) 18.01.03 2,639 48 8쪽
31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五) +1 17.12.31 2,572 48 14쪽
30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四) +1 17.12.31 2,443 47 12쪽
29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三) 17.12.31 2,381 45 10쪽
28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二) +1 17.12.31 2,443 49 7쪽
27 발해는 다시 갈라지고 (一) 17.12.31 2,673 50 10쪽
26 엉터리 사부 (四) 17.12.31 2,753 49 19쪽
25 엉터리 사부 (三) 17.12.31 2,623 50 11쪽
24 엉터리 사부 (二) 17.12.31 2,695 48 12쪽
23 엉터리 사부 (一) 17.12.31 2,839 53 8쪽
22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四) 17.12.30 2,719 56 14쪽
21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三) 17.12.30 2,710 51 11쪽
20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二) 17.12.30 2,757 52 11쪽
19 발해의 깃발은 다시 오르고 (一) 17.12.30 2,878 58 9쪽
18 발주(渤州)의 싸움 (五) 17.12.28 2,961 59 8쪽
17 발주(渤州)의 싸움 (四) 17.12.28 3,028 50 10쪽
16 발주(渤州)의 싸움 (三) 17.12.28 3,174 59 12쪽
15 발주(渤州)의 싸움 (二) 17.12.28 3,460 55 12쪽
14 발주(渤州)의 싸움 (一) +1 17.12.28 3,712 57 11쪽
13 아, 홀한성(忽汗城) (四) +2 17.12.28 3,608 59 15쪽
12 아, 홀한성(忽汗城) (三) +3 17.12.27 3,792 63 9쪽
11 아, 홀한성(忽汗城) (二) +2 17.12.27 4,066 60 9쪽
10 아, 홀한성(忽汗城) (一) +2 17.12.26 4,359 71 13쪽
9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五) +3 17.12.25 4,211 70 15쪽
8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四) +4 17.12.24 4,165 69 8쪽
7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三) +3 17.12.23 4,262 77 9쪽
6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二) +3 17.12.22 4,486 79 9쪽
5 주검 사이를 달리는 아이들 (一) +3 17.12.21 5,042 71 10쪽
4 탈주(脫走) (四) +3 17.12.20 5,162 79 16쪽
3 탈주(脫走) (三) +2 17.12.20 5,211 73 7쪽
2 탈주(脫走) (二) +3 17.12.19 6,267 81 10쪽
1 탈주(脫走) (一) +5 17.12.19 10,166 8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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