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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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fmels4309
작품등록일 :
2017.12.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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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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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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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괴물을 죽이는 것

DUMMY

랜서가 절규하면서 왕의 홀에서 죽은 친구의 시체를 끌어안고있던 동안,


금강룡은 황궁의 정원에서 자신이 펼쳐낸 마법의 돔을 유지하고있었다.

그러던 그녀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건 백발의 소녀였다.


"어라? 음? 좌표가 틀렸나?"


약간은 당혹스러워하다가도,

이내 금강룡과 태양기사단을 보더니 납득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어보이는 소녀

그녀를 금강룡은 알고있었다.


"세아린?"


"오랜만이에요."


이것이 두사람의 첫만남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의 격과 신분을 알고,

정체를 파악한채로 정면으로 맞딱뜨린건 이번이 처음이였다.


"어째서 당신이 이곳에?"


"무도회에 초대되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황제가 저를 부르길래 가봤죠.

뭐라더라? 앞으로도 제국을 위해 헌신해라 어쩌구저쩌구하길래 귀찮아져서 나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렸지."


주변에서 듣고있던 기사들에게서 동요가 일어난다.

그러나 금강룡은 눈썹 하나 깜짝하지않았다.

짐작하기론 그정도는 손쉽게 해낼 인물이란걸 진작에 알고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나중에 가선 좀 복잡해지더라고,

갑자기 누군가 황궁을 포위했다고 하질않나,

눈앞에선 사람 몇몇이 터져나가고 병사들은 뛰어다니지...

그래서 숨좀 돌리려고 밖으로 나가려고했더니 여기로 왔네?"


"제가 탈출하지못하도록 마력의 돔을 쳐놨기 때문입니다.


"흐음? 아, 그런거였구나?

굉장하네. 이래뵈도 마법에는 소질이 좀 있는데 말야."


조금이 아닐것이다.

적어도 금강룡이 아는 사람중에서 이 마력의 돔안에서 비록 원하던 장소는 아니더라도 살아서 순간이동할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그녀의 체내에 있는 마력이 외부의 방해를 거부하고 전이를 막는 원인앞으로 그녀를 이동시킨것이다.


"그래서?

어쩔건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너따위가, 너희들따위가 자신한테 뭘 어찌할수나 있겠냐는듯한,

조소마져 섞여있는 표정은 여유만만했다.


"저희와 함께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신의 능력이라면 높은 직위를 보장해드릴수 있습니다.

함께..."


"세계라도 손에 넣어보자고?"


금강룡의 표정이 바뀐다.

자신의 생각을 읽혔다는,

그럼에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미지의 공포가 표정에 어렸다.


"시시하네. 난 겨우 그런걸위해 싸우는게 아니거든."


"...그럼 무엇을 원하십니까?"


세아린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여전히 웃고있지만,

그 웃음은 어쩐지 가슴이 시리도록 슬퍼보였다.


"글쎄?"


세아린의 등뒤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마법진,

발밑에서 오망성이 그려지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금강룡이 쳐놓은 마력의 돔을 가뿐하게 깨부수며 마력은 빛의 기둥이 되어 솟구쳤다.


"금강룡님! 위험합니다!"


방패를 내세우며 앞으로 나서서 주군을 호위하는 태양기사단

순식간에 가로막힌 시야너머로도 세아린의 마력을 느끼며 금강룡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자신보다도 강한것 같았다.

대적하는것은 손해가 클것이다.

그러나 회유한다고해도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다.


"굳이 싸워야만 되겠습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지.

너가 날 죽이려고들지만 않는다면"


금강룡은 표정을 굳혔다.

세아린은 공중으로 떠오르며 손위에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너무나도 환한 빛을 내뿜으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구체였다.


"너의 눈에서 읽었거든.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나같은 괴물을 허용하지 못하는,

의무적으로 적대하고마는 혐오감을 말야."


"당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거겠죠."


내심 그럴지도 모른다고는 짐작했다.

확실히 그녀는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동족혐오와는 다른 종족차원에서의 거부감이였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너가 나에게 줄수있는것들은 전부 나도 얼마든지 손에 넣을수 있는것들뿐이잖아?"


그렇다.

금강룡이 줄수있는건 그녀도 마음만 먹으면 손에 넣을수있는 싸구려들뿐이다.

그녀로선 굳이 금강룡앞에 머리를 조아릴 필요가 없었다.

황제의 기억조차 조작하며 제국을 우롱하는 그녀다.

아마 인간세계의 그 무엇도 눈에 차지않을것이다.


"그러면 왜 유희를 나온거죠?"


"...알고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할수밖엔 없다.

천사나 악마, 그것도 아니면 드래곤

어쩌면 어느 음모론자들이나 떠들고다니는 외계인

세아린이라면 그중 어느것이더라도 이상하지않았다.

그만큼이나 인간들과는 동떨어진 존재였다.

그런 분위기를 지니고있었다.


"글쎄? 동굴안보다는 밖이 재밌을걸 같았거든.

실제로도 그랬고"


지나오면서 겪어왔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세아린은 싱긋 웃었다.

그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며 금강룡은 아이같은 순수함을 느꼈지만,

태양기사단은 되려 극도의 공포감에 다리를 떨었다.

저도 모르게 배어나온 용의 눈빛에 세아린은 깜짝 놀라면서도 웃음을 거두진않았다.

모두가, 이미 승리를 거머쥐는것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자만에 빠져있던 병사들이 전부 두려움에 사로잡혀있을때,

홀로 자신과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며 당당하게 서있는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금강룡, 어쩌면 장차 새로운 황제로 등극할 그녀가 자신을 날카로운 눈매로 노려보고있었다.


"모두 물러서라."


"예?! 하, 하지만!"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개죽음이 될뿐이다."


"그래도!"


"어서!"


눈을 번뜩이며 부하들에게 일갈하는 금강룡,

그 호령에 그들은 물러섰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주군을 지킬 각오는 있었지만,

그 주군의 명령을 어길 역심은 부족했다.


"자아, 그럼 여기서 강약을 가릴까?"


"그것도 좋지만... 되도록이면 관객따윈 없으면 좋겠네."


손가락을 튕기며 마력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 세아린,

금강룡은 그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서로의 거리는 기껏해야 20m

병사들은 이제서라도 금강룡을 말리고싶어서 뛰쳐나갈 준비를 끝마쳤지만,

불안해진 선두가 무어라 외치려던 찰나 빛이 번쩍였다.

이내 엘더사인만을 남기고 두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큰일이군요."


"큰일이죠. 당장 대책을 세워야하는데...

세우려해도 임시방편밖에는 없군요."


한숨만 푹푹내쉬며 원탁에 둘러앉아있는 일동들,

특히 그중에서도 헬리오스와 엘데나의 표정은 어두웠다.

한때는 경쟁하던 그들이였지만 지금, 제국의 권력이 공백기를 맞이한 지금만큼은 싸울때가 아니였다.

권력을 휘두르던 황족들이 거의 사라지고 그들의 주군이 금강룡마져 3일째 실종된 상황,

밖으로 정보가 새나가는걸 최대한 막으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며 급하게나마 승진과 업무분담으로 때우고는 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금강룡에게 있어서 삼촌뻘이 되는 리차드 황자라도 데려다가 황제로 만들고싶었지만,

그는 자기는 절대로 황위에 앉지않겠다고 서약한 맹세를 깨지않겠다며 극렬하게 거부중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딘가의 이름도 알려지지않은 어중이떠중이를 데려다가 꼭두각시로라도 앉혀야할 판이였다.

물론 그랬다간 혹시라도 돌아올지 모르는 금강룡에게 무슨 욕을 들을지 알수없었다.

아니, 욕만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사실상 불충이니 더 큰 곤욕을 치를수도 있었다.


"거기에다 랜서도 상태가 말이 아니고,

벨라도 너무 많은 마력을 소모한탓인지 피를 모아다가 목욕을 시키고있는데도 아직 회복이 덜 되었습니다."


벨라가 아무리 흡혈귀라고는 하나 현재는 인간에게 제어받는 상태,

본래의 그녀라면 반나절이면 모조리 흡수해서 마력과 체력으로 전환했을 피라도,

지금은 소화시키는데만 하루가 넘게 걸렸다.


"뭔가 끝내고나면 떠들썩하게 파티라도 할것 같았는데 영 아니로군."


칼의 빈정거림에 헬리오스와 엘데나가 눈을 흘긴다.

그럼에도 칼은 사과따윈 하지않았다.

그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그저 바라던 결과가 아니였을뿐이였다.


"그래도 이정도면 성공적이지않나요?

랜서와 벨라씨도 머지않아 복귀할테고,

금강룡님도... 반드시 곧 돌아오실거에요!"


"맞습니다! 저희는 패배하지않았습니다!

승리했다고요! 이렇게 침울하게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레나와 맥스의 힘찬 목소리에도 헬리오스의 표정은 풀어지지않았다.

그는 원탁위에 놓여진 제국의 지도를 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제국은 대외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렇지않아도 왕국연합을 집어삼키고 치안을 안정화시킨게 얼마 되지않는다.

지금같은 중앙권력의 공백기에 북부의 부족들이나 남부왕국이 쳐들어온다면,

그리고 행여나 군단장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일이 커질것이다.


"...랜서라도 정신을 차린다면 이렇게까지 불안하진 않을텐데 말이다."


헬리오스의 한탄조에 가까운 목소리에 모두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는다.

그들도 모두 한번쯤은 목격했다.

어두운 방안에서 불도 전부 꺼놓고,

죽은 친구의 시체옆에서 멍하니 주저앉아있는 랜서의 뒷모습을 본것이다.

그걸 보고서 말조차 못걸어보고 되돌아나온건 그들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였다.

그저 지금의 랜서에겐 어떠한 말도 전해지지않으리란 본능적인 절망을 느꼈기 때문이였다.





랜서는 결국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3일째, 구더기가 자라나 시체를 파먹기 시작한 꼴을 인지하고 그는 일어섰다.

클라우드는 죽은것이다.

다시는 되살아나지않는다.

어쩌면 진작에 받아들였어야할 그 사실을 랜서는 끝끝내 부정하다가 수용했다.


"..."


말없이 시체를 안아들고 그는 방을 나섰다.

만약을 대비해 문밖에 서있던 하인들은 약간 기겁하다가도 이내 안정되었다.

랜서는 그중 한명에게 부탁해 길고 큰 천을 여러겹으로 준비했다.

그걸로 죽은 친구의 시체를 감은뒤 목관안에 넣고 랜서는 어깨에 짊어지고 저택밖으로 나갔다.

향하는곳은 정해져있었다.

버려진 수도, 몬스터들이 들끓는 지옥이 되어버린 그곳으로 랜서는 향했다.

한손으로는 관을 붙들고 다른 한손에 쥔 창을 휘둘러 덤벼드는 괴물들을 처리하며 그는 나아갔다.

그리고 과거, 빈민가가 위치했던 지점에 도착한 그는 손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친구의 시체를 장작삼아 활활 타오르는 불,

그 불을 보고 모여드는 몬스터들을 무참하게 도륙하며 랜서는 마음속에 담겨있던 절망을 분노로 쏟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뼛가루와 재만이 남아 자그마한 불씨속에서 일렁거릴때 그는 그것을 수거하여 가져갔다.

겨우 2시간이였다.

2시간이면 한사람이 살아숨쉬었다는 증거를 몇줌의 뼛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충분했다.

3일씩이나 붙들고있었던 친구의 잔재를 천보따리안에 싸매고 랜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누군가 보았다면 광인에 가까워보일 누리끼리한 옷차림과 헝클어지고 기름진 머리,

그러나 그런건 아랑곳않고 그는 묘지로 다가갔다.

나무에 기대어진 삽을 집어든 그는 맹목적으로 땅을 팠다.

삽날이 흙을 파고들때마다,

그의 머릿속에선 친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손을 멈추지않고 오히려 가속해가며 랜서는 대지와 싸워나갔다.

그리고 충분히 파였다는 생각이 들자, 천보따리를 그안에 툭 떨구었다.

다시 메꾸는건 금방이였다.

아직은 묘비조차 세워지지않은 평묘,

그앞에서 랜서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게나 오랫동안 쏟아내어서 말라버렸을 눈물이 다시 볼을 타고 흘렀다.

까드득까드득 잇몸에서 피가 나도록 이를 갈며 그는 몸을 떨었다.


"바보자식..."


클라우드는 오래 살수있었다.

만약 이런 일만 일어나지않았어도 손자까지는 거뜬히 보고살만큼 건강한 녀석이였다.

그런 친구를 랜서는 숨통을 끊어버렸다.

자신의 몇안되는 정신적 지주였던 그를 스스로의 손으로 죽여버린것이다.


"이 바보자식아!"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마도 천국에 가있을 친구에게 일갈하며 랜서는 목청껏 포효했다.

그는 쿵하고 양주먹으로 땅을 내려찍으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한두방울씩, 꽃밭위로 비가 쏟아져내렸다.

랜서는 뒤로 주저앉듯이 쓰러지며 편하게 앉았다.

시선은 친구의 평묘에 고정한채 그는 새하얀 백발을 빗물에 적시며,

친구의 무덤앞에서 그는 하인과 하녀들이 집으로 돌아올때까지,

망부석처럼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었다.


"랜서님?"


하인이 다가와 말을 건네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촛점없는 그의 눈에 비친건 흐린 잿빛 하늘뿐이였다.

이따금 번개가 내리치는 그 하늘을 보며,

랜서는 과연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할 나름이였다.





"헉... 헉..."


"벌써 3일째야. 슬슬 질릴때도 되지않았어?"


금강룡은 시선을 세아린에게로 고정한채로 숨을 헐떡였다.

아니, 숨을 헐떡였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다.

이곳에 제대로 된 공기따위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건 그저 반사적인 행동일뿐이다.


"왜 그래? 지쳤어? 하기야 그럴만도 하지.

슬슬 포기하지 그래?

넌 죽었다깨어나도 나에게 손가락 하나 못댈거야."


조롱하는 목소리로 재잘재잘 지껄이는 적을 보며,

금강룡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손에 쥔 검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확실히 상대의 말이 맞았다.

자신을 갖고놀듯이 설렁설렁 상대해주는것만 봐도 격차는 엄청났다.

반칙이라고 불러도 할말이 없을 수준의 강함과 여유로움


"그럼, 와봐."


"으아아!"


기합성을 내지르며 돌진하는 금강룡,

그리고 그런 그녀를 노리고 온사방에서 바위들이 빗발친다.

마치 우박과도 같이 쏟아져내리는 돌멩이의 빗속을 헤쳐나가며 금강룡은 검을 이리저리 내질렀다.

그녀의 검격이 허공을 가를때마다 방출된 충격파가 정면의 장애물들을 걷어내며 시야를 확보하며 세아린의 모습을 언뜻 비췄다.


"세아린!"


신들린듯이 육체를 한계치까지 가동시키며 금강룡은 전진해나갔다.

그녀 스스로도 놀랄만큼 현란함 검술과 깔끔한 마력의 방출이였다.

적까지의 거리는 그야말로 아득히 멀었다.

아마도 100km는 될것이다.

그러나 그마져도 1분도 되지않아 돌파하며 금강룡은 굳건한 마력의 장벽에 충돌했다.

처음에는 가뿐히 깨부수며 조금씩 나아가던 그녀의 전진은 이내 막혀버렸다.

겹겹히, 그것도 수십겹정도가 아니라 수천, 수만겹으로 펼쳐져있는 방어앞에선 그녀로서도 도리가 없었다.

한겹한겹은 그다지 두꺼운것이 아니였지만 그것이 대량으로 다중으로 겹쳐져있는것은 끔찍할 정도의 수비력을 자랑했다.


"크... 크아아아!"


"훗"


손가락을 튕겨 마력을 방출해 금강룡을 가뿐히 밀쳐내는 세아린,

뒤로 밀려나가면서도 검으로 바닥을 가르면서 최대한 마찰력을 극대화시켜 버텨보려는 금강룡,

그러나 그런 그녀의 노력도 헛되게, 세아린은 또다시 순식간에 멀어져버렸다.


"어쩔거야? 또 무작정 덤벼보게?"


"하아... 하아..."


"원한다면 또 휴식을 줄수도 있어.

이걸로 8번째? 아니, 9번째인가?

쉬면서도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고 매번 색다른 공격을 펼쳐오지만,

전부 소용없었잔아? 혹시 아직도 비장의 카드를 남겨둔거라면 빨리 보여줬으면 좋겠는걸?

이곳의 풍경도 슬슬 질리거든."


금강룡은 일어섰다.

너무나도 많은 마력을 비교적 단시간에 소모해서인지 머리가 아파오며 두통이 일어나고있었다.

특이하게도 지면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마력의 기류덕분에 조금만 쉬어도 마력은 빠르게 회복되고있었지만,

소모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편이였다.


"자, 어쩔거야?

이제와서라도 무릎꿇고 항복하면 봐줄순 있는데?"


"닥쳐!"


금강룡은 물러설 생각따윈 추호도 없었다.

하물며 항복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그건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였다.

어떤 운명을 느꼈다.

자신말고는 이렇게라도 그녀에게 대적할수 있는 인간따위는 존재하지않으리라고,

그녀를 쓰러뜨리는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까지해서 너가 얻는게 뭔데?

날 쓰러뜨린다고 무엇이 달라지지?

이곳에서의 전투를 누가 기억해주냐고?"


"그딴건 상관없어!"


금강룡은 유혹하듯이 속삭이는 세아린의 목소리에 분노로 답했다.

그녀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전의를 불태워보이며 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남아있는 온힘을 이번 한번의 일격에 부딪힐 작정이였다.


"정말로 상관없어?

그러면 넌 뭘 위해서 싸우는건데?

고작 금 몇덩이? 아니면 아니면 깃발을 꽂을 산 몇개?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만! 이제 너의 같잖은 말따윈 지겹도록 들었어!

입을 나불대는건 그만두고 너도 덤벼오란 말야!"


그말대로 세아린은 제대로 된 공격을 가한적이 없었다.

금강룡으로 하여금 공격하기를 부추기는 자잘한 견제를 가했을뿐,

진정으로 위해를 가할수있을 공격은 해오지를 않았다.

그건 금강용을 우롱하는것이나 다름없었다.


"정 원한다면야"


소용돌이치는 마력의 격류

세아린의 손안에서 압축되어가는 그것을 보며 금강룡은 양손으로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이 일격에 모든것을 건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쉬며 마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신체에 무리가 와서 격통이 느껴질 정도로 에너지를 쥐어짰다.


"한가지만 묻겠어.

너... 진심으로 나를 이길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금강룡은 대답하지않았다.

지금 그녀는 오로지 적의 격퇴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세아린은 슬픈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을 활짝 펼쳐보이며 뻗었다.


"마나 블래스트"


세아린의 손을 떠나 방출되자 그야말로 지면을 갉아내어 집어삼키는듯이 뻗어오는 거대한 마력의 폭풍,

육안으로도 확인이 될만큼 거대하고도 파괴적인 공격앞에서 금강룡은 두눈을 감고 검을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이제와서 돌이킬수는 없다.

그저 전력을 다해 맞설뿐이였다.


"바즈라!"


금빛을 내뿜으며 마력의 폭풍을 양단하는 검격,

칼끝에서 뿜어져나온 기는 단순히 상쇄시키는것에 그치지않고 좌우로 갈라진 여파를 뒤틀어 금강룡을 빗겨가게만들고,

남아도는 기운을 세아린에게까지 발사했다.


"쉴드"


가뿐하게 금강룡의 공격을 막아내며 세아린은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싸늘한 눈으로 돌진해오는 금강룡을 주시하더니,

이내 마력의 방벽을 스스로 거두고 앞으로 걸어나오는 세아린,

금강룡은 의아해하면서도 지친 몸으로 검격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걸 세아린은 팔을 들어 가뿐히 막아선뒤 금강룡의 복부에 주먹을 갈겨넣었다.


"컥!"


엄청난 충격에 피를 토하며 검마져 놓치고 뒤로 날려가며 나뒹구는 금강룡,

세아린은 앞으로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오고있었다.

목으로 역류하는 핏덩이를 게워내고 금강룡은 번뜩이는 눈매로 세아린을 노려보며 기상했다.


"자, 또 덤벼봐."


"으아아!"


그녀의 냉정함조차 빛을 바래버린 막무가내식의 공격,

세아린은 그걸 가뿐하게 받아내고 다리를 후려쳐 넘어뜨렸다.

그리곤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발로 내려찍으며 뒤로 두바퀴 덤블링을 뛰어 물러섰다.


"이젠 한계인것 같은데?

항복하는게 어떨까?"


"절대..."


몸을 추스르기도전에 다시 날아드는 현란한 발차기,

어디를 어떻게 가격당했는지조차 인지못하고 금강룡은 날카롭고 거친 지면을 굴러갔다.

그녀는 왼팔이 말을 듣지않는것에 격분하면서도 오른팔로 상체를 일으켰다.


"이대로?"


"항복따위... 할까보냐!"


이번에는 턱을 차올리는 발차기,

갑자기 약하게 느껴지는 중력에 떠오른 금강룡의 몸이 내려찍듯이 갈겨진 주먹에 척추를 맞아 떨궈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몇배로 강해진 중력이 그녀를 짓눌렀다.


"후우, 이러다가 너 죽을것 같은데?"


금강룡의 떨리는 손이 세아린의 발을 붙든다.

손톱도 벗겨져서 속살이 노출되어 피를 줄줄 흘리는 그 손으로,

요지부동인 적의 발을 잡은채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난... 절대로..."


강렬하다못해 지독하기까지 한 적의,

그 끝없는 증오가 대체 어디서 생겨난것인지 세아린은 인지하지못했다.

그건 어쩌면 그녀의 핏속에 흐르는 혼돈때문일수도 있었고,

아니면 금강룡의 고집스러운 의지가 빚어낸 깊은 오해일수도 있었다.


"그래. 그렇구나."


세아린은 금강룡을 내려다보며 아무말없이 서있었다.

그녀를 올려다보며 상체를 일으키려고 팔에 힘을 주던 금강룡은,

이내 기력이 다했는지 제자리에서 축 늘어지며 기절해버렸다.


"넌 그런 사람이구나."


무릎을 굽히고 쓰러진 금강룡의 상체를 안아들며 세아린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어느정도 의지를 꺽고나면 자신의 말이 전달될줄 알았던 그녀로선,

지금의 이 결착이 그다지 달갑지않았다.


"차라리 일부러 져주는척 해야했던걸까?"


그래도 그걸 그녀가 납득할리가 없다.

되려 자신을 놀리는거냐고 할수도 있다.

승리도 패배도 해답이 아닌 이 관계에서,

세아린은 그저 깊은 슬픔과 함께 금강룡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


"넌 그렇게나 확고하게 나를 적대하는게,

난 왜 그렇게 대하질 못하는걸까?"


친구가 되고싶었던걸지도 모른다.

태어나 처음으로 그래도 어느정도 동격인 상대를 만났다.

그럼에도 세아린도 본능적으로 그녀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본심을 보여준다한들 믿어줄지에 대한 의심도 컸다.

어쩌면 어렴풋하게 이 적대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있던걸지도 몰랐다.


"차라리 너를 여기서 죽여버리면 편해질까?"


금강룡의 목에 새하얗고 고운 두손을 가져다대면 세아린을 읆조렸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손을 가져가자 맥박이 느껴진다.

조금만 힘을 주면,

마력으로 손을 강화해 조르기만 하면 기절해있는 금강룡을 죽이는것은 손쉬울터였다.


"하지만..."


금강룡이 없는 세계,

제대로 된 고향조차 아닌 이세계,

가로막을것이라곤 전부 사라진,

그런 세계에 어떤 가치가 있는걸까?


"난..."


살그머니 손을 떼며 금강룡의 괴로워하던 얼굴이 편해지는걸 지켜보며 세아린은 웃었다.

그녀가 적으로서밖에 존재하지못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세아린에게는 충분했다.

차라리 자신을 죽이고싶어서 안달난 숙적으로라도 그녀가 살아숨쉬면서 자신을 향해 분노를 표출해준다면,

그녀가 죽고없어서 홀로 넘쳐흐르는 지루함을 감당못해 미쳐가는것보단 나을것이다.


"널 좋아하는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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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서 윌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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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넬라-15 20.10.18 12 0 14쪽
307 넬라-14 20.10.18 10 0 13쪽
306 넬라-13 20.10.18 11 0 16쪽
305 넬라-12 20.10.18 9 0 12쪽
304 넬라-11 20.10.18 12 0 14쪽
303 넬라-10 20.10.16 14 0 13쪽
302 넬라-9 20.10.16 15 0 13쪽
301 넬라-8 20.10.16 15 0 13쪽
300 넬라-7 20.10.16 14 0 12쪽
299 넬라-6 20.10.16 46 0 12쪽
298 넬라-5 20.10.16 12 0 12쪽
297 넬라-4 20.10.16 15 0 14쪽
296 넬라-3 20.10.16 22 1 25쪽
295 넬라-2 20.10.16 12 1 15쪽
294 넬라-1 20.10.16 16 1 14쪽
293 볼칸-끝과 시작 (6부 끝) +2 18.07.12 214 2 5쪽
292 볼칸-기약 18.07.11 116 2 11쪽
291 볼칸-악마 18.07.10 98 3 11쪽
290 볼칸-지옥문 18.07.09 112 2 12쪽
289 볼칸-닿지않는 마음 18.07.07 12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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