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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회귀해서 슈퍼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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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작품등록일 :
2017.12.30 11:04
최근연재일 :
2018.02.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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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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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최선을 다해 살아온 당신은 감사 받아 마땅하다

DUMMY

살다 보면 가끔 세상이 참으로 잔혹해질 때가 있다.

마치 인생이라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가지고 놀기라도 하듯, 아무런 기척이나 낌새 없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날카롭고 확실하게. 심장 깊숙이 불행을 찔러 넣기 때문이다.


HG케미칼의 여성구 과장 역시 그랬다.

올해 나이 41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인들이 부러워하는 입사 13년 차의 엄연한 HG맨이었지만... 요즘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 명예퇴직 희망자 모집.


봄 무렵.

저런 공고와 함께 불길한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소식 들었어? 요즘 윗선에서 구조조정 준비한다더라.”

동기가 지나가듯 툭 던진 말에 여성구가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그래 명퇴희망자 받는 거 보면 딱 보면 척이지.”

“미쳐 돌아가는구나. 96년에 정리해고법 날치기로 통과돼서 이제는 회사가 조금이라도 힘들면 아무 이유 없이 사측이 직원을 무더기로 해고해도 상관없다더라...”

동기는 커피를 마시며 조심스럽게 성구를 쳐다봤다.

“성구야... 너도 잘 알겠지만, 지금 몸 사려야 돼. 윗놈들이 뭔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조만간 피바람이 불 것 같아.”

“... 나도 알아.”

성구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사실 성구는 그닥 뛰어난 샐러리맨이 아니었다.

그걸 증명하듯 동기는 죄다 차장이었지만, 오로지 성구만 번번이 차장 승진에 실패했다.

특히 적성에 맞지 않은 영업을 억지로 하던 터라 실적은 부서 내 최하위에 머물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말은 안 했지만 넌지시 성구를 무시했다.


- 아... 여 과장? 그 만년 과장?

- 잘 들어. 저런 상사 만나면 너도 같이 죽는 거야. 그러니까 저 팀 배치 안 받게 인사고과 관리 잘하라고. 알겠지?

- 아... 저 사람이 그분이에요? 그 유명한?


물론, 저 말을 성구 면전에다 저런 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소문이 그랬을 뿐. 까닭에 성구도 내심 알아차렸다.

만약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본인부터 잘려나갈 거라고. 그래서 고민됐다.

“... 야. 나 명예퇴직 신청할까? 이번에 신청하면 퇴직금에 웃돈 얹어 준다는데...”

그 말에 동기가 도끼눈을 떴다.

“뭐? 정신 차려 임마! 네가 명예퇴직을 왜 해!”

“야... 내가 조금 어리숙하긴 한데, 바보는 아니야. 나도 지금 내가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 그리고 만약 구조조정 시작되면 내 순위가 높다는 것도 알고. 그러니 차라리 잘릴 바에는, 늦기 전에 퇴직금이라도 얹어서 받는 게 어떨까 싶더라.”

흔치 않은 속 깊은 얘기에 동기가 한숨을 내뱉었다.

벌써 입사 13차. 함께 끝까지 가자던 동기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해 이제는 얼마 남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 얼마 남지 않은 동기 중 한 명이 떠나려고 했다.

“성구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너 아닐 수도 있잖아. 그리고 회사 그만두면 뭐하게?”

“글쎄다... 하청 쪽으로 알아볼까 생각 중이야. 걔네들도 원청 측 직원 하나 들고 있으면 나쁘지 않을 테니까.”

맞는 얘기였다. 이렇듯 꽤 직급이 있는 직원이 하청으로 재취직을 하면 어떻게 되냐면... 원청 측 직원이 엄청나게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원청 측 업무 담당자는 대리급인데,

하청 측 업무 담당자는 무조건 중간관리자 이상.


그 마당에 무려 같은 회사에 재직했던 선배가 담당자로 앉는다? 족보도 이런 개족보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까닭에 하청 측에선 보통 원청에서 내려오는 직원을 잡는 것 또한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물론, 그 능력이 좋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성구처럼 실적 낮은 사람이 아니라.


“만약 하청 쪽으로 이직 안 되면 어쩌려고?”

“... 뭐 닭을 튀기든, 피자를 굽든 해야겠지. 그것도 아니면 요즘 커피 시장 좋다는데, 커피라도 끓여 보던가. 이 세상 많은 직업 중에 설마 내 직업 하나 없겠냐.”

그 말에 동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러더라. 회사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라고. 밖은 지옥이라고. 너도 버텨 임마. 약한 생각 하지 마. 야, 나 이제 가봐야겠다. 다음에 또 보자.”

그 말에 동기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사라졌다.

성구는 그런 그를 배웅하고는, 조용히 혼잣말을 읊었다.

“회사 밖은 지옥이라... 근데 회사가 날 지옥으로 쫓아내려고 하는데 어떡하냐... 나도 붙어있고는 싶은데... 에휴...”


...


그날 오후.

HG케미칼 영업부장실에는 종이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야 이 새*야! 너는 씨* 일을 이렇게밖에 못 해!? 이러고 월급 받는 게 미안하지도 않디!? 너는 과장이라는 새*가 겨우 이거밖에 못 하냐고! 이럴 거면 회사 때려치워!”


퍼억 - !


종이 뭉치가 성구의 얼굴에 날아와 부딪혔다. 비록 두껍지 않아 아프진 않았지만, 대신 가슴이 미친 듯이 아려왔다.

비록 부장 역시 산하에 있는 직원들을 잘려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최대한 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유독 오늘만 괜히 ‘이럴 거면 회사 때려치워’라는 말이 가슴에 날아와 박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너 지금 회사 상황 몰라!? 조금 잘하라고 이 새*야!”

“... 죄송합니다.”

“됐어, 나가! 나가, 이 새*야!”


여성구는 실컷 얻어맞은 뒤, 괜히 불똥 튀지 않으려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직원들 사이로 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곤 조용히 서랍을 열어 봉투 한 장을 쳐다봤다.


바로 명예퇴직 희망 서류였다.


...


늦은 저녁.

성구는 홀로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신 뒤 집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가장 포근하고 편안해야 하는 집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남은 대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 집 처음 샀을 때만 해도 기분 정말 좋았는데... 좋은 아파트에서 사는구나... 여기가 내가 평생 살 집이구나 했는데... 근데 이제는 저 집이 너무 무겁네... 무거워...’

적당한 술기운 사이로,

성구는 ‘히히... 씨팔...’하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대출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 가운데 승강기를 타고서 도착한 집.

“나 왔어...”

중3 큰딸은 시험공부를 하는지 나와 보지도 않았고, 초6 작은아들은 TV에 정신이 팔려 쳐다도 안 보고 ‘응!’했다.

그저 곰 같은 마누라만 시큰둥하니 ‘왔어?’ 했을 뿐.


성구는 괜스레 작은아들에게 다가가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아들은 ‘악! 아빠 술 냄새나! 수염 따가워!’라며 버둥거렸다. 어렸을 땐 그렇게 아빠를 좋아하던 녀석이 이제는 술 냄새, 담배 냄새가 난다며 도망치기 일쑤였다.

“에구구... 녀석. 그래. TV나 봐라.”

성구는 다음으로 딸의 방에 작게 노크했다. 최근 사춘기가 온 까닭인지 딸이 부쩍 날카로워져 있었기에 조심스러웠다.

안으로 들어가자 딸은 잡지인지, 만화책인지 모를 것을 후다닥 숨기고는 불편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오셨어요?”

“응. 그래. 왔다. 공부는 잘돼 가니?”

“네.”

대화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게 잔뜩 묻어나는 단답.

성구 역시 그걸 알면서도 괜히 뭔가를 계속 물었다.

그렇게라도 딸과 얘기를 하고 싶었기에.


- 친구들도 잘 있지?

- 요즘 힘든 건 없니?

-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아빠가 도와줄게.


모든 말에 대한 대답은 단 한 음절, ‘네’였다.

딸은 꼭 얼음이라도 머금은 양 싸늘했다. 성구는 굳이 딸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자리에서 벗어났다.

“... 그래. 아빠 갈게. 공부 열심히 해.”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네’라는 얼음장 같은 한 마디였다.


...


그 날 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었을 무렵.

성구는 슬쩍 가계부를 쓰고 있던 부인을 쳐다봤다.

“... 여보.”

“왜.”

“잠깐 얘기 좀 할까?”

그 말에 부인이 뭔가 직감한 듯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무게를 잡아? 무섭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성구는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러자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아내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조용히 소파 옆으로 앉았다.

“왜 그래 여보. 무슨 일인데?”

“... 있잖아. 나 회사 그만둘까?”


그 순간 죽음 같은 고요가 내려앉았다.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양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어두운 거실 안에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만 들렸다.


“안 돼.”

그 적막을 깬 건 부인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위로를 해주려고 했으나, 그것만큼은 안 된다는 듯 완고했다.

“여보. 우리 다현이 이제 중3이야. 대학 보내고 결혼시켜야지. 승환이도 똑같아. 버텨야 해. 자기 회사 애들 등록금 지원해주잖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버텨. 우리 아직 아파트 대출금도 많이 남았잖아.”

그 말에 성구가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부인 역시 HG케미칼에서 일했었으나,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크게 다치게 되며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 살림에 집중했다. 그러니 이제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


성구밖에 없었다.

아마 지금 일을 그만두면 수익이 끊기리라.


성구의 어깨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래... 그래야겠지? 그래... 그래야겠네... 그래... 그래...”

그리곤 고장 난 기계처럼 ‘그래...’라는 말만 반복했다. 부인은 나지막이 ‘... 미안해, 여보’라며 성구를 끌어안았다.


...


살얼음판 같은 직장 생활은 계속됐고,

조만간 피바람이 불 것 같다는 예상은 현실이 됐다.


누군가가 복도에 배치되는 것을 시작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런 일도 주어지지 않은 채 벽만 바라보게 됐으며... 시간이 더 흐르자 통보 없이 책상이 사라지는 일도 생겼다.


그 상황 속에서도 여성구는 꾹 참고 버텼다.

매일 가슴에 퇴직 희망서를 품었지만, 본인은 아닐 거라고, 나는 버틸 수 있을 거라고 기도하며 버텼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삶은 그 기도를 저버렸다.


여느 날처럼 평소 같은 날.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

여느 날처럼 맑은 날.


너무나도 담담하고,

너무나도 잔인하게.


성구의 최후는 그렇게 찾아왔다.


책상에 짐이 사라져 있었고,

대신 그 위에 작은 쪽지가 올려져 있었다.


- 해고 통보 알림.

- 귀하는 이번 정리해고 당사자입니다. ... ... ... 그동안 HG를 위한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HG는 재무 사정 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 ... ... 퇴직금은 10일 내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성구는 아무런 말 없이 그 쪽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성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꼭 투명인간을 대하듯.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외면하듯.

그저 본인이 살아남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무시했다.

이전의 성구가 그랬던 것처럼.

본인들은 살아남을 거라 믿으며 말이다.


그렇게 여성구 과장의 13년 직장 생활이 끝났다.

환대 따윈 없었다. 모두가 모르는 척하는 가운데 혼자 쓸쓸히 제 짐을 수령해 회사 밖으로 나갔을 뿐이었다.


회사 밖은 정말 말 그대로 화창했다.

마치 성구가 겪은 일이 아무것도 아닌 양.

내심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주길 원했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무심하기만 했다. 그런 하늘을 잠시 쳐다보다가...


칙- 칙- 화르륵 -

스읍- 파스스- 후우-


조용히 담배 한 대를 물고는 회사 입구를 쳐다봤다.

HG케미칼. 13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다닌 회사.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본인을 버린 회사.

그런 회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 가족이라면서 참 쉽게 버린다. 난 13년 동안 피땀 흘려가며 최선을 다했는데. 내 가치가 결국 이것밖에 안 됐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담배가 다 타버렸다.

마치 여태껏 겪었던 13년 직장 생활처럼.


...


해고 다음 날.

성구는 평소처럼 정장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원래는 아침에 일어나 가족에게 사실을 얘기하려 했지만, 13년 동안 익숙해진 몸은 오전 6시에 눈을 떠버렸다.

그렇게 멍- 하니 몸을 씻고 소파에 앉아 있자니...


- 여보, 밥 먹어. 출근해야지. 그러다 늦는다?


어쩔 수 없이 아침을 먹고 얘기하려 했지만...

차마 자식 앞에서는 얘기할 수 없어 미뤘고,

밥을 다 먹으니 늦는다며 성화인 아내 때문에 또 실패.

어쩔 수 없이 정장에 서류가방 들고 밖으로 나오게 됐다.


...


차에 타서 애꿎은 곳만 빙빙- 돌다 보니 어느덧 2시.

문득 배가 고파졌다.

‘하... 이런 상황에서도 배는 고프네. 우습구만.’

자괴감을 안고 가까운 기사 식당에 들어가니, 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현재 위치는 분명 주변에 회사가 많지 않은 곳. 근데 기사 식당 안에는 양복쟁이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부 혼자 앉아있었을 뿐.

그걸 보고는 내심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은 일을 당했구나... 라고.

그리고 가족들에게 차마 말을 못해 떠도는구나... 라고.


분명 국과 함께 입안에 밥을 떠 넣었는데 맛은커녕 씁쓸함만 그득 퍼졌다. 그건 비단 성구만이 아니라 기사 식당에 있던 양복쟁이들 모두가 그랬으리라.

그렇게 죄책감 가득한 식사를 하는 가운데 TV에서 어느 광고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광고인지도 모르겠을 드라마 같은 형식이었다.


어느 직장인이 열심히 일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해고 통지에 쫓겨나고,

집에 들어가지 못해 떠도는 내용.


그 광고가 나오는 동안 식당 안이 고요해졌다.

많은 양복쟁이들이 숟가락을 멈추고 TV에 집중했고,

꼭 제 얘기 같은 내용에 한숨을 내쉬거나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그렇게 광고가 끝나갈 무렵...

작게 글자가 올라왔다.


-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 당신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 그런 당신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 커피 전문점, 네스트. 함께할 가족을 찾습니다.


그 광고를 본 성구는 문득 얼마 전 신문에 커피 시장이 불황 중에도 꽤 성장했다는 뉴스를 본 게 기억이 났다.

그리곤 앞으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과 동시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한 번 알아나 보기로 했다.

‘... 그래도, 사람 사는 일 혹시 모르니까.’

성구는 느적거리던 식사를 마친 뒤,

오가며 한 번씩 봤던 네스트 1호점을 찾았다.


와글와글 -


마치 외환 위기라는 불황이 꿈이라도 되는 양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게 보였다.

가게에서 앉아서 마시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부터, 기다리기 싫었는지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해가는 사람까지.

이에 성구는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 대기줄에 참가. 기다림 끝에 조용히 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렸다.

‘... 요즘 커피 사업 잘된다더니 진짜였나 보네. 하긴. 불황에도 사람은 살아야지. 매일 생쌀만 씹을 순 없잖아.’

그렇게 커피를 즐기던 중. 성구는 문득 네스트 점포의 유리 벽에 붙어있는 한 포스터를 발견했다.


- 새로운 점장님을 모집합니다!


성구는 괜히 다급하지 않은 척.

본인은 회사원이지만 그냥 궁금해서 그런 척.

포스터 앞에 서서 조용히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 허? 염원 은행 대출 제휴에, 점포 상권분석도 해주고, 인테리어 역시 네스트 측이 전담. 게다가 직원들 교육까지 본사가 책임져 준다고? 이게 가능해?’

커피라고 하길래 내심 경력이 필요하겠거니 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누구든 새 출발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혹하는 마음에 흔들리고 있기도 잠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바로 네스트 점포관리팀장 김재민이었다.

최근 프랜차이즈 신청자가 늘어나며 교육 점포로 쓰일 만한 곳을 알아보기 위해 나왔다가, 성구를 발견한 거였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이에 재민은 화사한 미소로 명함을 한 장 건네줬다.

“혹시라도 문의하실 점이 있거나, 필요하신 정보가 있으시다면 전화 혹은 방문해 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성구는 그렇게 사라진 재민과 명함을 번갈아 봤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기도 잠시.

문득 휴대폰에 진동이 와서 확인해 보자니...


- 포-애플즈 인사팀 김형우입니다. 최근 저희 포-애플즈도 경영악화로 인해 감원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저번에 말씀해 주셨던 건은 없었던 일로...


저번에 연락했던 하청 업체 측의 거절 문자였다.

이에 성구는 결심을 굳혔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내 점장 모집 포스터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더는 좌절이나 절망 따윈 묻어나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출발에 대한 희망만 가득했을 뿐.

그리고 실제로도 가는 길에 성공만 가득하리라.

아마도.


*


비슷한 시각.

네스트 영업팀에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었다.


- 점포 문의요? 일단 간단한 사안은 전화로 말씀드릴 수 있지만, 자세한 사안은 주소 말씀해 주시면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본사로 찾아와 주셔도 됩니다.

- 교육은 네스트 직영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커피 머신 역시 일본제로 내구성이 좋고, 저희 제품군이 비교적 간단해서 짧게는 14일, 길어도 35일이면 교육이 끝납니다. 예. 예. 직원들 교육도 본사와 직영점에서 모두 진행합니다.

- 영업이나 광고는 일절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본사에서 모두 진행하고, 간판이나 인테리어 역시 본사 측에서 지정한 업체가 담당합니다. 비용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고요. 네. 그렇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할 일이 없던 영업팀으로, 인사-총무팀에서 월급 축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확 달라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전화가 이어졌고, 이에 영업팀 직원들은 쏟아지는 업무에 행복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 가운데 준성은 대표 사무실이 아닌 영업팀장의 자리에 앉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의사소통 절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였다.

그렇게 약 4시간 정도 정신없는 전화 전쟁도 잠시.

약 8시쯤 되어 미루고 미루던 업무 종료가 찾아왔고,

조용히 영업팀장이 찾아와 오늘 결과를 발표했다.

“방금 참다운 로펌에서 연락 왔습니다. 14일 만에 여덟 곳 계약이 완료됐습니다. 절차에 따라 미래평가법인이 상업성 분석을 시작했고, 머지않아 업무가 연계될 예정입니다.”


14일 만에 점포 여덟 개.

말 그대로 폭발적인 속도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아마 지금 이렇게 문의가 빗발치는 것을 볼 때,

아마 가면 갈수록 속도가 더욱 빨라지리라.

만족스러운 성과에 준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 속도면 충분하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 게 99년. 시장 조사를 나온 게 98년 하반기다. 그 전에 시장을 장악해주마. 대한민국 커피 시장은 내 것이다.’



작가의말

이 세상 모든 아버지.

그 외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여러분께 바칩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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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준성이 남겨놓은 두 가지 씨앗? +8 18.01.20 19,422 473 7쪽
14 41억을 버는데 걸린 시간, 124일. +12 18.01.19 19,250 615 10쪽
13 제빵업계의 역사를 다시 쓰다 +11 18.01.18 19,255 468 12쪽
12 본진교체, 짜릿한 갑을역전! +10 18.01.17 19,401 448 13쪽
11 폭풍 +15 18.01.16 19,501 459 14쪽
10 천군만마를 얻다 +9 18.01.15 19,735 470 13쪽
9 시대를 풍미했던 개그맨 +13 18.01.14 19,963 452 15쪽
8 같잖은 테스트는 집어치워, 나는 이준성이다 +8 18.01.13 19,913 40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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