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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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fmels4309
작품등록일 :
2017.12.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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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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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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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증오와 사랑

DUMMY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어버렸던걸까

문득 든 의문에서 눈을 돌리며 카프는 광검을 내질렀다.

가르시아도 광검을 휘둘러 검격을 겨루며 두사람은 지면위를 스칠듯이 날아다녔다.


"...복수를 그만둘수는 없는겁니까?"


그것이 서로 마음을 닫고있던 두사람이 12시간만에 최초로 나눈 대화의 시작이였다.

잠시 뒤로 물러서며 광검을 끄고서 카프는 가르시아와 마주섰다.

가르시아도 카프와 거리를 두고서 멈춰섰다.


"절대로"


"복수를 한다해도 죽은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오진 않아요."


"범죄자를 응징하듯이, 제국은 천벌을 받아야만 해."


"그런건 천벌같은게 아니에요.

인간사이에서 일어난 증오로 인한 원한일뿐이에요.

가르시아, 이제라도... 제발 그만두세요."


가르시아는 광검을 집어넣고 워해머를 치켜들고 돌진해왔다.

카프는 두꺼운 방패를 내세우며 가르시아의 공격을 막아서고 광검을 내찔렀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빠르게 공중으로 날아올라 간격에서 벗어난뒤 빔개틀링을 연사했다.


"나만이 복수를 원하는게 아냐.

너와 떨어져있던 그동안, 난 많은걸 알게되었어.

아직 제국에 원한을 품은 사람이 많아.

그들은 모두 나와 같은 의견이야."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가르시아

겨우겨우 되찾은 평화에요.

또다시... 수많은 사람의 피가 헛되이 흐르게 놔두진 않겠어요!"


난사되는 빔을 방패로 막는것도 한계,

카프는 마나필드를 최대한 전방에 집중시키며 돌진했다.

광검을 내질러 빔개틀링을 절단시켜 폭발하고,

뒤늦게 워해머를 치켜든 가르시아에게 끌어안듯이 달려들어 그대로 날아올랐다가 하강하며 땅에 쳐박는 카프

그리고는 날렵하게 일어나며 광검을 휘둘러 워해머의 망치머리를 잘라냈다.


"투쟁은 인간의 본능이야. 카프

그것만큼은 결코 변하지않아!"


발차기로 카프를 밀쳐내고 일어선뒤,

토마호크를 꺼내들어 내리찍는 가르시아

카프는 옆으로 굴러서 도끼날을 피해넘긴뒤 마력을 분사해 펄쩍 뛰어오르듯이 단숨에 기상했다.


"그렇다해도 저는..."


어째서인지 과거에도 이런 논쟁을 벌였던것 같은 기억이 있다.

브롱가니르, 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우연이 아니다.

그녀에게도 그와 비슷한 광기가 흐르고있다.

그건 전장에서 쌓이고쌓인 원한에서 비롯된,

오염된 마력을 통해 증폭된 윌슨가의 저주와 흡사한 무언가였다.


"저는 가르시아, 당신과 돌아가고싶어요."


투구의 앞부분을 위로 전개하고 카프는 가르시아에게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보였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손에서 광검을 떨구었다.

전의가 없음을, 이제라도 늦지않았음을 전해주고싶었다.


"난 더이상 돌아갈곳이 없어."


가르시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토마호크를 치켜들면서 뛰어왔다.

카프는 그래도 그녀를 믿었다.

그녀가 아직 완전히 복수를 향한 갈망에 완전히 집어삼켜지지는 않았으리라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그런 카프의 기대를 무참히 부수며 도끼날은 그녀의 투구를 강타했다.


"이제는... 돌아가긴 늦었다고!"


반사적으로 마력을 집중시켜서 강화한 덕분에 투구가 박살나는 정도로 그쳤지만,

뒤로 휘청거리면서 정수리에서부터 출혈이 일어나 시야가 아찔해지는걸 느끼며 카프는 황급히 물러섰다.

이내 눈앞이 새빨갛게 물드는걸 느끼며 카프는 자신이 바보같았단걸 자각했다.

가르시아를 멈춰세울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카프와의 우정과 사랑조차도 이미 가르시아에게 있어선 의미가 없어진것이였다.


"...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카프

그러지않는다면 너를 죽여버리겠어."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한 가르시아의 음성에서 느껴진건 동정심따위가 아니였다.

그건 이곳에서 카프를 죽이기보단 살려두는게 정치나 명분적으로 적을 조금이라도 줄일수있다는 계산적인 이성이였다.

그녀는 순간적인 분노로 카프를 공격한게 아니였다.

처음부터 여차하면 죽일 각오를 하고서 전투를 개시한것이였다.


"그럴순 없어요."


카프는 아직 머리곳곳에 남아있는 투구의 파편을 모조리 벗겨내고,

앞으로 흘러내려서 걸리적거리는 머리를 잡아다가 광검을 켜고 단숨에 끊어냈다.

가르시아를 향한 미련을 떨쳐내듯이 단호하게,

마력의 방출에 의해 흩날리는 머리카락들을 뒤로 하고서 카프는 적에게로,

가르시아를 향해 돌진했다.


"가르시아! 당신을 막겠어요!"


가르시아는 갑작스런 카프의 공격에 복부를 광검으로 꿰뚫리며 피를 토해냈다.

그건 단순히 이번 일격때문만이 아니라 연속된 격전으로 인한 반동탓이기도 했다.

한계치까지 몰려있던 육체는 조금씩 무너져내리며 내장곳곳에서 출혈을 동반했다.


"으아아아!"


가르시아가 반격하기전에 번쩍 들어올려 내던져버리는 카프,

스스로도 놀랄만큼의 괴력을 발휘하며 그녀는 전신에서 마력을 방출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도 지지않겠다는듯이 마나코어를 과부화시켜가면서까지 마력을 끌어냈다.


"아직... 아직이야!"


토마호크와 광검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맞부딪친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도끼날과 깍여나가는 광검의 빛

그리고 동시에 손안에서 터져나가는 무기와 금이 가는 건틀렛

이내 카프의 발차기가 가르시아의 옆구리를 강타하고,

가르시아는 비틀거리다가도 균형을 잡고 아직 되돌리지못한 카프의 다리를 잡고서 한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가 내리쳤다.

그다음, 다리에서 6연장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했다.

카프는 눕혀진 상태에서도 손목에서 만약을 대비해 만들어놓은 소형빔샷건을 발사했다.


"아악!"


막 사출되려다가 코앞에서 폭발했기에 다리가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뼈가 부셔진듯이 다리가 꺽이는걸 느끼면서 가르시아는 한참을 날아가 나뒹굴었다.

그러나 강제로 다시 기능을 복구시키고 파열한 근육을 생체기관으로 대체시키며,

그녀는 쓰러진 몸을 급히 꺼내든 창을 지팡이삼아서 버텨내고 기상했다.


"아직 멀었어."


"가르시아..."


카프는 가르시아의 꺽이질않는 전의에 기가 질릴 지경이였다.

죽기전까지는 멈추지않을것만 같아보이는 그 무시무시한 살기에서 느껴지는건 인외의 압도적인 정신적 힘이였다.

게르니카가 심어놓은 계략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갑주가 흡수해온 마력탓일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건 그런것이 아니였다.

이유가 어쨌든간에 가르시아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였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 본래의 그녀일지도 몰랐다.


"가족을 잃는 슬픔은 안다고 했었지?

하지만... 너와 난 달라.

넌 제국을 용서할수 있을지 몰라도 난 그게 불가능해."


"제발..."


"난 놈들을 절대로 용서할수 없어!

내 영혼에 맹세코! 제국이라는 저 망할 국가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기전까진 멈추지않을거야!"


가르시아의 심정을 대변하듯이 창날은 어둡고 차가운, 녹빛의 마력을 두르고 변형되었다.

카프는 어째서인지 그 창이 낯설지않았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속 깊숙히 남은 저주가 기억속의 창을 겹쳐보이게하는걸지도 몰랐다.

이제와선 어디서부터 온전한 진실이고, 어떤것이 덧씌워진 환각인지 알수가 없게 되었다.


"끝을 보자. 카프"


창날에서부터 마력이 번뜩인다.

카프는 꿀꺽 침을 삼키고 체내의 마력을 안정시켰다가 다시 빠르게 순환시켰다.

가르시아의 말대로 언제까지고 이렇게 평행선을 그리고있을수는 없었다.

결착을 지을 때가 다가왔다.

하지만 이기든지든,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않을것같은 슬픈 예감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투구안에서 붉은 안광을 내뿜는 가르시아를 바라보며 카프는 그녀와의 첫만남을 떠올렸다.

파도에 떠밀려온 그녀를 깨웠을때,

자신을 경계하며 짐승처럼 포효하며 덤벼들었던 가르시아

하지만 그때 카프는 그녀가 무섭지는 않았다.

그 보랏빛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되려 상처입고 버려진 유기견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 그토록 사랑하고 신뢰했던 가르시아는 완전히 적이 되어있었다.


"그래요. 가르시아"


카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먼저 발걸음을 내딛는 가르시아

풀숲이 흔들린다.

지면에서 돌멩이들이 튀어오른다.

일순간 바람이 뒤틀리고 결계가 깨져나간다.

월광조차 스며들지못한 광휘속에서 서로에게로 한발자국씩 달려나가며,

가르시아는 창을, 카프는 검을 들었다.

한순간,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인상이 카프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에 뒤이어 태양처럼 찬란히 빛나는 섬광이 눈을 멀게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착각, 카프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듯한 감각속에서 가르시아에게로 달려드는중이였다.

순조롭게 거리는 좁혀져갔고 운명의 시계는 시시각각 정각을 향해 돌아갔다.


"카프!"


"가르시아!"


피가 튀어오른다.

부셔져나간 갑주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나무가 꺽이고 지면이 깍여나가고 굉음이 울린다.

천공으로 치솟아오르는 마력의 빛줄기는 구름을 뚫고서 멀리 걷어냈다.

들판전체로, 넓은 하늘로 번져나간 마력의 폭발은 별빛처럼 가루가 되어,

거센 바람에 흩날리면서 전장에 선 모두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였다.

마치 마법처럼 모두의 마음속에서,

가장 증오해마지않는 사람사이에조차 그 하룻밤동안이나마 서로간의 원한보다도 집과 평온을 향한 갈망이 부추겨졌다.

본래라면 결계가 박살나자마자 바로 진입하여 각자 카프나 가르시아를 지원할 생각이였던 병사들은,

자꾸만 술렁이는 마음을 다잡지못한채 주저했고,

지휘관들조차도 그들을 전진시킬 생각을 하지못한채 이 내전을 뿌리부터 부정하기 시작했다.

그상황에서 숲안으로 뛰어들어간건 나우시카와 헨리뿐이였다.

후대에는 신비롭게 길이길이 남겨질,

그러나 오로지 음유시인들의 상상속에서나 낭만적으로 그려질 숲속의 결투는 그렇게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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