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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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fmels4309
작품등록일 :
2017.12.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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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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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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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붙들다.

DUMMY

니제르 왕국과 제국의 싸움은 치열했다.

한귀퉁이의 땅을 차지하기위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의 병사가 성 하나를 두고서 뺏느니 뺏기느니 맞서고있는 경우조차 있었다.

제국으로서도 징집병까지 동원한 총력전을 펼쳤을 정도의 전쟁에서,

어느쪽이 이겼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혈전이 계속되었다.


"저항이 거세군."


"그야 이곳은 놈들의 고향이니까요.

식민지때에야 파견나온 원정군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물러서도 놈들의 가족이 사는 땅입니다."


"놈들은 우리의 고향도 마구 습격했다.

빼앗아왔던 만큼 빼앗길수도 있다는것 정도는 알고있었을텐데?"


"그런 역지사지의 입장에 서본적조차 없었을겁니다.

제국의 귀족들이란 오만하고,

백성들이란 무지하니까요."


제국은 확실히 주변국에 비하면 평균적으로 삶의 질이 높은편이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극에 달했고 평민이 중인으로 올라설 기회조차 드물었다.

귀족들의 관료화가 이상한 방식으로 진행되어버린 구식의 정치체계는 봉건제만도 못한 구석도 있었다.


"우리라고 딱히 다르다고는 생각하지않네."


부관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아제르장군은 부상자를 후송중인 병사들을 살펴보았다.

전투가 끝난건 어제건만 아직도 들판에는 죽지못해 반죽음상태에서 사경을 헤메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히도 승리를 거둬서 제국군이 망자들의 물품을 약탈해가지는 못했지만,

그대신 들개와 새들이 시체를 뜯어먹으면서 산자들마져 위협하고있었다.


"그나저나 브롱가니르라고 했던가?

그 흑기사와 황태자도 보이지않는군."


"아마 동부전선쪽에 있을겁니다.

7왕국연합을 견제하고있겠죠."


부관의 말에 아제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그다지 갑주에 대해서 경계를 하고있진 않았다.

설령 나타난다한들 격추할 자신이 그에게는 있었다.


"흠, 그쪽이 이쪽보다도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건가?

제아무리 튼튼한 갑주를 입었다한들 병사들을 동원하면 못잡을것도 아닐텐데...

차라리 이쪽으로 보내서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하지않나?"


"소문으로는 그 갑주가 튼튼할뿐만 아니라 마력을 다루고 속도도 엄청나다더군요.

어쩌면 미래에는 연구가 진행되어서 제식병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모든 병사가 사용하는건 무리일테고,

현재의 기사들을 대체하는 기동성을 중시한 새로운 병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부관은 니제르 왕국의 마정석 정제량을 생각해보면 꿈만 같은 이야기도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런걸 만들어내려면 아마 앞으로도 몇백년은 걸릴걸세.

애초에 500년동안 제대로 손도 못대보고 신성한 유물이라고 내버려두었던 물건들이잖나,

이제와서 사용할수나 있게 되었던것도 천운이지."


이상하기야 했다.

무려 500년, 국가가 흥망성쇠를 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시간동안 갑주들은 모두 사용불가였다.

그러나 이번 세기에는 무슨일이 생긴건지 4명씩이나 사용자가 나타났고 실전에서 가치를 증명해보였다.

이제는 아득한 전설로 남은 천년제국의 망령이 부활이라도 한듯이,

병사들에게는 경이로움과 공포를 동시에 안겨주며 그들은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가고있었다.


"...대체 무엇때문인것 같나?"


"뭐가 말씀이십니까?"


"500년동안 꼼짝도 않고있던 그것들이 일제히 움직이게된 이유말일세.

솔직히 너무 이상하지않나? 만약에 500년씩 사용을 막기위해 봉인을 해놓은거라면,

왜 그들은 한꺼번에가 아니라 따로따로 등장한걸까?

그리고 굳이 기한을 500년으로 잡아서 봉인해둘 필요가 있었을까?"


"글쎄요... 듣고보니 이상하긴 하군요."


부관도 아제르도 답은 찾지못했다.

하지만 막연히 이런 의문을 품은게 그들이 최초가 아닐거라고는 짐작이 들었다.

아마 어느정도 머리가 돌아가는 장군과 마법사들이라면 모두 의문을 가지고있을것이다.

이유조차 알수없는 갑주의 각성과 사용자의 등장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관여한듯한 팽팽한 힘겨루기

그 모든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멍청이는 아마 없을터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그런 힘을 각국에 부여해서,

굳이 균형이라는걸 잡아두려고하는거라면 우리 니제르 왕국이나 엘프들

하다못해 북방의 야만족한테도 비슷한걸 줘야하는것 아닙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우리 왕국에도 그런 무기들이 있었다면 제국놈들이 식민지를 건설하려고 건너올 엄두조차 못냈을텐데..."


하지만 없는건 없는것이다.

7왕국에게서 뺏어올수도 없는 노릇이니 남은건 그저 대응할 무기를 갖추는것뿐이였다.

게다가 당장은 눈앞의 땅을 걷는 적들을 처치하는것만 해도 고단했다.


"제기랄, 또 악취가 바람을 타고서 불어오는군."


"좀더 진을 물릴까요?"


"그럴수만 있다면 얼마냐 좋겠냐만...

얼른 병사들을 시켜서 더 빨리 묻으라고 해라.

이대로 가다간 역병이 돌지도 모른다."


멀리에 있는 적들보다도 굶주림과 추위, 병을 무서워하는건 당연했다.

전쟁에서 죽는 병사들은 싸우다가 죽는것도 많지만 그만큼이나 다른 이유로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니제르 왕국군같이 고향을 떠나 배를 타고온 원정군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언제쯤 집에 돌아가려나..."




카프는 의자에 앉아 심각하게 고민하고있었다.

스스로 그다지 똑똑한편은 아님을 자각하고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머리를 굴려보며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고있었다.


"자, 어느어느 도구를 사용하실건가요?"


"으음..."


테이블에 앉아있는건 총 5명,

카프와 헨리, 가르시아 그리고 로첼과 월리엄

그들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보드게임인 '황제를 위하여'를 하고있었다.

황제폐하가 원하는 보물들을 찾기위해 세계의 오지를 누볐다는 방랑기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이 게임판은,

특히 기사도의 낭만에 젖어있는 청소년들에게는 큰 인기였다.

카프는 2년전에서야 처음 접했지만 이따금씩 즐기고있는편이였고, 가르시아도 젊었을때는 자주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둘다, 현재 게임마스터인 월리엄의 손바닥위에서 놀아나며 위기에 몰려 허우적거리고있었다.


"으아... 다, 단도랑 섬광탄을 쓸게요!"


"그럼 저는 헬버드!"


"그러면 계산하시고 주사위를 굴려보시길"


전투는 비교적 간단하다.

무기에 따라 피해량이 있고 명중률이 있으며,

그건 적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모든건 주사위에 달려있다.


"제발제발제발!"


카프는 기도를 올리듯이 경건하게 주사위를 굴렸다.

그리고 가르시아와 거의 동시에 탄성을 내지르며 화색을 띄었다.

월리엄은 흠, 하며 약간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괴물마커를 옆으로 눕혔다.


"만세!"


4명이서 즐기는중이긴 하지만 카프와 가르시아가 1조, 헨리와 로첼이 2조인식으로 하고있는지라,

상대편보다 더 빨리 함정들과 몬스터들을 돌파해서 보물을 찾아야하기에 큰 피해없이 전투를 넘긴건 다행이였다.

그러나 헨리쪽도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떠있는걸로 보아 역전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는것 같았다.


"후후..."


그렇게 다섯사람이 열심히 게임판에 집중하고있는동안,

병사들은 열심히 석재를 나르며 성을 보수하고있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지휘관급들인 그들도 감독해야겠지만,

후방에서 다른 장군들도 속속들이 도착해서 이런쪽으로는 문외한인 그들은 찬밥신세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전장에서 노력한 보상이니뭐니 하면서 휴가와도 같은 사실상 강제휴식을 권고받은것도 있었다.


"아무리 만약을 대비한다곤 하지만 이렇게 탱자탱자 놀고있어도 될까요?"


"그래도 곧 헨리가 사르디스로 돌아가서 결혼도 한다잖아.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한가로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것도 힘들걸?"


카프의 말에 가르시아가 주사위를 굴리며 대답한다.

헨리와 로첼도 딱히 반박하진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전쟁이 언제 끝날진 알수가 없고,

만약의 상황에는 이게 마지막 만남이자 휴가가 될지도 몰랐다.


"해가 지면 술도 마음껏 퍼마시자고!

통째로 가져왔으니까 부족하진 않을거야!"


"어? 군납품중에 그런것도 있었나요?"


"술없는 삶엔 낙도 없지. 카프도 나중에 한잔 줄까?"


"아, 아뇨! 괜찮아요."


다른건 몰라도 카프는 술과 담배에는 약간 거부감이 있었다.

사실 그런걸 살 돈이 있다면 아주머니의 생활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고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제빵사로서 담배의 향취는 좋지못했다.

그나마 술은 이따금 분위기에 어울리기위해 한두잔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취하지도 못했다.

갈수록 기이할정도로 독에 대한 내성이 높아진 신체는 술을 병째로 콸콸 들이켜도 아무렇지않게 해독해버렸다.


"카프님한테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에에? 그래도 이제 17살이잖아?

난 그나이에 이미 지금의 주량이였다고,

거기에다가 이젠 사실상 장군이잖아. 장군!

술을 못마시는 장군이라니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가르시아의 말은 막무가내였지만 거절하긴 힘들었다.

사실 카프는 누구의 말이든 함부로 넘겨버리진못할만큼 상냥한 성격이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나우시카와 가르시아의 말만큼은 거스르질 못했다.


"그래서, 마실거지? 카프"


"예예, 모처럼이니까 조금은 마셔드릴게요."


"하핫! 그럼 저녁은 술을 곁들인 고기요리다!"


가르시아는 경쾌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말을 움직였다.

카프도 그녀를 따라 전진했다.

나란히 전진하는 기사들

언제까지고 이런식으로 함께할수 있다면 좋겠다고 카프는 생각했다.

문득, 뭔가 갑자기 슬픈 기분이 들었다.


"카프?"


"아, 예? 네?"


왜 눈물이 흘러나온것인지 카프는 스스로도 이해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멈추려해도 헛되이 눈물은 자꾸만 흘러나와 그녀의 볼을 적셨다.

고조되었던 분위기가 가라앉는걸 느끼며 카프는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당황했다.


"갑자기 왜 우는거야? 응? 어디 아파?"


"아, 아니에요. 그런게... 그런게 아닌데..."


가르시아의 음성이 귓가를 맴돌때마다 누군가의 인상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타오르는듯이 붉은 머리를 가진 한쪽눈에는 안대를 하고있는 여성

이름도 기억나지않고 뭐하던 사람인지도 모르는 낯선 사람인데도,

그 흐릿한 모습이 연상될때마다 슬픔이 밀려왔다.


"가르시아"


저도 모르게 그녀의 옷깃을 붙들면서 카프는 흐느꼈다.

월리엄도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끼곤 다가와 그녀를 마법으로 진찰했고,

헨리도 로첼을 먼저 내보낸뒤 게임판을 빠르게 정리하곤 가르시아가 눈짓하자 나갔다.

카프는 가르시아를 놓지않겠다는듯이 꽉 붙잡은채로 중얼거렸다.


"절 두고가지마요. 제발..."


"그게 무슨소리야?

내가 왜 널 두고가?"


"가지마요... 가지... 마세요..."


카프는 지쳐서 잠들듯이 기절해버렸다.

월리엄도 이런건 처음본다는듯이 어이없다는 표정이였고,

가르시아도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겠기에 당혹스러울뿐이였다.

그저 카프를 눕혀놓고 곁을 지키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대체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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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넬라-2 20.10.16 12 1 15쪽
294 넬라-1 20.10.16 1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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