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7.12.26 22:56
최근연재일 :
2019.01.17 01:53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43,008
추천수 :
683
글자수 :
731,223

작성
18.07.19 02:04
조회
156
추천
4
글자
10쪽

괴수 격퇴

DUMMY

마차를 타고 올루스에 왔던 로든은 떠날 때도 마차를 탔다. 올 때 마차를 탔던 건 마지못해 왕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는 걸 피력하기 위해서였다. 갈 때도 마차에 탄 이유는 단순했다. 에네버의 재상이 그와 동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로든은 레시안 성 공략은 잠시 접어두고 왕의 비밀임무부터 수행하게 되었다. 비록 윈스턴 왕의 이름으로 내려진 명령이지만 그것을 고안한 사람은 렉트였다. 그 책임감 때문에 굳이 로든을 배웅하겠다고 따라 나온 것이다.

정작 로든은 그의 배려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와 같은 정치적 거물과 한 자리에 있다는 게 불편하기만 했다. 렉트가 그냥 올루스에 머무르거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게 더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렉트는 눈치 빠르고 사람의 심리를 잘 읽는 인물이지만 로든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건 모르는 것 같다. 이는 로든이 나름 처신을 잘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두 사람의 목적지는 알타메트의 국경선 바로 너머에 있는 갈룬이라는 도시였다. 갈룬은 원래 소샤이트의 땅이었지만 2달 전 로든에 의해 에네버의 영토가 되었다. 로든은 그곳을 알타메트에서 빌린 배와 에네버의 병사들이 모이는 집결지로 정했다. 아무리 동맹이라 해도 에네버의 병력을 알타메트의 영토에 들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올루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앞 다투어 배를 보냈다고 합니다. 알타메트인들은 정말로 로든 경을 신뢰하는 군요. 이번 기회에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역시 렉트였다. 로든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나 보다. 대뜸 칭찬하는 말로 로든의 기분을 띄워주려 한다.

“그게 어찌 저 때문이겠습니까? 모두가 전하의 인덕 덕분이지요.”

로든이 재상의 칭찬을 겸손하게 받았다. 렉트는 목소리를 듣고 여전히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목소리가 무거우시군요. 혹시 올루스 성에서 놓친 이방인들 때문에 그러십니까?”

로든의 눈썹이 잠깐 흔들린다.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요인 중 하나가 3일 전의 그 사건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 그들이 꼼짝없이 갇힌 줄 알았습니다. 설마 거기서 마법으로 탈출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렉트 경.”

이 말은 로든의 진심이었다. 그는 이방인들을 놓친 일로 자신의 평판이 깎이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렉트가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이해했다면 왕에게도 그렇게 전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의 명예도 지켜질 것이다.

한나절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린 마차는 마침내 갈룬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먼저 집결 상황부터 돌아보았다. 최전방에서 차출된 병력은 이미 전원이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배는 올루스에서 지원한 것들 뿐이었다. 물론 그것만 해도 전체의 7할 정도는 되었지만 말이다. 현황파악이 끝난 뒤 로든이 렉트에게 말했다.

“그럼 여기서 타베사 경께 작별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저는 곧바로 출항할까 합니다.”

“지금 출항하실 생각이십니까?”

렉트가 깜짝 놀라며 로든에게 물었다.

“아직 배가 다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출진하신다는 겁니까?”

“이번에 출진하는 배는 하얀 연꽃호 뿐입니다. 따라서 다른 배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지요.”

렉트는 비로소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함대 전체를 움직이기 전에 먼저 날씨와 파도 등을 점검하시려는 겁니까? 과연 치밀하시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타베사 경.”

로든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이번 출항의 목적은 해모수를 격퇴하는 것입니다.”

“해모수를 격퇴하신다고요?”

렉트가 더욱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해모수는 바다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거대한 괴물이었다. 함대가 전체가 진격해도 모자랄 판인데 로든은 겨우 한 척의 배만 운용하려 하고 있다. 로든은 침착한 얼굴로 렉트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비록 병력은 우리 에네버의 군인들이지만, 함대를 모는 뱃사람들은 모두 알타메트인들입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해모수와 싸워주지 않을 겁니다. 만약 해모수와 싸우는 줄 알았다면 배를 내어주지도 않았을 테죠. 그래서 아군의 유일한 배인 하얀 연꽃 호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하얀 연꽃호는 군함이 아니라 수송선입니다. 게다가 이미 해모수 때문에 이방인들의 배를 놓친 전적도 있죠. 그런데 어떻게 그 배로 해모수를 격퇴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비록 제가 군사적인 식견은 어둡지만 그건 너무 무모한 작전 같습니다.” “하얀 연꽃호는 해모수와 싸우지 않습니다. 그 괴물은 저 혼자 상대할 생각입니다.”

로든은 렉트의 오해를 바로 잡아주었다. 그러나 렉트는 납득하기는커녕 더욱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해모수는 몸길이가 30미터도 넘는 거대한 놈입니다. 아무리 군함이라 해도 그런 괴물과 싸울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희생자만 생길 뿐이죠.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다.”

“하지만....”

렉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총사령관은 자신감 넘치는 웃음과 함께 그 자리에서 허공으로 솟구쳤다. 렉트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날고 있다. 로든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탄성을 지르며 에네버의 총사령관을 올려보았다.

“성기사 리처드 경은 메다민 성을 공격한 드래곤을 죽이고 용살자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로든 메이어가 드래곤도 아닌 바다 괴물 하나 당해내지 못하겠습니까?”

렉트는 로든이 하늘을 나는 것이 정령검의 마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놀랄 수밖에 없다. 그 정령검의 전주인인 리처드도 하늘을 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로든 본인도 이전에는 하늘을 나는 마법을 선보인 적이 없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메이어 경!”

렉트의 인사를 받은 뒤 로든은 바로 하얀 연꽃호로 날아갔다. 미리 명령을 받은 살베자 선장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뒤였다. 또 다시 해모수와 재회하게 되어 불안에 떨고 있던 선원들은 로든이 보여준 기적 덕분에 기운을 되찾았다. 곧 하얀 연꽃호는 위풍당당하게 서쪽으로 진격을 시작했다.

-어떤가? 새로 얻은 힘은 마음에 드나?-

시저가 은밀히 로든에게 물었다. 로든은 그것이 마음으로 직접 전해지는 말이라는 것도 잊고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곳에서 자신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기분은 정말로 짜릿했다.

방금 전 선보인 마법은 시저가 로든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로든은 아론을 붙잡아달라는 시저의 부탁을 받자 내키지 않던 비밀임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이에 시저는 그에게 새로운 마법을 허락한 것이다. 더구나 해모수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로든에게 반드시 비행능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의사항이 있어.-

-나도 알아. 힘을 사용할 때는 날 수 없다는 거지? 다른 마법과 마찬가지로.-

-그래. 힘을 사용할 때 자네의 몸은 모든 마법을 거부하는 상태니까.-

전속력으로 항진한 하얀 연꽃호는 예정보다 훨씬 더 빨리 세상의 끝 근처에 도달했다. 여기까지오자 선원들이 다시금 긴장에 휩싸인다. 로든이 아무리 리처드의 정령검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해도 그가 정말로 해모수를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곧 그것을 확인할 순간이 찾아왔다. 거대한 폭포 뒤에서 해모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위풍당당한 자세로 뱃머리에 서 있던 로든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해모수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해모수는 황당한 심정으로 그 인간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고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덤벼드는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이내 그 자신감의 근원을 찾아냈다. 이 건방진 인간은 정령검을 지니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것도 그 마법의 힘이다.

푸른 괴수는 인간을 함부로 죽일 수 없는 입장이었다. 친구와 한 약속 때문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방법으로 침입자를 격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그토록 믿고 의지하는 마법을 차단하는 것이다.

“....?”

기세 좋게 날아가던 로든의 몸이 갑자기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시저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난 지금 힘을 쓰지 않았는데!-

-알고 있어! 이건 자네 때문이 아니야. 갑자기 마나가 차단되어 버렸어!-

잠시 후 로든은 볼썽사납게 바닷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배를 정박해둔 채 지켜보고 있던 하얀 연꽃호의 선원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지른다. 역시 사람의 힘으로 해모수를 당해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바다로 추락한 로든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입고 있는 갑옷의 무게 때문에 떠오를 수가 없는 것이다. 로든은 황급히 시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시저! 마법으로 갑옷을 벗겨줘!-

-안 그래도 시도하던 중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마나의 흐름이 차단되었단 말야!-

시저도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로든은 정령검의 울림을 듣고 마나의 흐름이 차단되면 그 어떤 마법도 발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왜 갑자기 차단된 건데?-

로든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덕분에 시저는 비로소 그 이유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마나의 흐름을 지배할 수 있는 건 단 한 종족뿐이야. 바로 드래곤이지.-

-....!!-

시저의 대답을 들은 로든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해모수가 드래곤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더욱 큰 이유는 어느새 그 드래곤의 거대하고 육중한 몸이 자신의 곁에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시저의 예측이 맞았다. 정말로 드래곤의 비늘이 해모수의 온 몸을 뒤덮고 있었다.




당신의 댓글 하나가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글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고) 리처드 : 아무리 악역이지만 이런 식으로 고인 능욕을 하다니....

로든 : 차라리 고인능욕을 당하는 게 낫지. 물에 빠지는 치욕이 더 참기 힘들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한 동안 연재를 못할 것 같습니다 +4 19.01.02 217 0 -
149 승리의 비결 +2 19.01.17 168 3 11쪽
148 완급조절 +4 19.01.01 167 2 9쪽
147 동상이몽 +4 18.12.29 141 2 11쪽
146 대처능력 +4 18.12.25 128 2 12쪽
145 의심많은 영주 +4 18.12.22 163 2 12쪽
144 들키다 +4 18.12.20 125 2 11쪽
143 그녀들의 임무 +4 18.12.18 162 2 14쪽
142 빗나간 예상 +4 18.12.15 152 2 12쪽
141 +4 18.12.13 164 2 9쪽
140 엇갈리는 행보 +4 18.12.08 143 2 10쪽
139 어긋난 예측 +4 18.12.06 156 2 11쪽
138 땅 먹기 +4 18.12.04 137 2 11쪽
137 전복 +4 18.12.01 150 2 13쪽
136 남는 장사 +4 18.11.29 160 2 11쪽
135 대답할 수 없는 질문 +4 18.11.27 185 2 11쪽
134 선한 바르테인 인 +4 18.11.22 157 2 14쪽
133 배수진 +4 18.11.20 184 2 12쪽
132 노아와 태초의 거인 +4 18.11.17 184 2 10쪽
131 채굴권 +4 18.11.15 171 2 11쪽
130 번영과 멸망 +2 18.11.10 194 4 12쪽
129 창세의 비밀 +4 18.11.08 222 2 11쪽
128 금단의 진실 +4 18.11.06 190 4 13쪽
127 섬의 이름 +2 18.11.03 164 4 10쪽
126 입장 표명 +4 18.11.01 182 3 14쪽
125 정체 +4 18.10.27 167 3 10쪽
124 접근법 +4 18.10.25 160 3 12쪽
123 진료소 +4 18.10.23 181 3 11쪽
122 해방 +4 18.10.20 200 3 14쪽
121 고삐 +4 18.10.16 200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