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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크루
작품등록일 :
2017.12.2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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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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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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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리 (2)

DUMMY

하긴.

선물을 고르라고 했을 때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정말 괜찮아서 이겠는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하는 선의의 거짓말이겠지.

이렇게 어머니와 한수아가 쇼핑으로 신 내고 있을 때 한수용과 같은 남성인 아버지는 매우 피곤함을 느끼고···

“어? 아버지?”

분명 몇 분 전까지 자신의 옆에서 함께 한수아와 어머니의 뒤를 쫓던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강대한 씨! 혹시 아버지 못 보셨어요?”

옆에서 함께 쇼핑을 지켜보고 있던 경호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강대한이 한 곳을 지긋이 바라보셨다.

“저기 오고 계시네요.”

강대한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보니 아버지께서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계셨다.

“아버지.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허허허허.”

아버지는 한수용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만족스럽단 웃음소리를 흘리며 한수용이 들고 있던 종이가방 중 하나에 네모난 케이스 하나를 넣으셨다.

“아들.”

“예?”

“남자는 시계란다.”

“···”

예. 그렇죠. 남자는 시계죠.

처음 백화점에 들어올 때 각자 맘 편히 쇼핑하라고 카드 한 장씩 드리긴 했는데, 대체 언제 시계를 사러 다녀오신 거지.

방금 아버지가 넣으신 케이스를 언뜻 바라보니 ‘ROLE☆’라는 브랜드명이 보인다.

‘못해도 천만 원은 넘겠구만.’

다행히 아버지께서도 쇼핑을 즐기고 계신가 보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다 돌았다아~!!”

한 시간 반에 걸친 명품샵 투어가 드디어 끝이 났다.

‘어우 피곤해 죽겠네.’

“자 그럼 이제 캐쥬얼 매장 가자 엄마!”


이건 또 웬 해괴망측한 소리란 말인가.

여기서 쇼핑을 더 했다간 정말 두 팔이 끊어질 것 같다.

그런 한수용의 속마음과 달리 어머니와 한수아의 텐션은 이미 대기권을 뚫을 기세로 솟구쳐 있는 상태였다.

“이제 곧 백화점 영업이 끝날 시간입니다.”

그 때, 내 불쌍한 표정을 보고 동정심이 생겼는지 강대한이 날 구원해줬다.

“아 그래요?”

“아쉽네. 좀 더 돌아볼 수 있었는데.”

“엄마! 우리 다음엔 주말에 일찍 와서 같이 쇼핑하자!”

지금 저 둘의 텐션이라면 주말 오픈 때 백화점에 들어와서 마감 때까지 쇼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음번엔 카드만 주고 경호원이랑 같이 쇼핑하게 해야겠다.’

한수아가 퇴근한 저녁 시간에야 백화점을 와서 다행이었지, 생각 없이 주말 낮에 왔었다면 정말 골로 갈 뻔 했다.

한수용이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가족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백화점을 나섰다.

그 뒤로 옷이며 가방이며 양 손에 짐을 바리바리 들고 있는 한수용이 그들을 뒤쫓았다.

“말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수용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강대한에게 감사인사를 건넨다.

“하하. 좀 많이 힘들어 보이더군요.”

강대한이 그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 김에 이 짐들도 좀 같이 들어주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안전한 경호를 위해서 손에 경호와 관련 없는 짐을 들지 않는 게 매뉴얼이라서요.”

“아. 예. 매뉴얼이요.”

씁. 왜 매뉴얼이라는데 속는 기분이지.



“돈이 많으니 좋긴 좋구나.”

마사지 침대에 누운 채 테라피스트에게서 관리를 받으며 어머니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녀는 한수용이 백화점 쇼핑 후 데려온 호텔에 달린 스파에서 느긋하게 마사지를 받는 중이었다.

“치. 아까 나한텐 뭐라고 했으면서.”

마찬가지로 옆에 있는 침대에서 관리를 받고 있던 한수아가 툴툴거렸다.

“얘는. 오빠가 위험할 뻔 했다는데, 돈 생각만 하니깐 그렇지.”

“내가 돈 생각만 한다니! 어차피 재판이랑 다 끝났으니깐 그렇게 말한 거지. 오빠 팔 다치고 왔을 때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래 그래. 알았어.”

“치.”

그렇게 잠시 모녀간에 투닥거리는 대화가 오갔다.

“흐으음.”

테라피스트가 여기저기 몸에 뭉쳐있는 부위들을 풀어주자, 모녀는 기분 좋은 신음 소리를 냈다.

“참 좋다.”

“그러게 엄마. 참 좋네.”


한수용은 호텔 방 창가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은 채 와인잔에 든 와인을 홀짝이며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다시 과거로 돌아오고 9년이 흘렀다.

앞으로 세 달만 지나면 자신이 죽었던 그 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너무나 다른 상황이다.

그 때의 한수용은 쥐뿔도 가진 것도 없었으며,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세상에 불평불만만 많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암호화폐를 통해 엄청난 부를 얻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공짜로 얻은 부는 아니었다.

처음 비트코인에 투자할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 63빌딩 창문 닦기, 염습 등. 별에 별 알바를 해가면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큰돈을 만들고, 다시 그 돈으로 정종철과 채굴장 사업을 벌이며 개고생을 했다.

채굴장을 접고 나니 정종규가 자신을 노리기 시작했고, 그 덕에 자신과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의 안전을 위해서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한수용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정말 노력하면서 살았다고.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이만한 부가 그저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 부가 아님을.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미래를 알고 있는 상태로 과거로 돌아왔다.

도대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찌 보면 한수용이 과거에 그렇게 부러워했던 재벌 3세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욱 얻기 힘든 행운일 것이다.

자신이 한 일. 자신이 앞으로도 해 나가야 할 일은 바로 기적적으로 얻은 이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었다.


“수용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니?”

어느새 다가온 아버지께서 한수용의 맞은 편 의자에 앉으시며 물었다.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한수용의 대답을 들은 아버지께서는 방에 달린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엿다.

“이렇게 느긋하게 서울 야경을 구경하는 것도 참 좋구나.”

“그러게요 아버지.”

확실히 아버지의 말대로 느긋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꽤 운치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저 야경이 사실은 다 밤에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끔찍한 현실이 숨어 있지만.

어찌 됐든 이런 가족들과 함께 이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건 참 즐거운 일이었다.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앞으로도 이렇게 느긋하게 생활할 수 있으려나.’

아버지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해보는 한수용이었다.



“느긋해지긴 개뿔!”

가족들과의 즐거운 하루를 보낸 이후 한수용은 오히려 두 배는 바빠졌다.

이제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안전까지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강대한을 고용했던 경호업체에 의뢰해서 부모님과 한수아에게 각각 두 명씩의 경호원을 붙였다.

그리고 한수용에게 붙는 경호원도 두 명 더 늘려서 이제는 세 명의 경호원과 항상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 부자들이 이렇게 경호원을 여럿 대동하고서 생활하는 건지 의아할 지경이다.

물론 대기업 회장이라든가 유명한 정치인들이야 당연히 경호원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수용은 대기업 재벌가도 아니고, 유명 정치인도 아니지 않은가.


가끔 인터넷에서 봤던 강남 건물주들의 이야기를 보면, 하는 일이라곤 그저 골프 치며 놀러 다니고 하루에 1~2시간 정도 건물 입주민들과 불편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전부라고 했던 것 같았다.

한수용은 머릿속으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할 때, 항상 빨간색 화려한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며 예쁜 여자들을 옆자리 끼고 다니는 그런 모습들만 상상해왔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막상 현실은 지금 한수용처럼 칙칙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생활하던 것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어찌됐던, 한수용은 자신과 부모님의 경호원을 늘리는 걸로 그치지 않고 부모님께 경호원을 붙인 김에 경호원들과 함께 타고 다닐 차까지 추가로 구입했다.

또한 현재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현재 살고 있는 빌라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경호원들 보고 빌라 입구를 지키고 있으라고 시킬 수도 없고 말이다.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는 안전성이 보장된 개인주택을 찾고 있지만, 아직 딱 맞는 매물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 외에도 주식, 투자, 부동산, 법 등 돈과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돈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안전하게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 때 맡겼던 일은 어떻게 됐나요?”

“예. 일단 최초로 한수용 씨 사진을 무단으로 게시한 기사를 쓴 기자들 세 명은 고소를 했습니다. 그 외에 SNS에 퍼진 사진들 같은 경우에는 사진을 내려달라고 권고 조치만 한 상태입니다. 그거까지 일일이 다 고소를 하긴 힘드니까요.”

박지훈 변호사가 깔끔하게 정리된 관련 서류를 건네주며 대답했다.

위이잉~

박지훈 변호사와 한참 대화를 하는데 한수용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핸드폰 번호를 확인한 한수용이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전홥니까?”

“모르는 번홉니다.”

“예?”

“모르는 번호요. 그 기사 나간 이후로 요즘 계~~속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대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건지. 마지막으로 본 게 십년도 더 된 초등학교 동창, 중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에 만난 적은 있나 싶은 먼 친척들까지 자꾸 연락이 온단 말입니다!”

심지어 한수용은 군대를 전역하고 한 번, 채굴장 사업을 접으면서 또 한 번 번호를 바꾼 상태였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자신의 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해대고 있으니 그들의 능력이 실로 놀랍기 그지없었다.

한수용의 한풀이에 박지훈 변호사는 그저 큭큭대며 웃기만 했다.

“유명인의 비애로군요.”

“이런 유명인 별로 하고 싶지 않네요.”

한수용도 한 때 부자가 되서 유명해지고 싶다는 상상을 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은 사양하고 싶었다.


“아무튼, 이거 좀 어떻게 안 됩니까?”

한수용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흔들며 박지훈 변호사에게 물었다.

“그것도 고소해 드립니까?”

“오! 이것도 고소가 됩니까?”

드디어 끝없는 전화 퍼레이드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당연히 안 됩니다.”

“네?”

“아니. 전화 한 번 걸었다고 고소는 좀 그렇잖아요. 너무 그렇게 뭐든지 다 고소하려고 하지 마세요. 무슨 고소 중독자도 아니고.”

“크흠.”

한수용은 박지훈 변호사에게 팩트로 명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요새 자기한테 방해되는 일들은 몽땅 다 고소하면서 살다보니, 고소를 무슨 만능 키 쯤으로 여기고 있던 한수용이었다.


작가의말

내일이면 드디어 설 연휴네요.

다들 즐거운 설연휴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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