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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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fmels4309
작품등록일 :
2017.12.2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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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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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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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DUMMY

태풍이 물러가고 달렌시에도 햇살이 비춘다.

달렌시를 지나던중에 갑작스레 소멸된 태풍은 더이상 북상하지도않고 흩어졌고,

간밤의 여파로 만신창이가 된 부둣가를 남긴채 악몽의 밤은 지나갔다.


"정말로 벌써 떠나실건가요?

여러분들의 노고에 아직 보답을 드리지도 못했는데..."


배에 막 올라타려는 자르딘에게 말을 정하는 아쉽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껏해야 식사랑 숙소를 대접하고 전투후에 치료를 해준 정도건만,

자르딘 일행은 약간의 금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받지않은채 동방으로 떠나려했다.


"원래부터 계획이 이랬으니까요.

그리고 보수라면 이미 금전으로 받았으니 괜찮습니다.

거기에다가 이렇게 보증수표랑 정하님의 편지까지 있으니 거기가서도 푸대접은 받지않겠죠."


"그렇지만..."


"거기에다가 여기 머물러있다간 아무래도 제 친구들이 밥을 잔뜩 축낼것 같아서요.

아시다시피 놈들의 먹성이 보통이 아니잖아요."


씨익 웃어보이며 자르딘은 정하를 바라보았다.

갑갑한 제복대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야할것을 상정해서인지 평소보다 가벼워보이는 드레스차림

중성적인 매력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본래의 여성성이 살아난것은 볼만했다.

이렇게 찬찬히 살펴보니 확실히 미녀라고 생각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또 만나겠죠."


"...그렇겠죠? 언제쯤 돌아오실건가요?"


"글쎄요. 동방의 여행을 마치고나면 그다음은 7왕국연합으로 가고, 그다음은 북방에도 가볼려고요.

달렌시에는 대체 언제쯤에나 돌아올지 모르겠네요."


"그렇군요. 부디 즐겁고 안전한 여행되시길 바랄게요.

아, 그리고 이걸 가져가세요. 어디엔가 도움이 될거에요."


행운의 부적이라도 되는지 주머니속에서 자그마한 실타래를 꺼내며 자르딘에게 건네는 정하

자르딘은 그걸 받아들면서 등을 돌렸다.

친구들이 뱃전에서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즐겁기야 하겠지만 안전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정하씨, 도시재건이 순조롭길 바랍니다."


"돈과 시간, 그리고 사람과 노력만 있다면 언젠가는 도시도 원상복귀되겠죠.

아니, 그이상으로 거듭날겁니다. 다음번에 방문하실땐 깜짝 놀랄걸요?"


자신감넘치는 그녀의 미소를 흘깃 보면서 자르딘은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며 걸어갔다.

정하도 그에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전송을 했고,

친구들은 밧줄을 던져 자르딘을 끌어올려주면서 선장에게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야, 무슨 인사를 그렇게 오래하냐?

이참에 여기서 아주 살림을 차리지그러냐?"


"하핫, 그러게말야. 그럴걸 그랬나?"


"이새끼가? 야, 네가 가자고했으니 같이 가야지!"


"농담이야. 뭐, 내가 설마 네놈들을 놔두고가기야하겠냐?

너같은 놈들이 어디서 뭔짓거리를 하고다닐지 모르는데?"


자르딘의 말에 란파슬롯은 잠시 무슨뜻인지 해석하는듯이 고민하다가,

이내 눈치채고는 괴성을 내지르며 분개했고,

주변 친구들은 낄낄낄 웃으면서 낮술을 기울였다.


"자자, 진정들하고 낮잠이나 자자고, 다들 아직 피곤하잖아?"


"그래. 아직도 후유증이 가시질않았지.

동방에 가선 여기보단 좀 나아야할텐데"


"글쎄, 어떨려나? 기대되는걸."




메리는 게르니카의 편지를 받았다.

그녀는 보안을 위해서인지 암호문으로 보내왔고 내용은 길고 복잡했다.

그나마 메리가 사전에 게르니카에게서 해독법을 배웠기에 망정이였다.

대략적인 내용은 그녀에게 앞으로 2년간 개인적으로 사용가능한 자유시간을 부여한다는것과,

자신의 안부인사와 최근의 연구진행도, 그리고 달렌시에서의 전투를 간접적으로 보고받았다는 내용이 주였다.

하지만 가장 메리를 신경쓰이게한건 가장 마지막,

해독중에 그녀조차도 잠시 멈칫했던 부분이였다.


"아버지를... 찾았다?"


이제까지 그녀의 부모는 죽은줄로만 알고있었다.

그렇기에 고아인 그녀를 게르니카가 양녀로 들인것이라 그렇게 인식하고있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자 의아할뿐이였다.


"아버지? 나한테... 아니, 그런데 찾았다는 말은 그러면 이제까진 게르니카님도 모르셨다?

아니면 죽은줄로 알고계셨지만 아니였다? 어느쪽이신거지?"


의문만이 가득할뿐 좀처럼 명쾌한 해답은 없었다.

혹시 자신이 잘못해석한건가도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은것 같았다.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며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메리경, 안에 있나?"


"아! 브롱가니르님! 들어오십시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브롱가니르,

이미 편지는 숨기고 해독한 종이는 마력으로 태워버린지 오래였지만,

불과 잉크냄새가 남았는지 약간 이상하게 여기는 표정이였다.


"뭘하고있었나?"


"...개인적인 연애편지를 쓰고있었습니다.

잘 안되더군요."


"호오? 연애편지? 흠흠, 미안하군.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는 그런것과는 별로 연이 없을줄 알았네."


"저도 한창때의 여자아이니까요.

혹시 제국군의 풍기에 위배되는겁니까?"


브롱가니르는 고개를 저었다.

되려 기사들과 여인들의 사랑이야기는 음유시인들의 좋은 이야깃거리였다.

또한 제국에는 기본적으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정을 차려야 책임감이 생긴다는 느낌의 인식도 있었다.

그때문에 과거에는 조혼이 유행이였던적도 있었다.


"자네의 연애사에 간섭할 권리는 나에겐 없네.

그저 업무에 지장만 없을 정도라면 자네가 누구와 사귀든, 누구를 연모하든 상관없지."


"후후, 그래도 관심은 있으시나보군요. 눈이 빛나시는데요?"


"뭐, 그렇지않다면야 거짓말이겠지. 허나 캐묻진않겠네.

남의 사생활까지 파고드는 악취미는 없으니,

그나저나 기사칭호도 받았건만 여전히 방이 좀 휑하군."


기존에는 브롱가니르의 부관일뿐이였지만,

이제는 13사단의 부사단장도 겸하게된 메리에게는 새롭게 높고 넓은 방이 배정되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새로 가구나 장식품을 사들여 치장하지않고,

기존의 물품들을 그대로 가져와 곳곳에 알맞게 배치했을뿐이였다.


"포상금도 받았으니 좀 꾸미는게 어떻겠나?

이참에... 무도회에 갈때 입을 드레스도 좀 사두고"


"무도회,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이젠 자네도 꽤나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네.

중앙사령부뿐만이 아니라 제국 전체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


브롱가니르가 저리 말하는 정도라면 과장없이 정말로 메리가 유명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지만,

메리로서는 그다지 기쁜 소식이 아니였다.

되려 약간은 귀찮게 느껴졌다.


"춤은 그다지 못춥니다.

별로 가고싶진 않군요."


"흐음? 자네같이 민첩성이 좋은 사람이 어째서?"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추는게 어렵더군요.

특히 무도회의 그 느긋한 춤사위는... 별로 내키지도 않더군요."


"싫어도 필요할때가 있을걸세.

정 뭣하면 내가 도와주지."


브롱가니르는 손을 내밀며 웃어보였다.

메리는 물끄러미 다가온 브롱가니르를 올려다보다가,

살며시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직접 춤을 가르쳐주시기라도 하실건가요?"


"원한다면야 얼마든지"


"하핫, 혹시 전장에서 춤추는 법도 가르쳐주십니까?"


"이미 자네는 훌륭히 춤추고있지않나.

아직 나보단 못하지만"


메리는 브롱가니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적안과 브롱가니르의 적안이 마주본 순간,

창문가에서 달빛이 스며들었다.


"...키스해도 되겠습니까?"


"꼭 이런곳에서 자넨 서투르군. 허가하지."


입맞춤하면서 메리는 약간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문득 어떤 불길한 예감이 그녀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자신이 브롱가니르에게 호감을 품은것으로 인해,

그가 장차 불행한 일을 당하고말것만 같았다.


"왜 그러나?"


"아뇨. 그냥... 절 꽉 끌어안아주세요."




로빈은 설원을 헤멨다.

살라딘에게서 인정은 받았지만 그는 스타스폰과 싸우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이세상에는 그런 이계의 존재들로 인해 혼란에 빠지고 끝내는 버려진 땅들이 있었다.

그런곳을 찾아다니면서 자연을 복구하고 세상의 질서를 지키기위해 싸우는것이 그의 새로운 사명이였다.

어쩌면 사샤도 그런것을 바랬을지 몰랐다.

제국이니 권력이니 수인과 인간의 대립같은 문제를 논하는것을 떠나 그저 자신의 갈길을 정했다.

외롭고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로빈은 이제 돌이킬수없는 강을 건너려했다.


"아주 득시글거리는군."


남극의 혹한에 버려진 고대의 도시,

그곳에서 우글우글거리는 타락한 웬디고들은 로빈을 둘러싼채 덤벼들지못해 안달이였다.

그런 놈들을 향해 초록빛 안광을 빛내며 로빈은 활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스승이 그랬던것과 비슷하게 마력으로 화살을 만들어내어 시위에 매기며 중얼거렸다.


"그래. 도망치지말고 죄다 덤벼봐라.

한놈도 놓치지않고 전부 해치워주지."


몸이 변이된후로 스스로의 성격이 변했음을 로빈은 인지하고있었다.

과거의 그였다면 싸우기보단 일단 물러섰을 문제에도 지금은 정면돌파를 하려했다.

대체 어디서 흘러들어온 피때문인지 인식조차 되지않지만,

로빈은 왠지 모르게 적들에게서 미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혼자서 싸우시려고요?"


적들의 머리위로 내리꽂히는 단검의 빗줄기

이내 적들은 고개를 들면서 반쯤 무너져내린 첨탑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선 누군가가 달빛을 등진채 서서 로빈을 내려다보고있었다.


"레이나?"


"함께 싸우시죠. 로빈"


레이나는 사뿐히 뛰어올라 로빈의 곁에 착지했다.

로빈은 씨익 웃어보이더니 그녀와 등을 맞댔다.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다지 이상하지도 않았다.

그녀와 자신은 모종의 운명으로 이어진것만 같았다.


"로빈, 준비되셨나요?"


"언제든지, 레이나는?"


"저도요. 적들은 많고 저희는 단둘뿐이지만 충분하겠죠?"


"헷, 둘이면 충분하지."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분노한 웬디고들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며,

그에 맞서듯이 로빈도 포효한다.

기나긴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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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넬라-2 20.10.16 12 1 15쪽
294 넬라-1 20.10.16 16 1 14쪽
293 볼칸-끝과 시작 (6부 끝) +2 18.07.12 214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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