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재능 캐서 만능 엔터테이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NHW
작품등록일 :
2017.12.28 20:55
최근연재일 :
2018.02.17 11: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379,548
추천수 :
9,602
글자수 :
182,689

작성
18.02.14 11:00
조회
5,071
추천
228
글자
11쪽

30초 캐리커쳐(1)

DUMMY

1


"드디어 내 친구 정태준이가 정식 계약을 했으니 축하를 해줘야 하는데······. 미안하다. 오늘은 민원이 많아서 좀 힘들 것 같네."

이 녀석은 항상 이런 녀석이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자기가 먼저 미안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도울 일이 있으면 항상 나서 돕는다.

딱 공무원이 어울리는 녀석이랄까? 하기야 그러니 자신도 챙겨줬겠지만.

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가 왜 미안하냐? 아무튼 공무원 정시퇴근 한다는 것도 옛말인가 보네."

"어쩌겠냐. 여섯 시 넘어서 오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섯 시 전에 접수한 민원인들은 해줘야지. 아무튼 저녁은 다음에 얻어먹자."

"난 기다려도 괜찮아. 프리랜서 좋은 게 뭐냐? 시간이 남아돈다는 거지."

태준이 괜찮다며 말했지만 인수는 민원실의 사람들을 보곤 다시 말했다.

"이 사람들 다 해주면 일곱 시 넘어. 지금 다섯 시니까 한 시간 동안 더 올 거고 또 난 심사까지 해야 돼서 진짜 일은 접수 끝나면 시작이야. 너 그러다 엄청 오래 기다릴지도 모른다?"

인수의 시선을 쫓아 태준은 고개 돌려 민원실에 있는 사람들을 봤다. 확실히 사람이 많긴 많았다. 인수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분명 기다리기로 한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리라. 하지만 태준은 이대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개털일 때 곁에 남아준 친구였다. 돈이 필요하면 돈을 빌려주고 하소연을 하고 싶을 때면 자기도 피곤할 텐데 와주었다.

그런데 고작 몇 시간이 아까워 그냥 돌아간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물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태준에겐 구청 민원실에 있는 시간은 그냥 버리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디어가 없을 때는 종종 일부러 구청에 와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가기도 하지 않았던가.

만약 인수를 기다리다 슬공생에 대해 영감을 얻거나 혹은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면 오히려 그건 득을 본 셈이라 할 수 있었다.

"기다릴게. 나 때문에 부담 갖지 말고 일봐."

"오래 기다려도 원망 마라."

"걱정 마셔."

말은 저리 해도 인수는 못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잠시이고 곧 민원인 중 한 명이 규정에 적합하지 않는 사진을 가져와선 왜 안 되느냐고 따지는 통에 안내해주러 가야했다.

태준도 민원실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냈다. 구청에 왔을 때 늘 그랬듯 소파에 앉아 사람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들 모습을 관찰했다.

같이 여권 만들러 온 커플이 여행에 대해 의견 차이라도 생겼는지 싸우는 모습도 보이고, 어떤 할머니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며 투덜거리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칭얼거리기도 하고······.

이 와중에 인수를 비롯해 몇몇 공무원들은 사람들에게 안내를 하고 간혹 성질이 드센 민원인은 바빠 죽겠다는데 감히 자신을 기다리게 한다며 일 좀 빨리 할 수 없겠냐며 몹시 화를 냈다.

그렇게 30여 분이 흘러 어언 다섯 시 반이 되자 사람이 좀 줄기는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은 제법 있었고 그 사람들의 얼굴엔 지루해하거나 짜증 난 기색이 조금씩 더 노골적으로 보였다.

온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드디어 여권 접수를 끝내고 가는데 자신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으니.

짜증 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벌써 한 시간이나 기다렸네. 시간 아까워."

"저 자리는 왜 이렇게 안 빠지는 거야?"

"대체 뭘 하는지······. 어휴, 우리 차례 되려면 아직 20명도 넘게 남았네."

"하여간 공무원들 일처리하곤!"

태준은 민원인들의 그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민원인이 화를 표출하면 인수 등 공무원들이 나와 자신의 잘못이 없는데도 사과를 하는 모습도 몇 번이나 볼 수 있었다.

은행에서 오래 기다려본 경험이 있는 터라 태준은 민원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각자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테니.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울 터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슬공생 웹툰을 그리고 있고 뭣보다 친구인 인수가 여권계 공무원인 터라 그들의 고충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 시간이 흘러 여섯 시가 지났는데 저녁도 못 먹고 계속 안내하고 사과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안쓰러울 정도였다.

'공무원 일도 생각보다 힘들구나. 뭐라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인수 등 공무원들을 도와주고 또 민원인들의 짜증도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노트에 펜을 끄적이고 있는데 그때.

"저기요······."

웬 젊은 여자가 태준에게 쭈뼛쭈뼛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개성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일부러 그렇게 스타일을 냈는지 붉게 염색한 머리칼은 볼륨감 있게 부스스하고 꼭지는 소위 똥 머리라 불리는 모양으로 묶었다.

볼은 좀 통통하고 약간 들창코.

비유하자면 옛날 만화영화인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를 닮은 느낌이랄까?

악의는 없었지만 태준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고릴라 같은 인상 때문인지 포비 닮은 젊은 여자는 겁먹은 얼굴로 순간 움찔했다.

그러다 양옆에 친구인 듯한 다른 두 젊은 여자가 나란히 서자 용기를 얻었는지 포비 닮은 젊은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부터 왜 흘깃거리시는 거예요?"

그녀는 아까부터 태준이 자신을 훔쳐보고 있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

태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태준은 민원실의 광경, 사람들 모습 등을 스케치하고 있었고 그러다 이 포비 닮은 여자를 봤을 때 너무 인상이 독특해 영감을 받았다. 캐릭터로 써먹으면 어떨까 싶어 그녀를 그렸다.

나름대로는 그녀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티를 내지 않으며 그렸는데 눈치 챈 모양이었다. 태준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냥 좀······."

"혹시 그 노트로 스마트폰 숨기면서 동영상 찍거나 그랬던 거 아니에요?"

아무래도 요새 그런 범죄가 많아서인지 포비 닮은 여자와 두 친구가 흠칫 떨며 물었다. 자연히 사람들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저긴 또 무슨 일이야?"

"글쎄, 들으니까 저 남자가 무슨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헐! 대담하네. 구청에서······."

"생긴 거 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 중 일부는 태준이 도망치거나 여자들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염려한 건지 다가와서 그녀들과 나란히 섰다.

청원경찰이나 공무원이 오기도 전에 태준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을 보는 태준은 기분이 묘했다.

오해를 받아 좀 불쾌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보면 불의를 보면 괜히 나섰다가 불똥이 튈 수 있으니 참견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민원실에 있는 사람들은 기꺼이 그녀들을 도우러 나선 것이었다.

'역시 이 사회에서 정의감이 아직 그렇게 완전히 죽은 것만은 아니구나.'

흐뭇한 마음에 입가에 미소가 드리운다.

"저 사람 웃었어!"

"헐, 진짜 뭔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야?"

"이 상황에서 웃다니······."

오해가 골을 더해가지만 태준은 별로 조급해하지 않았다. 해명하는 일은 간단하다. 자신이 노트를 보여주면 바로 설명이 되니까.

"쳐다본 건 죄송하지만 전 변태도 아니고 동영상 찍은 것도 아닙니다.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데 영감이 떠올라 뭘 좀 그렸습니다."

말하며 태준은 포비 닮은 여자에게 직접 보라는 듯 노트를 건네주었다.

포비를 닮은 여자가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태준이 건넨 노트를 받았다. 그녀의 친구들도 가운데로 모여 함께 노트를 쳐다봤다.

반응은 곧바로 나왔다.

"아······."

"헐, 이거 은숙이 너 아냐?"

"완전 귀엽다."

그녀들은 포비 닮은 여자를 캐릭터로 형상화한 그림을 보자 앞서의 상황은 잠시 잊었는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 뒤늦게야 태준을 오해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미안한 듯 쭈뼛거렸다.

"죄송해요. 저희는 그 뭐지······. 요새 그런 범죄가 많아서 그런 줄 알고요."

"오해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권 때문에 기다리다 저희가 민감했나 봐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세 여자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함께 꾸벅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자신이 오해를 받은 상황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자신이 그녀들을 쳐다본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여권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면 민감해진 것도 이해할 법은 했다.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느니 그냥 이 정도에서 일을 정리하는 편이 나리라.

태준은 쿨하게 사과를 받아주곤 포비 닮은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쳐다보자 태준은 눈짓으로 노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노트는 돌려주셔야죠."

"아, 네에······."

포비 닮은 여자가 두 손으로 태준에게 노트를 내밀었다. 태준이 노트를 돌려받으려 하자 포비 닮은 여자가 조심스레 말했다.

"이 그림은 저 주시면 안 되나요?"

"······."

왜 머뭇거리나 했더니 자신을 그린 이 그림을 가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림 주는 것이야 뭐 그리 어렵겠는가. 더구나 애초에 모델은 그녀였고 말이다. 태준은 기꺼이 그녀를 그린 노트 페이지를 뜯어서 주려다가 순간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손을 멈췄다.

포비 닮은 여자는 혹시라도 아까 자신이 태준을 변태로 오해해서 기분이 상해서 그러는 건가 싶어서 초조한 표정을 지었으나······.

태준의 속마음은 그와는 달랐다.

기다리라 지친 민원인들의 짜증도 덜어주고 그로 인해 인수 등 민원실 공무원들도 도와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었다.

더구나 그 방법이라면 민첩 등 재능의 숙련도를 높이기에도 퍽 좋으리라.

"아깐 정말 죄송했어요. 기분 푸시고······."

"새로 그려 드릴까요?"

포비를 닮은 여자가 미안해하며 말하는 목소리를 덮으며 태준이 물었다.

"네? 그래도 괜찮으세요?"

"물론이죠. 이 그림도 가지시고 깔끔하게 그린 새 캐리커쳐도 드릴게요."

"혹시 저도 그려주실 수 있으세요?"

"저도! 저도요?!"

기회를 놓칠세라 포비 닮은 여자의 두 친구도 태준에게 부탁하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태준은 세 여자에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 뒤 민원대로 갔다. 마침 민원대에는 인수가 있었고 한 사람을 안내해준 뒤였다.

"인수야, 매직이랑 A4용지 있냐?"

"있는데 왜?"

"민원인들 기다리느라 지루해하는 것 같은데 30초 캐리커쳐 그려주려고. 구경하면서 기다리면 사람들 짜증도 좀 덜하지 않겠냐?"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피곤으로 찌들어있던 인수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진짜냐? 해주면 우리야 고마운데······. A4용지랑 매직만 가지고 되겠어?"

"마카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있을 리 없고······. 이젤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없을 테니 뭐 대고 그릴 판 같은 건 없냐?"

인수가 어디로 가더니 이내 매직펜, A4용지, 책 받침대를 가지고 나왔다.

"이런 거밖에 없는데 괜찮을까?"

"충분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능 캐서 만능 엔터테이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연재시간, 연재주기에 대하여 18.01.03 16,408 0 -
46 포텐 폭발(1) +8 18.02.17 3,650 202 12쪽
45 30초 캐리커쳐(3) +8 18.02.16 4,440 201 11쪽
44 30초 캐리커쳐(2) +13 18.02.15 4,637 187 11쪽
» 30초 캐리커쳐(1) +17 18.02.14 5,072 228 11쪽
42 영감 승격(2) +6 18.02.13 5,555 220 12쪽
41 영감 승격(1) +9 18.02.12 5,834 221 11쪽
40 새로운 재능(3) +9 18.02.10 6,545 200 11쪽
39 새로운 재능(2) +10 18.02.09 6,348 204 12쪽
38 새로운 재능(1) +8 18.02.08 6,585 203 11쪽
37 볼링 대결(2) +15 18.02.07 6,710 197 11쪽
36 볼링 대결(1) +10 18.02.06 6,906 214 12쪽
35 리메이크(5) +6 18.02.05 7,341 219 8쪽
34 리메이크(4) +9 18.02.03 7,479 246 9쪽
33 리메이크(3) +6 18.02.02 7,469 225 10쪽
32 리메이크(2) +4 18.02.01 7,590 216 10쪽
31 리메이크(1) +7 18.01.31 7,988 226 10쪽
30 비상(5) +7 18.01.30 7,912 235 8쪽
29 비상(4) +5 18.01.30 7,266 197 7쪽
28 비상(3) +6 18.01.29 8,037 226 8쪽
27 비상(2) +8 18.01.27 8,202 243 8쪽
26 비상(1) +18 18.01.26 8,293 238 9쪽
25 한 선으로 그리기(4) +7 18.01.25 8,140 251 8쪽
24 한 선으로 그리기(3) +12 18.01.24 8,101 217 10쪽
23 한 선으로 그리기(2) +7 18.01.23 8,112 241 9쪽
22 한 선으로 그리기(1) +7 18.01.22 8,349 215 9쪽
21 하이퀄리티(4) +11 18.01.20 8,671 217 9쪽
20 하이퀄리티(3) +8 18.01.19 8,634 215 9쪽
19 하이퀄리티(2) +6 18.01.18 8,695 200 10쪽
18 하이퀄리티(1) +8 18.01.17 8,557 192 8쪽
17 실력으로 보여줄 뿐(3) +2 18.01.17 8,359 178 5쪽
16 실력으로 보여줄 뿐(2) +7 18.01.16 8,462 187 7쪽
15 실력으로 보여줄 뿐(1) +6 18.01.15 8,860 198 8쪽
14 신의 손(4) +9 18.01.13 8,878 198 8쪽
13 신의 손(3) +6 18.01.12 8,852 173 9쪽
12 신의 손(2) +4 18.01.11 9,023 186 8쪽
11 신의 손(1) +5 18.01.10 9,212 208 8쪽
10 어시스턴트(4) +4 18.01.10 9,090 170 7쪽
9 어시스턴트(3) +4 18.01.09 9,352 175 9쪽
8 어시스턴트(2) +6 18.01.08 9,745 190 8쪽
7 어시스턴트(1) +4 18.01.07 10,330 192 9쪽
6 미친 재능의 만화가(3) +3 18.01.06 10,490 210 6쪽
5 미친 재능의 만화가(2) +2 18.01.06 10,699 193 6쪽
4 미친 재능의 만화가(1) +3 18.01.05 11,420 198 9쪽
3 재능 채굴기(3) +8 18.01.04 11,911 219 7쪽
2 재능채굴기(2) +4 18.01.03 12,808 219 7쪽
1 재능채굴기(1) +6 18.01.02 14,901 212 7쪽

신고 사유를 적어주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NHW'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