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상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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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yn
작품등록일 :
2018.01.03 00:44
최근연재일 :
2018.03.0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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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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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사냥개의 방식

DUMMY

지상으로 나오니 도시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4조의 파괴공작 때문에 도시 곳곳이 불타올랐고, 경비병과 4조 인원들의 시체가 이따금 보였다. 전쟁 난 분위기란 게 이런 건가.


초저녁에 보았던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져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창문으로 길거리를 흘끔흘끔 내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론의 본거지는 이 도시의 정 가운데에 있는 시계탑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의 좁은 길목들 사이로 가다보니 놈의 본거지가 나왔다.


한 사람을 위한 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넓은 저택으로, 4미터는 되 보이는 높은 담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끝에서 끝으로 봐도 끝없이 긴 담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나와 돌격조원들은 본거지 근처에 있는 건물의 그림자에 숨었다.


벡스와 베르엔 님은 엘프들을 구출하는 조에 참가하고 나 혼자 길드원들과 오게 되었다. 벡스는 2조와 3조들을 모두 불러들였고, 인원을 7:3비율로 나누었다. 대부분은 돌격조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나는 손에 든 철퇴를 만지작거렸다. 내 뒤로 서 있는 인원들도 신호만을 기다렸다. 신호가 떨어지면 총공격이 시작된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화약을 쓴 것도 그렇고 골렘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놈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만만치 않다. 그론 본인은 얼마나 더 강할지 짐작이 안 간다. 내가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나에게 반격할 수도 있다. 나도 내 힘만 믿고 너무 자만하면 안 된다. 벡스의 말대로 실제 상황은 변수 투성이이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


하늘에서 붉은 불꽃이 길게 떨어지는 소리를 내다가 펑, 하고 터졌다. 영주님이 가끔 여는 축제에서 볼 수 있던 폭죽이랑 비슷한 저것은 조명탄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명탄이 의미하는 것은...


“돌격.”


내 뒤에 있던 조원이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나는 건물의 그림자 밑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저택의 정문을 향해 돌진했다. 최대한 시끌벅적하게 만들어야하니까.


저택 입구를 지키던 보초 두 명이 나에게 창을 겨누며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퓻 퓻


보초 두 명은 목을 움켜잡고 쓰러졌다.

맞은 편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날아온 조원들의 지원사격 덕분이다. 보초들에게 신경쓸 이유가 없어진 나는 땅바닥에 붙을 기세로 몸을 낮추고 앞으로 뛰어갔다. 발을 디딜때마다 도로가 박살나 돌조각과 흙먼지를 흩뿌렸다. 미친 말처럼 달리던 나는 정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꽤나 멋진 문양이 조각된 육중한 목재 정문은-


-파자자자자자작!!


돌진 한 번에 뚫렸다.

몇 뼘 두께의 목재 정문은 내가 때려 박는 순간 안으로 쑥 들어가면서 와지끈 부러졌다. 나는 문짝에서 떨어져나간 날카로운 나무파편들과 함께 그론의 본거지 안으로 쑥 들어왔다.


“침입자다!”


담장너머 본거지 안은 어두컴컴하고 널따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석재로 된 정교한 분수대를 중심으로 잘 다듬어진 나무, 수풀, 조각상 등이 동심원으로 퍼져있는 꽤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물론 곳곳에서 불쾌한 살기를 뿜어내는 녀석들이 한가득인 괴물의 뱃속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잠시간 소란스러웠지만 그론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요란하게 지껄여대는 건달 깡패들과는 다르다.


곧 길드원들이 담벼락 밖에서 불화살과 불타는 탄환 등을 쏘아댈 것이다. 불길 때문에 놈들이 저택 쪽으로 도망치면, 그 때 한번에 모두 다 잡는다.


어둠 속에서 화살들이 나를 노리고 날아왔다. 하여간 이 빌어먹을 놈의 화살. 짧고 긴 화살들이 나에게 날아와 내 몸을 타닥 타닥 때렸다가 땅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이리 나와! 숨어서 화살 좀 그만 쏘고!”


내가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담벼락 밖에서 크고 작은 불덩어리들이 날아왔다. 불화살과 소형 투석기에서 발사된 불타는 탄환, 화염병 등이 정원 곳곳에 떨어지며 잠시간 환하게 불타오르며 불기둥을 만들어냈다.


“화공이다!”


그제서야 놈들이 시끄러워졌다.

곳곳에 떨어진 불덩어리들이 나무와 덤불에 옮겨 붙었고 맹렬히 타들어갔다. 생나무는 잘 안타는데 아무래도 기름 같은 것을 사용했나 보다.

불덩어리들이 떨어질 때마다 숨어있던 놈들이 들쑤셔진 개미굴의 개미마냥 황급하게 뛰쳐나왔다.


놈들은 건달들처럼 기습당했다고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재수 없는 몇몇은 불이 붙어서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벗어나 저택 정문 쪽으로 달려갔다.


어둠 속에 잠긴 아름다운 정원은 길드원들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강렬한 불꽃은 맹렬한 기세로 나무와 덤불들로 옮겨가며 정원들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원래는 이렇게 화염공격으로 경비 병력들을 쫒아낸 뒤 근접무장을 한 길드원들이 투입 되야 하는데, 이렇게 불길이 심하면 그들이 잘 들어올 수 있나 모르겠다.


나는 불길을 뛰어넘으며 저택의 입구 쪽을 향해 달려갔다. 넘실거리는 화염이 순간 내 몸을 감쌌지만 몸이 살짝 뜨거워지며 옷이 시커멓게 타오르는 게 전부였다. 불타는 덤불을 헤치고 중앙의 분수대를 막 지났을 때였다.


“골렘에 탑승한 병력을 제외하고 모두 안으로 들어가! 골렘들은 진화작업을 하며 공격으로부터 일반 병력을 구해라! 침입자는 발견즉시 제거한다! 일반병력들은 창문에서 원거리 무기로 응전한다!”


저택 입구에는 5대의 골렘들이 있었다.

양치기의 골렘과 비슷한 3미터가 넘는 크기를 가진 5대의 골렘은 돌벽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듯한 거대한 돌방패로 길드원들의 공격과 불로부터 병력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이따금 길드원들이 쏘아올린 불덩어리들과 화살들이 돌방패에 부딪치며 불똥을 뿌려댔다.


잠깐만. 병력들이 전부 저택 안에 짱박히면 침투조가 활동하기 어려울 수도 있잖아? 돌격조가 화살에 맞아서 당할 수도 있고?


방금 상대해봐서 알지만 저 골렘은 나조차도 상대하기가 버겁다. 저런 게 5대나 있는데 어떻게 쓰러뜨린다?

베르엔 님이 없어서 내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에 땅의 정령으로 억지로 통제할 수도 없다. 철퇴로 덤벼봐야 철퇴만 부러질 것이다.


“젠장...어떡하지?”


저 골렘들을 부수지 못하면 길드원들이 들어올 수 없다.

하수도에서 봤듯이 짓밟힌 개구리꼴로 육포가 되거나 온 몸의 뼈가 부러져 죽을 것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의 눈에 좋은 것이 눈에 띄었다. 정답은 바로 내 근처에 있었다.


“좋은 게 있잖아?”


나는 분수대로 달려갔다.

6미터정도 높이를 가진 거대한 석재 분수대. 낯부끄러운 옷을 입은 여자 조각상 모양의 분수대였다. 분수대의 밑단은 포도주잔처럼 가운데가 얇았다가 위로 넓어지는 형태였는데, 나는 그 얇은 허리부분에 눈길을 주었다.


“흐아아압!”


나는 숨을 들이마신 뒤 뒤로 달려갔다가 밑단의 허리부분을 향해 돌진했다. 분수대의 밑단에 어깨를 박는 순간, 분수대와 내 몸이 동시에 디이이이이이잉 울렸다.


으으으으, 온 몸이 으스러지는 느낌이야. 나는 잠깐 온몸에 퍼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나는 다시 몸을 추스르고 분수대를 향해 돌진했다. 불티가 풀풀 날리는 이 불 속에서 뭔 짓을 하나 싶긴 했지만, 이것이라면 분명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나도 이제 머리를 쓸 줄 안다고!


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분수대가 내 반대방향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다 되간다. 나는 뒤로 달려가서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웬 미친놈이 분수대에 몸을 들이받고 있다.


-일단 죽여라.


이 쓰레기 놈들은 맨날 다짜고짜 죽이려 드네. 골렘 두 기가 나를 발견하고는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나는 어깨에 온 힘을 실어 분수대에 몸을 때려 박았다. 골렘들은 20미터 거리에 있었다.


거대한 돌이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 잠시 떴다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쿠우우우우우웅


땅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과 함께 거대한 조각상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조각상의 머리 부분으로 달려간 나는 여자 조각상의 허리부분에 팔을 넣었다.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요. 나도 모르게 실없는 농담이 떠올랐다.


나는 다시 이를 꽉 깨물고 온 몸에 힘을 줘 조각상을 들어올렸다. 골렘들은 낮은 담벼락과 불타는 수풀을 짓밟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10미터. 놈들은 돌방패를 버리고 땅에서 돌로 된 검을 소환했다. 4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돌검이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읍!”


악물린 이 사이로 신음에 가까운 기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가 모조리 으스러질 것 같고 관자놀이에 힘이 튀어나오면서 얼굴에 피가 쏠렸지만, 6미터짜리 돌조각상은 흙과 돌조각들을 흩뿌리며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하면, 된다니까!


조각상이 서서히 들어 올려지자 나는 반동을 줘서 분수대를 오른쪽 어깨에 걸쳤다. 순간적으로 내 어깨를 짓누른 돌 무게에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 날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어깨에 걸치는 데엔 지장이 없다. 좋아, 준비 완료!


-노, 놈이 분수대를 들어올렸다!!


-무슨 개소리야!


개소리라니! 이건! 너희들을 위한, 특별 선물이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죽어라!


골렘들이 거대한 돌의 검을 나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내 무기는! 더! 크다고!!


“이거나아아아아아아!!!”


나는 고함을 지르며 조각상을 높이 들어올렸다. 무게중심 때문에 몸이 뒤로 휙 쏠릴 뻔 했지만, 허리힘과 팔 힘으로 버텨냈다.

나는 조각상이 떨어지는 속도에 팔 힘을 더해 모든 힘을 다해 골렘을 향해 내리찍었다!


“먹어라아아아아아아!!!!!!”


6미터짜리 조각상이 골렘의 머리를 후려치는 순간, 거센 바람이 일었다. 묵직한 타격감이 손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휘감았다.


-으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돌과 돌이 부딪치는 무거운 소리가 몸을 짜릿하게 훑고 지나갔다.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단 한방에 골렘의 몸통이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나며 터지고, 그 충격 때문에 땅까지 쩌저저적 갈라져 버렸다.


골렘의 몸이 박살나며 날아온 커다란 돌조각들이 내 얼굴을 때리고 어깨 너머로 튕겨져 나갔다. 골렘은 안에 타고 있던 사람과 함께 잘게 박살나서 무너져버렸다.


-미...미친!


허억. 나는 정수리에 검을 직격으로 맞았다. 뒤따라오던 놈이 나를 향해 검을 내리친 것이다. 무릎이 팍 꺾이며 머리가 디이이잉 울렸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며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푸훕. 얼굴의 모든 구멍으로 피가 쏟아져 나오는게 느껴졌다. 머리가 핑핑 도는 어지러움 속에서, 나는 땅바닥에 엎어졌다.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머리가 으스러질 듯한 멍한 고통에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만, 나는 다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으...으으으으...!


놈은 4미터짜리 돌검을 정통으로 처맞고도 살아있는 나를 보고는 질렸다는 듯이 신음을 흘렸다. 놈이 절규했다.


-뒈져! 좀 뒈지라고!!


놈이 다시 나에게 돌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엔 안 맞아준다고! 부서진 두개골과 내용물이 재생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지는 돌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비늘로 덮인 손바닥 뼈가 박살나며 돌검과 함께 바닥에 내리꽂힐 뻔 했다. 하지만 으스러진 손뼈가 순식간에 재생하며 놈의 돌검을 붙들 수 있었다.


-놔!!!


당황한 놈이 돌검을 내 손에서 빼내려고 했지만, 나는 양팔로 돌검을 끌어안고 놈의 손아귀에서 강제로 돌검을 뺏어버렸다.


돌검을 빼앗은 나는 돌검을 허공에서 한 바퀴 빙글 돌려 손잡이를 잡고, 놈을 향해 내리찍었다.


-와드드드득!


빌어먹을. 돌검이 골렘의 몸뚱아리에 꽂히자 두 동강이 나 저 검은 밤하늘로 날아가 사라져버렸다. 얄팍해 빠져가지곤!


“빌어먹을!! 뭐 이리 약해!!”


나는 고함을 지르며 다시 분수대를 집어 들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까보다 들기가 훨씬 쉽다.

나는 머리에 피가 잔뜩 쏠린 상태로 놈에게 분수대를 내리쳤다. 이번엔 머리가 멍해서 그런가 힘이 더 들어간 것 같다.


저택까지 울리는 작은 지진이 일어나며 불길이 출렁거렸다. 조각상이 꽂힌 곳을 중심으로 땅이 쩌저적 갈라졌다.

골렘은 형태를 잃고 탑승자와 함께 피 묻은 돌가루가 되어버렸다.


골렘을 박살낸 분수대도 결국 반토막이 나서 다리부분이 휘이익 날아가 그론의 저택 창문에 때려 박았다. 창문가에 누가 서있었는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돌여인의 남은 상반신을 높게 들고 저택입구를 향해 집어던졌다. 가슴이 노출된 분수대의 야릇한 상반신은 저택의 입구를 통째로 박살내고 안으로 쑥 들어가 와장창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고마워요, 이름 모를 여인이여.


-침입자가 제이크와 포핀을 처치했다!


-말도 안 돼!!


-협공으로 놈을 신속히 제거한다!


두 번째 골렘을 처치하면서 작은 지진이 나자 남은 골렘 세 대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제서야 알아챘다. 골렘들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골렘 세 대가 지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소리는 굉장히 위압적...이지 않았다.


나는 제일 왼쪽에서 오는 놈에게 달려갔다. 이미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놈은 돌검을 소환하지 않고 맨 손으로 나에게 덤벼들었다. 놈은 나를 잡으려는 듯 나를 와락 덮쳤다.


-아니?!


나는 놈의 왼팔을 잡고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놈을 향해 휘둘렀다. 아까 그 분수대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니 편했다. 오히려 달려오던 힘이 있어서 그런가 분수대보다 더 잘 휘둘러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골렘이 골렘을 때려박았다. 나는 골렘을 들어올린 뒤, 다시 내리쳤다. 다시. 다시.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만둬!!


두 대의 골렘은 돌조각과 불꽃을 사방에 흩뿌리며 절규했다. 나는 왼쪽놈을 잡아서 옆으로 젖혔다가 다시 오른쪽 놈을 향해 내리찍었다.


돌이 돌을 때리는 육중한 소리가 정원을 가득 메웠고, 탑승자들의 말은 저주의 말과 욕설에서 점점 아무 의미가 없는 말로 변해갔다.


“이야아아아아아압!!”


나는 골렘의 팔을 잡고 뒤로 젖혔다가 바닥에 쓰러진 골렘 위로 패대기를 쳐댔다. 골렘들의 몸조각들이 잘게 잘게 으스러져 정원 이곳 저곳으로 날아갔다. 골렘의 몸조각들이 박살나며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


놈들은 이미 의식을 잃어버렸다. 골렘 안에 들어있어도 이 충격을 이겨낼 순 없었나보다. 나는 마지막으로 바닥에 쓰러진 놈의 맨몸을 향해 골렘을 내리 꽂아버렸다. 단단한 돌과 사람의 연약한 육체가 부딪치는 순간, 사람의 연약한 육체는 피주머니가 되어 터져버렸다.


-이 미친 새끼!!!


아. 하나 더 있었지. 제일 먼 곳에서 달려오던 마지막 골렘이 절규를 하며 그 거대한 손으로 내 머리통을 꽉 움켜잡았다.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 나는 머리통이 잡힌 채 몸만 공중에 대롱대롱 떠버렸다.


-죽어!!!


머리가 천천히 찌그러들기 시작했다. 눈알이 터질 듯이 튀어나오고 두개골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목 아래로 몸통은 당장에라도 찢어져 떨어질 것만 같았다. 갑자기 목을 잡힌 동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비명도 지를 수 없는 나는 고통 속에서 발버둥 쳤다. 이번엔 도와줄 사람도, 엘프도 없다. 하지만, 이대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나는 양손으로 골렘의 손을 잡고 위로 밀기 시작했다. 이 돌로 된 손아귀는 힘이 풀릴 기색이 없이 나의 머리를 붙들고 있었다.


“허억...허억...”


헐떡거리던 나는 숨을 참으며 머리를 천천히 빼기 시작했다. 놈의 우악스러운 손아귀는 내 머리통을 놔주지 않았지만, 손바닥으로 놈의 주먹을 밀어내니 슬슬 빠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두개골이 더 이상 힘을 버티지 못하고 쩌저적 금이 갔다. 턱 때문에 놈의 손아귀에서 머리가 빠져나오지 않았다. 턱이 꽉 다물려서 비명도 못 지르겠다. 이런...이런 젠장할!! 이 생각을 왜 못한거야!!! 나는 자학하듯 내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골렘의 손을 아무렇게나 때려댔다.


-하하하. 벌레처럼 버둥거리는군.


놈이 나를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눈알 하나가 터져서 눈구멍에서 흘러나오고 이빨들이 모두 부러져 입안에 굴러다녔다. 죽는다. 정말 죽는다. 두개골이 모두 으스러져 내 머리라 불리던 것은 고깃덩어리가 되어갔고,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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