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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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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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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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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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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지랄 (2)

DUMMY

한수아가 취업한 회사는 세계적인 대기업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알아주는 대기업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 회사에 다니는 사원들 대부분은 잘 사는 집 자식들이었다.

물론 부장급 이상, 사십 대를 넘어서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지만 이, 삼십 대 젊은 층은 대부분이 그랬다.

흔히 말하는 재벌 3세 같은 다이아몬드 수저 수준은 아니었지만, 한수아의 집에 비하면 매우 잘 사는 집안 출신들이었다.

다들 못해도 은수저 이상은 되는 집안 출신들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였다. 계급주의 사회는 조선시대로 끝을 내렸다.

하지만 인간이 으레 그렇듯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자신의 자식들에게 내려주고 싶어 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은 바로 돈이었다.

그리고 그런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교육이었다.

있는 집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더 좋은 직업일수록 잘 사는 집 자식들의 비율이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한수아가 다니는 회사의 젊은 층 사람들은 대부분 잘 사는 집 자식들이었으며, 그런 회사에서 한수아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또래 직원들과 대화를 몇 번 해보고 그 사실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누며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 시절 때 방학에 한 번 씩 부모님을 졸라서 외국 여행을 다녀왔단 이야기라던가, 가족 중 누군가가 엄청 비싼 외제차를 샀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바로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마치 TV 토크쇼에 나온 연예인들이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다.


그렇다고 한수아가 딱히 기가 죽거나 그들과의 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주류 그룹들 중 일부가 그녀를 은근히 따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따돌리기 시작한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대놓고 그녀를 괴롭히진 않았지만 패거리를 형성해서 뒤에서 자꾸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고, 웃으며 대하면서도 은근히 상처 주는 말들을 농담이라는 듯이 꾸미며 던져댔다.

이 상황이 한수아는 왠지 익숙했다.

‘꼭 여중생들 같네.’

그들이 하는 짓을 보며 느낀 한수아의 감상이었다.

그들이 하는 짓이 마치 사춘기를 겪는 여학생들 간에 생겨나는 미묘한 정치싸움과 따돌림 같았다.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단 이유만으로 따돌린다.

아니,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 이유들을 자기들끼리 만들어 낸다.

그렇게 자신들이 정상이고, 자신들과 다른 사람은 모두 이상한 것처럼 만들며 자신들을 합리화 시킨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춘기 시절이 지나고, 여러 가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성향이 서서히 사라져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곳에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았다.

어쩌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사춘기 시절의 그 정치싸움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그 시기에 머무르게 된 것이 아닐까.

한수아는 그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자. 다들 퇴근하시죠.”

퇴근시간이 되자 부장님께서 자리에 일어서며 부하직원들에게 말했다.

‘드디어 끝났구나.’

한수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퇴근할 준비를 했다.

오늘은 야근을 했던 어제보다 힘들었던 하루였다.

아마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리라.

그전부터 자신을 뒤에서 욕하고 은근히 따돌리던 사람들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고 살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들이 욕하는 사람에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오빠까지 섞여 있다는 것 때문에 하루 종일 짜증이 나있었다.


과거에 한수아는 오빠인 한수용을 좀 한심하게 봤었다.

항상 세상에 불만만 많고 열심히 살려고 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정신을 차린 것인지, 갑자기 열심히 일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한수아는 오빠를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가끔 ‘과자’를 외쳐대며 발작증세(?)를 일으키긴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오빠가 여전히 한심하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누군가 수군거리는 것은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내 가족을 내가 욕하는 건 괜찮을지도 몰라도 남이 내 가족을 욕하는 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퇴근 준비를 끝마친 한수아는 부서 동료들과 함께 건물 입구로 나왔다.

서로 가식적인 미소를 지은 채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입구로 나오니 회사 주차장이 보였다.

그곳에는 다양한 차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오늘따라 유독 눈에 띄는 차가 한 대 있었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한수아가 보기에도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제차가 한 대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빵~빵~

자신들이 주차장 쪽으로 다가오자 그 외제차에서 크락션을 울려댔다.

‘또 누구 남자친구가 태우러 왔나 보네.’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항상 자기들 잘 사는 걸 자랑하고 싶어 하는 부류의 인간들이 종종 능력 있는 남자친구를 사귀었을 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수아는 그 차를 그냥 지나쳐 가려 했다.

그 때 마침 외제차의 창문이 열렸다.

그런데 그 차에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 타고 있었다.


“수아야!!”

그는 바로 한수아의 오빠인 한수용이었다.

평상시와 다른 고급스러운 양복차림에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지만, 본판은 어디 안 간다고 누가 봐도 자신의 오빠였다.

“오, 오빠!?”

한수아는 당혹스러움에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수용은 느긋하게 차에서 내려 동생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수아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한수용은 동생 쪽으로 다가간 후 한수아의 직장 동료들에게 인사했다. 고개를 숙이며 점잖게 인사를 하는데도 말투나 행동에서 당당함이 묻어 나왔다.

“아, 예. 안녕하세요.”

한수용의 인사를 받은 직장 동료들은 매우 당황한 상태였다.

어젯밤에 봤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에 상황 파악이 안 됐던 것이다.

“집에 일이 좀 있어서, 수아 좀 데리고 가겠습니다.”

한수용은 여전히 굳어 있는 한수아의 직장동료들에게 말한 후 마찬가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한수아의 손을 붙잡고 외제차로 향했다.



“크크큭. 야 아까 그 사람들 표정 봤어?”

차에 타서 시동을 걸자마자 한수용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게감 있고 진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었다.

한수용은 차에 시동을 건 후,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자기 차 쪽을 바라보고 있는 직장동료들 쪽을 바라봤다.

“어휴 꼬셔라.”

한수용은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꼬시고 자시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제야 정신이 좀 돌아온 한수아가 오빠에게 소리쳤다.

“이 차는 어디서 난거야!? 그리고 그 옷은 또 뭐고!?”

“어디서 나긴 어디서 나. 돈 주고 샀지.”

“오빠가 돈이 어딨어!?”

물론 한수용이 땡전 한 푼 없는 거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세단 차량. 명품에 대해 잘 모르는 자신도 어디서 주워들은 적은 있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의 정장. 손목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저 비싸 보이는 시계.

하나같이 비싸 보이는 물건들이었다.

특히 막노동 일을 하고 있는 한수용이 사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싸 보였다.

“어, 어디서 훔쳐 온 건 아니지!?”

종종 발작증세를 보이던 오빠가 드디어 미쳐서 사고를 친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 한수아였다.


“자, 봐.”

한수용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계좌를 열어서 통장 잔액을 보여줬다.

“이, 이게 뭐야!?”

한수용의 핸드폰에 찍혀있는 금액을 본 한수아는 경악했다.

거기에는 십억이 넘는 돈이 찍혀 있었다.

사실 한수용이 채굴장 두 곳을 준비하고도 여전히 수백억이 넘는 돈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큰돈을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통장 중 하나만 한수아에게 보여줬다.

“오, 오빠. 어디서 사기라도 치고 다니는 거야?”

“하?”

“아니다. 오빠 머리로 사기를 칠 수 있을 리도 없고. 혹시 로또라도 당첨된 거야?”

한수아는 한수용이 갑자기 이렇게 큰돈을 번 방법이 뭘까 하고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두 가지 외에는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넌 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냐? 다 일해서 번 돈이야 이것아.”

“무슨 일을 하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 막노동이 원래 그렇게 돈 많이 버는 일이야!?”

“나 막노동 안 해. 사실은 사업하고 있어.”

“엥!?”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숨긴 거지, 사실은 사업하고 있다.”

“대체 무슨 사업이길래 돈을 그렇게 많이 벌어?”

이제 전역한 지 삼 년 좀 넘은 인간이 땡전 한 푼 없는 상태에서 십억이 넘는 돈을 번다니. 한수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알려줄게. 자, 내리자.”

한수아와 대화를 나누며 운전을 하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수용 때문에 너무 놀라 경황이 없던 그녀는 한수용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온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그녀의 눈앞에 커다란 백화점이 보였다.

“여기는 왜?”

“왜긴 왜야. 니 선물 사주러 왔지.”


한수용은 한수아를 이끌고 백화점의 명품 매장으로 들어섰다.

“자, 골라.”

“여, 여기서 사라고?”

한수아는 당황스러움에 말을 더듬거렸다.

종종 백화점에 올 때는 있었지만 그 때마다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갔던 곳이 바로 이 명품매장이었다.

자신과는 연이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여기서 갖고 싶은 걸 고르라니.

“돈지랄이다 진짜.”

아무리 통장에 십억이 넘는 돈이 있어도 이렇게 명품만 사대다간 금세 다 떨어질 것이다. 한수아가 느끼기에 정말 돈지랄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건 뭐 사줘도 지랄이야. 그리고 니 꺼만 고르지 말고 엄마 꺼도 같이 골라. 이따가 아빠 선물도 같이 고르자.”

“알겠어~”

한수용이 돈을 막 쓰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자신과 부모님께 선물을 하겠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한수아는 백화점에 있는 모든 명품 매장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핸드백 하나와 어머니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핸드백을 하나 골랐다.

그 후 한수용과 함께 남성 명품 매장을 돌아다니며 아버지에게 선물해 줄 정장을 한 벌 골랐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끝마친 한수용은 차를 몰아서 집 근처로 향했다.

그리고 집 앞이 아니라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후, 한수아와 함께 고른 선물들을 챙겼다.

“오빠 차를 왜 여기 세워?”

“부모님께는 아직 사업한다는 얘기를 못 드렸으니까. 괜히 이런 차 몰고 다니는 거 보시면 엄마 아빠 입에 거품 무신다.”

“그건 그러네.”

검소하신 부모님이라면 그러고도 남으실 거다.

“자, 그리고 이거.”

한수용은 짐을 모두 챙긴 후 차에서 내리며 한수아에게 자동차 키를 넘겼다.

“응? 이건 왜?”

“차 너 쓰라고.”

“엥!?”

“나 사업할 땐 어제 본 트럭만 있어도 돼. 이런 차 일하느라 쓰지도 못한다. 내일 다시 일하러 갈 때 트럭 몰고 갈 거라서 이 차 여기 두고 가야 돼 어차피.”

“그럼 이 비싼 차를 왜 산거야!?”

“너 쓰라고. 회사에서 무시당하지 말고. 응?”

“미친··· 진짜 돈 지랄이다···”

한수아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서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돈을 너무 막 쓰는 한수용이 걱정이 되기도 했고, 자신이 무시당할까봐 걱정돼서 이렇게까지 해준 오빠가 너무나 고맙기도 했다.

“그치. 돈이 참 지랄 맞지.”

한수용은 별거 아니란 듯이 ‘훗’하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작가의말

한화 분량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썻는데 쓰다보니 꽤 길어졌네요. 하하


한수용이 스포츠카 대신 세단종류를 구입한 이유는 화려함 보다는 있어보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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