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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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트루나
작품등록일 :
2017.12.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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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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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장. 다루골(2)

DUMMY

회색의 피부에 하얀 깃털, 성인남성보다 큰 높이의 신장을 가진 파충류가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등이 조금 이상하게 불룩 튀어나와있었는데 그들에게 다가올수록 사무는 등에 있는 것이 혹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들고 경계하던 뭉케는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복색을 보고 긴장을 풀었다.


"둥지들소부족이다."


뭉케는 자신의 창을 땅바닥에 꽂아 세웠다.


그리곤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두발미르를 탄 남자가 나머지 두발미르들을 몰며 지척에 왔을 즈음 다짜고짜 물어보았다.


"어느 칸을 모십니까?"


남자는 마구 헝클어진 산발머리에 자주 씻지를 않는지 얼굴에 검은 자국이 덕지덕지 뭍어 있었고 살짝 그을린듯한 피부였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는 군소르나 치미테보다는 살짝 어려보여 이십대 중반인듯 보였다.


낡아빠진 가죽신발은 작은 구멍들이 송송 뚫려 있었고 허리에는 괴상한 모양의 철기 도구들을 잔뜩 지참하고 있었다.


"우리는 쿠베타흐 칸을 모시는 물사슴 부족이네. 하난식의 여정에서 들소부족에게 지혜를 빌리고자 오게 되었지. 나는 물사슴 부족의 뭉케 하노르이고 이 아이는 사무라고 하네."


뭉케의 말에 남자는 그와 사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탐문을 마쳤는지 뭉케에게 답했다.


"남쪽에서 오고 어린아이와 함께 있는 걸 보니 거짓인 것 같지는 않군요. 게다가 그 특유의 갈색 가죽옷은 사슴의 냄새가 나니. 환영합니다. 저는 둥지들소부족의 쇠쟁이 쿤트입니다. 사실 물사슴부족의 하난식이 있으니 저희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신분을 물어본 것은 그저 절차였을 뿐이죠."


"환영에 감사하네."


"환영에 감사합니다."


사무도 뭉케를 따라 인사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계셧던 모양입니다. 부족으로 가시지요. 제대로 대접해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안 그래도 몇일간 육포와 찜만 먹으니 질리던 차였네."


사슴고기찜이 질리다고 하다니!


사무는 뭉케의 말에 경악스러웠지만 본인이 질린다는 걸 어떻게 하겠는가.


쿤트의 초대에 그들은 머물던 곳을 정리하고 둥지들소부족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부족의 쇠쟁이가 어째서 순찰을 돌고 있는겐가?"


뭉케의 질문에 쿤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게... 요즘 근방에 붉은점박이뱀부족의 하노르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습니다. 흑털늑대부족 놈들도 더러 나타나곤 했죠. 아무래도 경계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서 쇠나 다루는 저도 주기적으로 순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음.. 이 시기에 놈들이 나타나다니.. 하난식에 맞춰 군사도발을 하는 듯 싶군."


"지금껏 하난식에서도 항상 그래왔지만 이번 해에는 강도가 심한 것 같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저는 평소의 영역보다는 조금 안쪽에서 사냥하길 추천합니다."


쿤트의 이야기에 뭉케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사무는 다른 부족이 출현한다는 것에 그제서야 부족 바깥의 낯선 곳까지 왔음을 체감하였다.




***




"한 놈만 골라 따라다녀라!"


평원 위로 두 사람이 말을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


이틀 전 일행은 쿤트의 환영을 받고 둥지들소부족을 방문 후 좀더 북쪽평원을 달려 들소 서식지에서 사냥을 시작하였다.


"후우 후우"


그렇게 사무는 거친 숨을 내쉬며 말을 몰아 그들을 피해 평원을 회전하는 들소 떼를 쫓는 중이었다.


검은 털의 둥지들소 떼들은 도망다니면서도 둥지를 벗어나지 않고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뭉케 일행에게 반격을 가하지도 않고 방어태세만 갖출 뿐이었다.


다른 땅보다 살짝 낮은 지대에 여러가지 풀들을 잔뜩 모아놓고 새끼들을 기르는 둥지들소는 새끼들이 많이 태어나는 아르웨 시기에 가장 약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둥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포식자가 나타나면 단체로 둥지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포식자에게 위압감을 내뿜는다.


"가장 외곽에서 도는 놈들 중에 왜소한 한 놈을 골라야 한다. 놈만 집요하게 노리며 장기전으로 끌고 가야해!"


뭉케가 사무의 옆에서 말을 달리며 외쳤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천막을 설치하고 교대로 쉬어가며 사냥을 장기전으로 끌어가는 중이었다.


이틀간의 장기전으로 둥지 주변의 풀들은 들소떼의 발굽에 짓눌려지다 못해 즙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우리가 한 놈을 노린다는 것을 알면 어느 순간 그 놈을 버릴꺼다."


뭉케에게 여러 번 들었던 조언이다.


지속적으로 한 놈만 노리면 무리에서 버림받아 퇴출당한다.


그 놈을 쫓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들소 사냥은 마치 협상과 같아서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지루한 협상의 일환이라 보면 된다. 들소들과의 협상에 성공한다면 희생물을 내놓지. 그것이 물사슴과는 다른 들소사냥의 장점이다."


물사슴은 수도 많지만 하나하나가 굉장히 빠르고 날래 오랜시간 추적해야만 했고 잡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반면에 둥지들소는 느리면서도 장기전을 펼치면 언젠가는 한마리를 잡게된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바로 이것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뭉케가 둥지들소를 사냥하길 추천한 이유였다.


사무는 그의 조언대로 외곽을 도는 소 중 가장 덩치가 왜소하고 머리에 뿔이 조그맣게 나있는 그리 크지 않은 수컷을 골라 따라붙어 회전하며 힘을 빼는 중이었다.


그들은 요 이틀간 이런식으로 들소 떼들을 괴롭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뒤에 있던 들소 몇마리가 왜소한 들소 사이로 파고들었다.


평소와는 다른 들소의 움직임에 사무는 희열을 느꼈다.


드디어 그들이 바라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무리 체력 좋은 들소라 해도 번갈아가며 장기전을 펼치는 그들에는 이길 수 없던 것 같다.


이틀간의 집요한 회전끝에 무리를 위해 한마리를 버리기로 한듯 싶으니 말이다.


그렇게 얼마간 회전하던 순간.


갑자기 목표로 했던 들소가 무리를 완전히 벗어나 북쪽 평원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쫓아라! 사무! 지금부터 사냥의 진짜 시작이다!"


뭉케가 말에 여러 창을 이고 사무의 옆으로 달려와 외쳤다.


"이제부터 놈과의 추격전이다. 우리가 놈을 잡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놈이 우리를 따돌리고 다시 무리로 올게야! 그 동안 들소 떼는 휴식을 취해서 지금껏 노력했던 것들이 수포로 돌아간다!"


사무는 흠뻑 젖은 땀방울이 등을 적시고 흐르는 것을 느꼈지만 뭉케의 외침에 말을 돌려 들소를 따라 북쪽으로 달렸다.


"이제부터 창을 사용하거라! 중간을 잡고 놈의 등을 노려 던져야한다!"


그와 동시에 뭉케가 창을 잡아 들소의 등으로 던져 꽂았다.


창은 들소의 등과 배 사이에 꽂혔다.


사무도 창을 잡고 조준해서 던졌다.


하지만 들소의 등에 살짝 파고든 창은 깊이가 약했는지 이내 빠지고 말았다.


이내 다른 창의 안장고리를 풀고 말을 달려 들소의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있는 힘껏 들소를 향해 창을 던졌다.


이번에는 완벽히 들어맞았는지 들소의 옆구리에 제대로 꽂혔다.


고통속에 들소는 소리지르며 더 빨리 질주했다.


"이런 노랑가시나무지대다. 나무 속으로 들어가면 말로 쫓을 수 없다. 그 전에 쓰러뜨려야 해!"


뭉케의 말대로 그들의 지평선 앞에는 사람 키만한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있는 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뭉케는 다른 창을 들어 들소의 옆구리에 또 하나 꽂아 넣었다.


그럼에도 들소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들소는 나무 사이로 숨어 들어가 쫓기란 거의 불가능해 질 것이다.


"이얏!"


또 다른 창을 던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 창은 아쉽게도 들소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무지대로 가까이 감에 따라 눈 앞의 나무들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었다.


이제 치미테가 연결해준 마지막 남은 창 밖에는 없었다.


"마지막이다!"


사무는 창을 들고 들소의 목을 겨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쉬이이이익


창이 그대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들소의 목에 꽂혔다.


갑자기 기도가 막힌 들소는 방향을 잃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다가 눈 앞의 나무지대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워워워"


뭉케와 사무가 그 뒤를 쫒았지만 말을 타고 들어갈 수 없어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후..후우... 후아.... 목을 맞췄는데 도망가버렸어요..."


"아니! 잘했다. 이미 출혈이 심하고 허파에 피가 차서 얼마 못 갔을게야. 핏자국을 추적하면 된다. 칼 들거라."


그들은 말에서 내려 칼을 뽑아 창을 매고 딱 사람 키만큼만 자란 나무지대로 들어갔다.


"어엇! 핏자국이 끊겨버렸어요."


핏자국을 따라 이동하던 중 어느 순간 자국이 사라져버려 당황했다.


"괜찮다. 창이 꽂혀만 있으면 추적할 수 있어. 이럴 때를 위한 지침문신이 있지."


사무는 그제서야 자신의 왼손바닥을 보았다.


화살모양의 문신이 사무를 기준으로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핏자국을 따라가다가도 종종 추적이 끊길 때가 있었다.


그럴때마다 사무는 자신의 손바닥의 움직이는 화살문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일행은 얼마 후 노란껍질의 나무 밑에서 누워 쉑쉑거리는 들소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지 말거라. 갑자기 공격해 올 수 있다. 창을 던져 남은 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해."


뭉케는 매고 있던 창을 집어 들소에게 꽂았지만 여남은 힘이 없던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피를 흘릴 뿐이었다.


그제야 그들은 들소의 지척까지 다가갔다.


"직접 마누신께 보내주거라."


뭉케가 말했다.


부족에서 가축을 잡을 때 많이 봐왔던 것이다.


가축의 목에 칼을 찔러 단숨에 죽이는 것.


그것이 예의라 생각했던 것이다.


사무는 들소의 대가리 앞으로 가서 칼을 들었다.


막상 창을 던질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생을 마감시키는 것.


이 생각이 사무를 긴장시켰다.


이 들소를 죽인 이후의 나는 그 전의 내가 아닐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것.


잠깐의 머뭇거림 속에서 결정을 위해 마음을 잡아가던 사무는 부족원들이 하던 것처럼 눈을 잠시 감아 마누신께 기도를 올리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있는힘껏 칼을 찔러넣어 들소의 생명을 끝내주었다.


그렇게 들소의 생이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사무의 긴장이 풀리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이틀 간 충분한 잠도 자지 못하고 대부분을 말을 타며 달렸으니 바로 피곤함이 비로소 몰려온 것이다.


그런 사무의 옆으로 뭉케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축하한다. 사무야. 이제 하난이 되었구나."


그 말에 사무는 완전히 사냥이 끝났음을 느끼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후...아... 감사합니다. 뭉케가 같이 도와주신 덕이예요."


그렇게 긴장이 풀린 때였다.


"젊은 하난이 탄생하는 순간이군."


나무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낯선 이의 음성에 뭉케와 사무는 칼을 들고 소리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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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1장. 양탄자와 화롯불(1) 18.11.24 109 1 17쪽
22 10장. 옛날 옛적에(2) 18.11.17 48 2 14쪽
21 10장. 옛날 옛적에(1) 18.11.10 43 1 17쪽
20 네브의 견문록 발췌본 - 무골타 편 +2 18.11.08 73 2 4쪽
19 9장. 협박의 골짜기(2) 18.11.08 43 3 15쪽
18 9장. 협박의 골짜기(1) 18.11.07 43 2 11쪽
17 8장. 죄의 대가(2) 18.11.05 86 2 15쪽
16 8장. 죄의 대가(1) 18.11.05 65 2 11쪽
15 7장. 침묵통행세(2) 18.11.04 70 2 9쪽
14 7장. 침묵통행세(1) 18.11.04 66 2 11쪽
13 6장. 별빛을 따라(2) 18.11.04 42 2 14쪽
12 6장. 별빛을 따라(1) 18.11.04 59 3 12쪽
11 5장. 잔해 속의 불쏘시개(2) 18.11.04 42 2 14쪽
10 5장. 잔해 속의 불쏘시개(1) 18.11.04 57 2 12쪽
9 4장. 사슬 묶인 남자(2) 18.11.04 44 3 12쪽
8 4장. 사슬 묶인 남자(1) 18.11.03 74 3 14쪽
» 3장. 다루골(2) 18.11.03 54 2 11쪽
6 3장. 다루골(1) 18.11.03 83 2 16쪽
5 2장.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냥(2) 18.11.03 59 2 12쪽
4 2장.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냥(1) 18.11.03 66 2 10쪽
3 1장. 평범한 아이(2) 18.11.02 83 2 12쪽
2 1장. 평범한 아이(1) 18.11.02 125 2 14쪽
1 서장. 소년과 거인과 요정 18.11.01 203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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