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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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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생존자 그룹 (4)

DUMMY

이 세계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서준은 아이들에겐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서준은 아이들의 기대에 보답하듯 자신이 아는 걸 가르쳤다.

낯선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어른(?)을 만난 건 아이들의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타닥타닥.


모닥불 하나가 강변을 밝힌다.

아이들은 서준이 알려 준 지식을 곱씹으며 잊지 않으려 했다.

기특한 모습에 서준은 강물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무리에 불의 특성 사용자가 있었지만 아이들은 익힌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변이체나 맹수를 끌어들일 수 있었기에 자제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물의 특성은 이런 것도 가능하네요. 역시, 전천후 속성이네요.”

“그러게 이슬 받아먹던 때가 생각나네. 난 그때 말라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아이들은 캠핑이라도 온 듯 이 시간을 즐겼다.

저녁 먹는 내내 변이체는 없었다.

맹수 두어 마리가 찾아왔지만 놈들은 꼬리를 말고 달아나야만 했다.

일반인인 성아와 수나는 하루 종일 걸은 탓인지 음식을 먹자마자 졸린 듯 연신 하품을 한다.


“잠 오면 자.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출발해야 하니까.”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두 아이는 병태에게 맡긴 가죽담요를 받아 모닥불에 바짝 붙어 누웠다.

사용자는 몰라도 일반인에게 추운 날씨였다.

두 소녀가 자리에 눕자 말상대가 사라진 이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수면에 비친 달빛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메마른 감성의 소유자라도 감탄할 만큼 수면에 비친 달빛은 아름다웠다.

서준은 막내여동생 서희와 동갑인 이수의 왜소한 뒷모습을 잠시 쳐다본 뒤 고개를 내저었다.

저 아이를 볼 때마다 자꾸 모습이 막내와 겹쳤다.

저 아이보다 서희가 머리 하나는 더 컸지만.


“형, 불침번은 제가 설게요.”


병태가 씩씩하게 대답하며 인벤토리에서 칼과 방패를 빼 들었다.


“다음은 제가 설게요. 전 쟤보다 두 시간은 더 설 자신이 있어요.”

“네 똥 굵다.”

“이제 알았냐?”


지저분한 녀석들.

불침번은 시작과 끝에 서는 게 좋다.

중간에 잠을 깨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아는 것 같진 않다.


“알아서 해.”


체력 스탯이 50을 넘자 바뀐 점이 있다.

며칠씩 쪽잠을 자더라도 이전과 달리 수월하게 견딜 수 있었다.

민첩 스탯 역시 비장의 한 수가 숨어 있었다.

스킬의 발사속도와 날을 가진 무기로 변이체의 단단하고 질긴 몸뚱이를 베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힘으로 가르는 게 아니라 속도로 대상을 가르는 것이다.

고위종의 변이체는 무리지만 당장 3종 이하의 변이체는 서준 역시 가능한 영역이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했다.

저성의 특성 사용자는 숨결 대신 민첩 위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하고.

이 문제는 특성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칼질 열 번으로 죽일 수 있는 놈을 숨결은 단번에 죽일 수 있으며, 근접전이 불가능한 변이체도 존재하다 보니 숨결을 무시한 민첩형 특성 사용자는 범용성에서 크게 떨어진다.

또한 특화 스킬의 파괴력은 숨결 수치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보니 장차를 생각하면 민첩 위주의 성장 역시 정답이라곤 할 수 없었다.

이래서 다들 고성의 특성 사용자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저성의 특성 사용자보다 선택이 폭넓기에.


* * *


서준 일행은 도하하기 적당한 장소에 도착했다.

한줄기로 흐르던 강은 이곳에선 다섯 줄기로 갈라져 흘렀다.

다섯 줄기 중 강폭이 가장 넓은 곳은 12미터다.

이쯤은 사람 하나 안고 충분히 건너뛸 수 있는 거리였다.


“형, 저거 그린 리저드 아니에요?


리저드엔 두 종류가 있다.

성기가 말한 4종 그린 리저드와 그 보단 한 단계 높은 등급의 블랙 리저드가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두 종의 리저드는 염력을 이용하여 대상을 붙잡는 이능을 갖고 있었다.

그린 리저드의 숫자는 마흔 마리에 이르렀다.

놈들이 서 있는 주변엔 반짝이는 물체가 여럿 있었다.

반짝이는 물체 주변을 살핀 서준이 눈살을 가늘게 모은다.

반짝이는 물체는 초보자용 단검이었다.

단검 주변엔 털김파래처럼 생긴 게 있었는데 보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털김파래가 아닌 머리가죽에 붙은 사람의 머리카락이었다.

서준은 반사적으로 이수의 시선을 몸으로 가렸다.

그사이 놈들도 일행을 발견한 듯 길쭉한 얼굴을 돌렸다.

서준 일행을 본 놈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겅중겅중 달려들었다.


“성기야.”


뒷말은 잇지 않았지만 성기는 서준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알아 차렸다.

앞으로 나선 성기는 놈들을 향해 지체 없이 불의 화살을 날렸다.


“키엑!”

“켁!”


불의 화살은 놈들의 화만 잔뜩 돋우었다. 하지만 선두의 속도를 늦추는 데는 성공했다.


“후방으로 뛰어.”


그의 말에 아이들은 지체 없이 뛴다, 아이들이 멀리 떨어짐을 확인한 서준은 지면을 박찼다.

그사이 절반에 해당하는 놈들이 서리 파도의 살상반경에 들어왔다.

나머지 놈들도 들어오길 기다려야 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서리 파도.’


살상반경에 들어온 놈들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

눈앞에서 동족이 얼음알갱이로 부서져 내리자 놈들은 정신적인 충격에 멈칫거렸다.

살상반경에 포함되지 않았던 그린 리저드는 도주를 선택했다.

놈들의 움직임은 재빨랐지만 그보단 서준이 한 수 위였다.

지면에 착지한 서준은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적당한 거리. 서준은 앞으로 뛰어나가며 서리파도를 발동했다.


단 두 번의 서리 파도로 서준은 그린 리저드 전원을 깡그리 몰살할 수 있었다.

놈들을 몰살시키자 누적 경험치와 합하여 레벨이 올랐다.

서준만이 아니었다.

성기는 2레벨이 올라 26이 되었다.

레벨 업은 기분 좋은 선물이었지만 놈들이 먹다 남은 사람의 부산물은 그런 기분마저 싹 앗아갔다.

죽일 놈을 죽이는 건 통쾌하지만, 그 외 사람들의 죽음은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절로 무겁다.

서준은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오던 아이들은 서준의 표정을 일별하곤 멈칫했다.


“형 무슨 일 있어요?”


성기가 아이들을 대표해서 물었다.

서준은 자신이 본 것들을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최대한 담담하게 서준은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였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여자아이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들썩거렸고, 성기와 병태는 잇소리를 내며 눈가를 훔쳤다.

아이들은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서준 형, 묻어 드렸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감정을 추스른 성기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서준은 고개를 내저었다.


“흔적은 사라졌어.”


서리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말하지 않더라도 이해한 표정이었기에.

이런 장소에 더 있어 봐야 마음만 불편할 뿐이다.


“한 사람씩 데리고 이동할게.”


병태를 시작으로 성기까지 모두 맞은편으로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 넘지 않았다.

허공을 휙휙 날아 도하하는 일은 신비로운 경험이었지만 앞서의 일로 닫힌 마음 탓에 아이들에게선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 같은 분위기는 강변에서 제법 떨어진 숲속에 들어와서까지 이어졌다.

오늘 하루는 내내 이런 분위기일 것 같았다.


“오늘은 일찍 쉴까?”


해가 지려면 두어 시간 정도 남아 있었지만 아이들의 기분을 배려한 서준이 제안했다.


“움직였으면 해요. 형.”

“저도.”


아이들의 면면을 살핀 서준은 그 뜻을 받아들였다.

이런 기분으로 쉬면 오히려 감정만 더 쳐질 수 있었다.

그럴 바엔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동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싶었다.


“그래, 그럼 좀 더 이동하자. 주변 경계 잘하고.”


서준은 앞장서서 움직였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 여를 이동한 일행은 걸음을 멈췄다.

반쪽 얼굴만 남은 사람머리 하나가 전방 이끼 가득한 바위 사이에 끼어 있었다.


“꺅!”

“헉!”

“저...저...”


공포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진 반쪽 얼굴의 눈에선 마른 피눈물이 보였다.

꿈에 볼까 무서운 장면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이수는 제 자리에 주저앉아 반사적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습관처럼.

성아와 수나도 겁에 질려 있었지만 어린 이수를 위해 이를 애써 참으며 아이를 달랬다.

이수나 두 아이나 서준의 눈엔 다 어린아이들일 뿐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뒤로한 채 언니노릇을 한다는 게 기특하고 장했다.

세 아이들보단 그래도 험한 꼴을 많이 본 성기가 정신을 차리고 서준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성기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형, 저분 저희가 아는 분이에요.”


서준이 묻기도 전에 병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의사선생님이 왜 여기에?”


잔뜩 일그러진 반쪽 얼굴의 주인과 아이들 사이가 제법 돈독한 듯싶었다.

서준의 마음도 편치 못했지만 이내 이를 떨쳐 냈다.

누군가는 중심을 잡고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

일행에서 그 일을 해낼 사람은 서준 뿐이었다.


“성기, 병태.”

“예.”

“예, 형.”

“수습하고 있을 동안 주변경계하고 있어.”


숲은 몸을 숨기기에도 이롭고 기습하기에도 이로운 장소다.

어떤 변이체는 카멜레온처럼 몸의 빛깔을 이용하여 주변과 동화하기도 한다.

두 아이에게 단단히 이른 서준은 이끼로 뒤덮인 바위틈새에 단단히 낀 시신의 일부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아직 안 굳었어!’


겉으로 봐선 굳은 것 같았는데 막상 만져 보니 피는 덜 굳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흉수는 분명 이 근방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서준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앞서 당부했듯 성기와 병태는 주변을 경계하며 날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심적 부담감이 클 텐데도 용케 제 할 일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성기도 서준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기 표정이 묻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서준은 고개를 내저었다.

별일 아니라는 의미로.

두 사람이 시선이 엇갈릴 무렵이었다.


“꺄아아아-!”


수나의 몸이 돌연 지면으로 푹 꺼졌다.

수나와 가장 가까이 서 있던 병태가 손을 뻗었지만 허공을 휘젓고 말았다.

뒤이어 성기가 손을 뻗었다.

다행히 수나의 손을 잡을 수 있었지만 상체까지 이미 땅속으로 들어간 뒤였다.

성기는 반사적으로 힘을 주어 수나를 끌어올렸다.

그때, 땅속에서 섬뜩한 절삭음이 들렸다.

절삭음을 뒤로하고 수나가 끌어올려졌다.

수나의 모습은 처참했다.


“헉!”

“수, 수나야!”


하체가 사라지고 없었다.

주변은 수나의 상체에서 쏟아진 피로 삽시간에 묽게 물들었다.

성아와 이수는 방금까지 서로 안고 있던 수나의 저와 같은 모습에 넋이 빠진 듯 동상이 되어 버렸다.

서준은 성아와 이수를 낚아챈 뒤 나뭇가지로 옮겼다.

뒤이어 당황한 성기와 병태 역시.

마지막으로 수나에게 손을 뻗어 품안으로 끌어들인 뒤 지면을 발로 찼다.

그의 발이 지면에서 떨어진 순간 땅속에서 촉수다발이 튀어나와 허공을 휘감았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빌어먹을 새끼!”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분노한 서준은 물의 창을 내질렀다.

한 발, 두 발... 활성화 된 모든 기운을 쏟아 공격했다.

촉수를 박살 내며 땅속으로 들어간 물의 창에 변이체는 사멸했다.

놈은 죽였지만 서준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품에 안고 있던 수나가 힘없이 엄마란 말을 끝으로 고개를 모로 툭 꺾었다.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죽어 버린 아이의 두 눈에서 고인 눈물이 뒤늦게 흘러 서준의 팔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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