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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이계에서 힘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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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아이들의 등불(?) (2)

DUMMY

서준과 성기는 나무 위로 몸을 날렸다.

굵직한 나뭇가지를 몇 번 밟고 이동한 두 사람은 나뭇가지를 밧줄에 묶어 한곳으로 당겼다.

작업은 순식간에 끝나 일행이 두 발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성기야 천막 달아라.”

“옙!”


서준은 성기를 바라보며 뒤로 몸을 눕혔다.

그의 몸은 곧장 아래로 추락했다.

처음 저 모습을 봤을 때 성기는 서준이 미쳤다고 생각하였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간지 작살이라니까. 민첩 팍팍 찍어서 나도 저래야지.’


지면으로 낙하하는 서준을 바라보는 성기의 두 눈은 몽롱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그사이 지면에 착지한 서준은 성아와 이수를 양팔에 끼고 몸을 날렸다.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매번 무서운지 성아는 두 눈을 질끈 감고서 서준의 옷자락을 바스러져라 쥐었다.

반면 이수는 놀이기구를 탄 아이처럼 좋아했다.

나무 위 객실(?)로 두 여자아이를 옮긴 서준은 마지막으로 병태를 옮겼다.

나뭇잎 사이로, 가지 사이로 보이는 지면은 까마득하다.

무서운 장면이었지만 안전한 잠자리를 생각하면 이쯤은 감수해야 할 몫이었다.


“성아야, 춥냐?”


성기는 떨고 있는 여동생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 사용자인 이수와 병태는 으슬으슬한 느낌이 전부였지만, 일반인인 성아는 추위를 고스란히 느꼈다.

성아는 제 오빠의 걱정 어린 시선에 고개를 내저어 보였지만 추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성기는 인벤토리에서 가죽을 한 장 더 꺼내 여동생의 몸을 덮어 줬다.

이수가 다가와 성아의 몸을 껴안았다.

땅보다 안전하긴 하지만 나무 위라서 불을 피우기 힘들다.

피울 수 있더라도 조심해야 한다.

지상도 아닌 고지대에선 작은 불빛도 멀리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성기야.”

“예. 형.”

“나랑 내려가서 작업 하나 하자.”

“작업?”


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성기를 옆구리에 끼곤 나무 위에서 몸을 날렸다.

부지불식간의 일이라 성기는 숨 넘어가는 신음을 흘렸다.

지면에 착지하자 그제야 녀석은 신음을 터트렸다.


“혀, 형! 방금 나 심장마비 걸릴 뻔 했잖아요. 예고를 해요. 예고를!”

“이런 걸로 심장마비라니. 쯧쯧. 우리 성기 아직 더 커야겠네.”

“나도 형처럼 고렙 되면 딱 형처럼 행동할래요. 내리사랑이니까.”


열의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서준은 픽 웃으며 성기를 데려온 용건을 밝혔다.


“내가 그만 하라 할 때까지 이것 좀 달궈 봐라.”

“골석이잖아요?”

“핫팩 용도로 쓸 거니까. 너무 달구진 말고.”


성기는 그제야 서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아랫배 깊숙한 곳에서부터 고마움이 울컥 치밀었다.


“고, 고마워요. 형. 이 신세는 꼭 갚을게요.”

“얼른 해.”

“예얍!”


성기는 서준이 내준 골석을 달구었다.

몇 개는 불덩어리처럼 뜨거워 음식조리에 사용해도 될 수준이었다.

이걸 안고 잤다간 최소 3도 화상은 입을 것이다.


“성아 잡을 일 있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잖아요. 이제 감 잡았어요.”


신중한 표정으로 불길을 조절한 성기는 적당한 열기를 발산하는 핫 팩을 만들어 냈다.

골석으로 만든 핫팩을 떠올린 건, 골석을 장작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게 착안한 것이다.

물론 될지 안 될지는 백퍼센트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 괜한 기대를 심어 줄 수 없어서 납치하듯 성기를 데리고 내려온 것이다.


“부족에선 골석을 이렇게도 쓰나 봐요? 진작 말씀해 주시지.”

“나도 성아 보고 방금 떠오른 거야.”

“와아, 대박. 형 천재예요?”

“놀리는 것 같다.”

“설마요. 그래도 이건 성아가 안고 자기엔 너무 뜨거울 것 같은데요. 열기가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고.”

“열기는 오래 갈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약간의 땔감과 골석 하나면 밤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했으니까.”

“와아. 이거 지구로 가져가면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겠는데요. 지금부터라도 골석 열심히 모아야겠어요.”


가치 있는 물건이 어디 골석뿐이랴.

상처를 실시간으로 아물게 하는 치료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당장 이 두 가지만 하더라도.


“지금은 네 동생부터 걱정해라.”


현실을 주지시키자 성기는 열의를 갖고 핫팩을 만들었다.


“이정도면 될 것 같죠?”

“내가 쥐면 알 수 있냐?”

“하긴 형 체력 스탯이... 제가 바보였네요. 그나저나 저도 잘 모르겠는데. 역시, 이럴 땐 병태밖에 없네요.”


졸지에 모르모트로 낙점된 병태였다.


* * *


“와아, 이거 졸라 따뜻함. 완전 내 스타일.”


자신이 모르모트가 되었단 사실을 알지 못한 병태는 성기의 선물(?)에 기뻐했다.

일반인인 성아 만큼은 아니었지만 병태 역시 한기를 느끼고 있었다.

이는 병태가 포인트를 근력 스탯에 과도하게 집중한 결과였다.

물론 민첩과 체력 스탯에도 포인트를 주긴 했지만 근력 스탯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근력 : 힘에 영향」


체력, 민첩 스탯과 달리 근력 스탯의 경우 설명이 단출하다.

힘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사람이나 동물이 몸에 갖추고 있으면서 스스로 움직이거나 다른 물건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작용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끌고 당기고 밀고 들어 올리는 일에 유용하다.

근력에 집중한 병태는 이수가 한계레벨까지 성장하자 식후 무료함을 달랠 요량으로 어린 이수에게 팔씨름을 제안했다.


유병태 : 근력 13, 체력 6, 민첩 5.

한이수 : 근력 8, 체력 8, 민첩 8.


체력과 민첩 스탯을 제외한 근력 스탯에서 병태가 압도적인 우위였다.

체격 역시.

그러니 승리는 병태가 따 놓은 당상이다.

손이 아닌 팔목을 잡더라도.

한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수가 병태를 이겨 버린 것이다.

팔목이 아닌 손을 잡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어째서 불리한 조건의 이수가 이겼을까?

아이의 어떤 점이?

지켜본 이들로 하여금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민첩 : 동체시력, 반응속도, 움직임에 영향.」


민첩은 사전적으로 접근하여 해석하면 재빠르고 날쌔다 뿐이다.

하지만 민첩 스탯의 설명엔 위와 같은 효과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그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만 파고 들 수 없단 의미다.

또 한 가지.

체력 스탯도 눈여겨 볼 것이 있다.


「체력 : 모든 저항, 지구력, 회복력에 영향.」


모든 저항.

체력 스탯의 설명중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할 듯싶었다.

실제 절대 다수의 일반 사용자들은 균형적인 분배를 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이수에게 팔씨름으로 패해 멘탈이 무너진 병태가 그러했듯 그들 역시 그와 같은 경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특성 사용자인 서준은 스탯을 균등하게 나누는 게 좋다는 일반 사용자들의 말을 들어서 알 뿐이지 실상 일반 사용자들의 일엔 관심이 없었다.

이는 그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특성 사용자들이 마찬가지다.

일반 사용자와 특성 사용자는 걸어가는 길이 다르기에.

여하튼 그 일로 인해 병태는 넘버 3에서 넘버 4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 이수 앞에서 힘자랑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


“괜찮냐? 안 뜨거워?”

“엉, 딱 좋아. 고맙다. 역시, 친구가 최고라니까.”


병태는 자신의 체력 스탯이 낮단 이유로 모르모트가 되었단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서준과 성기는 서로를 보며 입술에 검지를 댔다.

병태의 기분을 고려하여 침묵하기로 한 것이다.


“성아야 이거 한번 써 봐. 어때?”


스탯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일반인이다 보니 성기는 여동생의 안전을 위해 가죽을 둘둘 말아 건넸다.


“핫팩 같아.”


성아의 얼굴에 혈색이 감돌자 성기는 환하게 웃으며 여동생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어깨에 힘을 잔뜩 주며.

서준이 보기에 성기는 자상하고 듬직한 오빠였다.

성아 역시 그런 오빠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다정한 오누이를 바라보는 서준의 눈가에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만 자.”

“예. 형도 주무세요.”

“내일 봐요. 형.”

“병태 너 불침번이다.”

“알어.”

“안녕히 주무세요. 서준 오빠.”

“주무세요. 오빠.”


고되고 긴장된 긴 하루였다.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같은 내일이 될 것이다.


‘잘 자.’


서준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여동생에게 속삭였다.

마음을 가득 담아.


* * *


‘오빠?’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에 선잠에선 깬 소녀는 두 눈을 비비며 주변을 살폈다.

소녀, 아니 서희의 얼굴엔 슬픔과 실망감으로 이내 차올랐다.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마음은 수시로 흔들렸다.

서희는 눈가를 북북 문질렀다.

잠들기 전에 본 밤하늘은 별들로 총총했지만 지금은 별 하나 찾을 수 없을 만큼 캄캄했다.

바람도 제법 많이 불었다.


‘비가 오려는 걸까?’


밤바람에서 습기가 느껴졌다.

육체는 춥지 않았지만 마음이 허전해서인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 같았다.

말벗이라도 있었으면.

혼잣말도 지겨웠다.

쪽잠도 싫었다.


-...오빠가 반드시 너흴 찾아갈 거야. 하늘이 두 쪽 나는 일이 있어도. 그러니까. 약속해. 버티겠다고. 살아 있겠다고.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서희는 손을 뻗었다.

오빠와 언니의 모습이 그 손길에 연기처럼 흩어진다.

참으려고 했는데 또다시 울컥하고 말았다.

눈물이 차올랐다.

방금 닦았는데.


슥슥.


기분이 날씨만큼이나 나빠졌다.

자극제가 필요했다.

인벤토리에서 육포를 꺼낸 서희는 이를 질겅질겅 씹었다.

아빠와 엄마가 좋아하던 술안주였다.

그사이에 끼어들어 술안주를 날름 먹던 일이 떠올랐다.

나도 맥주 마실 수 있다며 툴툴 거리던 오빠, 그런 오빠에게 맥주를 건네주다 엄마의 잔소리에 얼른 손을 거두는 아빠, 미용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서 잡지를 펼치고 이것저것 사 달라던 언니까지.


‘나 맥주 마실 수 있을 만큼 크면 다 만날 수 있을까?’


그러려면 8살은 더 먹어야 하는데.

서글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서희는 제 다리를 모았다.

다리를 꼭 껴안은 팔에 힘을 준다.

그렇게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서희의 귀가 쫑긋한다.

바람에 몸을 이리저리 뉘이던 풀잎 스치는 소리가 전부였다.

좀 전까지.

서희의 두 눈에 이채가 스친다.

한참을 앉아 있던 서희가 벌떡 일어선다.

사방은 깜깜했지만 어둠에 적응하였기에 깜깜하진 않았다.


‘사람 소리야!’


서희는 홀린 듯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12살 소녀라곤 믿기 힘들 만큼 쾌속하고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크고 작은 언덕 두 개를 넘어 바위가 많은 지형에 도착한 서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불빛이었다.

그 불빛은 마치 등대 같았다, 등불 같았다.

외롭고 슬픈 방랑자를 부르는.

무작정 몸을 날리려던 서희는 멈칫했다.

사람이 그립지만 사람이라고 다 좋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서희와 함께 아르도스로 송출된 무리엔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안 좋은 사람도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서희는 사냥감을 쫓는 맹수처럼 살금살금 불빛을 향해 접근했다.

모닥불이었다.

불침번을 한 사람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닥불 가에 제각각 누워 있었다.

좋은 사람들일까? 나쁜 사람들일까? 겪어 보지 않은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서희는 사람들에게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혼자여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보단 혼자이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 많아서였다.

이내 마음을 정한 서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불침번과 접촉하기 위해.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연휴 기간에도 < 이계에서 힘을 얻다 >는 정상연재 됩니다.

항상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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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75화 독대! (2) +26 18.02.07 23,971 769 12쪽
75 제74화 독대! (1) +31 18.02.06 23,204 731 12쪽
74 제73화 질보다 양! (2) +18 18.02.06 22,631 734 12쪽
73 제72화 질보다 양! (1) +23 18.02.06 22,715 702 11쪽
72 제71화 레이나 로츠 (2) +24 18.02.05 23,255 706 12쪽
71 제70화 레이나 로츠 (1) +18 18.02.05 21,663 601 11쪽
70 제69화 엔트 자이언트의 남하! (2) +30 18.02.05 24,045 696 13쪽
69 제68화 엔트 자이언트의 남하! (1) +22 18.02.05 23,550 69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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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제65화 어부지리, 그리고 뜻밖의 선물(?) (2) +24 18.02.04 24,062 678 12쪽
65 제64화 어부지리, 그리고 뜻밖의 선물(?) (1) +22 18.02.03 24,867 65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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