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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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fmels4309
작품등록일 :
2017.12.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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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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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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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광전사

DUMMY

로빈은 반쯤 폐허가 되어버린 지하도시를 둘러보고있었다.

사실상 지상에서 내쫓겨 이곳으로 모여들였던 빈민들은 사태가 일어난후 더욱더 처참한 몰골들이였다.

약자에 대한 약탈같은건 너무 빈번해서 일상이 되어갔고,

그것들을 막아서야한다는 로빈의 정의심은 피로와 절망으로 인해 무뎌져버렸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않았을 악행들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발걸음을 돌리고말았다.

아지트로 되돌아와 잠을 청하며 그는 악몽에 신음했다.


"로빈, 자고있어?"


이미 깊이 잠들어있는 로빈

그렇지만 그만큼 그의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해보였다.

그 찡그린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이마의 땀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며 레이나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차차 나아질거야."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레이나는 로빈을 정성스레 간호했다.

갈수록 신체적인 측면에선 나아지고있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는 그를 지켜보며,

레이나는 행여나 로빈이 스스로를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했다.


"...돌아오질 않네."


로빈의 변색되어버린 팔다리, 그리고 하반신의 일부는 결국 원래대로 되돌아오지않았다.

더이상 번져나가지도않지만 다른 신체부위와는 피부색부터가 확연히 다른데다,

무엇보다도 흐르는 마력의 기류가 일반적이지않았다.

만약 로빈이 평범한 사람이였다면 서로 다른 종류의 마력이 서로 충돌하여 진작에 자멸했을지도 모를 일이였지만,

교묘하게도 뒤엉킨 마력은 서로서로 배배꼬여 꽈리를 튼 뱀과도 같이 로빈의 육체에서 공존하고있었다.

하지만 그건 불안정하기에 로빈이 함부로 마법을 사용하거나 마력을 끌어내면 어떻게될지 알수없었다.


"이래선..."


다신 싸우게둬선 안된다.

또 무리를 했다간 그땐 치료를 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육체가 뒤틀릴게 뻔했다.

설령 살아남는다해도 부작용이 커서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할지도 몰랐다.

레이나는 로빈이 그런꼴이 되는것만큼은 싫었다.


"제발... 무리하지마. 로빈"


로빈의 손으로 두손으로 감싸쥐며 기도를 올리듯이 레이나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에 걸린 은빛 십자가 목걸이가 흔들리며 물방울을 늘어뜨렸고,

그것도 모른채 로빈은 악몽속에서 헤어나오며 편하게 안락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게르니카님! 어서!"


"말하지않아도 안다! 젠장, 왜 하필이면 이런때에!"


다급하게 복도를 가로지르는 게르니카

입고있는 옷이 단정한 드레스만 아니였어도 더 빨리 달렸을텐데,

모처럼 마음에 든 옷이 찢어질까봐 그녀는 평소에 비하면 거의 사뿐사뿐 뛰고있었다.


"아! 도착하셨군요. 게르니카님, 이걸 한번 보십시오!"


커다란 모니터에 띄워진 현황

카메라는 이미 전부 깨진지 오래였기에 현재로서 확실히 알수있는건 그저 방안의 마력농도나 진동의 세기정도였다.

갑작스레 눈을 뜨기 시작한 랜서 윌슨으로 인해 게르니카의 연구소는 혼란스러워졌다.

전혀 예상도 못했던, 깨어날 기미조차 없던 그가 갑자기 고농도의 마력을 사방으로 마구 방출한탓에,

만약을 대비해 주변의 블록들은 전부 격벽이 내려져있는 상태였다.


"이미 그를 가둬놓았던 방의 격벽은 모두 녹아내린지 오래인데다, 갈수록 온도가 급증하고있습니다."


"외부에서 마력이 유입될리도 없는데 이런 마력량이라니..."


놀라움을 금치못하는 연구원들,

그들을 둘러보면서 게르니카는 그다지 놀랍지도않다는듯이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랜서는 이미 자신보다도 강해진지 오래인 사내였다.

그 힘은 산을 부수고 강을 가르며 창질 한번으로 지형을 바꿔버리는 무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 그가 제대로 마음먹고 마력을 방출한다면 이런 연구소따위는 진작에 날아갔을터였다.

지금 일어나고있는 상황은 비유하자면 곧 깨어나려는 사람이 팔다리를 휘적거리거나,

잠에서 덜깨서 잠꼬대를 하는 정도에 비견할수 있었다.


"게르니카님! 이대로 가다간 2차 격벽까지!"


"그래서 어쩌란거냐? 저안에 제압팀을 투입이라도 하자고?"


"아, 아뇨. 그런건 아닙니다만..."


인원을 투입한다해도 마력에 녹아내려 동화될게 뻔하다.

이미 격벽안쪽은 용암이 부글거리는 화산이나 다름없다.

아니, 그보다도 더했다. 적어도 화산은 스스로 의지를 가지진 않았다.

위험을 감지하면 랜서는 지금보다 더 막대한 마력을 분출할게 틀림없었다.


"일단은 지켜본다.

폐쇄공간을 더 넓히고 격벽을 최소 10차까진 내려라.

여차하면... 이곳을 포기하고 자료들을 챙겨서 이동한다."


"연구소를 포기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겨우 저자 하나때문에요?"


"겨우 저자가 아니다.

사실상 내 2천년동안의 연구는 저자로 인해 가능성을 얻은것들이다.

그래. 내가 만들려고하는건 바로 저런 힘이다."


이계의 존재들과도 맞설수 있을 막강한 힘

만약 그런걸 손에 넣는다면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듯한 만능감에 휩싸일터였다.

게르니카는 한때는 자신도 누려봤던 그 감각을 떠올리며 손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가장 기쁘게하는건 연구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 다가오는것뿐만이 아니였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랜서 윌슨이 깨어나고있다는것이 가장 행복하고 감격스러웠다.


"어...? 마력농도 하강중! 온도도 급격히 내려가고있습니다.

아무래도 방출했던 마력을 다시 회수중인것 같습니다!"


"깨어나려는건가?"


게르니카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것이 느껴졌다.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있었다.

과연 그는 그가 원하던대로 모든 기억을 잃었을까?

아니면 결국 실패하고 원래의 그로 되돌아와있을까?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일 가능성도 있었다.

어느쪽이든 이제까지처럼 잠잠코 수면에 빠져들어있지는 않을터였다.


"음? 마력반응 발생! 이건... 히익! 이쪽을 향해옵니다!"


"...이런! 모두 바닥에 엎드려!"


언령에 가까운 포효

게르니카의 음성을 제대로 듣지못한 인원들마져 본능적인 절대복종에 따라 바닥에 찰싹 몸을 붙이며 엎드렸다.

다음순간, 초록빛의 창날이 모니터를 부수고 뻗어나와 게르니카의 몸을 꿰뚫었다.


"캬학!"


"히익!"


도시의 성벽과는 비교가 안되는, 굳이 방호력을 따지자면 20배는 넘을 두께의 벽들을 가뿐히 통과해 날아든 일격

그로도 모잘라 연구소밖까지 창날을 뻗어 게르니카를 뚫은채 밀려나가며 창은 녹빛으로 번뜩였다.

곧이어 차례차례 격벽을 몸으로 들이받듯이 부수며 게르니카의 앞까지 당도하며 백은의 갑주는 푸른 안광을 흘렸다.


"랜..."


게르니카가 말을 채 끝맺기도전에 줄어들었던 창대가 다시 뻗어온다.

연거푸 그녀의 몸을 내찌르며 벽을 무너뜨리고 랜서는 앞으로 나아갔다.

입을 열 기회조차 주지않고 마구 무기를 휘두르며 게르니카의 육체를 갈기갈기 찢어나가는 손놀림

거기에선 무자비한 폭력성과 더불어 끝없는 증오가 느껴졌다.

마무리를 하듯이 머리를 갈라 뇌수를 흩뿌리며 녹색창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히... 히익!"


부셔진 벽너머로 피칠갑이 된 백은의 갑주를 보고선 기겁하는 게르니카의 친위대들

이제까지 이토록 강대한 적과 마주한적이 없던 그들로선 눈빛이 마주친것만으로도 기가 질렸다.

반사적으로 위협에 대항하여 그들이 랜서를 향해 총구를 겨눈 순간,

푸른 안광이 튀더니 신경을 짓눌러 으깨버리는듯한 살의가 퍼져나갔다.


"으... 으아..."


방아쇠를 당길 최소의 용기조차 잃어버린채 그들은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다.

랜서는 그런 그들을 향해 투구를 일그러뜨려 짐승처럼 쩍 벌어진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빨리 등뒤에서부터 그를 붙드는 촉수가닥들이 있었다.


"어딜 보는거야? 네 상대는 나라고!"


게르키나는 죽지않았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신체인만큼 재생력만큼은 끝내줬다.

창의 저주마져도 아슬아슬하게 웃돌면서 회복된 몸으로 그녀는 랜서의 머리통을 잡고 땅에 내려찍었다.

그러자 랜서는 짐승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일어나 창을 휘둘러 촉수가닥을 죄다 잘라버린뒤 돌진했다.


"크읏!"


창에 찔린채로 들어올려져 뒤로 밀려가는 게르니카

땅을 향해 남아있는 촉수를 박아넣어 마찰을 늘려봤지만 무의미했다.

마치 밭고랑처럼 땅을 파헤쳐가며 그녀는 연이어 검은 피를 토해냈다.


"랜... 서!"


랜서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수축되어가는 내장을 늘어뜨리며 그녀는 주르륵 앞으로 미끄러지며 나아갔다.

그것은 미처 예상하지못했는지 랜서가 잠시 당황한 사이,

그녀는 손을 쩍 벌리며 랜서의 머리통을 붙들었다.

망설일 틈따윈 없었다.

드래곤조차도 그정도양이라면 치명적일지도 모를 양의 마비독을 들이부으면서 그녀는 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랜서는 독을 몽땅 몸으로 받아내고서도 멀쩡히 게르니카의 목에 수도를 꽂더니,

그대로 옆으로 베어넘기듯이 움직여 그녀의 목을 절단했다.


"게르니카님!"


피분수가 뿜어져나오며 랜서의 갑주를 벌겋게 물들이고,

머리잃은 몸은 힘없이 창위에 늘어졌다.

굴러다니는 머리통을 발로 짓밟아 부셔버리며 랜서는 포효했다.


"이... 이럴수가!"


경악하는 추종자들을 향해 돌아서며 랜서는 비웃음과도 같은 미소를 투구위로 띄우며 창에서 피를 털어냈다.

마치 이빨과도 같이 뾰족하게 입가에 돋아난 금속을 챙강챙강 맞부딪치며 그는 고속으로 돌진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돌진은 맥없이 막히고말았다.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물체에 치이듯이 날려가며 그는 바닥을 나뒹굴다가 땅을 손톱으로 내려치듯이 긁으며 멈춰섰다.


"그래. 몸만 깨어난거구나. 혼이 깃들지못한 광전사라..."


게르니카는 이번엔 맨몸이 아니였다.

만약 제국군의 상층부들이 봤다면 뒷목을 잡았을 일이였겠지만,

그녀는 지금 인포서갑주에 탑승해있었다.

도색을 하지않은것처럼 부위마다 색감이 다른 금속의 갑주는,

크기는 되려 2m 50cm정도로 작은 키에 어깨가 떡하니 벌어지지도 않았고,

외부에 부착된 무장이나 부스터도 소형이였다.

그러나 랜서는 그 갑주에서부터 엄청난 마력을 감지해내고는 경계했다.


"그렇다면야 뭐, 봐줄 필요따윈 없겠네."


이성을 지니고 작전을 세우고 싸움에 임하는 랜서는 위협적이다.

게르니카도 승률이 고작해야 10%이하라고 단언할수 있다.

그러나 무작정 적을 향해 돌진하고 죽이려드는 광전사의 경우엔,

적어도 게르니카가 계속해서 부활하고 싸우고 부활하고 싸우는걸 반복한다면 질리가 없었다.

아마 목숨이 20개정도는 소진되겠지만 언젠가는 이길것이다.

그리고 이 갑주가 있다면,

목숨을 소비할 필요도 없었다.


"실전은 처음인데, 과연 갑주가 버텨줄려나?"


폭발하듯이 방출되는 마력

흉부에 장착된 5개의 마력코어가 오망성진의 술식을 따라 마력을 흘려보낸다.

엄청난 속도로 가열된 전신에서 열기가 뿜어져나오고 장갑이 조금씩 벗겨져나감과 동시에,

게르니카는 전투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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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넬라-3 20.10.16 22 1 25쪽
295 넬라-2 20.10.16 12 1 15쪽
294 넬라-1 20.10.16 16 1 14쪽
293 볼칸-끝과 시작 (6부 끝) +2 18.07.12 214 2 5쪽
292 볼칸-기약 18.07.11 116 2 11쪽
291 볼칸-악마 18.07.10 98 3 11쪽
290 볼칸-지옥문 18.07.09 11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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