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총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01.01 12:00
최근연재일 :
2020.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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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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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총아를 다시 제자로 받아들이다

DUMMY

왕총아가 떠나고 요지부와 단둘이 남게 되자 제국모가 자신의 속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부, 내,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숙모님과 자네의 관계에 대한 말인데......."


요지부는 제국모가 여전히 왕총아를 숙모님이라 부르는 것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일단 제국모의 말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보게."


자신의 속셈을 밝히기로 작심한 제국모는 별안간 요지부의 어깨를 잡으며 사정하듯 말했다.


"지부, 자네는 내 지기이기 이전에 내 숙부님의 친아들같은 제자가 아닌가? 숙부님께서는 천애고아였던 자네를 제자로 받아들여 친아들처럼 길러오셨는데, 자네가 숙부님을 위해 숙모님을 양보할 수 없겠는가? 제발 부탁이네. 숙부님의 나이가 혼기가 한참 지난 나이인데, 지금처럼 숙모님과 가혼인한 상태로 계시다면 어느 세월에 숙모님처럼 좋은 여인을 만나 혼인하실 수 있으실지 숙부님의 사정을 생각해보게."


요지부가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국모, 이는 총아의 뜻에 달린 일이라, 내가 양보하려 한다 해서 양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


제국모는 요지부가 왕총아를 양보할 뜻이 있는 것으로 자기 멋대로 해석해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숙모님만 동의하신다면, 자네도 숙모님을 숙부님께 양보할 수 있단 말인가?"


제국모가 멋대로 해석해 한 말이었지만, 요지부는 만약 왕총아만 동의한다면 자신을 친아들처럼 길러준 제림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총아만 동의한다면, 사부님께 총아를 양보하겠네."


요지부는 설령 자신이 양보한다 해도 왕총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았지만, 혹시라도 왕총아의 마음이 변한다면 제림에게 양보할 생각이었다.


"지부, 내 부탁을 들어주어 참으로 고맙네. 자네는 역시 진정한 내 친구이자, 숙부님의 친아들같은 제자일세."


제국모가 뛸 듯이 기뻐하자 요지부는 기뻐하기는 이르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국모,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네. 나와 혼인하려는 총아의 뜻이 워낙에 완고하여 그 뜻을 꺽기가 쉽지 않을 것이네."


제국모는 요지부에 대한 왕총아의 사랑이 태산처럼 확고부동한 줄도 모르고, 여인의 마음이란 남자가 하기에 달린 것이라는 생각에 요지부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기뻐했다.


"이는 자네의 뜻에 달려있네. 자네와 내가 합심하여 숙모님의 마음을 구슬린다면, 어찌 숙모님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일세."


요지부는 왕총아에게 억지로 제림과 혼인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국모, 총아가 사부님을 선택할지는 총아의 뜻에 달린 것이니, 모든 것은 총아의 뜻에 맡겨두게. 총아에게 원하지 않는 혼인을 강요하는 것은 사부님께서도 원하시지 않으실 것이네."


제국모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자네의 말대로 모든 것은 숙모님의 뜻에 맡기도록 하겠네."


이 무렵 진광은 양양에서 서천으로 가던 도중에 말을 멈춰 세운 채 온갖 상념에 잠겨 있었다.


'내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출가제자의 길을 버리고 속가제자의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는가......'


왕총아가 제림과 혼인한 것이 아니라 가혼인한 것임을 알게 된 진광은 출가제자의 길을 버리고 속가제자의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미 왕총아가 요지부와 혼약한 사실을 모르는 진광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처럼 왕총아가 혼인하지 않았으니 자신에게 희망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진광이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보는 순간, 진광은 너무 기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사모님!"


다름 아닌 왕총아가 말을 달려 오고 있었다.


"진광 스님......"


왕총아는 진광이 자신을 보고 소리를 지르자 어쩔 수 없이 인사한 것이다.


자신을 보자 기뻐하며 소리를 지른 진광을 보자 왕총아는 정말 진광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왕총아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지만, 진광은 왕총아의 마음을 떠보듯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모님과 제가 함께 아미로 가서 천성 사태를 설득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모님께서는 천성 사태를 설득하시러 아미로 가시는 길이 아니신지요."


왕총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번에야말로 제 목숨을 걸고라도 사부님을 설득할 생각이예요."


이렇게 말하면 진광이 딴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한 것이었지만, 진광의 반응은 왕총아의 생각과는 반대였다.


"사모님께서 목숨을 거시고 천성 사태를 설득하시겠다면, 저도 목숨을 걸고 천성 사태를 설득해보겠습니다."


왕총아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군요. 제 사부님은 외부인이 아미의 일에 끼여드는 걸 싫어하시니, 진광 스님께서는 나서시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고는 앞장서 말을 몰기 시작했다.


"진광 스님, 한시가 급하니 어서 가요."


앞장서 말을 몰기 시작한 왕총아에 뒤질세라 진광도 뒤따랐다.


"어서 갑시다."



다시 찾아온 혜명 대사의 거듭된 설득에 천성 사태는 고심에 잠겼다.


'혜명 대사에 이어 충명 진인마저 백련교의 거병에 동참하기로 하셨다면, 아마도 구대 문파의 대부분이 백련교의 거병에 동참할 것이니, 우리 아미도 거병에 동참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랜 고심 끝에 천성 사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소림과 무당 모두 백련교의 거병에 동참한다면, 우리 아미도 백련교의 거병에 동참하겠습니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천성 사태의 말에 혜명 대사가 기뻐하며 합장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무림의 태두이신 천성 사태께서 거병에 동참해주시겠다니, 이제 다른 구대 문파도 하나도 빠짐없이 거병에 동참하겠군요."


혜명 대사는 구대문파 중에서도 삼대 문파인 소림, 무당, 아미 세 문파가 백련교의 거병에 동참한다면, 나머지 여섯 문파도 하나도 빠짐없이 거병에 동참할 것이라 본 것이다.


천성 사태도 같은 생각이었다.


"소림, 무당, 아미, 삼대 문파가 백련교의 거병에 동참한다면, 나머지 여섯 문파도 동참하겠지요."


혜명 대사는 이제 소림으로 돌아가 나머지 여섯 문파에 소림, 무당, 아미 세 문파가 백련교의 거병에 동참할 것이니, 나머지 여섯 문파도 동참해달라는 공문을 돌리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며 인사했다.


"이제 소승은 이번 일을 매듭짓지 위해 이만 소림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천성 사태도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살펴가세요."


처소 밖으로 나간 혜명 대사의 입에서 이 한마디가 들려오는 순간, 천성 사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왕부인께서 다시 오셨군요."


처소 밖에서 왕총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혜명 대사와 천성 사태의 대화가 끝나기 직전에 진광과 함께 당도한 왕총아가 혜명 대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혜명 대사가 반갑게 합장하며 인사한 것이다.


이어 왕총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부님의 처소 앞에서 혜명 대사님을 다시 뵙는군요."


왕총아가 아미에서 다시 쫓겨난 사실을 모르는 혜명 대사는 빨리 자리를 비켜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처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청원과 진광을 처소에서 떨어진 곳으로 데려갔다.


"이 사부가 백련교 총교수에게 추가적으로 전할 소식이 생겼는데, 진광 네가 또 양양으로 갈 생각이냐?"


진광은 아직 처소 밖에 있는 왕총아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유청원에게 눈짓했다.


자신 대신 양양으로 가달라는 뜻이었다.


진광의 뜻을 눈치챈 유청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제자가 양양에 다녀오겠사옵니다."


유청원이 자원하자 혜명 대사는 잘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에는 청원이 네가 수고하거라.


그러고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천성 사태께서도 백련교의 거병에 동참하기로 결정하셨으니, 이 소식을 백련교 교수에게 전하거라."


"알겠습니다."


유청원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찢어질 정도로 기뻐했고, 진광은 유청원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혜명 대사가 천성 사태를 설득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천성 사태의 처소 앞에서 이를 지켜본 왕총아 역시 혜명 대사가 천성 사태를 설득해냈다는 사실을 알자 자신도 모르게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왕총아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혜명 대사가 유청원과 진광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이제 그만 가자."


혜명 대사, 유청원, 진광, 세 사람의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져 들리지 않게 되고 나서야 천성 사태가 처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왕총아를 불렀다.


"총아야, 사부에게 할 말이 있거든 어서 들어오너라."


천성 사태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처소에 들어온 왕총아는 큰절을 하고 나서 눈물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사부님......"


천성 사태가 인자한 목소리로 물었다.


"총아야, 너는 아직도 나를 사부라 생각하느냐?"


왕총아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부님은 저의 영원유일한 사부님이십니다. 제자가 어찌 사부님 외에 다른 사부님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천성 사태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가 나를 영원유일한 사부로 여긴다면, 나 또한 너를 유일영원한 직계제자로 여기겠다."


천성 사태에게 왕총아는 유일한 직계제자였다.


천성 사태는 아미의 장문인이 되어서도 무공을 연마하느라 제자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무공이 뛰어난 제자들을 무공 사범으로 임명해 무공을 가르치던 중 만주족 건달들의 손에 아버지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 여섯의 어린 나이에 아미에 입문한 왕총아를 유일한 직계제자로 거두어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천성 사태와 왕총아의 관계는 사제지간이자 모녀지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천성 사태는 왕총아를 친딸처럼 아껴왔고, 왕총아는 천성 사태를 친어머니처럼 의지하고 따라왔었다.


"사부님!"


"총아야!"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서로를 부른 천성 사태와 왕총아는 서로를 부둥켜 앉은 채 눈물을 쏟아내리고 말았다.


얼마간 서로를 부둥켜 앉은 채 눈물을 실컷 쏟아낸 후에서야 천성 사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백련교 이사부라는 사실은 비밀로 부쳐두마. 허니, 이제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사부의 곁에 있어도 좋다."


천성 사태는 왕총아가 백련교에 입교한 사실을 문제삼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 말에 감격한 왕총아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이 못난 제자의 큰 잘못마저 덮어주시는 더없이 자비로운 사부님의 사랑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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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화효공주를 납치하자고요? 20.02.20 127 0 13쪽
106 왕부인, 자네에게 말하지 못한 게 있네... 20.02.10 136 0 14쪽
105 옹염 황자가 사부님을 배신한다면 큰일인데 20.02.05 130 1 14쪽
104 진공가향 무생노모 20.02.01 157 1 15쪽
103 왕부인이 백련교 이사부라고? 20.01.21 138 0 15쪽
102 배신자 20.01.15 151 0 11쪽
101 화효공주에게 약조한 화신 20.01.10 147 0 13쪽
100 화신을 탄핵하다 19.12.31 140 0 12쪽
99 화신의 시녀가 된 왕낭선 19.12.20 157 0 13쪽
98 화신의 부정축재 증거 19.12.04 145 1 13쪽
97 귀주 교수 왕낭선 19.10.19 175 0 12쪽
96 화신의 부정축재를 밝히기로 결심하다 19.08.21 170 0 13쪽
95 화신의 집에 머무르기로 결심한 왕총아 19.08.02 189 0 14쪽
94 화효공주와 함께 화신의 저택 안으로 들어간 왕총아 19.07.12 195 0 13쪽
93 왕총아에게 반한 옹염 19.07.02 217 0 13쪽
92 왕총아와 제림을 구명하기 위해 나서다 19.06.15 219 0 11쪽
91 왕총아의 아리따운 얼굴에 반한 화신 19.05.21 227 0 13쪽
90 왕총아 대신 총교수 대행이 된 요지부 19.04.13 183 2 13쪽
89 천성 사태의 서신을 읽은 혜명 대사 19.04.06 173 0 11쪽
88 신묘한 계책 19.03.26 183 0 11쪽
87 제림의 뜻 19.03.11 188 0 13쪽
86 왕총아의 어머니 서씨를 방면한 화신 19.03.04 211 0 13쪽
85 총교수 대행의 자리에 오른 왕총아 19.02.21 211 0 13쪽
84 서천덕의 속셈 19.02.13 211 0 11쪽
83 요지부와 마주치다 19.02.03 18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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