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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12.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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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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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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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계약 (1)

DUMMY

Episode 3. 계약





폐가 물을 먹는 느낌과 함께 몸이 급격하게 무거워진다. 어딘가로 꿀렁대며 빨려 들어가는 느낌. 타이밍을 보고 떨어졌으니 찢겨 먹히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안 된다.

정신 차려야 돼.

잠깐만 버티면 된다.

나는 어떻게든 몸을 웅크린 채 호흡을 참았다. 10초, 20초, 30······ 간신히 호흡을 튼 것은 어둠 속에서 말랑한 벽이 손에 닿은 무렵이었다.


“우, 우웩.”


몇 번이나 강물을 게워내고 나서야 간신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레벨 10에 달하는 체력 덕분에 수면과 부딪쳐 숨이 끊어지는 것만은 면했지만, 몸 곳곳의 크고 작은 타박상이 몹시 쓰라렸다.

패닉에 빠지지 않게 호흡을 다스리면서 품속을 더듬어 스마트폰을 켰다.

추락에 고장 났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전원은 무사했다. 큰맘 먹고 방수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샀던 게 다행이었다.


파앗.


플래시가 들어오자 주변의 정경이 어슴푸레 눈에 들어왔다.

넉넉한 위벽의 크기와 둥둥 떠다니는 콘크리트 부산물들.

어룡의 위장은 짐작한 것보다 더 역겨웠다.


“빌어먹을.”


망설임 없이 손을 놓고 다리를 벗어나던 유중혁의 표정이 생생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실제로 당하니까 예상보다 충격이 컸다.


······자신의 동료가 되고 싶다면, 이 정도는 살아나 보라는 거겠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동료. 다른 사람도 아닌 유중혁에게 그 단어가 가지는 무게는 그만큼 컸다. 1회차의 회귀가 실패한 이래로, 유중혁은 진짜 ‘동료’를 만든 적이 없었다.

회귀자인 그의 성장세를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인간은 드물다. 때문에 그는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며 구원자로 추앙 받았고, 자연히 외로워졌다.


유중혁에게 ‘인간’은 부하 아니면 적일 뿐.


그러니 이것은 시험이었다.

동등한 위치에 서고 싶다면, 이 정도는 혼자 해결해 보라는 시험.

······어디까지나 유중혁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동료 좋아하네······ 미친 싸이코패스 새끼.”


나는 개헤엄을 쳐 둥둥 떠 있는 스티로폼 판넬 위로 간신히 몸을 끌어 올렸다.

뜨끈한 위장의 온기 덕에 추위는 한결 가셨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떨어지며 들려왔던 메시지 로그를 재생해보았다.


[시나리오 클리어에 실패했습니다.]

[유료 정산이 시작됩니다.]

[채널 수수료로 100코인이 감산되었습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당신의 호쾌한 발언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100코인을 후원 받았습니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100코인을 후원 받았습니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의 경솔한 발언에 실망합니다.]


꽤나 많은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게다가 내게 수식언을 노출한 성좌들의 후원이 눈에 띄었다.

아마 유중혁과 나눴던 마지막 대화 때문이겠지.

하나하나 성좌들의 메시지를 읽으며 코인을 회수하고 있자니,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만약 첫 번째 <배후 선택>에서 이녀석들 중 하나를 골랐다면, 이런 상황은 안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유중혁을 직접 상대해보고 나니 확실히 알겠다.

제천대성이 최상급의 배후성이기는 하지만, 역시 그 녀석 하나로는 무리다. 유중혁에게 맞서려면, 단순히 ‘배후성’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그것을 얻게 될 것이다.


철벅.


위장벽이 꿀렁거리며 어룡의 내부에서 작은 파도가 일었다.

씨-커맨더가 어딘가로 이동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계산했다.

‘멸살법’에 따르면 어룡들은 먹이를 섭취한 후 3시간 전후로 위산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즉, 내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하, 이거 아쉽게 됐네요. 아주 흥미진진했는데.]


허공에서 치지지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깨비?”


[네, 맞습니다. 전혀 당황하시질 않네요?]


“올 줄 알고 있었어.”


[흐음. 마치 절 기다리고 계셨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기다렸지, 당연히.”


허공에 팟, 하고 빛이 들어오며 도깨비가 나타났다. 표정만으로는 녀석의 속내를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흥미롭다는 티가 역력했다.

나는 부러 태연히 말을 이었다. 여기서부터 기세에 밀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나한테 받아가야 할 코인이 있잖아?”


[······코인이라뇨?]


“내가 시나리오에 실패했으니까 대가로 코인을 받아 가야지.”


[흠, 목숨이 아니라요?]


“목숨을 가져가는 거였다면 실패 결과란에 ‘사망’이라고 표기하고 말지, 물음표 세 개를 써 놓지는 않았을 거야. 이건, 협상의 여지가 있단 얘기 아닌가?


[······하하하. 재밌네요.]


사실 내 말에는 허점이 있었다.

시나리오 메시지의 ‘실패 시 : ???’라는 문구는 말 그대로 실패의 패널티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니까.

대가로 코인을 요구한다는 것은 그저 억측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틀렸나?”


내가 시나리오에 관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잠깐 멈칫 하던 도깨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놀랍군요. 고작 그런 단서로 거기까지 추리하다니······ 과연 성좌님들의 관심을 받는 화신체 다워요.]


도깨비는 진심으로 감탄한 말투였다.


[당신 말대로, 서브 시나리오는 실패해도 코인만 지불할 수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얼마지?”


[5100코인을 지불하세요. 그럼 목숨만은 부지하게 해 드리죠.]


나는 현재 보유 중인 코인을 확인했다.


[보유 코인 : 5100 C]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자식이 지금 난장을 까는군.


“그건 너무 많아.”


[하하, 그럼 뒈지시던지? 코인을 받겠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제 재량일 뿐입니다. 수틀리면 그냥 여기서 끝낼 수도 있습니다만?]


“그럼 죽여 보든가.”


[······예?]


“죽여 보라고.”


[······.]


“못 죽이겠지?”


도깨비는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녀석은 나로 인해 꽤나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이니까. 게다가 죽일 생각이었다면 애초부터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내려왔을 리가 없다.

놈에겐 내가 여기서 살아나거나, 최소한 비참하게 죽어가야만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하. 이거 진짜 열 뻗치네. 이봐요, 지금 나랑······.]


도깨비의 일자형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슬슬 도발은 그만두고 본론에 들어가볼까.


“하급 도깨비 비형(鼻荊). 이야기꾼(Streamer) 활동은 할 만한가?”


표정에도 균열이 생긴다면 정확히 저런 모습일 것이다. 처음으로 도깨비 비형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어, 어떻게 내 이름을?]


“최근에 방송할 맛 안 나지 않아? 성좌들 씀씀이도 영 쪼잔하고 말야.”


[다, 당신 대체 뭡니까? 인간 따위가 어떻게 그 사실을······.]


바들바들 떨리는 비형의 뿔.

그럴 법도 하지.

평범한 인간이 스타 스트림(Star stream) 시스템에 관해 알고 있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소수의 성좌들이 당신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습니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의 계획에 눈을 반짝입니다.]


이제부터의 이야기는 성좌들이 들어서 좋을 게 없다. 나는 입모양으로 비형에게 말을 걸었다.


“일단 채널 잠깐 닫고 얘기하지?”


고민하던 비형이 채널을 닫았다.


[#BI-7623 채널이 닫혔습니다.]


성좌들이 채널에서 빠져나가자, 비형도 본색을 드러냈다.


[이제 말씀하시죠. 당신, 평범한 인간 주제에 어떻게 성류방송(星流放送)에 관해 알고 있는 겁니까?]


“그건 중요한 게 아냐.”


[예?]


“비형, ‘도깨비 왕’이 되고 싶지 않아?”


[지금 무슨―]


“독각(獨脚)이나 길달(吉達)을 뛰어넘는, 이매망량(魑魅魍魎)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고 싶지 않냔 말이다.”


비형의 안색이 변하고 있었다.


“도깨비 비형, 나와 계약해라. 그럼 내가 너를 도깨비들의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


작가의말

후원금을 보내주신 루도스님, 고기돌이님, erdion님, crxn님,  n4128_alexhkkim315님, 닝겐입니다님, tls123님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응원, 사려 깊은 조언을 남겨주신 많은 독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 분 답변을 달아드리진 못하고 있지만 독자님들 댓글을 읽으며 늘 웃습니다.


내일은 토요일이고 해서 두 편을 올릴까 합니다. 

아마 낮 12시 무렵에 한 편, 오후 8시 무렵에 한 편 해서 두 편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때문에 내일은 정시에 업로드가 되지 않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두 즐거운 불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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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pisode 1. 유료 서비스 시작 (2) +42 18.01.06 17,188 615 9쪽
2 Episode 1. 유료 서비스 시작 (1) +77 18.01.06 18,107 717 10쪽
1 Prologue.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61 18.01.06 19,615 56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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