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총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0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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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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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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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총아와 혜명 대사의 대련

DUMMY

왕총아가 먼저 운을 떼었다.


"제가 먼저 대사님께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저는 백련교 이사부로 총교수님 다음 가는 위치에 있사온데, 총교수님께서 출타 중이라 제가 대신 대사님께 서신을 보내 백련교와 구대 문파가 연합하여 거병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던 것이옵니다."


혜명 대사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시주의 뜻을 잘 알겠소만, 빈승에게 몇 가지 의문이 있소."


"대사님의 의문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소서."


"첫째, 백련교는 명왕조 때 왕조를 전복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반란을 일으켰었는데, 이제와서 반청복명의 대의를 내세운들 과연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소. 둘째, 지금 백련교는 사분오열하여 각지역마다 교수를 내세워 독립한 것으로 빈승이 알고 있는데, 총교수가 반청복명의 대의를 내세운다 해도 각지역의 백련교 교수들이 총교수의 대의를 따를 것인지 의문이 드오. 셋째, 지금 무림에는 백련교도들이 구대 문파의 무공을 훔쳐 배운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소문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백련교의 공식적인 입장은 무엇인지 의문이오."


왕총아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대사님의 의문을 해소해 드리겠사옵니다. 대사님의 첫번째 의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백련교가 명왕조 때 반란을 일으킨 것은 명왕조가 백련교를 사교로 규정하여 탄압했기 때문이지, 명왕조를 전복시키려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백련교는 백성들의 뜻을 하늘의 뜻으로 여겨 오래전부터 반청복명의 대의를 표명하였으니 믿어주시기 바라옵니다. 이어 대사님의 두번째 의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비록 백련교가 각지역마다 교수를 내세웠지만, 각지역의 교수들 모두 총교수의 명에 따를 것을 맹세하였고, 여태까지 그 맹세를 어긴 예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이옵니다. 대사님의 마지막 의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백련교에는 백련공이라는 무공이 있는데, 구태여 구대 문파의 무공을 훔쳐 배울 필요가 있겠사옵니까? 소문은 사실이 아니오니 대사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될 것이옵니다."


혜명 대사는 자신이 제시한 세 가지 의문에 대해 왕총아가 명쾌하게 대답하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주의 말을 듣고 보니, 빈승이 백련교에 대해 오해해 왔던 것 같소."


백련교와 구대 문파의 오해는 수 백 년에 걸쳐 쌓여왔는데, 혜명 대사가 오해를 푼 것처럼 보이자 왕총아가 몹시 기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사님께서 오해를 푸셨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혜명 대사는 여전히 오해가 남아 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한 가지 시주에게 물어보겠소."


"말씀해 주소서."


"시주는 구대 문파의 무공을 배운 적이 있소?"


백련교도들이 구대 문파의 무공을 훔쳐 배운다는 소문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은 혜명 대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것이다.


왕총아는 주저없이 말했다.


"저도 한때 구대 문파에서 몸담은 적이 있었사옵니다만, 백련교에 몸담은 이후로는 구대 문파의 무공을 쓰지 않고 있사옵니다."


왕총아의 말은 사실이었다.


왕총아는 아미를 떠난 후 아미의 무공을 쓰지 않았다.


몇 차례 긴박한 상황에서 아미의 무공을 쓴 적이 있긴 해도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이지 아미의 무공을 쓰려고 쓴 것은 아니었다.


당시 문파에서 쫓겨나면 문파의 무공을 쓸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어 왕총아 또한 규정에 따랐던 것이다.


혜명 대사는 왕총아가 정말 백련교에 몸담은 이후로 문파의 무공을 쓰지 않고 있는지 시험해볼 작정이었다.


"허면 빈승이 시주의 무공을 시험해 보아도 괜찮겠소?"


왕총아는 혜명 대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회견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사님의 뜻대로 하소서."


순간 숨막힐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구대 문파의 태두인 혜명 대사를 이제 겨우 열여섯인 왕총아가 상대하기엔 무리가 틀림없으리라.


왕총아가 동의하자 혜명 대사가 말했다.


"허면, 이제 대련의 규칙을 정해보지요."


무기를 들고 대련할지, 적수공권으로 대련할지, 몇 합을 대련할지, 규칙을 정하자는 말이었다.


왕총아가 생각했다.


'사부님께서 전수해 주신 쌍검술을 쓴다면 혜명 대사와 백여 합 이상을 겨룰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자칫 나도 모르게 아미 검법이 나올지 모르니 내 정체가 드러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봉으로는 혜명 대사의 녹옥불장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니 차라리 적수공권으로 대련하는 것이 낫겠구나.'


천성 사태가 왕총아에게 전수해 준 쌍검술은 천하제일의 검법이었지만, 쌍검술을 쓰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쓸 수 없었다.


왕총아가 혜명 대사에게 제안했다.


"제가 무기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적수공권으로 대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혜명 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좋소이다."


이때 진광이 혜명 대사의 눈을 피해 왕총아를 향해 열손가락을 펴보이며 손짓했다.


십 합 이내의 대련을 제안하라는 뜻이었다.


권법으로는 천하에 혜명 대사의 적수가 없었다.


왕총아의 사부 천성 사태조차 권법으로는 혜명 대사를 당하지 못했으니 왕총아가 십 합 이상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무림의 대선배인 혜명 대사로서는 까마득한 후배 뻘인 왕총아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터였지만, 왕총아는 혜명 대사와 정정당당하게 대련할 생각이었다.


왕총아가 그럴 필요없다는 듯 진광을 향해 살며시 고개를 가로젓고 나서 혜명 대사에게 말했다.


"몇 합을 대련할지는 대사님께서 정하소서."


혜명 대사가 생각했다.


'목소리로 보건데, 이 여인은 기껏 해봤자 이십 세도 안되는 나이가 틀림없다. 어린 나이에 백련교 2인자가 된 것을 보면 이 여인은 필시 백련교 총교수의 사모일 것이다. 무공은 그리 깊지 않을 것이니, 오십 합만 겨루어보면 구대 문파 무공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왕총아는 화림과의 혼인을 피하기 위해 제림과 가혼인한 것일 뿐 더러 무공이 그리 깊지 않을 것이라는 혜명 대사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생각을 마친 혜명 대사가 왕총아에게 말했다.


"시주와 오십 합을 겨루고자 하는데 어떻소?"


왕총아는 공손히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대사님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혜명 대사가 손에 든 녹옥불장을 진광에게 건네주었다.


"진광아, 네가 녹옥불장을 갖고 있거라."


녹옥불장을 건네받은 진광은 아무래도 왕총아가 오십 합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왕총아의 뒤에서 복면을 쓴 채 서 있는 요지부를 향해 한 손을 들어 손가락을 펴보이며 눈짓에 고개짓까지 해가며 대련의 합을 줄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진광의 신호를 본 요지부가 나설 겨를도 없이 혜명 대사가 권법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빈승이 무림의 선배이니, 후배인 시주가 먼저 공격에 나서시오. 빈승은 십 합까지는 수비만 하겠소."


왕총아가 그럴 필요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는 대사님의 적수가 못되어 공격할 수가 없으니 대사님께서는 십 합을 양보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왕총아도 권법 자세를 취하자, 혜명 대사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이제 대련을 시작합시다."


혜명 대사와 왕총아가 대련을 시작하기 일보 직전, 요지부가 손을 들며 나섰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요지부가 이 급한 와중에도 자신의 정체를 감추려고 목소리를 변성시켜 외치자 막 대련을 시작하려던 혜명 대사와 왕총아가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구대 문파와 백련교 수뇌 간의 회견에서 아래 사람이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혜명 대사가 요지부에게 물었다.


"시주는 무엇 때문에 기다리라 하시는 것이오?"


요지부가 고개를 숙여 사죄를 표시한 후 말했다.


"참으로 송구하옵니다만, 저희 이사부께서는 말을 타고 먼길을 달려와 피로하실 터이니 십 합만 겨루어 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사옵니다."


혜명 대사는 오십 합을 겨루기로 한 대련을 십합으로 줄이자는 요지부의 제안에 무슨 속셈이 있나 싶어 대답하지 않은 채 왕총아에게 물었다.


"시주의 뜻은 어떠하오?"


왕총아가 혜명 대사의 물음에 대답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진광이 나섰다.


"사정이 그렇다면, 십 합은 너무 짧으니 삼십 합으로 줄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진광은 삽십 합이라면 혜명 대사가 동의할 것 같아 나선 것이다.


진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혜명 대사가 진광에게 나서지 말라는 듯 손짓했다.


"진광아,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이때 왕총아가 혜명 대사의 물음에 대답했다.


"이미 대사님과 오십 합을 대련하기로 정했으니 정한 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혜명 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오십 합으로 정합시다."


대련의 합 수를 줄이려는 진광과 요지부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진광과 요지부는 왕총아가 오십 합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만 것이다.


혜명 대사가 먼저 권법 자세를 취했다.


"이제 대련을 시작합시다."


왕총아 역시 권법 자세를 취하자 혜명 대사가 말했다.


"시주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빈승이 먼저 공격하겠소."


왕총아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는 대사님의 적수가 못되어 공격할 수 없으니 대사님께서 먼저 공격하소서."


혜명 대사가 공격 자세를 갖추며 말했다.


"허면, 빈승이 먼저 공격하겠소."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혜명 대사가 번개처럼 손을 뻗어 왕총아의 손목을 나꿔채려 했다.


혜명 대사의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왕총아의 손목을 나꿔채려는 순간,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왕총아가 전광석화처럼 공중제비를 돌며 피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왕총아는 혜명 대사의 공격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혜명 대사가 감탄했다.


"대단한 경공술이오!"


왕총아가 전광석화처럼 공중제비를 돌아 눈깜짝할 사이에 혜명 대사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동작은 경공술이 아니라 곡예술이었다.


왕총아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아버님께 배운 재주를 부린 것일 뿐, 경공술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왕총아가 곡예꾼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혜명 대사로서는 공중제비를 돈 왕총아의 동작이 경공술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왕총아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로 보았던 혜명 대사로서는 생각을 달리 할 수 밖에 없었다.


'백련교 이사부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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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진공가향 무생노모 20.02.01 157 1 15쪽
103 왕부인이 백련교 이사부라고? 20.01.21 138 0 15쪽
102 배신자 20.01.15 15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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