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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숑
작품등록일 :
2017.12.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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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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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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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계약 (2)

DUMMY

스타 스트림 시스템.

성류(星流) 방송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스템은, 쉽게 말하면 전 우주를 상대로 한 중계 활동이었다.

구독자는 저 먼 은하의 꼭대기에 있는 성좌들.

배우는 나와 같은 인간들.

그리고 그 둘을 잇는 이야기꾼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도깨비였다.


[하, 하하하하핫! 미쳤군! 미친 인간이야! 다른 성좌들의 후원을 거절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비형은 한참이나 그렇게 웃어대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당신이 어떻게 성류 방송에 대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는 성좌가 아닌 도깨비라, 당신의 배후성이 되어줄 수는 없거든요.]


“내 말을 오해한 모양이네. 나는 날 ‘후원’하라고 말한 적은 없어.”


[예?]


“네가 약해빠진 도깨비란 건 잘 알아. 나는 네 힘을 필요로 하는 게 아냐. 네 ‘채널’을 필요로 하는 거지.”


[내 채널?]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걸 보면 한글패치가 덜 된 모양이지?”


[아니, 이보세요.]


“쉽게 말해 주지. 나는 네 채널과 전속 계약을 맺고 싶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비형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 지금 나랑 <스트림 계약>을 맺잔 말입니까?]


“그래.”


스트림 계약은 본래 도깨비와 성좌들 사이에 맺어지는 계약이었다.

성좌들은 자신의 화신을 특정 채널에 출연 시키고, 도깨비는 해당 성좌의 화신이 벌어들이는 코인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러니 본래라면 이 계약에서 화신 본인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말이 후원이지, 사실 계약한 화신은 배후성의 노예나 다름없으니까.


[하핫, 이거 골 때리는군.]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눈을 가린 비형이 웃었다. 주변의 공기가 변하고 있었다.


[어디서 뭘 들은 건진 모르겠지만, 인간이 감히 <스트림 계약>을 언급해? 그것도 배후성도 없는 하찮은 벌레 새끼가?]


말투가 변했을 뿐인데 주변이 살기로 가득 차올랐다. 역시, 하급 도깨비라도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하지만 고작 저런 것에 물러설 거였다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지.


“배후성이 없으니까 계약을 맺을 가치가 있는 거야.”


[······뭐?]


“넌 성좌들이 채널에 들어오는 목적이 뭐라고 생각해?”


갑작스런 질문에 비형은 머리 나쁜 학생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하급 도깨비를 위한 특강 시간이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너도 알고 있는 정보들이니까. 하지만 복습하는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고.”


어느새 내 페이스에 말려든 비형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 스트림의 구독좌(購讀座)들은 크게 두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어. 하나는 채널들을 돌며 따분함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 ‘유희 찾기’ 집단.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과 계약할 화신을 찾고자 하는 ‘화신 찾기’ 집단. 그렇지?”


[그래. 맞아.]


“이 때문에 스타 스트림에서 유명한 채널이 되려면 두 집단 중 하나는 확실히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해. 쉽게 말해서 유희에 충실하든가, 싹수 있는 후원 대상을 찾아주든가. 둘 중 하나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지.”


[제법 박식하군.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성좌들의 구독 목적이 이 계약과 무슨 상관인데?]


“이렇게 힌트를 줘도 모르네. 그러니까 아직도 구독좌 숫자가 세 자리를 못 넘는 거야.”


[······닥쳐. 빨리 말하지 못해?]


작은 뿔을 내게 들이대는 비형은 조금 전까지 사람 머리를 터트려 죽인 도깨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깜찍한 데가 있었다.

이제 놀리는 건 그만하고, 슬슬 운을 떼볼까.


“만약 ‘유희 찾기’와 ‘화신 찾기’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채널이 있다면 어떨까.”


[뭔 헛소리야? 그런 건 불가능해.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잠깐 뿐이라고.]


사실 비형의 말은 맞았다.

모든 성좌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화신 찾기’ 집단의 특성 때문이었다.

‘화신 찾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성좌들은 아무리 흥미로운 화신이 있어도 <배후 선택>이 끝나면 금세 채널을 돌리고 만다.

때문에 ‘화신 찾기’ 집단은 어디까지나 단발적이고 한시적인 고객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배후 선택>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의 이야기지.”


[뭐?]


“만약 어떤 성좌와도 계약을 맺지 않는 화신이 있다면? 그리고 그 화신이, 배후성을 가진 다른 모든 화신들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강력한 화신은 존재 자체로 성좌들의 눈길을 끈다.

한데 그 화신이 계속해서 배후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화신 찾기’ 집단은 채널을 떠나지 않고 구독을 계속할 것이다.


[자, 잠깐! 너, 설마 배후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은 그래서······?]


“그래, 맞아.”


[하······ 이것 참 흥미롭군.]


비형은 기가 막히는 듯 웃어 젖혔다.


[배후성이 없는 최강의 화신이라······ 그런 게 있을 수만 있다면 확실히 스타 스트림 최고의 채널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화신은 존재할 수 없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가 보통이 아니라는 건 인정해. 초반부터 성좌들의 주목도 제법 끌었고, 덕분에 나도 재미를 쏠쏠하게 봤지. 하지만 망상을 해도 정도가 있는 거야. 방금 그런 일을 겪고도 정신을 못 차렸어? 평범한 인간은, 배후성을 가진 화신을 절대로 이길 수 없어. 그게 이 세계의 법칙이야.]


“그건 모르는 거야.”


[너는 이미 기회를 놓쳤어. 네 꼴을 봐라. 메인 시나리오도 아닌 고작 서브 시나리오를 실패하고, 이젠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지. 그런 네놈을 눈독들일 성좌는 이제 어디에도―]


“정말로 없을까?”


[······?]


“지금쯤 성좌들이 난리가 났을 텐데. 아냐? 다들 빨리 채널 열라고 아우성이지 않아?”


비형은 말이 없었다.


“다들 지금쯤 궁금해서 미칠 지경일걸? 대체 저 ‘회귀자’에 대적하는 미친놈은 누구인가. 정말로 ‘예언자’인가? 진짜로 미래를 볼 수 있는 건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룡에게 잡아 먹혔는가?”


[그, 그만! 넌 대체······.]


“지금부터 내가 그걸 보여주려는 거야. 그러니까 너는 닥치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내가 도깨비 왕으로 만들어 준다니까?”


나를 보는 비형의 눈빛이 변하고 있었다. 꿀꺽, 하고 넘어가는 침소리가 내 귀에도 들릴 지경이었다.

비형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여기서 나를 믿어도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렇다면?

비형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이, 일단 시나리오 실패 정산부터 하지. 우선 5100 코인을 준다면······.]


“뭔 소리야? 난 실패하지 않았어.”


[······엉?]


“아마 지금쯤 조건 충족이 됐을 텐데······.”


몸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갑게 굳어가던 몸이 비명을 질렀다.

비형은 여전히 멍청한 얼굴이었다.


“채널이나 열어. 곧 시작될 거니까.”


[시작 되다니, 대체 뭐가―]


그리고 허공에서 메시지가 들려왔다.


[히든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


<히든 시나리오 ― 커맨더 슬레이어>


분류 : 히든

난이도 : A+

클리어 조건 : 어룡 ‘씨-커맨더’를 죽이고 어룡의 뱃속에서 탈출하시오.

제한시간 : 10일

보상 : 9000 코인

실패시 : 사망


+


“거 봐, 준비 하라고 했지?”


멸살법에는 총 세 종류의 시나리오가 있다.

메인 스토리의 진행을 담당하는 메인 시나리오.

자잘한 이벤트를 담당하는 서브 시나리오.

그리고 특별한 조건을 갖춰야만 개방되는 히든 시나리오.


[대체 어떻게······?]


경악으로 일그러진 비형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도깨비가 주관하는 메인 시나리오와 서브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히든 시나리오는 특정 조건이 충족될 시 자동으로 발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넌 몰랐을 법도 하지. 하급 도깨비니까.”


[너··· 대체 뭐야?]


“아무튼, 이걸 클리어 하면 나한테 계약할 능력이 있다는 건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


비형은 어쩐지 우울한 눈으로 시나리오 화면을 노려보았다. 그는 염려스런 눈빛으로 나를 살피더니 물었다.


[이 시나리오, 난이도가 A+라고. 정말 클리어할 수 있다고 믿는 거야?]


“그래.”


어룡의 위장벽에 한강물이 부딪치며 작은 파도가 일었다. 비형이 다시 입을 연 것은 파문이 잠잠해질 무렵이었다.


[······좋아. 만약 네가 이 시나리오의 클리어에 성공한다면, 계약에 응해주겠어.]


“계약 조건은 시나리오 클리어 후에 협의하도록 하지.”


[건방지긴······ 그럼 다시 채널 개방할 테니까, 어디 열심히 해 보라고.]


“아, 잠깐만.”


벌써 가선 곤란하다. 꼭 확인해야 할 게 있으니까.


“네가 해 줘야 할 게 남았어.”


[······또 뭐야?]


비형은 어쩐지 귀찮은 듯한 음색이었다.


“나한테 발생한 시스템 오류를 좀 고쳐줘.”


[시스템 오류라고?]


“난 특성창이 안 열려.”


[그럴 리가? 시스템엔 오류가 있을 수 없어. 시나리오 시스템은 완벽 그 자체라고.]


“살펴보고 말하든가.”


비형은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허공에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도깨비 ‘비형’이 당신에게 ‘시스템 간섭’을 시도합니다.]


시스템 간섭.

시나리오 간섭 권한을 가진 도깨비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 간섭 스킬.

사실 내가 ‘특성창’을 볼 수 없는 이유가 오류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적어도 도깨비라면, 뭔가를 알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알아낼 수 없더라도, 그것 또한 나름대로의 소득이겠지.


[전용 스킬, ‘제 4의 벽’이 발동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며 비형이 기함을 했다.


작가의말

후원금을 보내 주신 루도스님, 풍뢰신권님, 요리혼님, crxn님, craeazy님, tls123님께 감사드립니다.

댓글과 추천을 남겨 주신 다른 독자 분들께도 인사드립니다.

역시나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두 번째 글은 오늘 오후 8시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p.s 추천글을 남겨주신 WooSung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더 재미있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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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isode 5. 어둠 파수꾼 (2) +125 18.01.20 30,282 1,403 14쪽
20 Episode 5. 어둠 파수꾼 (1) +89 18.01.19 30,644 1,283 16쪽
19 Episode 4. 위선도 선이다 (4) +101 18.01.18 30,832 1,345 15쪽
18 Episode 4. 위선도 선이다 (3) +79 18.01.17 31,608 1,323 16쪽
17 Episode 4. 위선도 선이다 (2) +101 18.01.16 32,622 1,339 16쪽
16 Episode 4. 위선도 선이다 (1) +94 18.01.15 32,055 1,383 12쪽
15 Episode 3. 계약 (4) +145 18.01.14 32,803 1,458 13쪽
14 Episode 3. 계약 (3) +94 18.01.13 32,175 1,362 14쪽
» Episode 3. 계약 (2) +92 18.01.13 31,581 1,233 10쪽
12 Episode 3. 계약 (1) +131 18.01.12 32,260 1,284 8쪽
11 Episode 2. 주인공 (5) +89 18.01.11 32,903 1,203 15쪽
10 Episode 2. 주인공 (4) +85 18.01.10 32,698 1,235 12쪽
9 Episode 2. 주인공 (3) +65 18.01.09 33,347 1,172 13쪽
8 Episode 2. 주인공 (2) +89 18.01.08 33,909 1,244 10쪽
7 Episode 2. 주인공 (1) +123 18.01.07 35,348 1,338 15쪽
6 Episode 1. 유료 서비스 시작 (5) +80 18.01.06 34,790 1,265 15쪽
5 Episode 1. 유료 서비스 시작 (4) +32 18.01.06 34,957 1,133 14쪽
4 Episode 1. 유료 서비스 시작 (3) +48 18.01.06 36,008 1,158 11쪽
3 Episode 1. 유료 서비스 시작 (2) +60 18.01.06 37,683 1,279 9쪽
2 Episode 1. 유료 서비스 시작 (1) +112 18.01.06 39,700 1,426 10쪽
1 Prologue.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87 18.01.06 43,189 1,14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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